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지수(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발표하는 Democracy Index)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21년에는 16위, 2024년 32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부터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12월 3일, 계엄령 이후 32위까지 내려앉았다. 평가 점수는 늘 8점대를 유지해 왔지만, 이제 7점대다.
167개국 중 30등 수준을 유지했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해야 할까? 싶지만, 명색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치체제로 운영되는 국가로서 체면을 구길 만 한 일이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제대로'라는 표현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긍할 만하다.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 민주주의 지수 평가점수가 지난 10년간 8점대를 유지해 온 국가는, 대한민국, 일본, 대만 세 나라다. 그중 일본은 여러 당이 존재하긴 하나 사실상 일당 체제나 다름없다. 집권하는 정당이 정해져 있다. 대만은 유엔 회원국도 아니고 국제통화기금에 가입할 수 없었다. 중국의 반대로 그랬다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일반적인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하기에는 여전히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권 국가로서, 민주주의를 시작한 서구권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아주 자존심 구겨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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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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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 두 당사국 모두 부분적으로 계엄을 실시했다. 위험지역이 아닌 이상 계엄을 통해 군이 통치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령한 계엄은 전국 계엄령이었다. 전쟁도 테러도 없는, 모두가 퇴근하고 다음 일상을 준비하며 쉬고 있던 어느 날 밤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것도 전국적인 군사통치로.
야당의 줄 탄핵과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아 계엄을 했다는데, 상대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군을 투입해 굴복시키겠다면, 투표는 뭐 하러 할 것이며, 국회는 왜 존재하는가? 그런데, 이제는 이게 먹히지 않는지, 중국과 간첩이 관여된 부정선거로 나라가 마비되었다는 망상에 가까운 내용을 퍼뜨리고 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대통령과 여당만 모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파괴, 세계는 진작에 알아차리고 그 결괏값을 내놓았다.
2차 계엄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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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이는 늘 그렇듯 BBC Worldwide Service 라디오를 켰다. 10살이 채 안 된 아이가 뭔 시사 라디오를 듣나 싶지만, 3살부터 들어왔던 터라 본인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일이다. 요즘도 가자지구의 안녕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아빠! 코리아에 대통령이 풀려났다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구치소에 갇혀 있던 이가 갑자기 어떻게 풀려났단 말인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물었다. 아이는 한사코 분명하다고 얘기한다. 자기가 조금 전에 똑똑히 들었다고.
계엄 후 3개월. 지칠 대로 지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속보들 때문에 그간 밤을 설쳐왔다. 잠깐만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이 가득했다. 계엄령 이후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사람들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들,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대통령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에 그나마 움츠렸던 몸을 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구속 취소 속보가 뜨기 전까지.
영국 언론은 일제히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감옥 수감 중이던 한국 대통령이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윤석열의 능력, 가히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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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영국인 친구들은 묻곤 한다. 정말 북한, 중국의 개입으로 부정선거가 일어난 것이냐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중국인들 손에 놀아나는 선거 제도를 가진 나라가 나라겠냐 말이다.
조용한 영국
최근 들어,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영국 언론이 조용하다. 대통령이 풀려났다는 소식만 전달 할 뿐, 이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가 전무하다. 12.3 계엄 이후, 한동안 영국에서도 한국 소식을 전했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발언이 끊임없었다. 가령 케임브리지의 존 닐슨-라이트 교수는 각종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해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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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 취소라는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가 없다. 이에 대해서 두 가지 이유를 가정할 수 있다.
첫 번째, 영국은 한국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내정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게다가 계엄 선포 이후, 민주주의 후퇴 논란으로 서구권 국가들에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공개적인 비판보다 한국 내에서의 자체적인 해결을 지켜보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 영국 입장에서 한국 이슈는 사실 우선되는 이슈가 아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가 더 심각한 사안이다. 당장의 유럽 안보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정치적 예민도, 관심도 측면에서 모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다. 사실상 더이상의 관심과 기대는 크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듯한 모양새다.
(그럴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설령 윤석열이 복직한다고 하더라도 국제 사회로부터 받게 될 조롱과 비난, 야유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영국에서 이미 침묵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이곳 영국에 사는 교민들은 더없이 느끼고 있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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