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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국가

 

“이전 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연합뉴스에 밝힌 내용이다. 여기서 SCL이 뭔지에 대해 우선 알아야 하는데, SCL(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목록)이란 거다.

 

이 민감국가란 게 뭔지에 대해 우선 생각해 봐야 하는데, 에너지부(DOE)가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등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나라를 민감 국가로 분류해서 관리를 하는 거다.

 

이렇게 지정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벨라루스, 몰도바,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대만,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등 총 25개국이다.

 

민감국가.jpg

출처 - 연합뉴스 (링크)

 

딱 봐도,

 

“레드팀”

 

이란 느낌이 든다. 아니, 적어도 레드팀은 아니어도 미국에게 개길 거 같거나, 지금 국제적으로 시끄러운 것 같은 나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민감국가에 이름을 올리면, 미국의 핵기술, 국가 안보 관련 정보, 인공지능(AI) 및 첨단 기술 등에 접근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된다. 에너지부에서는,

 

“에이, 너네들이랑 기술협력이나 교류에 딴지 안 건다니까, 이거 그냥 예의상 올린거야. 너네 민감국가에서도 기타 지정 국가라니까.”

 

이런 뉘앙스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작을 순 없다. 당장 민감국가라는 게,

 

“미국의 적!”

 

아니면, 

 

“저기 위험한 곳!”

 

아니면, 

 

“저색희들 핵 뿌린다!”

 

라고 판단되는 나라를 지정하는 거다. 대만의 경우는 중국이랑 전쟁날 거 같아서 이 리스트에 이름 올린 거고, 이스라엘은 금쪽이 같은 캐릭터라, 핵도 몰래 만들고 남아공이랑 손잡고 으쌰으쌰하면서 핵실험도 하고,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했다고 인정은 하지 않았지만 하여튼 위험한 놈들이다(NPT도 가입 안했다).

 

이게 실질적으로 국가에 끼치는 타격은 생각 외로 크지는 않다. 에너지부 말처럼 관련시설 들어갈 때 절차가 빡세지고, 기술접근에 있어서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지만, 진짜 문제는 한국이란 나라가,

 

“저색희들 핵 개발하는 거 아냐?”

 

“저색희들 위험한 나라라는데?”

 

란 딱지가 붙는다는 거다. 기껏 올려놓은 국격을 옹골차게 말아먹는다는 거다. 자, 문제는 에너지부가 왜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거냐는 거다.

 

바이든 윤석열.jpg

 

 

핵을 개발해야 하나?

 

2012년 대권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전 의원은, 

 

"우리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역설적으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며 당장 자체 핵무기를 갖지 않더라도 적어도 보유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라며,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발언을 들었을 때, 

 

“대통령 되긴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이 당시까지 외교가에 공공연하게 떠돌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미국은 핵무장을 주장하는 권력자를 용인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선후보 당시, 그의 측근그룹이나 전문가 집단 일부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시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

 

란 말이 나왔을 때, 

 

“야, 진짜 세상이 바뀐 거야? 아니면, 저것들이 미친 건가?”

 

란 말이 튀어나왔다.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이 부분은 조금 있다 설명하겠다) 바이든 정부 당시에 미국은 한국에 명확하게 사인을 보냈다.

 

“너네 핵개발 하지 마.”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나온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때문에 한국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 

 

핵탄두 보유 현황.jpg

출처 - 한겨레 (링크)

 

원래 바이든이 대통령 되기 이전부터,

 

“핵무기 싫어. 핵무기의 역할을 줄여나가야 해!”

 

라고 말하던 사람이라, 바이든이 정권 잡은 뒤 핵무기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관심이 집중 되긴 했었다. 이게 당연한 게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제공해 줬던 핵우산이 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민주당... 아니, 오바마 정부 때부터 그런 느낌은 있었다. 오바마 때는, 

 

“핵무기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

 

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이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미국 동맹국들이 길길이 날뛰었던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핵 선제 불사용(NFU : No First Use)> 채택이다. 이게 겉으로만 보면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너네가 쏘기 전까지 우리 핵 안 쏜다.”

 

그야말로 평화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보인데, 이게 미국 정도 되면 말해도 되지만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국가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소리다. 왜? 크게 두 가지 쟁점으로 말할 수 있겠는데,

 

첫째, 레드팀이 먼저 핵을 같은 징후가 보였을 선제타격 옵션이 사라진다.

둘째, 대규모 재래식 공격 핵으로 이걸 막을 옵션이 사라진다.

 

라는 거다. 첫 번째 이슈부터 생각해 보자. 당장 북한만 보자. 북한이 한국에 먼저 핵을 쏘겠다는 징후가 보인다. 이때 먼저 때리자는 게 한국이 내놓은 <한국형 3축체계>다. 핵이 등장한 이후로 현대전에서 ‘선빵’은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정도로 그 의미가 커졌다. 그런데, 뻔히 핵을 날릴 게 보이는데, 이걸 맞자고?

 

두 번째 이슈가 바로 재래식 공격이다. 소위 말하는 ‘물량공세’다. 냉전 시기 소련의 기갑웨이브가 덮쳐오면, 서방은 버티다 안되면 전술핵 쏘는 옵션이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중국이 재래식 전력으로만 ‘물량전’을 펼치면, 이건 핵 없이는 답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내놓으면, 동맹국들 입장에서는

 

“우린 죽고, 너 혼자 살려는 거냐?”

 

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 핵태세 검토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동맹국들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빼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었던 걸 보면,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2022년 10월 27일 미 국방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를 발표한다(이때 국방전략서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도 같이 발표했다).

 

문제는 이 핵태세 검토보고서가 나온 뒤에 이걸 받아들이는 미국 동맹국들의 온도차였다. 

 

바로 옆 일본, NATO 국가들, 호주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불만은 있지만, 뭐... 미국이 알아서 하겠지.”

 

란 반응이었다. 당장 미국이 저러는데, 동맹국들이 뭘 어쩔까? 그리고 이들은 한국과 같은 위협이 눈 앞에는 없다. 한국은 당장 북한이라는 ‘골칫덩어리’가 툭하면 미사일 쏘고, 핵실험 하는 통에 핵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상황이었다.

 

자, 문제는 여기서 윤석열이 등장했다. 

 

윤석열 핵개발.jpg

 

 

북한의 핵과 한국의 핵이 다른 이유

 

2023년 1월 2일 윤석열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 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라는 발언을 한다. 바이든은 한마디로,

 

“NO"

 

라고 말했고, 이걸 또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변명을 하게 된다. 

 

2023년 1월 11일 외교부, 국방부 업무보고의 마무리 발언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중략) 그렇게 되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

 

라고 말하게 된다.

 

(이걸 생각하고 말한 건지, 아니면 무심결에 나온 건지...)

 

이게 사태가 커질 것 같자, 다음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북핵 위협이 심각해지거나, 도발이 더 심해지는 경우라는 전제가 있었다.”

 

라며 진화를 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에 가서도 마음만 먹으면 1년 이내에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뭐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채택됐고, 그 결과 핵협의그룹(NCG : Nuclear Consultative Group)이란 게 만들어졌다. 이건 나토에 있는 핵기획그룹(NPG)의 하위호환모델 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뭐 어쨌든 윤석열은 이걸 대단한 ‘성과’인냥 말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주구장창 ‘핵’과 관련된 발언을 계속 이어나간다. 언제까지? 2024년도까지 말이다. 

 

워싱턴선언.png

 

까놓고 말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준핵보유국(quasi nuclear weapon state)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저색희들은 마음만 먹으면 핵 개발할 수 있는 나라.”

 

라고 보는 거다. 핵무기라는 게 핵물질, 기폭장치, 운반체계로 나눌 수 있는데, 당장 월성 원자로 4개를 풀로 돌리면 매년 2.5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거면 넉넉 잡고 4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재처리 시설을 만들어야겠지만 말이다.

 

(2024년 10월 말 조현동 주미대사는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미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핵 재처리를 하겠다고 했었다. 물론,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미국 대사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핵’에 경도 돼 있었다)   

 

기폭장치?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 동안 무기 만든 세월이 있지 않은가? 운반체계는... 현무 시리즈 미사일만 봐도 답 나오지 않는가?

 

언론에서는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얼마 만에 만들 수 있는지를 말한다. 어떤 전문가는 6개월, 다른 이는 1년을 말하고, 안정적으로 2년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핵무기.png

 

이 모든 것의 총합은,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핵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 능력은 옆 나라 일본도 가지고 있고, 대만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의 공통점은 다 같이 핵을 개발할 능력이 있고 이걸 한 번쯤 시도해 봤다는 거다.

 

중요한 건 이들 나라와 한국의 차이점이다. 

 

한국은 비중 있는 지도자(대통령이 나서서)가 나서서 핵개발을 말했고, 국민들은 덩달아서 이를 지지했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지난 10년간 핵무장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지여론은 50~60%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핵개발 능력이 있고”

 

“그걸 국민 여론이 원하고 있고”
 

“이걸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이 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인 거다. 이런 한국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정세, 특히나 한국과 같은 수출경제로 먹고 사는 국가에서 핵개발은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당장 에너지와 식량 두 개를 다 외국에 의존하는데), 국제적인 반발과 제재를 뚫고 나가야 한다.

 

자, 이 모든 걸 차치하고 북한의 핵과 한국의 핵은 다르다. 

 

북한의 핵은 간단히 말해서, 

 

“그래, 알았다. 한 번 똥 싸봐라.”

 

이런 느낌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딱 그 수준이다. 까불고 떠들어 봐도 동북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이 괜히 대륙간 탄도탄이라며, 미국을 노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

 

“나, 너네 때릴 수 있어!”

 

를 말하려는 거다. 딱 거기까지인 거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한국이 핵을 개발하면, 당장 일본도 뛰어들 것이고, 일본이 만들면 대만도 덩달아 덤벼들 거다. 걔들도 중국 상대하려면 핵이 필요 할 테니 말이다. 핵 도미노가 시작되는 거다. 

 

한국이 핵을 가지는 순간, 이 일대는 핵을 가지겠다고 너나 할 거 없이 덤벼들 거란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이 공공연하게 핵을 만들겠다고 떠들고 다닌 거였다. 바이든 정부에서 한국을 민감국가로 올린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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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리면 : 잘하자...

 

물론, 누군가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핵태세 보고서를 ‘저딴 식으로’ 만들었으니, 한국이 뭐라도 얻기 위해서는 ‘핵무장’이라는 카드를 꺼내야 하는 게 아니었냐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이제 좀 솔직해 지자.

 

윤석열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핵무장’ 발언을 했을 거란 착각은 그만 하자. 그의 행적들을 보면 이건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을 거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을 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큰 경계를 받지 않는 게,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고(6~70% 대이다),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비중 있는 정치지도자가 없다. 문제는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거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이 핵무장을 고려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바로 옆나라 일본과의 관계만 생각해도 이런 발언은 신중해야 하는데, 윤석열은 그냥 내 달렸던 거다. 북한이 있기에 북한의 핵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나왔겠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누군 핵이 좋은 걸 몰라서 안 가지고 싶어하는 걸까? 우리나라 대외의존 비율은 상당히 높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핵을 가짐으로써 포기해야 할 다른 가치들을 생각해 보면, 핵보유를 쉽게 말할 수 없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은 아직 핵을 가질지 말지를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섣불리 입밖으로 꺼내 다른 국가들의 ‘오해’를 사는 경우다. 이번 민감국가 지정이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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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정말 ‘핵보유’를 생각했다면, 핵보유 발언을 쏟아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핵을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반대급부들에 대한 계산도 없었을 것이고, 핵무기 개발 계획은 물론, 핵물질을 어떤 식으로 수급할 지에 대한 생각도 안했을 거다. 그냥... 정치적인 수사이고, 발언이었을 뿐이다.

 

당장 기분은 좋고, 지지율도 끌어 올릴 순 있었겠지만 그 다음은 뭔가? 윤석열이 그렇게 좋아하던 국격이 떨어지는 거다.

 

정말 작정하고 핵을 가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말하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준비했을 거다. 역대 정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우라늄도 농축하고, 플루토늄도 추출하고 했지만 일반대중에게 알려진 건 거의 없다. 

 

진짜 만들려고 했다면, 정말 아무도 모르게 했을 거다. 윤석열은 핵을 만들 생각도 없었으면서 그냥 변죽만 울렸고 그 결과가 지금 돌아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