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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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는 천재 모차르트와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살리에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실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에게 그런 감정을 굳이 가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부족한 것 없는 당대의 뛰어난 음악가였기 때문입니다만 영화에선 둘의 관계를 그렇게 다뤘습니다.
예전에 봉준호 시주를 모차르트에 박찬욱 시주를 살리에르에 비유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견 이해가 가는 면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두 시주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뉴진스와 에스파 중 누가 위냐? 이소룡과 성룡 중 누가 더 위냐?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같은 질문처럼 누가 더 위에 있나 하는 질문은 흥미롭습니다.
주로 영화를 더 하드하게 보는 이른바 시네필들은 박찬욱 시주를 더 뛰어나다고 말하고 대개의 시주는 봉준호 시주가 더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만공스승도 누가 더 뛰어난 감독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취향의 문제이지 누가 더 위냐 아래냐를 논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두 시주다 보니 우열을 말하기 어려웠습니다만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기점으로 우열이 어느 정도 갈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번 <미키17>으로 확실히 우열이 갈려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생충> 이전까지는 봉준호냐 박찬욱이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만, <기생충>으로 봉준호 시주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자 봉준호는 세계 최정상 아니겠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박찬욱 시주는 봉준호를 뛰어넘겠다 혹은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박찬욱 시주는 <헤어질 결심>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만공스승은 <헤어질 결심>을 본 후 영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박찬욱 시주가 봉준호 시주와 <기생충>에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도전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시주의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른 점은 불편한 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혀를 자른 후로 박찬욱 시주의 영화에는 항상 마음이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모호필름이라는 박 시주의 영화사 이름처럼 박찬욱 시주의 영화는 늘 관객들을 모호하게,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에선 그런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체로 분명하며,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봉준호 시주의 영화처럼 숨겨놓은 코드나 기호들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시주가 <기생충>에 대해 평가한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했다’는 말처럼 기생충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들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시작하자마자 산에서 떨어진 사람의 죽음을 다룹니다.
박찬욱 시주는 헤어질 결심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나도 봉준호처럼 대중들이 환호할 만한 영화 찍을 수 있는데 안찍는거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최동훈 감독 영화보다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거기서 굳이 자기와 라이벌리가 형성되어 있는 봉준호가 아니라 최동훈 시주를 언급한 점도 재미납니다. 더 재미난 점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최동훈 시주의 <외계+인>보다 박찬욱 시주의 <헤어질 결심>이 좀 더 흥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외계+인>이 워낙 망한 덕이기는 하지만 박찬욱 시주는 목표를 달성한 셈입니다.
만공스승은 봉준호 시주가 SF와는 잘 맞지 않는 결을 가진 창작자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창작물 중 상당수가 SF임에도 불구하고 <괴물>을 제외한 <설국열차>와 <옥자> 등을 보면서는 봉 시주의 다른 창작물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SF는 무한한 시공간에서 유한한 존재를 다루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쓸쓸함이라는 정서를 담고 있어야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봉준호 시주는 SF적 쓸쓸함을 다루는 데는 능숙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연유로 봉준호의 SF 영화들은 무언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떨어지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봉준호 시주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의미입니다.
<미키17>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봤습니다만, 관람 후에 <미키17>은 좀 다른 각도에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링크)
박찬욱 시주를 포함한 영화인들이 대거 윤석열에게 불려 간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김건희는 박찬욱 시주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탐미주의적 성향을 지닌 박찬욱 시주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주면 좋겠다는 천박하고 유치한 발상에서 한 이야기일 테고, 박찬욱 시주는 당연하게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무시했겠지요.
만공스승은 <미키17>을 보면서 봉준호 시주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탐미주의, 유미주의 성향을 지닌 박찬욱 시주와 달리 봉준호 시주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 이상한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김건희는 박찬욱 시주에게 제안했는데 봉준호 시주가 그 먹이를 물어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겠지만 <미키17>은 김건희와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위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출처 - 영화<미키17>
<미키17>은 윤석열의 계엄을 다룬 영화입니다. 세계의 많은 시주들이 영화를 보며 자기 나라의 나쁜 정치인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나쁜 정치인들이 대체로 비슷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봉준호 시주가 한국인이며, 한국의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박찬욱 시주의 일화를 봉준호 시주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키17>은 대한민국에 대한 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키17>은 아내에게 조종당하는 독재자, 독재자를 조종해 중생들을 괴롭히는 아내 그리고 그들의 대머리 비서가 나옵니다. 그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선량한 원주민 크리퍼를 제거하고 권력을 더 공고히 하려고 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윤석열과 김건희 그리고 한동훈. 윤석열이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고 계속 권력을 잡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실패한 과정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너무 직접적이어서 식상할 정도입니다. 소름이 돋는 건 봉 시주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영화를 찍은 건 계엄이 실행되기 훨씬 전이었다는 점입니다.
창작이란 위대한 일입니다. 창작자들은 시대의 필요를 선제적으로 감응해 시대가 원하는 창작물을 내놓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마침내 시대를 바꾸기도 합니다. <미키17>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이고, 이제 개봉을 했는데도 마치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예견했다는 듯 현실을 ‘복붙’해 놓았습니다.
출처 - 영화<미키17>
대머리 비서가 계속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한동훈은 검사 시절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기자들을 이용해 검찰의 언플을 담당했었습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할 때 정의의 화신처럼 기사가 나온 것도, 한동훈의 형광펜이 제다이 광선검이란 기사가 나온 것도 한동훈의 작품입니다. 안경을 쓴 대머리 비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독재자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모습도 현실과 판박이였습니다.
어떤 시주들은 <미키17>이 재미없었다고 하고, 어떤 시주는 재밌었다고 합니다. 평이 갈립니다. 만공스승도 <미키17>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미키17>은 계엄 이전에 계엄을 그려놓은 예언자적 작품이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키17>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미키들처럼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들은 독재자의 폭거를 막아냈습니다. 영화 속 독재자와 그 부인처럼 내란범 부부도 비슷한 최후를 맞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무관셈보살.
사족. 사실 창작에 우열을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창작물은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 시주의 창작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이야기들이라면 박찬욱 시주의 영화는 개인의 내면을 농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라 그 결이 많이 다릅니다. 다만 두 시주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고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라 이렇게 자주 비교되는 것이겠지요. 만공스승도 둘의 우열을 논하기 위해 이 강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시주의 우열 비교는 그저 심심풀이로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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