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를 보유한 경제부총리

최하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2억 원가량의 미국 국채를 매입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최상목의 미 국채 사실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년 전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당시에도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될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우리나라 경제가 하락하고, 미국 경제가 좋아질 때 수익이 좋아지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단 사실이 비판받자, 그는 미 국채를 매도하겠다고 약속한 후 실제로 매도했다.
그런데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이후, 다시 미 국채를 매입하여 지금껏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2025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은 매년 공개된다)
최상목은 미 국채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아니며, 미 국채(약 2억원)보다 한국 국채(약 2억 4천) 보유량이 더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법이란 양심과 도덕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양심적 행동을 명문화하여 법으로 만들어둘 순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공직자가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공직자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환율 방어의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우리나라 경제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미 국채를 보유했단 사실이 당당할만한 건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부총리로서 옳지 못한 행동임을 알았기에 2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후보자가 이 상품으로 돈을 벌려면 환율도 올라가야 되고 금리 격차도 높아져야 되는, 우리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득이 나는 상품이라는 거예요.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이런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게 맞습니까?”
라는 국회의 지적이 나오자, 최상목이

“그렇게 이해하셨다면, 부적절했다면 제가 그 비판을 수용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뒤 해당 미 국채 상품을 매도한 것이지 않나.
(사실 최상목은 경제부총리가 되기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기 때문에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아니었더라도 당시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단 사실은 비판받을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 문제 없다며 당당하게 행동한다. 화장실 가기 전후의 마음이 너무 다르다.
그렇다면 최상목이 투자한 미 국채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채권이란 무엇인가
채권은 쉽게 말하자면, 차용증이다. 개인이, 법인이 그리고 국가 단위에서 돈을 빌리며 그 증거로 발행하는 공식 문서인 것이다. 미 국채라는 것은 미국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이다. 즉, 미국 정부에서
“여러분, 우리 미국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시면(채권을 사면) 만기 날짜에 이자(채권의 금리)와 함께 상환하겠습니다.”
라고, 약속한 것이다.

출처-<어린이 경제신문>
경제의 근본이 그렇듯 채권도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즉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다른 곳보다 금리를 높여야(이자를 많이 줘야) 채권이 잘 팔리게 된다.
채권의 특징이라면, 액면가와 구입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채권은 액면가, 만기, 이자율을 표기하여 발행한다. 10만 원짜리 채권의 만기가 10년이고 이자가 2%라면 10년 뒤 2%의 이자를 포함해서 돈을 돌려받는다. 다만, 대부분 채권은 ‘할인’이라는 방식으로 시장에 판매한다. 액면가가 10만 원인 채권을 9만 8천 원에 (할인)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입자 입장에서는 9만 8천 원에 산 채권을 만기에 차액 2천 원과 이자까지 함께 받게 되고, 이것이 채권의 수익률이 된다.
채권의 특징은 이게 끝이 아니다. 채권은 만기가 오기 전에도 처분이 가능하다. 다른 채권 수요자에게 팔 수 있다. 채권 수요자는 국가, 법인, 개인 등 다양한 개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채권 수요자끼리 거래를 하여 이자만 받다가 채권 만기 날짜가 다가오면, 그때 채권을 갖고 있는 이가 그 채권을 발행한 곳에서 채권의 액면가를 받는다. 이와 동시에 그 채권이 처분된다.
이렇게 수시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수요자들 사이에서 수시로 변한다. 내가 구입한 채권 가격이 만기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기준금리 1%일 때 발행한 채권의 이자가 1.5%라면, 사람들은 은행 예금보다 채권 투자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자율이 더 높으니까. 하여, 채권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후 기준금리가 2%가 되면, 1.5%짜리 채권은 예금보다 매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그럼, 채권을 발행하는 쪽에서는 기준금리보다 높은 이자인 2.5%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발행했던 이자율 1.5%짜리 채권은 더욱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 상황에선 1.5%짜리 채권을 구매한 이들은 (원래 가격으로는 수요자가 없으니) 채권을 손해 보고 팔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라면, 1.5%짜리 채권 가치는 상승할 테고, 추가적인 이익을 받고 팔 수 있다.
이 외에도 채권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이런 복잡함이 채권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채권에 대해 아주 쉽게 풀어보자면 이런 식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에 영향 미치는 요소
다른 국가 사이에서 채권 거래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환율’이다.
채권의 이자와 수익률은 차치하고, 100달러짜리 채권을 구입할 때의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만기에 그대로 100달러를 받는데, 환율이 상승하여 1,400원이 되었다고 하면? 내가 살 때는 130만 원을 줬지만, 만기에는 14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1,200원이 되었다면 만기에 받는 돈은 120만 원으로, 환율 변동에 의해서만 10만 원의 손익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어떤 식으로 변화되었을까?

24년 9월 최 저점인 달러당 1,307.8원을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하여 현재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만약 2024년도 9월경 미 국채권을 매입했다면, 현시점 환율로만 10%가 넘는 환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환율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변수들로 결정되다 보니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환율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국가 간 “금리 차이”는 제법 중요한 요소다.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듯, 예를 들어 미국이라는 은행의 예금 금리가 5%고, 한국이라는 은행의 예금 금리가 3%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어떠했을까?

코로나 시기가 끝나고 미국이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한국의 기준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하여 2%까지 격차가 벌어진 상태로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왔다. 사실, 이 정도로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환율은 진작부터 상승했어야 하는데, 24년 3/4분기까지 생각보다 큰 변동이 없었다. 우주의 기운이 한국을 도와줬다거나 한 건 아니고, 국고를 열어서 환율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화보유액은 4,692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외화보유액은 계속 줄어들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하면서부터 한미 기준금리 역전 등을 이유로 환율이 상승할 때 금리 인상 등 정책을 통한 환율 방어보다, 국고인 외화보유고를 털어서 환율 방어를 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여기까지 정리해 보면, 미국은 24년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확실시된 상황이고,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 및 여러 이유로 환율은 상승하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외화보유고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시점 외화보유고 상황
현재 한국 상황
문제가 되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 아래 2명의 부총리를 둘 수 있는데,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이를 맡게 된다. 그냥 부총리가 아니라 “경제부총리”라고 칭하는 이유도, 기재부 장관으로서 경제 분야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다 보니 붙게 된 이름이다.
기획재정부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국의 재정,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국가전략과 조세, 외환의 총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곳이다. 이를 통해 국가 예산을 수립하고 관리하며 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하는, 행정기관 중에서는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부서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며,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은 독립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데 개입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 7명 중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및 타 기관의 추천 인사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는 독립적이나 실제로도 아예 독립적이라고 장담할 순 없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이기에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 공직자들의 정책 방향을 따르게 된다.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2024년 한국의 외환시장이 종전 3시 30분 마감에서 새벽 2시(런던증권시장 마감 시)까지로 연장되었다. 외환시장개방이라고도 표현했는데, 국제시장 관점에서 봤을 때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이것과 같이 봐야 하는 게 하나 있는데,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계획이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확보를 위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행하게 되는데, 외화표시채권과 원화표시채권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에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고, 2025년에도 연속해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 또 곧이어 원화표시채권도 발행할 예정이다. 원화표시채권의 경우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발행하는 것이다.
통상 원화표시채권은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화표시채권은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발행한다. 2년 연속 외국환평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모습을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환율 방어를 위한 자금이 부족하구나!”
라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 판단 할 수 있기에 보유한 원화 및 원화 투자자산을 매도하고 달러로 바꾸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화가 풀리고 달러가 줄어드니 환율은 더 상승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목은 미 국채를 보유했다. 이 광경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어떻게 보여질까.
궁색한 최상목
최상목이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한 시점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추측을 해보자면, 2024년 하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외환시장 개방으로 초반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일시적이나마 외화가 유입되어 환율이 안정화되었을 시점으로 추측된다. 이후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투자한 미국 국채의 환차익이 발생했을 거다.
아마 최상목은 미국 국채를 투자하면서 확신에 가까운, 아니 확실하게 수익이 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최상목이 고의로 환율 격차나, 금리 격차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서 수익을 보려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랬다면 겨우 2억 원의 투자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경제부총리로서 국가의 경제적 방향을 제시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일반인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본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게 고민해야 했다. 게다가 최근 3달 동안 그는 단순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그렇게나 투자로 돈을 벌고 싶었다면, 고위 공직자를 하면 안 됐다. 그중에도 특히 경제 관련해서는 더욱 종사하면 안 됐다.

출처-<연합뉴스>
그가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무게를 몰라서 미 국채를 보유했던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는 최소한 2년 전 인사청문회에서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미 국채 보유 비판에 대해 “수용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미 국채를 다시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니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말로만 일관할 뿐이니 참으로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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