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 제위께서는 우왕좌왕하고 두서가 없는 시리즈의 연재에 대해서 다소 혼란을 느끼셨을 거다. 사실 인류 역사 300만 년을 고작 몇 페이지로 줄여서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각 시대별로 너무 상세한 역사학에선 묻히기 쉬운 뭔가의 맥락을 골라서 말해보려 노력했다.
자~ 이번 편이 바로 그것이다. 굳이 번잡하게 3편에 이르는 수식어를 덧붙여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 바로 지금 우리 인류를 지배하는 힘의 본질적인 근원에 대한 설명이다.
인류 문명이 국가 조직화되어 신앙-경제-군사력-수송수단-에너지를 거치면서 약간씩 패러다임이 변화해왔다.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나고 이러한 상황은 완전히 급변한다. 바로 핵무기와 우주로켓의 개발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정세는 '대항해시대' 이후론 처음으로 전혀 다른 신세기에 접어든다. 신대륙 발견과 함께 주로 서구 문명이 지구를 지배하면서 서구 문명의 운영 틀에 맞춰서 범지구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룰이 결정되었다. 이슬람이나 중국, 인도 등의 다른 거대문명도 결국 서구 문명의 경제력과 과학기술, 그리고 군사력에 압도당하며 굴복한 게 고작 1~2세기 전이다.
16~19세기에 이르는 서구 문명의 지구 정복은 사실 전통적인 종교의 힘은 아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국가주의가 결합한 제국주의적 룰이 전 세계에 파급된 시기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될 무렵에 이미 지구는 석유와 함께 금융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점령당했다. 국가주의는 차츰 쇠퇴했으며 돈줄과 생산력을 가진 자가 지구를 지배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에 출현한 공산주의는 러시아 혁명 이후로 차츰 세계로 파급되었고, 2차대전에서 소비에트연방의 승리, 중국 공산당의 대륙정복, 제3세계로의 공산주의 팽창과 서구 문명의 금융자본주의 룰에 거부하는 독자적인 범지구적 경제생태계가 형성되면서 미국-영국을 위시로 하는 자본주의에 따른 세상을 움직이는 독점적 룰이 무너진 것이다.
2차 대전 이후에 미국은 일부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전체 부의 약 40~50%를 차지하였다. 단 한 개의 나라가 저토록 압도적인 부와 생산력, 거기에 동반된 기술까지 갖춘 사례는 인류 역사상 보기 힘든 일이다. 중국이 한나라, 명나라 시절에 지구 전체의 전체 GDP 절반을 차지한 예가 있다고 중국 측 학자들은 자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륙이 단절된 과거의 일이다.
미국은 혼자서 세계 나머지 모든 나라와 싸워도 될 만큼 막대한 군수물자와 무기를 혼자서 생산해냈다. 과학기술력조차도 막대한 자본과 자원, 그리고 국제적인 인재를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정책 등이 동반되면서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혼자서 앞서가기 시작한다.
소련은 2차대전을 통해서 획득한 막대한 군사력과 자본주의/제국주의에서 고통받던 제3세계에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포교를 통해서 미국을 위시한 서구 문명의 룰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와 룰을 갖추게 된다.
아마도 예전처럼 고전적인 힘의 논리가 적용되었으면 소련도 서구 문명에 대항하여 그리 오래 버티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련은 워낙 큰 땅덩어리 덕분에 어느 정도 자원의 독자적인 수급이 가능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쉽게 할 수 있는 공산주의 특성상 산업생산력도 급속히 증가시킨 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삶의 질이 어떻게 되었는지의 문제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련과 일부 동유럽 위성국가들, 그리고 막 공산화된 중국은 미국과 서유럽을 위시로 하는 기존 서구 문명의 틀에 짜여진 서방진영에 대해서 생산력과 군사력 모두 열세였다. 자원 중에서 인적 자원으로만 (중국 덕분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던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가 만들어졌다. 핵무기는 단순히 군사 전술적인 면을 떠나서 국제 정치,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략무기이다. 전략무기라는 용어는 아마도 핵무기의 등장과 함께 출현했으리라.
인류 역사상 기존의 대다수 대규모 군사전쟁이나 경제적 대립에서 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게 국가의 생산력과 경제력이다. 경제력에는 인구수, 석유와 같은 중요자원의 획득 유무가 포함된다. 그런데 핵무기는 이러한 군사력과 경제력의 차이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략무기이다.
핵무기는 원래 유럽의 이론과학에서 출발한 어떤 공식에 의해 시작된다. 그리고 사실 매우 간단하다. "어떤 물질이든 에너지로 치환할 수 있다." 물질이 질량을 에너지로 변환하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게 핵에너지이다. 2차 대전 때 독일도 핵폭탄을 연구했지만 산업공학 능력 차이와 경제력, 그리고 생산력에서 압도적이었던 미국이 결국 완성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원시적인 농업국가 정도로 여겨졌던 소련도 얼마 안 돼서 핵폭탄을 개발한다. 혹자는 핵무기가 엄청 대단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질적으론 전자레인지 원리보다도 더 오래된 구식 과학기술이다. 물론 수소폭탄, 중성자폭탄 등과 같은 다양한 핵무기의 개발에는 충분한 실험경험이 필요하고 실험장소 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약소국이 핵무기 개발하려고 하면 초강대국이 일단 먼저 조져버린다. 금융이나 정치, 외교적 압박을 하고, 그것도 안 먹히면 침공하거나 이웃 국가와 전쟁을 부추겨서 멸망시켜버린다. 핵무기 보유 자체가 갖는 절대적이고 실효적인 힘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과 소련은 1950년대에 이미 서로를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핵무기 보유량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세계는 초강대국 2강 체제로 접어들어서 다른 나라들은 미-소 경쟁체제에 머리를 들이밀 여지가 없었다.
소련은 사실 최전성기에도 전 세계 경제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0%도 되지 않았다. 공산권 국가들의 셈법은 자본주의 국가들과는 달라서 정확히 환산은 어렵지만 1950~1970년대에 걸쳐서 공산권은 전 세계 부의 1/3 가량도 점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미국은 나머지 2/3의 부 중에서 절반 가량을 혼자서 독식했었다. 오일쇼크 이전까지는...
믿기지 않겠지만 아폴로 계획이 추진되었던 1960년대의 공식적인 미국 GDP는 측정 가능한 나머지 국가들의 모든 총합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공산권 국가들만 측정이 불가능했으므로 제외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에 이미 미해군은 전 세계 모든 해군 군함 총톤수보다 더 많은 톤수를 유지했다. (공산권 국가까지 포함한 수치다)
그럼에도 소련은 경제, 군사적인 열세를 핵무기로 극복했다. 핵무기 왕창 터트리면 어차피 서로 상대방을 지워버릴 수 있으니까 그깟 몇 배의 국력 차이는 무시할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재래식 군사전력은 마치 지금의 북한처럼 국력을 총동원해서 유지하면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는 것 이상으로 크게 유지할 수 있었으므로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은 계속 증강되어 일견 미국과 맞짱 뜰 만큼 거대하게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댓가로 소련은 물론 뭔가를 희생했지만.
이번 편의 주제는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이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고스트라는 유닛이 레이져 포인터로 겨냥한 곳에 떨어지는 핵탄도미사일이 발사될 때 울려 퍼지던 친숙한 목소리가 기억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를 대량 보유하면서 재래식 군사력의 의미와 경제력과 생산력 격차는 다소 무의미해진 면이 있다. 지구를 지배하기 위해선 더 이상 돈이 훨씬 많거나, 군사력이 훨씬 강할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기술력 격차를 말하지만 사실 이것도 무의미하다.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있더라도 이미 좁아터진 작은 지구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선 기존의 핵무기들만으로 충분하다. 설마 외계인과 행성 간 전쟁을 할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러나 핵무기만 보유한 미국과 소련은 서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핵무기는 비교적 덩치가 큰 폭탄이고, 그걸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적국의 주요 도시들 위에 날아가거나 육상으로 운반해서 터트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던 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군의 폭격기 세력이 강력했다. 그래서 만약 미-소간에 핵전쟁이 발발해도 거대한 미국의 폭격기들이 핵폭탄을 잔뜩 탑재하고 소련 곳곳으로 날아가서 투하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폭격기들이 미그-15기에 털리고 말았다. 소련은 원시적인 농업국가가 아니라 이미 근대적인 산업국가였던 것이다.
미국은 폭격기를 계속 개량하여 초음속 폭격기, 심지어 마하3의 속도로 초고고도를 날아가는 SR-71과 유사한 환상적인 폭격기마저 개발했었다. 저런 폭격기는 기존의 대공미사일이나 전투기로 요격할 수 없다. 미국이 저런 폭격기를 개발하자 소련도 어쩔 수 없이 초고고도 초고속 요격기를 개발했다. 환상의 전투기라는 미그-25도 실은 저런 우여곡절 때문에 만들어진 특수목적용 물건이다.
물론 유럽의 전장터에서 조우하는 나토군과 바르샤바조약군은 서로 지근거리에서 교전하면서 대포나 전투기 등을 통해서 핵폭탄을 서로 사이좋게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본토, 드넓은 소련 본토 곳곳을 전략적으로 파괴하여 생산능력을 억제하는 수단으로는 핵폭탄이 조금 애매했다. 몽땅 지워버리는 거라면 몰라도 지워야 할 목표지점으로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법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친절한 나치독일은 '탄도미사일'이라는 물건을 대신 만들어줬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은 사이좋게 그것을 나눠 가진다. 탄도미사일은 발사하면 일단 우주권까지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낙하하여 지구 반대편의 목표지점에 엄청 빠른 속도로 도착한다. 그리고 워낙 속도가 빨라서 미국-소련 간에 고작 30분이면 편도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대포알보다 10배 가량 빨라서 어떠한 요격무기로도 요격할 수 없는것은 덤이다.
"핵무기는 탄도미사일과 결합한 상태이어야 완전체가 된다."
자~~ 미국과 소련은 서로 상대방을 완전히 지도에서 지울 수 있는 수량의 핵폭탄을 보유했다. 그리고 그런 핵무기를 버튼만 누르면 30분 만에 무사히 배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운반하는 도중에 서로 방해는 못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이렇게 돼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이 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군사력이 경제력에 예속되지 않고 오히려 상위개념이 되는 듯한 시기가 도래 한 것이었다. 어떤 나라든 충분한 수량의 핵폭탄과 탄도미사일만 있으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력과 생산력, 기술력이 있어야 획득이 가능하다. 우라늄과 같은 자원의 확보, 핵무기 실험장과 같은 요소도 있기에 핵전력을 온전히 완성하려면 국가의 규모도 있어야 실질적으로 해볼 만 했다.
여기에 더해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조합으로는 발사하고 고작 몇십 분이면 상대국가를 완전 굴복시킬 수 있어서 선빵 때리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만약 무방비상태에서 핵선제공격을 당하면 보유한 핵무기를 쏴보기도 전에 넉다운된다. 그래서 전략원잠이란 물건을 만들어서 북극해에 서로 숨겨놓기 시작했고, 핵미사일 기지를 먼저 때리기 위해 더욱 많은 핵무기가 생산되며, 이동식 핵탄도미사일이 개발된다. 막판에는 우주공간에서 레이져로 핵미사일을 폭파시키는 기술까지 연구했다.
이미 지구 인류를 혼자서도 몽땅 멸망시킬 핵군사력을 갖춘 미국과 소련은 그들의 절대 지위에 다른 국가들이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금도 영국, 프랑스, 중국은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핵군사력을 용인받은 강대국들이지만 지구 인류를 혼자서 멸망시킬 수준은 되지 않는다. 그저 한두 개 국가를 멸망시킬 정도? 물론 요즘 중국이 미국, 러시아에 이어서 혼자서 세계를 멸망시킬 절대자 권좌에 같이 합석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등장으로 인해 다소 소외되었던 금융과 경제력, 석유의 힘이 다시금 대두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의 금융자본주의는 계속 세계를 주름잡았으며, 소련과 중국 등의 일부 세계에만 통용되던 공산주의 경제체제는 꽃을 피운 지 수십 년만에 급속히 퇴락한다. 발전된 서구 금융자본주의, 그리고 돈질에 익숙한 미국의 군사비 경쟁 가속화에 의해 소련도 대응하느라 같이 돈질 싸움을 한다. 핵전력은 어차피 서로 사용하면 상호 공멸이니, 지협적 다툼에서 사용될 재래식 전력의 경쟁도 치열해진 편이다.
핵무기는 처음 등장했을 때 너무 강력한 위력 때문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힘의 차이를 확고히 했었지만, 그로 인해서 서로 가진 자들끼리는 또한 사용하기 애매한 물건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 나머지 나라들은 그러한 핵무기 강국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어느 한 쪽의 등 뒤에 숨어버렸다.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쓰기 애매한 상황에서 전 지구적인 군사적 경쟁은 어렵지만 지역적인 경쟁은 이어졌고, 이를 위해서 재래식 전력은 여전히 유효했던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1990년대로 접어들 무렵에 소련은 경제적, 내부적인 문제로 스스로 붕괴한다. 절대 2강 체제에서 한 쪽이 스스로 기권패한 것이다. 그 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자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한때 종교, 경제력, 기술력, 운송수단, 자원에서 막판에는 핵미사일까지 이어지면서 시대별로 변화했지만 결국 공통적으로는 '부'라는 요소가 핵심에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부'는 돈, 자원, 기술, 산업, 경제, 인구, 땅, 바다를 모두 통틀어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부'를 갖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필요하기도 하며, 군사력을 갖추기 위해서 '부'가 필요하기도 하다.
소련은 초기에 절대적인 핵군사력을 공산주의 체제의 장점으로 인해서 미국에 비해 열세인 경제력과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갈수록 고급화되는 핵무기 경쟁과,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한계, 그리고 근본적으로 지구상에서 소련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범위와 자원의 한계로 압박을 받다가 무너진다. 특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우주경쟁에서 스타워즈계획 때문에 미국의 돈질에 말렸다는 분석도 있다.
권투 경기를 생각하면 처음에 미국과 소련은 서로 동등한 체급과 힘을 지녔는데, 미국이 갑자기 비싼 건강식품 잔뜩 처먹으니까 거기에 쫄은 소련도 빚내서 같이 사먹다가 망해서 결국 쫄쫄 굶고 라운드에 오른 상황? 역시 돈질이 무서운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핵무기도 군사적으론 절대무기이긴 한데, 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미-소 냉전 막판에 왜 서로 인류 전체를 몇번씩이나 멸망시킬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던 걸까?
"내가 저쪽 핵기지를 폭격할 핵미사일 갖추면 저쪽이 내 핵미사일 날려버릴 핵미사일 만드니까, 난 또 그 핵미사일을 날려버릴 핵미사일 더 보유하고..."
미친 넘들이 아닌 이상 이런 중복 삽질은 안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은 그짓을 했다.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미국이 더 적극적이었다. 소련의 핵미사일 보유량이 더 많은 건 기술적으로 정확도가 낮았기에 그랬을 뿐, 실질적인 파괴력과 질적 수준으론 미국이 더 앞선 편이다.
그럼 돈질해서 미국이 최종적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에 오르긴 했는데 그게 오래 갔느냐? 그건 또 아니다. 돈질이 위력적이긴 한데 미국은 그 돈질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다. 그리고 미국이 전 세계 GDP 절반을 혼자 독식하던 시절은 옛말이고, 현재 세계 GDP 1위인 미국과 2위인 중국의 격차는 날로 좁혀지고 있다. (미국은 18조 달러쯤? 중국이 11조 달러쯤 된다)
냉전이 끝나고 핵무기의 위협에서 세상 사람들은 유일한 절대 강자 미국의 룰에만 적응하면 인류가 멸망할 위협에서 벗어날 줄 알고 좋아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과 소련에 이어서 여러 국가들이 절대적 군사력을 갖추려고 노력중이다. 골목길에 깡패가 2명이면 서로 싸우다가 타협할 가능성이 높지만, 깡패가 여러 명이 되면 골치 아파진다.
그리고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경제력에 있어서 거의 한 세기 가량 세계 최강이었던 미국의 입지도 차츰 약화되고 있다. 경제력이 강화된 국가는 군사력도 강화하는 게 수순이다. 미국이 절대 강국 시절에 구축해 놓은 자원 유통망과 금융, 그리고 경제적 룰이 지금 파괴되기 시작하고 있다.
적어도 2050년이 되면 이미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구주축국 세력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추격국 세력으로 나뉠 거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1차 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미국은 더 이상 없다. 단지 핵무기가 공평하게 세계를 인류 존재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릴 수 있고, 소련이 활개치던 시절처럼 미국이 힘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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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랑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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