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이나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보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빌드업 해낸 작가의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여러 등장인물 개개인의 서사와 그들의 관계, 주변인들과 만들어내는 작용과 반작용, 여러 선택과 우연이 제각기 존재감을 발휘해 이야기를 절정으로 이끌어 오는 데에서 경외감마저 들 때가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과거의 선택과 우연이 버무려져 현재가 만들어진다. 창작의 영역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의 스케일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윤석열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지성을 아득히 넘어선 신의 섭리가 존재해야 마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을 잡기 위해 윤석열이라는 용병을 당겨온 ‘자칭’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아예 민주주의를 부정하기로 한 윤석열 개인의 폭주, 사실상 윤석열의 모든 선택에 영향을 끼친 김건희, 대통령의 폭주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부역한 국민의힘, 반민주에 맞선 민주당의 저항, 검찰과 언론의 집단 린치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당시 야당 대표이자 현 대통령, 계엄을 막아낸 시민들과 부당한 명령에 소극적,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군인,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안위 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는 사람들의 작용과 자신을 던져서라도 이를 막고자했던 사람들의 반작용.
임기중 거부당한 특검이 재의결에서 단 몇 표라도 더 찬성표를 얻었더라면,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지금에 비하면 훨씬 약한’ 특검안을 받아들였다면 마주하지 않았을 결과.
특검으로 흥한 윤석열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강력한 특검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지고 있는 현실이다.
특검(혹은 검찰)은 수사 대상을 압박해 멘탈탈곡기를 돌리는 데 있어서 아주 메뉴얼을 만들어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를 체득하고 있다. 그 가운데 기본 초식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이 ‘단독 뿌리기’인데, 다수의 언론사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잘개 잘라 뿌려 놓으면 알아서 단독 기사가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진다.
내란 특검은 인적 규모나 수사 대상, 혐의 면에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별도로 공표하지 않아도 피의 사실은 온국민이 다 지켜본 터라 주저리 주저리 설명할 필요도 없다. 드넓은 바다에 우르르 몰려가 그물을 던지는 족족 대어가 잡혀 올라오는 형국이다. 어떤 언론사도 낙종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1일 1단독 하는 대동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단독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히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가는 기사도 많다. 그래도 상관 없다. 내일은 내일의 단독이 뜰 테니까. 단독의 일상화는 온국민의 관심을 한 시도 놓치지 않고 내란 수괴와 그 일당에게 묶어두는 효과를 자아낸다. 좁혀오는 수사망과 대중의 관심은 시너지를 일으켜 압박의 강도를 더한다.
7월 16일 자 뉴스
윤석열은 가히 ‘수괴’의 칭호를 들을만 하다. 그 흉포함과 야비함 어느 하나도 최종 보스급 빌런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가 부리는 법 기술 또한 그렇다. 비교를 불허하는 현란한 잔재주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침 없이 부린다.
윤석열의 수하나 다름 없는 검찰의 수사 국면에서는 약속 대련 같은 분위기 속에서 법기술을 시전하며 판사 도움까지 받아 잘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제 상대는 특검이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너를 아주 조사버리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저의가 일신의 영달인지 아님 정의감의 발로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윤석열이 드디어 임자 만났다는 것만 알면 된다.
하여, 내란 특검은 지금까지 윤석열이 걸어오는 모든 기술을 요만큼의 딜레이도 없이 즉각 받아치고 있다. 나아가 다음 수 다다음 수까지 미리 예상하며 포석을 깔고 있다. 소환 조사에 불응할 땐 기다렸다는 듯 다음 소환 일자를 통보하며 구속 영장을 향한 스텟을 쌓아올렸고 구속 후 조사에 불응하자 강제구인, 구치소가 인치에 실패하자 2차 강제구인, 3차 강제구인으로 망설임도 없이 응전하는 중이다. 윤석열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기 전부터 조사 없이 바로 기소하는 방안을 입에 올린다.
한 수 한 수에 거침이 없다.
언론을 활용한 특검의 압박은 단독 뿌리기 말고도 더 있다. 피의자의 대응 하나 하나에 대한 일종의 논평을 곁들여 여론을 주도하는 기술이다.
바로 위에 인용한 KBS 보도를 보면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행위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중인 특검이 언론을 손나팔 삼아 국민을 향해 ‘이 새끼 이러는 거 봐요. 이거 순 나쁜놈이에요!’라고 소리치는 꼴이다.
단순히 피의자의 피의 사실뿐아니라 피의자의 방어 행위와 논리까지 문제 삼아 프레임을 만들어 대중을 직접 설득하는 작업 또한 압박 카드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이렇게 전방위적인 압박은 혐의 당사자인 윤석열 뿐아니라 그를 둘러싼 내란 가담자들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검이 노리는 ‘완전한 고립’ 앞에 윤석열과 자신을 모두 보호하려던 주변인들은 이제 슬슬 자세를 고쳐앉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한 명의 이탈은 연쇄 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특검의 압박이 무색하게 수괴 윤석열이 앞장서서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과거 성범죄자였고, 6.3 대선이 부정 선거라는 헛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접견한다고 해서 멀쩡한 국민들 속 뒤집어지는 것 말고 무슨 큰 영향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특검은 그런 틈마저 내줄 생각이 없다. 윤석열은 철저히 고립되어야 한다. 계엄 실패 이후에도 직접 나서 대중을 선동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던 윤석열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석열과 탄 아무개의 만남이 윤어게인이라는 헛된 꿈을 꾸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라도 주어서는 안된다.
약이 없어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운동할 시간을 주지 않아 불만인 피의자 윤석열은 이제 고작 한 칸 독방을 부여 잡고 있다.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해도 나오지 않으면서 탄 아무개는 만나겠다고 한다. 절대로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국민 다수의 마음을 특검은 이미 다 알기라도 하는듯 먼저 움직여 가능성을 없앴다. 조은석 특검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단 몇 주 만에 싹 지워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다시 말하지만, 내란 특검이 아주 마음을 제대로 먹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겠고, 조은석 특검이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칼잡이라는 세간의 평도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지금 윤석열은 자신이 검찰과 특검에서 했던 방식을 아주 고대로 - 이럴 땐 ’그대로’라고 쓰면 맛이 살지 않는다 - 빼다박은 내란 특검에게 마구 당하는 중이다. 만에 하나 구속적부심 청구에서도 어떤 정신나간 판사가 나타나 윤석열에게 한시적 자유를 선사할 지 모를 일이지만, 특검은 아랑곳않고 윤석열의 세 번째 구속을 준비할 거다.
앞서 열거한 내란 특검의 압박은 피의자를 조지기 위해 윤석열이 사용한 방식 거의 그대로다. 당하는 본인 입장에서는 장이 꼬이겠지만 그렇게 억울해 할 것도 없다. 무죄 추정의 원칙 어쩌고 하기엔 윤석열의 내란은 온국민이 현장의 목격자다. ‘혹시나 죄 없는 피의자를 무도한 특검이 몰아가는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거야말로 과거 윤석열과 그의 검찰이 하던 짓인 거고.
악당의 최후는 언제나 통쾌하다. 악당의 수법 그대로 되돌려주며 무너뜨릴 땐 더욱 통쾌하다. 이 장면을 그저 통쾌한 마음만으로 바라 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했던 희생과 아픔이 너무 크지만 잠시나마 이렇게 후련해지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특검으로 흥한 윤석열은 이렇게 특검으로 망한다.
조은석 특검이 특검으로 흥한 뒤에 어떻게 될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으리라 믿고,
특검이여, 일단 화이팅. (찡긋)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홀짝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