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건축설계 및 시공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장님들께서 그렇게 하고 계셨고, 전 합류한지 얼마 안 되었죠.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는 건축물 금액(이라 쓰고 광고라고 읽는다)은 100% 허위정보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죠.



1. “이 건물은 X억에 지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경우


중고차 허위 매물로 문제가 많죠? 건축계에도 허위 매물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방문하게 만드는 거죠. 하다못해 돈만 주면 잡지에 내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게 요즘입니다.


광고에 나온 가격에는 각종 인허가 비용이 총액에 포함 안 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인테리어 가구와 에어컨, 싱크대, 붙박이장 등도 총액에 포함 안 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요. 광고를 목적으로 협찬 식 건축물이 많습니다. 실제 공사비용은 높지만 협찬을 받았기에 금액이 낮아진 거죠.


핫게에 올라왔던 이 주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하우스.jpg


총건축비가 1억 7천 930만 원이 들었다고 하는데, 사업주가 돈 욕심이 없고 정말 건축을 사랑한다면 가능하긴 한 금액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기타 비용들이 많이 누락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거죠. 제가 볼 때는 순공사비만으로도 위 금액이 나오지 않을까 싶군요(인허가, 인테리어, 기타 제외)


건축물의 골조를 보면, 우물 천장부터 시작해서 타설(콘크리트 치는 것)할 때 고생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이네요. 이런 식으로 슬라브가 일반적이지 못한 건축물엔 공수(품삯)가 많이 들어갑니다. 즉, 건축비가 올라가죠. 품질에서도 그만큼 신경 써야 될 부분들이 많습니다.


다락도 있으니 엄청 일반적인 건물보다 타설도 더 들어가고, 물량도 더 잡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금액입니다. 이런 건물의 순수 건축비를 2억 미만에 맞추려면 설계자나 현장 소장님, 작업 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2. 우리한테 공사하면 설계비는 빼드려요


제대로 공사하려고 노력하고, 어떻게든 치밀하게 설계하려는 사람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뀌는 말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스타트부터 사용승인이 날 때까지 가장 중요한 게 설명서, 즉, ‘건축설계 도면’입니다. 이 설명서가 얼마나 치밀하고 잘 짜여있는지에 따라 공사비는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설사 설계비를 빼줬다고 해도 공사비 어딘가에 그 비용이 숨겨져 있을 겁니다. 더 들면 들었지 적은 경우는 없습니다.


이런 업체들 특징이 자재비로 장난을 칩니다. 타일이 한 장에 천원에 들어온다고 치면, 건축주에게는 1200원이라 말하고 200원을 챙기죠. 개당으로 따지면 200원이지만, 100㎡만 되도 벤츠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90% 이상 업체가 이렇게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야 많이 남으니까요. 저렴하고 솔직하게 작업을 하면 절대 부자 못 됩니다.



암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건물을 짓는 Tip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1. 설계 시 공사까지 감안해서 디자인하는 건축사를 찾아라


대부분 설계사무소는 기존 도면을 재탕합니다. 새롭게 구성을 한다고 해도 건축주에 대한 배려 없이 말도 안 되는 도면을 그립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목수가 1공수에 작업이 가능한 일을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그리면 2~3공수가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생긴 손실은 모두 건축주 주머니에서 빠져나가게 되어있죠. 한 건이면 작지만 3~5달 쌓이면 웬만한 차 한 대 값은 나옵니다.


건물을 철거 후 신축을 할 때는 건물 철거 시 신축 건물 터파기까지 감안해 주는 건축사를 만나야 합니다. 즉, 장비가 2번 들어올 비용을 1번으로 줄여주는 곳, 이런 곳이 제대로 된 업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꼼꼼한 분들에게 도면을 받으면 손실이 많이 줄어듭니다.


이런 사무소들은 가도면을 안 줍니다. 상담비도 받으십니다(설계로 진행이 되면 빼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가 Concept PT를 준비하십니다. PT가 마음에 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죠.


steelest2.gif



2. 치밀하게 준비 된 도면을 기준으로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으세요


아무리 치밀해도 허점은 생깁니다. 흔히 말하는 ‘업자’를 피해가려면 여러 곳에 견적을 받아보세요. 좋은 건축사분을 만나셨다면 그분께 꼭 추천을 받으세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잘 어울리죠? 건축도 똑같아서 비슷한 사람끼리 일을 합니다.


솔직히 견적을 받아도 일반인은 어디서 돈 장난치는지 아무리 들여다본들 알 수가 없습니다. 좋은 건축사라면 (도면을 기준으로) 이 건물의 건축비는 얼마쯤 나올 거라 말해주실 겁니다. 그 견적의 근처 값을 찾으면 됩니다.


터무니없는 가격(평당 공사비가 400만 원은 드는데, 300만 원에 가능하다는 등)을 불러대는 업자들은 100% 끝이 좋지 못합니다. 돈을 더 달라고 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건물 품질이 떨어집니다. 터무니없는 금액에 맞추기 위해 재료의 질이 떨어지고, 들어가야 될 곳들에 재료가 빠지니까요. 이런 문제로 층간소음이나 누수 등 말도 안 되는 하자들이 생깁니다.


ddd.jpg

평당 이 정도 공사비에 이 정도 물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시공 상담 시 내가 가져온 재료로 시공이 가능한지 여쭤보시기 바랍니다. 불가능하다면 장난질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제대로 된 업체라면 내가 구해온 재료로 시공을 했으므로 해당 품목은 견적에서 빼 건축주에게 돌려줍니다.


공사 대금을 공기별로 나눠받는지 체크하세요. 이런 업체들은 대부분 실력에 자신이 있는 곳입니다. 하자날 경우가 드뭅니다.





제대로 적어드리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이정도만 적어보겠습니다. ‘내 집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데, 돈만 보고 몰려드는 사람들까지 가려내야 되니 정말 힘들죠. 그렇지만 발품을 팔면 팔수록 건물의 품질이 올라갑니다. 꼭 많이 알아보시고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입니다. 이 신뢰에는 좋은 공간, 디자인, 돈, 기타 수많은 요소가 필수 조건으로 따라붙습니다. ‘정직한 건축가는 큰돈을 못 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항상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건축가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관련 기사


[건축 조또 모르는 쉐리의 집 짓는 이야기]






편집부 주


위의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자유게시판 자빠링전문가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