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아들을 사제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A(6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략) 이날 생일잔치에는 A씨와 B씨 내외, 어린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A씨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곧이어 차량에 싣고 온 사제 총기 3정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쇠구슬 여러 개가 든 산탄(散彈) 3발을 쐈다. 2발은 아들 가슴에, 1발은 현관문에 맞았다.』
- 간만에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봤다. 2025년 7월 22일 기사이다.
지난 20일, 인천 송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전말이다. 어떻게, 왜, 살해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의 취재로 많이 나와 있으니 더 거론하지 않겠다. 문제는 피의자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했다는 점과 살해 도구인 ‘총기’다.
사건이 잔인하고 사제 총기란 점이 한국 정서와 많이 괴리(?)되어 있기에 다들 마음이 불편할 게다. 나 역시 먼저 이 주제를 끄집어내기 싶지 않지만 편집장이 이 분야에 대한 현실을 한 번쯤은 짚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실, 사제 총기를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우선 여기부터 들어가 보자. 대한민국에서 사제총을 만들어 발사한다고 했을 때, 총을 만드는 게 어려울까, 아니면, 총알을 만드는 게 어려울까? 답은 ‘총알’이다. 거의 10년 전 일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이 있었다.
2016년, 성병대란 피해망상(더해서 조현병까지)환자가 사제총기를 만들어 경찰에게 발사한 사건인데, 이 사건 때문에 경찰 한 명이 순직했고, 민간인 2명이 부상을 당한다. 이 당시 성병대가 만든 총기는 기초적인 화승총 개념이었다.
① OOOO 파이프를 구매해 총신으로 활용
② 볼베어링을 탄환으로 사용
③ 폭죽용 화약을 구매해서 화약으로 사용
이 세 가지를 조합해 원시적인 화승총을 만들어 냈다. 이 기사를 보는 분들은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생각하겠지만 이 바닥(?!)에선 OOOO 파이프를 가져다가 로켓 발사대를 만들고, 볼베어링을 탄환으로 만드는 건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130미리 로켓 탄에다가 볼베어링을 빡빡하게 채워놓고는 발사한다. 폭죽용 화약에서 흑색화약을 모아서 사용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을 뿐이다. 당연하다. 일반인이 뭐하러 총을 만들겠는가.

오패산터널 총격사건 당시 사용된 사제총기
출처 - YTN (링크)
그런데, 이번 송도 사건의 경우, 오패산 터널 사건보다 훨씬 더 쉽게 사제 총기를 만들었다.
① 차량에 싣고 온 사제 총기 3정을 들고 들어왔다.
② 쇠구슬 여러 개가 든 산탄(散彈) 3발을 쐈다.
사제총기 3정을 들고 왔다는 걸 보면, 각각의 탄환이 하나마다 들어간 총신을 들고 온거다. 한 발씩 쏘고 버리는 1회용 총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가 핵심인데, 산탄 3발을 쐈다라는 건 피의자는 이미 ‘총알’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것도 한 두 발이 아니라 무려 86발이나 가지고 있었다(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준비했다는데. 글쎄.).
물론 헐리웃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총알을 만드는 건’ 어렵다. 하지만 ‘총알을 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가능하다.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한 번의 총질로 인생 나락가는 걸 각오한다면 말이다. 당장 수렵 면허를 따거나 사격선수로 등록하면 된다. 그리고 총을 사고, 총알을 사면 된다. 영치를 할 수 있지만, 만약 작정하고 누굴 쏘겠다고 마음먹으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당장 사냥터 열렸을 때 총기 찾은 다음 총 쏘러 간다고 해놓고 방향 틀면... 그걸로 끝이다.
이런 걸 적으면 어떤 분들은 왜 이런 방법을 알려주냐, 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이라면 이런 짓을 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집마다 부엌칼이 있다고 그 칼을 사람을 해하는 데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서 수렵 면허나 사격 선수 관리 절차를 더 타이트하게 조여야 한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절차는 지금도 충분하다. 이미 작정한 인간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출처 - TJB뉴스 (링크)
수렵 면허나 사격선수 등록 필요 없이 사제총기를 만들어 누군가를 쏘겠다고 한다면, 안타깝게도 인터넷에는 재료가 널려 있다. 당장 인터넷 쇼핑몰을 들어가 보면 OOO OOOO키트가 있다. 폭죽도 널려 있다. 질산칼륨도 널려 있다.
화학시간이나 역사시간에 배웠을텐데, 흑색화약은 질산칼륨, 목탄, 황을 75대 15대 10으로 섞으면 나온다(이게 최적비율은 아닌데, 대충 이렇게 알려져 있다) 여기서 질산칼륨은 산화제이고, 목탄(숯)은 연료, 황은 발화온도를 낮춰준다. 황 없이도 질산칼륨과 목탄만 있으면 흑색 화약을 만들 수 있다(황이 꼭 필요한 건 아닌데,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단지 밀덕의 화약제조 이론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에이, 그래서 그걸 실제로 만든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니다. 다들 뉴스에서 봤을 터인데, 바로 얼마 전까지 실전으로 사용했다. ‘로켓캔디’라고 들어봤는가. 질산칼륨을 산화제로, 설탕을 연료로 한 로켓이다. 설탕을 연료로 한다고 해서 로켓캔디란 이름이 붙었는데, 일반에게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만들어 날리는 까삼로켓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 이건 한 발에 70만원도 안되는데, 이스라엘은 이거 한 발 요격한다고, 한 발당 10만 불이 넘어가는 아이언돔을 쏘고 있다.
즉, 이건 인간의 문제이지, 재료를 없앨 수 있는 상황은 아니란 말이다. 설탕을 금지할 순 없잖은가.

출처 - 한화토탈에너지스 케미인 공식 블로그 (링크)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정산적인 인간이라면 그런 짓을 하지 않을 뿐이지, 조금만 알아보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흑색화약을 쉬이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에이, 그렇다고 한국에서 총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아쉽게도, 아니다. 만약 누군가 근거리(10미터 내외)에서 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사제총기를 만들겠다 마음 먹는다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복잡한 화학식을 공부할 필요도 없다).
① 쿠팡에 들어가면 OOO을 킬로그램 단위로 팔고 있다. 그냥 검색창에 OOOO만 입력하면 리스트가 쫙 뜬다. 1kg에 24,000원 정도 한다. OO과 O을 찾아도 되고, OOOO 세트를 사서 OO만 따로 긁어내거나, OOOO키트를 대량으로 구매해 모아도 된다. 쿠팡에 다 있다. 가격도 싸다.
(사실 이 정보랄 게 별 것도 아니고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정보다. 다만 만에 하나를 위해서 OO 처리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인간의 문제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② 쿠팡에 OOO을 검색한다. 크기별로 있다.
③ 쿠팡에 OOO에 맞는 적당한 파이프를 구한다. 가격이 비싸니 기계구조용 OOO 같은 거 말고, 싸구려 OOO 파이프 정도면 적당하다.
④ OOO 파이프의 한쪽 면을 막는다. 그 위에다 구멍을 뚫는다. OOOO세트의 심지를 뽑고 화약(OOOO나 화약키트를 모아서 집어 넣는다)을 파이프 구멍 안쪽에 채워 넣는다. 뽑아 놓은 심지를 채워 넣은 화약에 꽂는다. 그리고 쇠구슬을 장전한다.
⑤ 승자총통 완성이다.

(OOOO이나 OOOO키트 살 때 보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해당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경고를 볼 수 있을 거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호기심에 이걸 만들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본인의 인생을 걸고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어서 내게도 폭탄을 만들어 달라거나 총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그걸 할 리가 없잖은가...
이렇게 순서를 쓴 건… 그만큼 현대 세상에서 총을 만들기 쉽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송도에서 아들을 살해한 피의자가 사용했던 사제총이나 오패산 터널에서 경찰을 죽인 놈이 만든 사제총이나 다 비슷한 구조이다. 화승에 집적 불을 붙이느냐, 방아쇠 조작부를 만드냐는 편의의 문제지 총 자체의 살상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업무상 실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문제는 더 골치 아파진다. 어차피 사제총이니 원거리 명중률을 기대하긴 어렵고, 근거리에서 쏠 것이기 때문에, 총알에 꼭 맞는 총신을 구하고, 거기에 총알을 넣고 뇌관을 어떻게 때릴지 구조만 고민하면 되니 말이다.
총포(銃砲)라는 게, 6백 년 전에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략병기였을지 모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사실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폭죽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극단적으로 줄여 말하면 초등학생들이 가지고 노는 폭죽놀이의 화약을 모은 뒤에 발사관에 넣고, 발사체를 장전하고… 불을 댕기면 끝이다.

쿠팡의 폭죽 판매 페이지
“이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흑색화약 재료다. 누군가는 규제나 정책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미 한국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총기에 대한 규제를 우리만큼 잘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문제는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다. 이건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개인이 작정하고 만드는 사제 총기를 규제할 방법이 있을까? 방법이라면, 질산칼륨과 화약 재료를 통제하는 건데, 이게 어디까지 가능할까? 당장 농사에 쓰이는 질산칼륨 비료가 온라인에서 25kg 포대로 팔리고 있는 세상인데 말이다.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수 천 만 개개인의 상황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일률적으로 통제할 순 없다. 아니, 있다해도 그런 법이 통과되어선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세상, 좋은 정책으로 둘러 싸인 세상에도 미친놈은 있다. 현재로서는 그런 미친놈이 많아질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편집 : 꾸물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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