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외노자다.
어느날 동네에 나무로 된 길고 하얀 간판 같은 게 들어서면, '아, 뭔가 또 선거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일상인 나날이었다. 어차피 투표권도, 일본 정치에 별로 관심도 없는지라 선거 후보자들의 포스터나 붙으면 뭐 재밌는 사진 없나 하는 게 고작이었다.

출처 - 교도통신 (링크)
이번엔 우연히 뭔 선거를 하나 하고 보니, 참의원 선거라는 걸 한다고 했다. 중의원・참의원, 들어본 적이 있다. 어느 의원이 뭘 하는지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내각제라는 건 복잡하고 좀 그지 같다', '이번엔 꽤 중요한 선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투표일이 다가오자 동네 선거 벽보에도 포스터가 붙기 시작했고, 미디어에서 종종 '참정당'이란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참정당...'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났다. 몇 년 전 출근하러 전철 타러 가는 길에 역 앞에서 나눠준 정당 찌라시에서 봤다. 대충 훑어보곤 '졸라 또라이들이네' 하고 재활용 종이 수거함에 넣었었다. 그 뒤로도 어쩌다 찌라시를 받았을 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던 기억이 있다. '아, 졸라 극우 애들이구나' 이게 내 결론이었다.
그런 애들이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대약진을 했다. 지난 선거에서 1석이었던 의석을 이번에 14석 가져갔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시끄러웠구나.
시끄러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닌데, 이번 얘네들의 슬로건이 "日本人ファースト(일본인 퍼스트)"였기 때문이다. 일본인 우선이란 얘긴데, 슬로건과 관련해서 이들의 주장을 찾아봤다.

참정당의 '일본인 퍼스트' 주요 내용
외국인 규제 강화 및 유입 억제:
경제적 이익의 일본인 우선 분배:
사회 문제의 외국인 기인론:
일본 문화와 전통의 수호:
주권 및 국가 안보 강화:
- 정리는 AI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출처 - 쥬니치 신문 (링크)
'일본인 퍼스트'는 일본 국민의 어려움과 불안감을 파고들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고, 문제의 원인을 외부(외국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필요해 보이는 정책(외국인 토지 구매 제한, 외부의 위협으로 국민의 안전 보장)들도 있지만 다분히 배타적이고 민족주의적 성격의 내용들이다.
문제는 또 있는데, 정당의 색깔이 주황색이란 거다. 한국의 비슷한 어느 정당의 색깔은 물론 혐오와 갈라치기 노선까지 따라한 듯한 킹리적 갓심이 든다.
배타적이기만 하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의 주장이 '일본인 퍼스트'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정당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신(新)일본헌법' 초안에는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이 개헌안에는 '평등권', '표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 보장 내용이 빠져 있다.
10조 엔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2050년까지 100% 식량 자급 체제를 목표로 한다거나, 0세에서 15세 아이 한 명당 매월 10만 엔을 지급하겠다는 약속 등, 극우적인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적인 포퓰리즘을 짬뽕해 놓은 듯한 스탠스도 취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부 발언이나 주장들이 일본의 전쟁 범죄를 부인하거나 미화하는 듯한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을 드러낸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다. 역사 부정은 이들에게 그냥 디폴트 값인 것 같다.
참정당은 2020년에 창당해 활동해 왔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방역 정책, 특히 백신의 위험성을 과장하거나 마스크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을 펼쳤다.
그 외 '사회보험 부담 완화 및 재정 확대: 국민 부담률을 상한 35%로 낮추겠다'는 내용도 지지를 얻었지만 동시에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에 앞뒤가 안 맞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외국인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 중에도 '아이 한 명당 매월 10만 엔 지급'에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인터넷, 특히 유튜브 등 비주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코로나 백신 음모론, 특정 세력의 음모론' 등 참정당이 주장했던 내용에 동조, 주류 정보에 대한 불신과 함께 '숨겨진 진실'을 알려준다고 믿는 참정당의 메시지에 매력을 느끼고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출처 - 아사히 신문 (링크)
참정당은 자신들을 기존 정치권,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으로 대표되는 주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 포지셔닝했다. 자민당이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경제 침체, 고물가, 양극화, 부패 스캔들 등)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비판하며, 특히 자민당의 정책이 '진정한 일본'(전통적 가치를 기반으로 강력한 국가 주권을 확립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외국인의 영향력을 줄여 일본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상적인 일본'의 모습을 의미)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참정당 지지층의 정확한 구성 비율이나 구체적인 심층 분석 자료는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출구조사와 언론을 통해 나온 자료를 보면 10・20대와 특히 30・40대의 지지가 높았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출처 - NHK (링크)
10・20대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참정당이 유튜브나 X(구 트위터)를 통해 지지층을 확대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이나 홍보도 SNS를 통해 많이 이루어졌다. 참정당의 대표가 인플루언서와 같은 역할로 좀 더 친근하고 가까운 이미지를 얻어 SNS 활용이 많은 젊은 층에게 지지를 받았다. (우리에겐 한국 기자들 앞에서 카메라를 보고 "이거 캐논인가요?"라고 했던 '고노 다로'라는 비호감 정치인도 X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 일본에선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다.)
30・40대(그리고 50대)의 지지가 높았다는 게 특이할 만한 지점인데, 대체로 이 세대가 버블 붕괴와 함께 일본에서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불리는 '로스 제네(Loss Generation)'에 해당한다. 이 세대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물가 상승과 실질 임금 정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들은 기존 주류 정당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느끼며,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기에, 참정당의 '반(反)기득권', '일본인 퍼스트'와 같은 메시지에 공감하며, 자신들의 어려움을 대변해 줄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참정당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출처 - 아사히 신문 (링크)
정리하자면, 기존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불신
"자민당은 부패했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야당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무기력하다."
"일본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온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기존 미디어는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40・50대 '로스 제네(Loss Generation)'의
"우리는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
"부모 세대만큼의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다.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다."
"자녀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참정당의 '국민 부담률 상한 35%', '아동 수당 매월 10만 엔' 등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 공약에 강하게 끌렸고, 동시에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외국인 유입', '기득권 세력'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진적인 참정당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암울하게 느끼는 자신의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타개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선거 전 각종 미디어에서, 젊은 사람들이 "평소 정치엔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엔 꼭 투표를 하겠다"는 인터뷰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최종 58.5%를 기록해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참여하게 만든 건 칭찬해줘야 할 듯 싶다.
특이할 만한 내용으로 이번에 확보한 참정당의 참의원 14석 대부분은 비례로 당선되었다는 점인데, 지역구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낮아 지지자들이 참정당에겐 비례표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 불안하고 불만이라는 일본 서민들의 삶과, 문제의 원흉이라는 체류 외국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의 일반적인 회사의 사회 초년생 월급은 20만 엔 정도 한다. 지역이나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저것도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고, 전문대학이나 고졸의 경우 월급은 더 내려간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수 많은 계약직과 파견직이 있다.
일손 부족으로 취업률이 90%를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 90%라는 수치엔 계약직과 파견직, 평균 급여에도 미치지 못하는 케이스를 포함한다. 아베가 주장한 '1억명 활약'이란 슬로건 아래 워라밸은 나아지지 않은 채, 계약직 등으로 일자리와 급여도 쪼개 취업률 수치를 늘린 것 뿐이란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회사가 몰려 있는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월세와 거주환경은 살인적이다. 예전에 도쿄의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지금 살고 있는 방 3개짜리 월세가 도쿄에 가면 5평 원룸이 되는 기적이 펼쳐진다. 그런 곳에서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면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출처 - 이투데이 (링크)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고, 하루가 다르게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보니, 최근 한 조사에선 일본의 맞벌이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 주변의 친한 일본인 아주머니들을 봐도 대부분 알바를 하거나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근무 시간을 많이 넣어주지 않아 다른 알바를 찾아 이직하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 키우는 집은 엄마들이 알바를 뛰지 않으면 생활이 안된다고들 한다. 세금도 욕이 나올 만큼 이것 저것 많이도 뜯어가다 보니 (체감상 한국의 2배 정도) 더 죽을 맛이다.
퇴근 시간이 한참 넘어 삐져나올 듯 뚱뚱해진 가방을 메고 늦은 시간 마트에서 장을 봐 집으로 돌아가는 일본사람들 모습을 보면 가끔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다. 일본이란 나라는 부자일지 모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주변 사람들을 봐도, 내가 사는 걸 봐도 체감이 된다.
먹고사니즘이 힘들어지면 그 경제는 보호주의젹 경향을, 사회는 민족주의 성격을 띠고 우경화된다. 수 년전부터 극우정당이 세를 키우고 있는 유럽이 그렇고, 최근 다시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을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도 예전보다 오히려 극우세력들이 더 늘어난 느낌이다.
트럼프 정권의 정책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 중, 이번에 참정당에 투표한 비율이 36%나 됐다. 소득 감소, 물가 상승,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점진적인 개혁보다, 단순하고 명쾌하며 즉각적인 해결책을 약속하는 참정당의 포퓰리즘이 귀에 쉽게 들어왔을 것이다.

출처 - TBS (링크)
이번 참정당 지지층의 특징은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일을 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 일본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65세 이상 연급 수급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받을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는 연금이 쥐꼬리 같은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이 이번 참정당의 선동으로 극우화 되어 삶의 고통에 대한 원인을 참정당이 지목한 외국인에게서 찾게 된 걸까?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저임금 경쟁을 유발한다고 생각할까?
일본 법무성 산하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약 376만 9천 명으로, 2023년 같은 시기보다 35만 8천 명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말 약 207만 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10여 년 만에 약 17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
전체 외국인은 일본 인구 대비 3.1%, 유학・배우자 등을 제외하고 일본에서 취업하고 있는 전체 외국인 노동자는 205만 명으로 일본 인구 대비 1.7%에 해당한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외진 곳에도 외국인이?'하고 놀랄 만큼 시내의 관광객과는 다른, 기능실습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한낮에도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 바삐 가는 모습들이다.
시내든 동네 구석진 곳이든 편의점 계산하는 곳엔 베트남이나 네팔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 회전초밥집이나 맥도널드, 동네 중화요리집 주방에도 외국인 친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손님 응대가 거의 없는 자리의 서비스업종은 많은 외국인이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내 앞에 가던 아빠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작은 딸이 편의점에 가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아이는 가는 편의점・음식점마다 외국인이 일하는 걸 보고 자라겠구나, 커가면서 외국인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아님 편의점이나 음식점은 그냥 외국인이 일하는 곳으로 받아들일까'

동네 편의점의 2022년 구인광고인데 포스터 속 시니어 점원과
맨 오른쪽의 외국인 점원이 눈에 띄어 찍어 뒀다
시급이 870엔이었구나
외국인이 늘어난 만큼 각종 외국인 범죄나 사회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자주 볼 수 있다. 강력 범죄, 절도, 사기부터 경범죄나 사회적 물의 같은 유형까지. 유학생이나 취업으로 외국인이 일본에 들어와 개설한 통장을 고국으로 돌아갈 때 대포통장으로 팔고 가는 문제도 있어 언젠가부터 가지고 있는 은행 계좌는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함께 막히게 됐다. 비자를 갱신하면 은행에 가서 계좌도 갱신해야 한다.
오버 투어리즘으로 관광객으로 인한 문화 차이, 매너 등에서 오는 문제도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고, 관광지와 시내에 사람들이 몰려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워낙 변화에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일본의 특성상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에 대해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외국인이 일으키는 범죄나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살인, 강도, 상해 등의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다는 자료가 있는만 외국인 커뮤니티 내부의 갈등에서 기인한 수치다)
민족 다양성이 가장 적은 나라 1위로 일본이 랭크됐다. 북한일 줄 예상했었기에 의외이기도 했지만 일본에 살아 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일본인에겐 보이지 않는 유리 같은 벽이 느껴지고, 일본인 개개인이 아닌 일본사회・정책적인 측면에선 훨씬 두껍고 불투명한 유리벽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의 자료에 달린 댓글 중에도 일본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이나 외국인의 일본 생활에서 오는 차별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 데일리 월드맵 (링크)
Historical Index of Ethnic Fractionalization Dataset (HIEF) 2024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강약약강의 민족성과 사대주의가 맞물려, 백인들에게는 비교적 개방적이고 깍듯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 국가 출신 사람들은 무시하는 인종차별의 양상도 일본의 배타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백인들의 경우도 회사의 외부 미팅에 들어가 들러리처럼 옆에 앉아 회사의 '글로벌'한 이미지메이킹용으로 이용당하거나 성당처럼 디자인한 결혼식장의 신부님 알바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 대해선,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한류에 압도적 감사함을 느끼긴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생활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리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좋아하는 일본인도 중장년층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이거나 보수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 한국이 아직 일본보다 못한 나라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한류 등 외국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고는 한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젊은 세대는 과거 '일본이 좋았던 적을 본 적이 없는' 세대이기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 전부가 개방적이냐 한다면 또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유튜브나 SNS로 해외 문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해도 해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알고리즘과 팔로잉의 영향을 받는 거지 SNS를 이용하는 모든 젊은 세대로 보기엔 힘들다. 기성세대에 비해 노출되는 빈도가 높거나 앞서 얘기한 편의점의 경우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접한 경험이 중장년층보다 그나마 편견 없는 어른 나이에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
개인차야 있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중장년층의 경우 예전부터 어쨌든 사람을 대하던 경험치가 있기에 좋든 싫든 직장의 외국인과 호구조사부터 무례한 얘기도 곧잘 하는 편이지만, 전화에도 울렁증이 있는 젊은세대들은 현실에선 오히려 외국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출처 - 쥬니치 신문 (링크)
우리가 영어 배우기 어려운 것처럼 일본어가 한국인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어려운 언어다 보니 기능실습생처럼 준비가 부족한 친구들은 문화적 차이와 저변의 인종차별에 더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일하는 곳이나 사회에서 더욱 배제되는 문제 역시 갖고 있다.
일자리를 쪼개고 은퇴 나이를 뒤로 밀어 시니어들이 맥도널드나 편의점에서 일을 해도, 인구 감소 문제와 젊은세대의 3D 업종 기피로 기능실습이란 명목 하에 최대 5년 돌려 막기 식으로 저소득 국가 출신의 친구들을 데려다 쓰면서, 일자리를 뺐긴다는 등의 불만은 좀 웃긴 얘기인 것 같다.
지난 내란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극우세력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박근혜 시절 어르신들의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던 극우세력이 이제 20・30대의 젊은 친구들까지 가세한 상황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국민의힘도 내란을 옹호할 만큼 극우를 넘어 완전히 맛이 가버렸으니까.
게다가 언론은 정상과 비정상을 두고, 마치 대립되는 두 의견처럼 연일 양쪽의 이야기를 중립적인 척 다루면서 말도 안되는 극우들의 주장에 스피커와 면죄부를 주었다. 언론의 이런 행태를 그냥 두게 되면, 일본의 언론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과 신뢰를 잃으며 참정당 같은 극우 정당이 창궐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 우리도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2024년 한국 62위, 일본 70위)
일본의 참정당 돌풍은 무분별한 유튜브・SNS와 언론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일본인들을 '계몽'해서 극우화 시키고 외국인 혐오로 이어진 게 아니라,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양지로 이끌어 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극우라는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극적인 내용을 이용해 조회수만 신경쓰는 행태가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아 하는 말이다.
앞서 일본의 40・50대에 해당하는 로스 제네(Loss Generation)의 사회적 불만과 상실감이 우리나라 40・50대의 높은 민주당 지지율과 대조적이고, 20・30대의 높은 개혁신당(국민의힘) 지지율을 생각하면 일견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40・50대와 우리나라의 20・30대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을 겪은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10・20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덮어두고 20・30대를 비난할 게 아니라 더 우회전하기 전에 그들의 불만과 상실감이 뭔지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출처 - 연합뉴스 (링크)
최근 일이 있어 2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나고 자란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도 뵙고, 직장 동료(였던)가 강원도 쪽으로 이주해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 겸사 겸사 직장 동료(였던)의 강원도 집에서 며칠 지내기도 했다.
나고 자란 고향 동네엔 중국어로 된 간판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고, 강원도의 직장 동료(였던)가 데려간 지역 시장 순대국 집엔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전부 베트남 친구들이었다. 시장엔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요리 가게가 군데 군데 들어 서 있었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얘기를 할 때, 여러분들 중에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지게차에 몸을 묶어 외국인 노동자를 괴롭힌 일에 이재명 대통령의 격노썰이 있다. 우리도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제 일본을 놀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욕하고 놀릴 게 없는 이웃나라 일본은 재미가 없는데 말이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반대하며 1,200여 명의 일본 시민들이 모였다. 지지 정당도, 연령대도 다른 이들이 정치적 문제로 이렇게 모인다는 건 일본 사회에선 꽤 이례적인 일이다. 현 이시바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다음 총리로 유력한 사람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극우 행보로 유명한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이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 (링크)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정치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자유가 사라지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게 됐습니다.)"
"(다카이치 씨는) 어딘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치우치지 않게 보는 사람이 총리가 되어야죠.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있고요."
라고 했다.
어느 곳에도 상식과 인류애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아직은 희망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꾸물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