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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내용 요약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유태계 월스트리트 억만장자가 있었다. 뉴욕, 플로리다에서 정치, 경제계 유명 인사와 미모의 여성들을 불러 매일같이 파티를 열던 ‘사교계의 제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2019년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직후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출처-<AFP>
그의 죽음을 당시는 ‘미투 운동’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였기에 엡스타인의 피해자였던 다수 여성은 이전과 달리 용기 있게 나설 수 있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고, 이는 곧 이슈가 되었다.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엡스타인의 범죄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며 영국 왕실 앤드류 왕자 등 유명 인사들이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발각되었다.
그러자 미국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024년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이든 정권이 아동 성범죄자들의 명단을 숨기고 있다! 내가 집권하면 엡스타인 사건의 모든 내막이 담긴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
트럼프의 ‘사이다’에 원래 트럼프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그 외 미국 중산층 및 서민들까지 열광했다.
“역시 트황! 아니, 트느님이라고 불어도 될까용? 트느님께서 다 해주실 거야! 드디어 부패 정치인, 월스트리트 은행 자본가들의 최후가 다가온다. 부패 엘리트들이 싸그리 감옥으로 가는 꼴을 보겠구나!”
‘엡스타인 파일’을 중심으로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 그리고 미국 중산층, 서민이 결합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탄생이었다.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은 독실한 기독교인들을 위주로 구성되며 기독교적 교리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때문에 성범죄, 그것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라는 건 이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트럼프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는 2024년 대선에 승리하며 다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배신당한 지지자들 앞에 나타난 남자
트럼프는 MAGA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취임하자마자 “민주당과 FBI가 엡스타인 파일을 숨기고 있다”고 외쳐온 자기 측근들을 법무장관과 FBI 국장에 앉혔다. 트럼프가 임명한 법무장관 ‘팸 본디’는 취임하자마자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출처-<ABC News>
“지금 내 책상 위에 ‘엡스타인 파일’이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파일을 검토하고 있다.”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트럼프는 취임 한 달 만에 친트럼프 유튜버 등을 백악관에 대거 초청해 ‘선물’을 안겨주었다.
“엡스타인 파일 1단계”라고 적힌 서류뭉치였다.


백악관에서 받은
‘엡스타인 파일 1단계’ 서류를
들어 보이는 친트럼프 유튜버들
마침내 ‘엡스타인 파일’을 받아 든 트럼프 지지층 MAGA는 열광했다.

출처-<영화 ‘타짜’>
“준비됐어? 까볼까?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잉~ 따라라란 따라란....”

트럼프가 준 ‘엡스타인 파일 1단계’는 이런 거였다.
-엡스타인 출입국 기록
-엡스타인 자가용 비행기 운행 기록
-엡스타인 저택 직원 출퇴근 등
쓸데없는 서류만 가득했고, 정작 ‘엡스타인 성 상납 리스트’는 없었다. 한마디로 MAGA 유튜버들이 트럼프에게 ‘낚인’ 것이었다. 그래도 MAGA는 실망하지 않았다.
“엡스타인 파일 1단계라는 건, 앞으로 2탄, 3탄이 있다는 말이잖아. 쫌만 더 기다려보자. 무지 기대된다.”

‘엡스타인 파일’을 기다리는 MAGA의 심정
출처-<개그만화 보기좋은 날>
그러나 하루... 이틀… 아니 2~3개월이 되도록 더 이상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하... 띠발, 언제 공개하냐고.... 지친다 지쳐...”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이제 공개하지....? 더 이상 기다렸다간 나도 나를 통제하기 힘들 것 같은데...?”
이때였다. 엡스타인 파일 1편을 공개하고 4개월이 흐른 지난 6월, 한 남자가 이 이슈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출처-<로이터>
“인사드립니다. 일론 머스크이올시다~!”
역습하는 일론 머스크, 쫄리는 트럼프
백악관에서 쫓겨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일론 머스크가 6월 5일 X(트위터)를 통해 폭로한 것이다. (머스크가 왜 쫓겨난 것인지 자세한 사정이 궁금한 분은 본 기사 마지막 부분의 추천 기사 참고)

출처-<게티이미지>
“내가 ‘폭탄’을 하나 떨어뜨려 주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이름이 있다. 이 파일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좋은 하루 보내시지! 이 포스팅을 잘 기억해 둬라.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놀라웠다. 원래 트럼프는 자기를 공격하면 100배로 갚아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의 ‘엡스타인 공격’에는 웬일인지 얌전하게 나왔다.
“몇 년 동안 엡스타인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엡스타인에게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자.”
머스크는 옳다구나 하고 ‘엡스타인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또 다른 메시지를 올렸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엄청 친하다. 트럼프는 엡스타인이 제공해 준 비행기를 7번이나 탔어. 물론 트럼프가 ‘그 섬’에 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 섬’이란 엡스타인이 ‘성 상납 파티’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개인 소유의 섬을 말한다.

엡스타인 소유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
출처-<게티이미지>
머스크의 폭로가 있은 지 한 달 후인 지난 7월, 트럼프 법무부와 FBI는 소리 소문 없이 ‘한 줄짜리’ 보도 자료를 발표한다.
“엡스타인 성 상납 고객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앞으로 엡스타인의 성 착취 파일을 공개할 예정도 없다.”
“엡스타인 파일이 내 책상에 있다”던 법무장관 ‘팸 본디’의 태도가 딱 5개월 만에 180도로 바뀐 것이다.

크하핫~ 행복하다 행복해~
신이 난 일론 머스크는 X에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트윗을 35번 쏟아내며 트럼프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이건 (엡스타인 파일) 은폐 공작이다. 수많은 권력자가 (엡스타인) 리스트에 들어있거든.”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1.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2. 모든 것을 부인한다, 3. 반론을 제기한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을걸?”
“엡스타인 파일 1단계 말고 2단계는 어디 갔냐?”
한마디로, 머스크는 트럼프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 트럼프, 네 이름이 엡스타인 리스트에 있다는 거에 내 돈 모두하고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트럼프의 반응은 볼수록 이상했다. 머스크가 이 정도로 공격하는데, 트럼프는 그간 보여줬던 싸움닭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간의 트럼프라면,

하핫! 이 생퀴 봐라...
출처-<로이터>

라며 더 강한 워딩으로 상대방에게 되돌려줘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오히려 머스크에게 “이제 그만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미국 모든 기업이 번창하길 바란다. 그들이 더 잘할수록 미국이 더 잘 된다.”
여기에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7월 17일 특종 보도로 ‘트럼프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가 2003년 엡스타인에게 음탕한 내용의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

7월 17일 자 보도

2003년,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파티에서 트럼프와 엡스타인.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멜라니아 트럼프,
제프리 엡스타인, 길레인 맥스웰
출처-<게티이미지>
분노한 트럼프는 WSJ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WSJ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쫓아냈다.


언론 대하는 태도가
어느 내란수괴를
보는 듯하다.
출처-<MBC>
머스크와 언론의 집요한 공격 및 휘청거리는 트럼프를 보며, 긴가민가했던 MAGA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느님.... 아니, 럼프야! 그 리스트 봐봐. 그거 혹시 네 이름이야? 아니지? 띠발!! 제발 아니라고 말해!”

제발....
출처-<뉴욕타임스>
이런 상황에서 7월 23일, 마침내 폭탄이 터졌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
“대통령 각하, 당신 이름도 리스트에 들어 있습니다...”
붕괴하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 MAGA
트럼프의 절대 지지층 MAGA의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출처-<X>
MAGA 인플루언서 1
“오늘 나는 MAGA 모자를 화형시킨다. 다른 사람도 동참하길 바란다.”
MAGA 인플루언서 2
“엡스타인 파일이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이 사건 조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라.”
트럼프에게 감히 대든 적이 없는 공화당 ‘예스맨’들도 이번만은 반발하고 나섰다.
조쉬 홀리 상원의원
“검찰과 FBI에 ‘엡스타인 리스트’가 없다고?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제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모든 조사 기록을 공개해야 할 때다.”
이전 기사(링크)에서도 언급했지만, MAGA의 분노는 단순히 ‘엡스타인 파일’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사회의 불공정한 구조와 그런 불공정을 무기 삼아 희희낙락하고 더 공고하게 만드는 부패 엘리트층에 대해 그간 누적되어 온 깊은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메가톤급 폭발이다.
이 정도의 분노 폭발이기 때문에, MAGA가 그토록 절대 지지하던 트럼프에게조차 등을 돌리며 극렬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2019년 엡스타인 사건이 미국을 휩쓸었을 당시,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집 사고 차 사고 애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인플레이션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취직하기도 어렵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주택 대출받기도 어렵다. 왜 나는 열심히 살아도 이 모양 이 꼴일까?”

텍사스 휴스턴의
신축 호화 아파트와 노숙자 텐트
출처-<houstonchronicle>
이렇게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 터진 ‘엡스타인 파일’은 이전 기사에서 말했듯 음모론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과 정치인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세계 정치와 경제는 소수 유대계 자본과 엘리트들이 지배한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을 휘둘러 신흥국에 경제위기와 전쟁을 일으킨다. 그 결과 서민과 신흥국들만 고통받고 엘리트 카르텔들이 배만 불린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지만, 이런 류의 ‘반유대주의, 반엘리트 음모론’은 보수 기독교계 사이에 의외로 널리 퍼져 있다. (이 음모론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기사 (클릭))
‘그간 불공정한 사회에 쌓여왔던 분노 + 그간 가지고 있던 음모론에 딱 맞는 초대형 부패 사건’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미국 정·재계 엘리트에 대한 ‘거대한 분노’로 돌변했다.

출처-<로이터>
“십수 년 동안 선거로 대통령을 갈아치워봤자, 팍팍한 내 삶은 바뀌는 게 없구나. 나라를 망친 정치인, 월스트리트 엘리트들은 바뀌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구나. 이제 저들을 갈아치우려면 트럼프라는 극단적 방법밖에 없다.”
이건 꼭 강조해야 하는데,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에 ‘음모론’이 결합되어 있다고 하여 절대 가볍게 취급하면 안 된다. MAGA의 탄생과 트럼프 탄생은 “미국인들이 무식하고 우매해서”가 아니다. 미국 서민들의 목소리를 십여 년간 외면해 온 미국 주류 정치권의 실패가 트럼프를 탄생시킨 것이고, 이 ‘엡스타인 파일’에 음모론이 강력하게 결합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 이런 ‘음모론’은 더 이상 음모론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미국인 주류가 믿는 ‘메인 스트림’이 됐다. 2019-2020년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했다.

"엡스타인은 자살하지 않았다."
출처-<게티이미지>
미국인 45%
“엡스타인은 자살한 게 아니라 살해당했다”
미국인 유권자 25%
“엡스타인 리스트에 민주당 인사가 들어있음을 확신한다.”
미국인 유권자 24%
“트럼트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매매하는 엘리트 집단을 수사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확신하며 ‘엡스타인 파일’의 진실이 밝혀지길 고대했다. 드디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취임하고 그 진실이 밝혀지나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마저 엡스타인 리스트에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이들의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썩어빠진 정·재계 엘리트들을 감옥에 처넣어달라고 밀어줬는데… 트럼프… 너마저…. 엡스타인 엘리트들과 한패였단 말이냐?!”

미녀들과 함께
호화 파티를 즐기는
영국 앤드류 왕자(왼쪽 남성)와
제프리 엡스타인(오른쪽 남성).
맨 왼쪽 여성은 멜라니아 트럼프다.
여러분이 아는 그 멜라니아 맞다
출처-<게티이미지>
정말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배신감은 더욱 커진다. MAGA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의 말은 MAGA의 심정을 대변한다.

출처-<AFP>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가 없다고 말했다고? 그건 이런 뜻이잖아. 여기서 끝내자. 너희들 이야기 들을 필요 없어. 난 할 일 다 했어…. 이제 MAGA 모자를 불태워야 한다. 트럼프가 우리 말을 듣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이제 트럼프를 버려야 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왜 엡스타인 파일을 숨기고 있는가”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고
출처-<The Irish Times>
트럼프 집권의 원동력이었던 MAGA. 그러나 정·재계 엘리트들을 향했던 MAGA의 칼날은 모순되게도 ‘엡스타인 파일’로 인해, 이제 트럼프 본인을 겨누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과연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다음편에 커밍 쑤운~~~!
다음 편 예고

출처-<연합뉴스>
역습의 머스크
“럼프형, 엡스타인 비행기에서 형이 뭐 했는지 다 까발려 볼까?”

트럼프
“안 되겠다. 그 여자를 불러라.”
법무장관 팸 본디
“설마, 교도소의 그 여자를…? 하지만, 그 여자는 너무 위험합니다.”

출처-<AFP>
교도소 수감 중인 엡스타인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
“내 입을 열려면 그 대가는 비쌀 거야.”
추신.
본 기사와 연결하여 아래 연재를 추천한다.
죽고 못사는 '절친' 사이였던 트럼프와 머스크가 왜 지금은 '철천지원수'가 된 것인지 깔끔하고 흥미롭게 정리한 기사다.
왜 머스크는 '엡스타인 사건'을 다시 들고 나오며 트럼프를 공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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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머스크, 왜 절친에서 원수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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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임권산
마빡 : 꾸물
기사 : 고물상주인
검색어 제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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