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아마존 프라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액션영화 ‘G20’. 이 영화에서 ‘대한민국 영부인’으로 비중있는 조연을 맡은 배우가 바로 이미화 배우다.

지난 3월 27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G20’시사회 레드카펫에 등장한 이미화 씨
(UPI - 링크)
이번에는 이미화 배우가 50살이 넘은 나이에 할리우드 영화배우에 도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미화 님은 ‘한국계 이민 1세’인데 언제부터 영화배우에 도전했나요?
스물 세살 때인 1982년 미국으로 유학을 왔죠.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미국회사에서 디자인 전략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뉴욕으로 이사 온 뒤, 2017년에 연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굳이 영화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요?
영화를 전공하던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습니다. 아들을 보내고, 남편과 함께 아들이 좋아하던 뉴욕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죠. 아들을 기리기 위해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아들이 일하고 싶어하던 영화계에서 아들의 이름(Alan)을 딴 예명(Alana)으로 연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58살 때였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할리우드 배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이 분야의 전문성이나 업계 변화(인더스트리 다이나믹)를 잘 모릅니다. 저도 전혀 몰랐고요. 제가 연기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영화계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가장 궁금한 질문! 할리우드 배우가 어떻게 됐는지 가르쳐주세요.
맨 밑바닥인 엑스트라부터 시작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엑스트라’라는 말보다 ‘백그라운드’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영화 일을 시작해 보고 싶어서, 2017년부터 무작정 백그라운드 일부터 먼저 시작해 봤죠. 캐스팅 네트워크(링크) 라고 주로 백그라운드를 뽑는 사이트에 가입을 했죠. 그런데 백그라운드를 세 번쯤 해 보니 너무 무료한 거예요.

1986년 영화 ‘모리스’ 촬영장의 백그라운드 배우들
(사진 - Getty Images)
왜 그런가요?
백그라운드라는 게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입니다. 하루 10-12시간 이상 대기하다가 1-2분 왔다갔다 하는 몇 장면 찍고 끝나죠.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했나요?
영화 캐스팅 정보가 올라오는 웹사이트들이 있어요. 백스테이지(링크), 액터스 액세스(링크)가 대표적인 사이트죠.

할리우드 캐스팅 정보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중의 하나인 ‘백스테이지’, ‘액터스 액세스’, ‘캐스팅 네트워크’
연간 가입비를 내면 캐스팅에 이름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프린시플’이라고 불리는, 대사가 있는 역의 공고는 에이젼트들만 보는 레벨에 나와 배우는 직접 응모할 수 없어요. 이런 웹사이트에 가입하고 열심히 지원을 합니다.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오프’나 독립영화 , 학생 영화 캐스팅은 초보자도 혼자 서브미션을 할 수 있습니다. 백 스테이지나 엑터즈 엑세스는 가입하고, ‘프로파일’에 자기 이력과 사진, 그리고 전에 참가했던 영화의 클립이나 ‘릴’이라고 불리는 연기모음들을 올려서 케스팅이 볼 수 있게 하죠.
그런 비디오는 누가 만들어주나요?
돈을 받고 만들어주는 회사도 있지만, 가장 바람직한 ‘릴’이나 ‘클립’은 실제 출연한 작품에서 잘라 만들어야 합니다. 제 ‘릴’은 남편이 비디오 편집을 직접 했습니다.
‘서브미션’하면 바로 캐스팅이 되는 것인가요?
물론 작품과 작품 사이에 수십 번, 수백 번 떨어지죠. 저는 운이 좋아 처음 ‘서브미션’한 연극에서 오디션 연락이 왔어요. 연극 ‘12인의 성난 여인들’(12 Angry Women)이었죠. 이른바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로 불리는 소극장 연극이었습니다. 이 연극은 배심원 재판을 소재로 한 ‘12인의 성난 사람들’, 1957년 헨리 폰다 주연의 유명한 영화를 배역들을 모두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고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었죠.

‘브로드웨이’로 대표되는 뉴욕의 대형 극장과 달리,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는
100석 이상 500석 미만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중소규모 연극을 뜻한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 (사진 - Building for the Arts (링크))
주최측에서 오디션을 볼 테니 독백(모놀로그)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나는 처음에는 모놀로그가 뭔지도 몰랐죠. 그래서 공부해서 갔습니다.
오디션은 잘 됐나요?
오디션에 가서 감독 앞에서 모놀로그를 했는데, 감독과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너는 미국 원어민이 아닌 것 같다. 영어가 ‘퍼스트 랭귀지’가 아니구나.”
“맞다. 하지만 나 같이 영어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뉴욕에 얼마나 많냐? 그런 배심원이 한 두명쯤 뽑혀도 괜찮지 않냐?”
“그 말도 맞다. 그럼 너는 어느 나라 말을 할수 있나?”
“코리안이다.”
“그럼 지금 영어 대사를 그 자리에서 한국말로 바꿔서 할수있나?”
“내가 한국말로 엉망으로 했어도 넌 모르지 않니?!”
감독에게 이렇게 말대꾸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겁대가리가 없었죠. 그때는 아들이 떠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서, 겁나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즉석에서 한국말로 대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1-2주 있다가 “캐스트 됐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습
(사진 - Getty Images)
기분이 어땠나요?
조연이나 단역인 줄 알았는데, 주연이었어요. 놀래서 처음엔 ‘포기할까?’ 싶었다가 해보기로 했지요. 준비 기간도 한 달밖에 없었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2017년 7월에 공연을 했는데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이라 다섯 번 정도만 공연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기공부 없이 ‘맨땅에 해딩’으로 시작한 건가요?
단역으로 학생작품, 단편 작품들에 캐스트 되기 시작했고. 물론 일이 없을 때는 백그라운드 일도 꾸준히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가 실력의 한계를 느껴 액팅 스쿨(연기 학원)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액팅 스쿨을 다니면 곧바로 할리우드 데뷔를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미국에는 수많은 대학 연기학과, 연기학원이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배우의 꿈을 쫓아 유명 연기학교나 대학에서 전공을 하죠. 하지만 나는 꿈을 쫓아 대학/학원을 다니기엔 나이도 많고 시간도 없었어요. 몇몇 학원들을 둘러보고, 선생님이 나이가 지긋한 배우 부부인 ‘페니 템플턴 스튜디오’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창립자인 페니 템플턴(Penny Templeton)은 뉴욕에서 ‘워킹 액터’로 알아주는 사람이죠. 많은 사람들이 스타 배우들만 알지만, 이 분야를 돌아가게 하는 건 ‘워킹 액터’란 연기를 직업으로 삼아 뉴욕 ‘중산층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뉴욕 같은 곳에서 연기 직업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이미화 씨가 연기를 배운 스튜디오의 창립자 페니 템플턴
(사진 - Penny Templeton Studio (링크))
액팅 스쿨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2개월 코스인데 일주일에 1번씩 수업을 갔습니다. 액팅 스쿨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전 카메라 액팅 클래스를 들었죠. 학생들을 3-4명으로 그룹을 짜고 스크립트(대본)를 주고 연습하게 시킵니다. 그러고 우리가 연기를 하면, 촬영감독(시네마토그래퍼)이 그 모습을 비디오로 찍고, 선생이 보여주면서 비평(크리틱)을 해줍니다.
학원 외에, 연기에 대한 책이나 비디오 가운데 도움이 된 것 하나 꼽아주세요.
배우들이 쓴 연기에 대한 책,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먼저, 페니 템플턴이 쓴 ‘액팅 라이언’이라는 연기 입문서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인터넷에 가보면 연기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비디오도 많이 있습니다. 배우들이 인터뷰하면서 잡담하는 것 같지만, 잘 들어두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명배우들은 저런 상황에서 이렇게 일하는구나 하고 배울 수 있었죠. 특히 마이클 케인의 ‘액팅 마스터 클래스 시리즈’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BBC에서 제작한 마이클 케인 다큐멘터리 가운데 하나
Acting in Film: An Actor's Take on Movie Making
<출처 BBC>
백그라운드 연기 경험도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죠. 가끔씩 백그라운드를 가면 경력 배우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너는 어떤 경험을 했니?’, ‘어떤 장면을 찍었더니 어떻게 나왔니?’, ‘너는 어떤 연기 학원 나왔니?’ ‘어떤 수업이 도움이 되니?’라고… 그러면 그 시간이 모두 내겐 연기 수업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백그라운드를 하다가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나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중국계 ‘필’이란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젊을 때부터 영화 일을 했고, ‘한국인 아빠’가 필요하면 많이 불려 나옵니다. 그분에게서 정보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본계인 ‘타다시’라는 친구도 있죠. 이분은 원래 대학에서 미술도 가르치고, 기업에서 인사(HR) 일도 했어요. 현재 스테이지(연극)와 필름(영화)일을 같이 하고,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합니다.
백그라운드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연기하고 싶은 젊은이가 입문 전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변호사나 치과의사 등 전문직이던 사람들이 은퇴 후 소일거리로 나오기도 하죠. 또 백그라운드만 전문으로 하면서 나이먹는 분들도 있어요.
백그라운드만 직업으로 오래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캐스팅 디렉터들과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으면, 백그라운드도 계속 일감을 맡으면서 ‘터줏대감’이 됩니다. 스탠드인(대역)을 하면서 크루(영화 촬영진) 급으로 대접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백그라운드도 연기 공부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
그렇죠. 연기 커리어에 욕심을 갖고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은 백그라운드도 설렁설렁하지 않습니다. 백그라운드를 해도 계속 필드(현장)에서 일을 하고,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찾아 일을 해야 합니다. 학생 작품도 해주고, 독립영화도 찍고, 단편영화도 찍고, 인더스트리얼 영화(회사 업무 교육용 영화)도 꾸준히 찍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더 큰 역을 맡게 됐나요?
계속 백그라운드와 독립영화 촬영, 그리고 각종 TV드라마 등에 단역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캐스팅 웹사이트를 매일같이 부지런히 들여다 봤죠. 그런데 2019년에 영화 ‘엄마’의 캐스팅 공지가 떴습니다.

소니, 샘 레이미 제작, 아이리스 심 감독의 영화 ‘엄마’
한국 이민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로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았다
2022년 개봉됐고 한국에도 상영됐다
<사진 영화 웹사이트>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나 독립영화 캐스팅은 초보자도 서브미션(이력서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단역이나 조연급을 맡으려면, 개인 차원에서 ‘서브미션’을 할 수 없습니다. 우선 배우조합(SAG)에 자격을 갖춰 가입해야 하고, 에이전트가 있는 배우만이 캐스팅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지원할 수 있죠.
그런데 ‘엄마’는 특이하게 에이전트 없이도 아무나 ‘서브미션’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원했고, 운 좋게 오디션도 봤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아무 소식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죠.
<다음 편에서는 이미화 씨의 할리우드 첫 메이저 영화 배우로서의 승격, 그리고 영화 현장에서의 노동권과 인간 대접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해 보겠다>
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