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7일, 특검 조사 마친 뒤 귀가하는 한학자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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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한학자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혐의의 골자는 전직 대통령 부인 김건희와 국회의원 권성동을 상대로 한 뇌물 공여 지시 및 정치 로비 지휘 의혹이다. 특검과 검찰은 한학자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교단의 사업상 우호적 조치를 얻기 위해 고가의 선물과 자금 전달을 부하들을 통해 지시했다고 봤다. 한학자와 통일교 측은 “지시한 적이 없고, 관련 간부가 독단으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일본에서의 통일교 법인 해산 결정(2025.3.25, 도쿄지법)과 한국 내 정치권 결탁 의혹 등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수사팀은 자금 흐름 추적 과정에서 발견된 한학자 총재의 라스베이거스 고액 카지노 베팅 연루 정황도 조사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한학자는 누구인가

유년시절 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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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는 1943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났다. 중국에서 넘어온 개신교는 일찍이 북한 지역에서 성황을 이뤘다. 영락교회의 한경직 목사를 비롯하여 다수의 걸출한 개신교도들이 북한, 특히 중국과 가까운 평안도 출신이 많고 통일교와 함께 크고 작은 사이비 교주들이 이 지역 출신이다. 그렇기에 자라온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해방과 6‧25 전쟁, 월남이라는 격변 속에서 성장했다. 통일교 공식 전기와 다수의 자료에 따르면 한학자는 외동딸로, 가정사적으로 모친 홍순애와 외조모 조원모의 신앙 영향 아래 있었다. 장로교 계열 신앙과 1930년대 신령 운동, 새예수교회의 영향을 받은 개신교 배경의 가정환경이었다. 한학자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월남하여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모친인 홍순애의 강한 신앙적 훈련 속에 경건 생활과 순결성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자랐다.
한학자의 모친 홍순애는 장로교회를 섬기던 기독교인이었다. 하지만 영적 능력을 강조하는 신령 운동에 심취했고, 월남 이후에는 통일교의 문선명을 만나 핵심 신자로 전환했다. 시기는 1955~56년 경으로 알려져 있다. 한학자의 부친 한승운은 평안도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였다. 4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했고, 한승운 역시 홍순애와 함께 장로교 신앙을 가졌으나 통일교로 입교했다.
다만, 한승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홍순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일교에 대해 후행적이었고, 실제로는 홍순애와 함께 살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다. 통일교에 심취한 부인과 딸에 대한 입장이 별거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특히, 딸이 교주 문선명과 결혼해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지는 것을 보고 무늬만 통일교가 아닌지 의심했다는 후문도 있지만, 지금 확인은 어렵다. 어찌 됐든, 현재 통일교는 한학자의 부모를 ‘대부’로 예우하는 등 신앙 수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문선명도, 한학자도 그리고 그녀의 부모도, 해방-전쟁-월남의 격변을 거쳐 독실한 기독교인에서, 1950년대 통일교로 이동한 셈이다.
23세 연상 교주와 성혼(聖婚)한 17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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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 11일, 17세 미성년자였던 한학자는 23살 많은 문선명과 성혼(聖婚, Holy Marriage)을 치른다.
여기서 잠깐. 성혼이 뭘까?
성혼은 ‘거룩한 결혼’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으며 통일교 신자들이 받는 종교적 결혼 의례다. 통일교에서 성혼의 핵심은 혈통의 복귀다. 인간이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의 혈통에서 벗어났다고 보며, ‘성혼/축복’을 받으면 부부가 하나님의 혈통에 접붙임, 즉 영적 전환된다고 이해한다. 문선명과 한학자의 결혼이 그 시작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혼인이 실제 역사에서 실현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선명과 한학자의 성혼은 단일한/일시적 약속의 성취이기 때문에 이후에는 이와 같은 혼인은 없다고 믿는다. 다만, 성주(聖酒) 의식을 통해 성혼에 준하는 의식으로 혼례를 치른다. 성주를 나누어 마시며 과거의 죄성과 혈통을 끊고 새 혈통에 접붙인다는 상징을 확인한다. 기독교에서 행하는 성만찬과 맥이 같다. 특이점이 있다면 ‘징계식’처럼 상징적 타락 단절을 표현하는 절차가 언급되기도 했다. 의식 후에는 일정 기간 부부관계 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3일 의식으로 부부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과거의 질서를 끊고 새로운 질서로 들어간다”라는 복귀 상징을 단계적으로 구현한 장치이다.
일반 개신교의 혼인 예식이 하나님 앞에서의 서약과 공동체의 축복에 무게를 둔다면, 통일교의 성혼은 혈통이 전환되는 구원론적 의미를 지닌다. 개신교에서 출발,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종교인 만큼 양상은 비슷하지만 의미에 차이가 있다. 결혼 예식도 마찬가지다. 의식의 구성도 통일교만의 방식이 있다. 성주 의식은 법적 혼인신고와는 별개의 종교 의례이므로, 어떤 부부는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축복받기도 하고, 반대로 축복을 먼저 받은 뒤 신고하기도 한다.
배필을 정하는 방식도 중요한 특징이다. 한때는 통일교에서 참부모라 일컫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직접 매칭을 해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국가와 민족,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는 짝짓기를 통해 ‘평화와 하나 됨’을 이루려 했다. 세계화 이전에 이미 통일교는 성혼을 통해 세계화를 구현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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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각인된 장면은 단연 대규모 합동 결혼식이다. 수천, 수만 쌍이 한자리에서 같은 절차를 밟는 모습은 통일교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다. 이 합동 성혼은 지역, 국가, 언어가 다른 이들이 한 무대에서 같은 서약을 하는 사회적 장면을 만들어냈다.
비판도 있다. 한학자가 문선명의 첫 번째 부인은 아니었다. 1945년 문선명은 최선길과 처음 혼인하였고, 1957년 이혼한다. 중간에 혼외자가 있었고 1960년 4월 11일 한학자와 재혼하였다. 이전 연재물(절체절명 문선명이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 기사 링크)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문선명은 간통과 중혼 등 풍기문란으로 북한에서 5년 형 선고 후 흥남교화소에 수감되었고, 한국전쟁 중에 출옥했다. 1950년대 구금·재판 기록이 남아 있으며, 훗날 미국에서는 소득세 포탈 등으로 13개월 복역했다.
그런데, 왜 한학자와의 결혼만이 성혼이라고 주장하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문선명이 신적인 존재라면, 한학자 이전에 혼인을 맺었던 이들과 그와의 관계에서 낳은 자녀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또 통일교에서는 예수가 고난받듯 문선명 역시 감옥에서 고난을 겪었다고 하지만, 개인의 비행으로 감옥에 간 것이 신성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독생녀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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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는 혼인한 해(1960년)부터 1982년까지 7남 7녀를 낳았다. 한두 살 차이의 자녀를 14명이나 낳았으니 22년 동안 출산과 육아만 반복한 셈이다. 청춘을 바쳤기 때문이었을까. 한학자 역시 통일교에 뼈를 묻을 각오로 교리 연구와 종교성을 탐구한다. 그리고,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라는 개념을 가져와 “독생녀”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독생녀라 일컬었던 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문선명이 연로할 즈음 통일교라는 거대한 종교/기업 복합체를 누가 이끌 것인지가 화두였다. 그리고 1990년대 한학자가 통일교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아마도 남편이 곧 죽게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다. 물론, 신도들은 신적 존재인 문선명은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누구보다 실상을 잘 아는 한학자는 10년 이상 문선명의 사후를 준비했다. 2012년 문선명이 사망한 후, 그녀는 통일교의 실질적 1인 지도자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독생녀’, ‘참어머니’ 담론이 교권의 신학적 정당화 서사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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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생녀(Only Begotten Daughter)라는 여성-메시아적 개념이 등장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문선명 사후 통일교의 승계와 자산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 교리상으로 독생녀 혹은 참부모 같은 칭호를 얻는다는 것은 지도력 승계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 그 말인즉, 재산 상속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통일교에 축적된 그 많은 돈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독생녀라는 개념은 2010년대 이후 통일교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강조되어 논란이 있었다. 처음부터 있었던 교리가 아니라 특수한 목적을 위해 생산해 낸 교리, 즉 족보 없는 교리였던 셈이다. 교리뿐 아니라 최초에 통일교가 세워질 당시에 사용되었던 성경에도 참부모, 독생녀라는 용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즉, 통일교 내부에서 한학자를 위해 여성 메시아를 지칭하는 용어를 만들어냈고, 이는 문선명과 한학자 부부를 인류의 ‘새 혈통’의 원형으로 보는 통일교 핵심 개념과 배치된다. 독생자는 유일한 구원자적 개념인데, 독생녀 한학자의 등장은 죽은 문선명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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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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