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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요시 버릇 남 못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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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사요시가 2015년, 2018년 총 30억 달러를 투자했던 쿠팡도 6년이 지난 2021년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상장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비대면 온라인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매출이 폭증했고 입주 업체의 플랫폼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마사요시가 쿠팡을 투자처로 고른 이유는 당시 대한민국의 시장 구조가 자본만 때려 넣으면 시장 1위 기업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민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도 몇몇 주요 상거래 플랫폼 업체들이 나눠 먹던 과점 시장이었다. 이베이가 인수한 Gmarket이 선두 주자였고, Gmarket을 이베이에 판 인터파크, SK의 11번가 정도가 시장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수수료 중심의 오픈 마켓 플랫폼으로 운영했다. 재고와 배송 같은 판매 활동 일체는 판매자가 담당하고 플랫폼은 온라인 장터를 만들어 주고 자릿세를 받는 구조였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직접 상품을 매입하고 자체 물류 센터를 두어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며 시장 지배적 회사로 성장했다.

 

원래 미국의 지역 할인 쿠폰 온라인 사업 모델을 베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쿠팡이 이번에는 아마존의 성공 모델을 따라 하기로 했다. 지역 할인 쿠폰 온라인 사업이 별 성과가 없어 오픈 마켓형 상거래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중소기업에 불과한 쿠팡이 11번가, 인터파크나 G마켓 같은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회사가 생사기로에 놓이자 마지막 카드로 아마존 모델을 한국 시장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아마존 모델을 따라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데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아마존 모델을 한국에 구축하는 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자본을 베팅할 만한 배짱 두둑한 물주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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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가 손을 내밀었다. 마사요시가 보기에 아마존 모델로 한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압도적 1위가 되겠다는 쿠팡의 계획이 자신의 투자 방식과 딱 맞아떨어졌다. 통신 사업자로 재기에 성공한 마사요시는 2014년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투자 대상을 찾고 있었다. 비전 펀드를 조성하기 전이라 마사요시는 소프트뱅크가 독자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직접 투자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는데 단일 투자 금액으로는 한국 벤처캐피탈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금액이었다.

 

2015년 마사요시의 투자를 받은 쿠팡은 아마존 모델을 전격 도입하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매출만 빠르게 증가한 것 아니다. 적자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투자받은 10억 달러는 곧 바닥이 났고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쿠팡에는 다행히도 비빌 언덕이 있었다. 1차 투자를 했던 손 마사요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펀드를 끌어와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민간 투자 펀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조성한 상태였다. 손 마사요시 말고는 쿠팡에 1차 투자금보다 많은 20억 달러를 투자할 미친 투자자는 없었다. 손 마사요시도 무조건 쿠팡 투자를 성사시켜야 자신이 투자한 10억 달러를 날리지 않을 지경에 있었다. 결국 펀드 투자자들을 가까스로 설득해 추가로 20억 달러를 쐈다.

 

그렇게 돈을 쏟아부었지만, 회사의 재무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시장 1위 자리에 오르는 것도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대규모 적자도 좀체 줄지 않았다. 전화위복의 기회는 자신들의 노력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불행에서 찾아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며 온라인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내내 쿠팡은 폭발적 신장세를 이어갔고 2021년 대규모 적자 상태에서도 3월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후 주가 변동이 컸지만 소프트뱅크도, 비전 펀드도 거대한 유동성 시장에서 큰 어려움이 없이 투자금을 회수했다.

 

쿠팡, 비인도적 현대 자본주의의 투자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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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투자자의 입장으로 보면 마사요시의 쿠팡 투자는 매우 성공한 투자다. 투자금을 회수했을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자본 이득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손 마사요시의 선견지명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도, 쿠팡의 사업 모델이 탁월해서도 아니었다.

 

2022년 쿠팡은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3년, 202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쿠팡의 흑자 이면에는 너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전통적 산업에서 흔히 구사하는 공급망 체인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와 위험 비용의 전가를 수익의 주요한 원천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쿠팡 플랫폼에 입주한 업체의 플랫폼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 모델을 적용한 사업 초기, 쿠팡이 감당하던 비용의 상당 부분을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 업체들에 전가하기 시작했다. 비용 전가가 확대될수록 쿠팡의 수익은 개선되었지만, 반대로 입주한 판매 업체의 수익 구조는 악화되는 매우 나쁜 상거래 구조가 고착되었다. 쿠팡과 네이버가 과점한 시장 구조 때문에 판매자들은 쿠팡이라는 매출 채널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었다.

 

입주한 판매업체의 희생뿐만 아니라 쿠팡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노동자의 희생도 쿠팡 수익의 주요 원천이었다. 한때 언론이 쿠팡의 서비스 혁신이라고 평가했던 새벽 배송이나 로켓 배송은 뜯어보면 일방적인 노동력 착취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기업이나 소비자에게는 편익을 주지만 서비스를 주체인 노동자에게는 희생(임금과 건강 등 실질적 피해)을 강요하는 구조다. 쿠팡에서 일하는 것도 자기 선택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선택은 자기 의사보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강요한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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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작업에 가산 수당을 지급하지만, 터무니없는 노동 강도와 한 여름 40도를 오르내리는 열악한 작업 환경을 고려하면 가산임금은 결코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과 희생을 제대로 보상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의 희생을 유인하는 미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양심적이고 윤리적 경영자라면(ESG가 유행병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사회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최고 경영진이나 기업주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인간을 갈아 넣어 소비자의 경험과 기업의 수익을 추구하는 비인간적 작업 형태는 배척해야 한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이런 기업에 3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쏟아부어서도 안 된다. 회계 장부의 재무적 성과나 어마어마한 투자 수익에 현혹되어 이런 반인도적 경영활동을 하는 경영자나 이를 지원하는 투자자를 경영과 투자의 모범적 사례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만약, 쿠팡이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완전 자동화된 배송 시스템 기술력을 갖추고 인간 노동자는 가급적 배제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 환경, 밤샘 작업과 새벽 배송에 대체 투입했다면 경영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거기에 거금을 투자한 투자자도 칭찬받을 만하다. 인간의 노동을 존중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전에 없던 소비자 편익, 기업 가치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니까. 하지만 부족한 일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쿠팡의 물류창고를 찾는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혁신이라 해서는 안 된다. 범죄는 아닐지라도 이런 경영 방식은 우리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매우 나쁜 경영이다. 쿠팡에서 산재가 이어지고 끊임없이 노동법을 위반하고 권력을 통해 이를 무마하려 했던 것도 이런 사회적 규범과 인도적 가치를 등한시하는 최고경영자의 성정과 가혹한 기업 문화 때문이다.

 

마사요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에도 쿠팡의 투자 성공 방식을 쓸 것이다. 비슷한 성정의 마사요시와 쿠팡의 김범석이 만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OpenAI의 쌤을 만났다.

 

쿠팡 같은 Ope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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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가 ChatGPT를 선보이며 일반 대중을 상대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선두 주자라는 인식을 굳혔지만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약점이 많고 취약한 신생 기업이다. 엄청나게 빠른 사용자 증가로 OpenAI가 돈 잘 버는 선도 기업처럼 보이지만 늘 돈에 쪼들린다. 조잘조잘 떠드는 ChatGPT로 인공지능 업계의 셀럽으로 등극했고 OpenAI가 어지간한 유니콘은 넘볼 수 없는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쿠팡처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penAI의 유료 구독자 수는 2,0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주간 사용자 수는 최대 8억 명 정도 되나 이 대부분은 무료 가입 이용자다). 2024년 매출액은 37억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5조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2025년에는 매출액이 그 4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쿠팡처럼 상당 기간 엄청난 적자를 볼 예정이다.

 

사용자가 늘수록 컴퓨팅 처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수용성을 늘리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도 계속되어야 한다. 시장이 예상하는 적자는 올해 약 80억 달러, 2026년에는 130억 달러에 이른다. OpenAI에 따르면 적자는 2029 ~ 2030년에 가서야 멈출 것 같다. 역시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할 때와 상황이 판박이다.

 

OpenAI의 놀라운 매출 신장은 인공지능의 성능이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이에 더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고 빛의 속도로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덕이 크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 생존의 변하지 않는 법칙이 인간이 구축한 경제 체제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인간 경제에서 기본 필수 요소는 거의 공짜처럼 쓰이는 물질 혹은 이를 재료로 만들어지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생산물이라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의지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터무니 없이 비싸고 화려한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에서 거의 거저 얻다시피 하는 소소하고 흔한 자연 생성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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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투자를 전광석화처럼 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쌤은 돈이 늘 모자랐다. 인공지능이 거대 기술 기업에 종속되는 걸 막겠다고 설립한 비영리 기업 OpenAI 설립 정신은 쌈 싸 먹은 지 오래다. 2023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로 한숨을 돌렸지만,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력만 높여주는 꼴이 되었다. 또 한 번 돌파구가 필요할 때 마사요시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마사요시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때다. 자신이 눈독 들이는 시장에서 시장 지배욕이 가장 강한 기업을 고르고, 압도적 물량을 투자해서 경쟁자를 고사시키며 시장 독점적 지위에 오르게 할 차례다. 우버 투자 때 그랬듯, 위워크 투자 때 그랬듯 그리고 쿠팡 투자 때 그러했듯.

 

마사요시에게 OpenAI는 쿠팡처럼 보였을 것이다. 일반 대중의 인지도가 높고, B2C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로 보였고 자신만큼 관종이며 이익을 위해서는 아침저녁으로 낯빛을 바꾸는 쌤이 정말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베낄만한 비즈니스 성공 모델도 있었다. 애플이 처음 선보인 앱 생태계 구축 모델이다.

 

애플과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한 구글도 애플이 선보인 이 모델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기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시장 점유율도 70%를 넘기며 압도적 시장 지배자가 되었다. 베낄 성공모델도 있겠다 천문학적 투자를 해서 데이터 센터와 자기들만의 인공지능 공급망(혹은 생태계)을 구축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OpenAI만으로는 자기의 구상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마사요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센터에 세 들어 살고 있던 OpenAI는 데이터 구축 경험이 전혀 없었다. 전문가가 필요했다.

 

호랑이 굴에 걸어 들어온 사자, 오라클 엘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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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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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기업 상대 데이터베이스 컴퓨팅 서비스의 강자 중 하나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보다 더 기업 중심의 서비스라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원래 데이터베이스 컴퓨팅 기술 서비스의 강자인 데다 최근에는 뛰어난 인공지능 작업 처리(AI workload) 기술이 주목받으며 예전 강자의 면모를 회복 중에 있다.

 

오라클은 미국 전자의무기록 분야에서 가장 큰 업체인 써너(Cerner)를 인수하며 의료-헬스케어에 특화된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을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오라클 헬스라는 서비스로 의료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마사요시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의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 수준의 고효율 인공지능 인프라 운영 기술도 갖고 있는 오라클이 필요했다.

 

인공 시장 시장에서 사세를 확장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엘리슨에게도 마사요시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기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 데이터 센터와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좋은 기회였다.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들도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사업으로 잔뼈가 굵고 세계 최고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가진 오라클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운신의 폭이 컸다. 엘리슨이 합류함으로써 마사요시는 자신의 투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삼박자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트럼프와 막역한 사이인 엘리슨은 마사요시의 지휘대로 움직일 순한 양이 아니다. 마사요시는 자기 굴에 사자 한 마리를 부른 꼴이 되었다. 가장 많은 현금을 투자하는 전주지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엘리슨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징후가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던 장면이다.

 

어쩌면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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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모인 손 마사요시, 래리 엘리슨, 샘 알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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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슨은 마사요시만큼 성정이 매우 공격적이고 조직에 대해 강한 통제 성향을 가진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다. 마사요시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남 밑으로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엘리슨은 마사요시의 호랑이 굴에 들어 온 사자가 아니라 호랑이 가죽을 벗길 사냥꾼인지도 모르겠다. 엘리슨이 트럼프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은 머스크를 능가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이고 트럼프와는 막역한 친구 사이이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김이 가장 센 기술 산업 분야 최측근 정책 조언자다. 동시에 2020년 트럼프 대선 패배 불복 운동에 깊이 관여했던 마가(MAGA) 세력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가 결별하게 된 데에도 엘리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한다.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머스크는 정통한 소식통을 운운하며 스타게이트 계획은 그럴만한 돈을 조달할 수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머스크의 이런 반응은 앙숙인 쌤 때문이기도 하지만 넘사벽 엘리슨 때문이기도 하다. 트럼프를 가운데 두고 머스크와 엘리슨의 힘겨루기는 팽팽했던 것 같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에 큰 힘을 보태며 자기 사업의 발판을 공고히 하려 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엘리슨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백악관에서 쫓겨난 머스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메리카 당을 세우겠다며 트럼프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처럼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경영 풍토였다면 마사요시도 스타게이트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때는 돈을 쥔 자가 권력자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트럼프 집권 하의 미국 경제체제는 20세기 초 유럽을 휩쓸었던 전체주의적 자본주의, 경제가 완전히 정치권력에 종속된 형태가 되었다. 트럼프 독설에 애플의 팀 쿡은 황금 디스크를 벌벌 떨며 트럼프에게 선물하고, 대학교와 언론사마저 몸을 낮춰 트럼프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들어주는 지경이니 말이다.

 

지금은 마사요시도 별수 없다. 속은 터지겠지만 엘리슨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가진 거라고는 그거 두 쪽과 돈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살피다 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위험은 내부 권력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마사요시는 쿠팡이나 우버처럼 이미 있는 회사에 투자한 게 아니라 쌤과 엘리슨과 함께 합작 회사를 만들어 투자했고 이 셋의 관계는 위계가 분명한 투자자와 경영자의 관계가 아니라 지분이 어떻든 동업자의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호랑이, 사자, 여우가 한 굴에 모인 셈이다. 아니, 어쩌면 호랑이, 여우, 사냥꾼이 한 굴에 모여 앉은 것인지도 모른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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