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살살 꼬셔서(꼬신 건 맞다) 핵잠을 얻어낸 거 같지만, 한국은 핵잠을 얻기 위해 그 동안 온갖 수모를 다 겪어내며 버텼다.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362 사업이라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이 당시에는 프랑스의 바라쿠다급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핵잠을 준비 중이었다. 아, 그 이전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한 번 시도했던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 단계에 들어간 건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라고 보는 게 맞다.

출처 - 뉴스토마토 (링크)
이때는 기본설계까지 마쳤다. 원자로는 러시아의 OKMB(원자력 공학 설계사이다)사의 스마트 원자로, 함체는 프랑스의 바라쿠다급을 베이스로 했다. 이 계획안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지금 국민의 힘 의원인 유용원 의원이 기자시절에 이에 대한 기사를 냈는데, 기사가 나간 얼마 뒤 계획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물론, 이건 ‘썰’일 뿐이다. 그러다가 북한이 북극성 미사일(SLBM)을 발사하면서 다시 한 번 핵잠수함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여기서 등장할 게 디젤 잠수함과 핵잠수함의 차이점이다.
“잠수함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고 물을 수 있는데, 아니다. 디젤 잠수함은 간단히 말해서 바다 위에서 디젤엔진을 돌려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런 다음 물속으로 들어가 이 충전된 배터리를 가지고 활동한다. 보통 배터리가 3일 정도 가는데, 그 사이에 물 위로 올라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디젤 잠수함은 소음이 적기에 나름 우수하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매복 공격이나 연근해에서 활동한다는 전제에서다. 대양을 가거나 적 잠수함을 추적하기에는 어렵다.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 한 상태에서도 최고 속도 내면 1시간이면 다 방전해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수소연료전지도 달고 하면서 버텨보지만, 역시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 핵잠수함은 어떨까? 무한대다.
원자로가 계속해서 전기를 생산해 주니까 이걸 가지고 물속에서 계속 버틴다. 승무원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거다. 영국의 뱅가드급 전략원잠이 영국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80일 넘게 전략초계 임무를 하기도 했다. 핵잠이니까 가능했다. 물은 전기분해로 만들고, 연료 걱정 없으니 최고속도로 막 달린다. 버티기로 작정하면 물속에서 계속 버틴다.

출처 - 연합뉴스 (링크)
이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별거다. 북한을 예로 들어보자. 북한의 신포항이나 원산항 등 북한 잠수함이 나올만한 곳은 우리도 이미 다 안다(북한 SLBM 발사장면을 촬영한 게 누구라고 생각하나?).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바다에서 찾는 건 어렵다. 그러나 항구가 어디인지 안다면 가서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출항하기 전에 뭔가 낌새가 이상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SLBM으로 원점을 타격하거나 출격한 잠수함을 추격하면 된다. 냉전 시절에 SLBM을 탑재한 전략원잠이 전략 초계를 나가기 전에 구축함이나 공격원잠이 전략원잠이 갈 항로를 미리 한 번 훑었다. 매복한 적국 잠수함을 사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북한은 그런 세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즉, 한국 잠수함이 코 앞에서 대기타다 잡으면 된다.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한계 때문에 이런 작전이 어렵지만, 핵잠은 이게 가능하다. 연료가 무한대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문재인 시절에도 핵잠을 가지겠다고 계획을 짰고, 도산안창호급을 만들 때 7번함 이후부터는 추진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미 해군은 젊은 해군 장교들 모아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위탁교육을 계속 보낸 건 '안' 비밀이었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는 정말 핵잠수함을 가지고 싶어했다.

출처 - 중앙일보 (링크)
한국은 잠수함 부대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생각한다. 디젤 잠수함의 경우는 우리 바다를 지키는 방패의 입장이라면, 핵잠은 공격하는 창칼의 입장이다. 동해 바다는 잠수함의 천국이고, 농담삼아 ‘작은 태평양’이라 부른다. 잠수함이 작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6개국 이상의 잠수함들이 서로 쫓고 쫓으며 싸우고 있다.
핵잠을 정말 가지고 싶은 이유는 이 완벽한 스텔스 환경에서 암살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비수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는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트럼프가 OK 했다고 이게 다 OK가 됐다는 게 아니란 점은 확실하다.
트럼프가 필리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하자고 말했는데, 이거... 한화 오션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한화는 2023년에 조선소를 접수했다(1억 달러 주고 샀다). 여기에 그 말도 안 되는 존스법이라고, 미국내 항구에서 사람과 물건을 운송할 때는 미국에서 제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만이 가능하다는 법이 있다. 1차 대전 직후에 나온 법이다. 말로는 미국의 조선업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이것 때문에 미국의 조선업은 박살이 났다.
한화도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조선소를 산 건데... 중요한 건 여기는 수상함을 만드는 곳이라는 거다. 잠수함을 만든 적이 없다. 만약 필리에서 만든다면, 당장 잠수함 도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핵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인허가나(건설도 건설이지만, 원자력 시설은 어쩔건데?) 각종 환경영향평가 등은 다 빼고 건설에 들어가는 기간을 생각해야 한다.

사진 - 필리 조선소
핵잠 승인이라는 큰 고비를 넘었다고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필리에서 핵잠을 건조한다?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핵잠 찍어내려면 최소 10년일 거다. 그 사이에 설계하고 건조 들어가야 한다. 그냥 멀쩡하게 한국의 안창호급을 핵잠으로 바꾸는데도 한 10년 예상하는데, 필리에서 이걸 만든다?
(미국의 잠수함 건조 능력이 박살난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업 생태계 자체가 완전 붕괴 직전이다. 공급 부족에, 숙련공은 다 사라졌고, 덕분에 납기 지연이 빈번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트럼프가 꼼수를 쓴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긴 한다. 이 참에 미국 본토에 잠수함 건조 도크 하나 챙기고, 한국 돈으로 미국의 잠수함 건조 기반을 챙기려는 게 아닐까란...)
여튼 이건 고민을 해봐야 한다. 협상을 통해, 필리가 아닌 한국으로 옮기는 걸 고려해야 한다. 핵잠 생기는 게 기쁜 일이지만, 필리에서 만든다면 이건 진짜 고민해 봐야 한다. 트럼프가 괴팍한 노인네 같지만 굉장한 협상가다. 그냥 막 선물을 퍼준 게 아닌, 최대한 머리를 굴린 거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에 대해선 우리도 능력이 있다. 거의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걸 만들기 위해 별별 짓을 다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원자로를 수출할 정도의 원자력 기술도 있고, 잠수함 건조기술도 있다. 하면 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설계도 하고, 말 못하는 음... 뭔가를 참 많이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레이저 동위 원소 분리법으로 77~80%(일부 검출치다...일부 검출치...)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일본에서 입에 거품물었던 기억이 난다. 여튼 우리나라 이상한 거 많이 한다. 당시에는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이라고 하는데... 뭐, 그렇다고 해두자.

여튼, 문제는 핵물질은 국제사회가 가재미 눈을 뜨고 바라본다. 어차피 핵폭탄 기술이란 건 95%가 다 공개된 기술이고, 따지고 보면 거의 80년 전 기술이다. 대학생들이 학점 받겠다고 핵무기 설계도를 만들어서 제출한 게 20세기 때의 일이다. 즉, 기술은 다 공개된 상황이고 NPT에서도 기술을 막는 게 아니라 핵물질을 통제하는 쪽으로 핵폭탄 제조를 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잠의 원료인 농축 우라늄이 문제가 되는 거다.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원자력 협정을 보면, 1956년부터 한국에게 경고를 한다.
“이거 비군사적 목적이어야 해. 네들 핵폭탄 같은 거 꿈도 꾸지마!”
라고 했고, 실제로 계속해서 이런 압박을 했다. 그러다가 2015년 개정안을 보면, 주요한 대목 하나가 나온다.
“양국이 합의할 경우 20% 미만의 저농축이 허용된다.”
라는 조항이다. 지금, 핵잠이 생길수도 있다는(아직 넘어야 할 산이 좀 있다) 말은 분명 기쁜 성과가 맞다. 허나 우리가 진짜 핵잠을 가지려면, 건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으니, 이 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자.
우선 핵연료가 문제다.
핵연료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예전에는 잠수함의 연료로 40~90% 대의 고농축 우라늄을 썼다. 이 경우의 장점은...
“배가 퇴역할 때까지 배를 안 갈라도 된다.”
라는 거다. 잠수함은 모든 게 선체에 둘러싸여 있다.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선... 배를 갈라야 한다. 이 정도 고농축이면 배가 퇴역할 때까지 걍 쓰는 거다. 그러다가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점차 저농축으로 돌아서고 있는 추세다. 최근 나오는 19.5% 정도의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 High Assy Low-Enriched Uranium)의 경우는 배 가르지 않고, 잠수함 퇴역할 때까지 계속 쓸 수 있다.
“야, 그럼 20% 농축 우라늄 쓰면 되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걸 미국이 주냐는 거다. 트럼프가 오케이 했다고 하는데, 이건 트럼프가 오케이 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링크)
미국의 에너지법(Atomic Energy Act)의 123조를 보면,
“야, 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의 수출은 금지하는 거야!”
라고 박혀 있다. 즉, 미국 걸 사려면 법부터 고쳐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거 당장 미국에서 사 올 건지, 제3국 걸 사 올 건지(어지간한 나라들도 미국과 비슷하게 농축우라늄 수입제한 다 걸어 놨다. 자칫 잘못하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기에)고민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우리나라가 걍 농축하는 건데... 아마 죽었다 깨놔도 이걸 미국이 허락할 거 같지는 않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매년 200억 달러가 아니라 400억 달러를 줘도 괜찮을 거 같다.
핵잠을 만든다면 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원자로 문제다.
핵잠은 원자력 에너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배다. 배는 수명이 있다. 즉, 언제고 배는 퇴역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 안에 있는 원자로를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남는다. 예전 냉전 시절, 호방했던 소련 형님들은 통 큰 결단을 보면...
“걍 바다에 버려”
란 결정을 내린다(미국도 초기에는 바다에 버렸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바다에 원자력 물질 폐기를 하지 말자고 결의하면서 난감하게 됐는데, 소련이 해체되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핵잠수함 원자로를 걍 방치하게 됐다. 최근에야 러시아는 퇴역한 핵잠수함 202척에 대한 해체와 사용후 핵연료 제거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이미 냉전 시절, 바다에 수많은 사용후 핵원자로를 던져버렸던 게 소련이다.

지금은 미국도 안전하게(?!) 폐로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미국의 주력 핵공격 잠수함이었던 LA급의 경우 한 척 퇴역할 때마다 원자로를 뜯어내 육상 저장고에 보관 한 뒤 땅에 묻는다.
LA급의 배수량이 거의 7천톤이나 된다(수상 배수량이 6천톤 정도 된다). 미국은 냉전 시절 LA급만 39척을 찍어 냈다. 지금 현역에 남은 게 2척이다.
이 LA급 한 척에서 원자로를 뜯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원자로 무게만 1,700톤 가까이 된다. 높이만 10.4미터에 길이는 13.7미터나 된다. 이걸 뜯어내고 이동하고, 보관하고 묻는데 들어가는 돈과 비용,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30년 뒤 문제라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지만 이건 후손들에게 돌아갈 큰 책임이긴 하다.
핵잠은 필연적으로 이 폐로 문제에 대한 고민을 갖고 태어난다. 다시 말하지만, 핵잠은 움직이는 원자로를 달고 있는 놈이다. 지금 우리가 이걸 당장 쓰면 좋은 것도 맞지만 우리 후손들은 분명 이 문제로 골치를 앓을 거다. 100% 장담한다. 러시아가 그랬고, 미국이 그랬다. 핵잠은 원자로를 달고 있고, 결국 이걸 우리 손으로 파묻어야 할 날은 온다. 지금도 핵폐기물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데, 핵잠의 원자로는...
예전 러시아가 돈이 없던 시절, 핵잠의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를 걍 방치했었는데, 이것 때문에 유럽이 난리가 났다. 특히나 발틱해와 북극해 연안 국가들은 더 골머리를 썩어야 했던 게, 러시아 북방함대 소속 핵잠들이 걍 똥을 싸질러 놓고 배째라고 버텼기 때문이다. 이때 노르웨이 등등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었다.
“돈 없으면 우리가 처리할게 응? 제발 똥 좀 아무데나 싸지 마 응?”
라면서 덤벼들었다. 이게 남의 일이 아닌 게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건조하려면 최소 10년은 내다봐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 주저했지만, 핵잠은 그 성능만큼 분명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냈다.
핵잠에 대한 반대 여론 및 정치적 논쟁이 될 것이 뻔하기에 우리부터 분명한 사실과 책임, 문제 등을 정확히 알아두고자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봤다. 물론, 이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핵잠은 분명 기쁜 소식이고 좋은 일이다. 트럼프의 꼼수가 보이지만, 이제 물꼬가 트였다.
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길. 그리고 핵잠이 건조되어 실물을 볼 그 날을 기대한다.

출처 - NAVAL NEWS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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