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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뮤지엄 ‘신화’

 

2021년 9월, 안국동에 1호점 오픈.

2024년 전국 6개 매장(현재 7개)에서 매출 796억 원, 영업이익 243억 원.

2025년 7월 사모펀드에 약 2,000억 원에 매각.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은 신화였다. 20년 이상 패션업계에 종사했던 창업자가 40대 후반에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시작된 ‘런베뮤’의 탄생은 비범했고 성장 속도는 경이로웠다. ‘런베뮤’라는 공간을 경험하고, 베이글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한두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자처했다.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이효정은 ‘런베뮤’의 모든 것을 설계한 브랜드 성공 신화의 창조자이면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사모펀드사 JKL파트너스에 프랜차이즈 법인인 LBM을 2천 억대에 매각하면서 창업 성공 신화는 화려하게 끝맺음했지만, 회사 내에서 그대로 브랜드총괄디렉터(CBO)직을 유지하면서 브랜드의 성공 신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지분 매각은 해외 진출과 지점의 완성도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회사 지분이 매각되기 약 한 달 전인 6월, 이효정은 ‘료’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에세이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출간했다. 평소 끄적였던 자신의 생각들을 모아놓은 듯한 이 책은 순식간에 ‘순위권’에 올라 저자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이미 그전부터 방송 출연과 매체 인터뷰를 통해 ‘런베뮤’를 브랜딩한 자신 또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었다. 지분 매각 이후에도 매체 인터뷰와 강연, 행사 참여 등의 대외 활동을 전개해 오다 10월에는 개인의 기획 전시회와 함께 북토크을 열었고 10월 21일과 22일에는 컨퍼런스 대담 참여, 현장 사인회 운영, 공개 강연을 진행했다.

 

‘런베뮤’의 과로사 의혹을 최초 다룬 보도가 나온 것은 10월 27일이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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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노동뉴스〉(링크)

 

보도에 따르면 ‘런베뮤’ 인천점에서 주임으로 일하던 26세 故 정효원 씨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은 7월 16일이었다. ‘런베뮤’ 인천점 개점일인 7월 12일 전후로 상당한 업무가 가중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과 근무 스케줄표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사망 직전 1주일간 그의 근로 시간은 80시간가량으로, 개점 전날인 7월 11일에는 아침 7시 48분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사망 전날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면서 끼니도 챙기지 못한 정황이 발견됐다.

 

고인의 유족은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사측은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 시간 입증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런베뮤’ 측은 고인이 7월에 연장 근로 신청을 시스템에 올리지 않은 점, 출입용 지문 인식기가 당시 고장 나 있었던 점을 이유로 들며 정확한 근무시간은 조사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주 80시간 근무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사측은 입장문에서 “본사가 파악하지 못한 연장 근로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도 “고인의 근무기간 동안 평균 주당 근로 시간은 44.1시간”이라며 “유족 측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는 고인의 근로계약서와 13개월의 근무 기간 동안 신청한 7회의 연장근로 등을 근거로 산출한 평균 근로 시간으로 유족 측이 주장하는 사망 직전 일주일간의 근로 시간이나 그 전 12주 간의 평균 주당 근로 시간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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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링크)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런베뮤’의 임원이 노무사 일을 하고 있는 유족에게 보낸 문자다. “노무사님의 오늘 행보는 굉장히 부도덕하고 실망스럽게 보여집니다”라는 내용도 함께 있었다.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명확한 입증 자료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런베뮤’의 대응과 도저히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게 사측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임원의 발언이 더해져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런던이 산업혁명 당시의 그 런던이었냐’라는 조롱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등장하며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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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TV〉(링크)

 

10월 27일 〈매일노동뉴스〉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해당 의혹은 며칠 만에 지상파 언론을 포함한 주요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고 급기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언급하며 진상규명과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노동부는 10월 29일부터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구조적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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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로터〉(링크)

 

지금까지 나온 보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LBM이 지분 100%를 JKL파트너스에 넘기면서 합의한 지급 방식은 분할납입과 언아웃이다. 매각가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올해 8월에 1차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말 실적(2025년 실적)에 따라 추가 지급될 수 있다. 여기서 ‘실적에 따른 추가 지급’이 ‘언아웃(earn-out)’에 해당한다. 거래 이후 성과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거래 대금을 약속대로 지급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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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비즈〉(링크)

 

2024년 3월 말, LBM의 사내 이사 3명이 사임했다. 창업자인 이효정 CBO, 그의 남편이자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민욱 대표와 최대 주주인 이상엽 이사는 ‘런베뮤’의 창업 멤버로도 알려져 있었다. 기사를 보면 당시에도 법인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나온다. 당시에는 없던 매각 계획이 이후에 갑자기 생겨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LBM은 2025년 7월에 매각됐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여섯 개의 매장으로 ‘런베뮤’는 2024년 연 매출 796억, 영업이익 243억을 기록했다. 이렇게 훌륭한 ‘숫자’를 바탕으로 LBM은 JKL파트너스와의 매각 협상에 임했을 것이다. LBM의 기업가치는 실적과 실적 전망에 기반한다. 이미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 앞으로는 더 큰 돈을 벌 것으로 기대되어야 몸값은 상승한다.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2025년 7월, 같은 시기인 7월 12일에 ‘런베뮤’ 인천점이 문을 열었다. 6개 매장에서 한 해 796억을 팔았던 ‘런베뮤’의 7번째 매장이었다. 알려진 바대로 LBM 매각의 지급 방식에 2025년 실적을 기반으로 한 언아웃 조항이 있었다면 ‘인천점’의 빠른 안정화와 매출 극대화 여부는 곧 LBM의 매각 가치와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 위에서 인용한 〈블로터〉 보도에 따르면 ‘언아웃’ 조항은 단기 실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출과 함께 실적에서 중요한 지표가 이익이다. 블로터〉의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런베뮤’의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하는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성심당(25%)을 뛰어넘는다. 기록해 온 매출 성장세와 성장 전망, 업계 최고의 영업 이익률이 더해져 첫 매장을 연 지 만으로 4년이 채 되지 않은 때에 2천억 원이 넘는 매각액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려면 2025년 실적에도 이런 숫자가 필요하다. 이전보다 많이 팔면서 많이 남겨야 하는 것이다.

 

블로터〉 보도에서 인용한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 발언은 다음과 같다.

 

“매도자가 단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지표를 조정하는 것은 관행”

 

“인건비는 판관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EBITDA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조정될 여지가 크다”

 

EBITDA는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인건비가 기업 수익성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같은 보도에서 인용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신규 매장을 오픈할 때 물류 세팅과 직원 교육, 시스템 안정화 등을 위해 평소보다 30%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이같은 추가 인력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돼 별도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의 연장근로나 타 지점 인력 전화 배치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한다. 이 보도에서는 ‘구조적 과로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물론 ‘언아웃’ 조건이 무조건 현장의 과부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런베뮤’에서 일어난 노동자 과로사 의혹이 이러한 ‘언아웃’ 조건 때문이라고 직접 연결 지어 단정할 수도 없다. 고용노동부의 기획 감독이 이제 착수된 상황이고 법적, 행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황상의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한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이 2025년 7월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는데 2025년 실적이 매각 대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언아웃 조항이 들어있다. 마침, 7월에 신규 매장이 오픈했다. 신규 매장의 매출을 단시간에 극대화하면서 인건비 지출을 잘 관리해야 2025년 목표 실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규 매장 오픈 준비를 해오던 노동자가 개점 며칠 후 회사 숙소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사망 직전 일주일 근로 시간은 80시간에 육박한다. 회사는 해당 기간 동안 숨진 노동자가 얼마나 일했는지 알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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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링크)

 

과로사 의혹에 대한 첫 보도 이후 강관구 LBM 대표는 런던베이글뮤지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10월 28일 밤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런베뮤’의 정체성 그 자체로 알려진 창업자 이효정 씨는 관련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개인 SNS 계정은 비공개 전환됐다.

 

그가 공식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런베뮤’의 정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섣불리 어떤 입장을 내놓기 조심스러울 수는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동안 숱한 인터뷰를 통해 ‘런베뮤’의 직원과 그들이 일하는 무드에 대해 강조했던 그에게 과연 이번 사건이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이다.

 

“매장에서 구성원들이 그 어떤 오브제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그다. “그래서 배치나 인테리어를 할 때도 직원들을 역광에 두지 않고, 자연광을 제일 잘 받는 위치에 두는 편이다. 그들이 가장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도 했다. 이제와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원들이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그저 ‘런베뮤’ 매장을 빛나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는지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애정이었는지는 궁금하다.

 

10월 27일 〈매일노동뉴스〉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강연을 통해, 북토크 현장에서, 대담회와 매체의 인터뷰에서 ‘런베뮤’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행복을 말하고,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것도 아주 활발하게. 7월 16일 사망한 ‘런베뮤’ 인천점 노동자에 대해 10월 27일 첫 보도가 나올 때까지 그가 전혀 몰랐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런베뮤’의 모든 것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그가 모를 수 없다. 그러니까 그가 10월 27일 첫 보도 며칠 전까지 보여주었던 아주 활발한 외부 활동은, ‘런베뮤’ 인천점 개점을 위해 헌신한 노동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유가 업무상 과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그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사실 자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실망스럽다.

 

 

신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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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디어오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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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링크)

 

신화가 신화인 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이 한 일을 두고 신화라 부르며 칭송하는 것은 평범한 인간의 예상과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베이커리 브랜드의 신화가 됐다. 창업자는 창업 성공의 신화가 됐다. 이들의 신화적 매출 성장과 영업 이익은 신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 한 것이다. 이효정이라는 아주 걸출한 창업자가 대단히 치밀하고 섬세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하고 구현한 브랜딩의 결과물이 ‘런베뮤’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결국 사람‘들’이 ‘함께’한 것이다.

 

‘런베뮤’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숫자들이 있었다. 매출이 몇백억, 매각액이 몇천억, 영업이익률이 몇 퍼센트. 그 숫자에 열광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을 보느라 몰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해 내야 했던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위에 신의 이야기는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비단 ‘런베뮤’ 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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