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링크)
자주국방: 타국의 도움 없이 자국을 지켜내는 능력
한 번 생각해 보자. 한국이 만약 아프리카나 남미에 있다면, 지금 당장 미군이 없어도 가능하다. 왜? 주변에 적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대부분 대륙의 패권을 두고 한 타 싸움, 즉 전면전을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능력은 그 정도다. 문제는 정말 운이 없게도 전교 1, 2, 3, 4등 한 가운데 나라가 있다는 점이다. 나름 전교 12등으로 상위권인데 하필이면 내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에 1등, 2등이 있는 것이다. 이러니 기를 펼 수가 없다.
자주국방을 한다는 건, 군대가 강력해야 하고, 돈도 많아야 한다. 또 자국 무기는 자국에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도 좋아야 한다. 거기에 적당한 수준의 인구도 있어야 한다. 한국을 보면 이 모든 게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다.
얼마 전 캄보디아 사건이 일파만파로 불거진 적이 있다. 이때 국회의원 몇몇의 호들갑 때문에 캄보디아에 대한 군사작전 이야기가 오갔고, 국제적으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이걸 보면서 생각난 말이 하나 있었다.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략에 있다.”
- 히틀러의 『나의 투쟁』 中

부산에서 출항하는 충무공이순신함
출처 〈연합뉴스〉 (링크)
소말리아 해협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 같은 전력을 보자. 해상 작전 헬기를 탑재한 구축함을 4~5개월 단위로 교체 투입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는 전력이 아닌데 우리는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SM-2 함대공 미사일을 단 5천 톤급 구축함을, 잘해봐야 RPG-7으로 무장한 해적 상대로 보내는 게 맞냐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때문에 6척뿐인데 계속 고생 중인 우리 충무공이순신함을 응원하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을 상대하기 위해 부대를 보낸 국가들을 보면, 對 해적 전담 부대를 만든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유럽연합 등이다. 해적을 상대한다는 건 최소한 세 가지가 전제된다.
첫째, 대양으로 내보낼 해군 전력이 있다.
둘째, 여기에 국가적 이권이 걸려 있을 정도로 수출입이 활발하다.
셋째, 원정부대를 지원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
이 정도의 나라는 드물다. 앞에서 캄보디아 이야기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캄보디아 ‘정도’에 대한 ‘침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군의 전력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자,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의 적은 누구인가?
북한을 상대하는 것인가?
〈425 사업〉이란 게 있다. 간단히 말해서 한반도와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정찰위성 5기를 쏘아올리는 사업이다. 그동안 미군의 인공위성에 의존하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국 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올 11월에 5호기를 쏘아 올린다. 이후 국방부는 위성 12개를 추가로 띄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자적인 GPS를 가져 보겠다고 KPS 사업도 벌리고 있다. 유사시에 미군이 GPS를 막아버려도 한국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닌 척하지만, 한국군은 이런저런 사업들을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북한 하나만을 바라보고 이런 전력을 준비 중이냐는 것이다.
물론 〈425 사업〉이란 북한 핵탄두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사업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축 체계의 '눈' 역할을 하기 위해 추진된 것인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다. 여기서도 한국군의 군 전력이란 것이 북한만을 상대한다기보다는 그 너머의 존재를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한국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고 전력을 준비 중이지만, 이미 북한을 넘어서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2월에 창설된 제7기동함대를 보자. 원래 제7기동전단이었는데, 함대로 승격했다. 이 기동함대는 대한민국 1, 2, 3함대의 전력을 압도한다. 이대로 2030년대 중반까지 가면 KDDX 6척을 포함해, 구축함 18척으로 구성된 명실상부한 ‘함대’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잠수함 사령부와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을 상대로 ‘일격’을 생각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주 해군기지 만들고 구축함을 찍어낸 결과가 30년 만에 확인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상정하고 전력을 준비했는데,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지금, 이 전력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각자 잘 알아먹도록 하자.
이미 한국군은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으로는 일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게 영원히 의존할 수도 없다. 문제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다.
한국을 둘러싼 1, 2, 3, 4등이 너무 강력하다. 이들 사이에서 한국이 자주국방을 논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나 남미로 간다면 대륙의 패권을 논할 수 있겠지만, 동북아에 몰려 있는 1, 2, 3, 4등 사이에서의 한국은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전력들은 북한이 아닌 이 1, 2, 3, 4등 강대국들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이들을 압도한다기보다는 일종의 ‘비수’ 같은 존재랄까.
“쟤들 무시하기에는 좀 그런 게... 칼 한 자루는 있는 거 같더라고...”
이런 인식을 심어 주자는 것이다. 노무현 시절에 온갖 욕을 먹어가며 준비한 토대가 지금 개화한 것이다. 여기서 주한미군이란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출처 〈서울경제〉 (링크)
북한이란 상수에 대해 주한미군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한다면, 가능은 하다. 앞에서 말한 〈425 사업〉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닌 것 같지만, 한국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핵이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박정희 시절에 생각했던 북한을 단독으로 상대할 만한 전력은 가지게 됐다.
이게 만약 체스 판이고, 한국과 북한 두 개의 국가만이 존재한다면 이 게임은 의외로 쉽게 풀렸을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 너머의 존재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1차 방정식이라면,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는 4차 방정식이다.
주한미군이란 존재가 언제부터인가 자주국방의 방해물로 취급되고 있는데, 주한미군과 자주국방은 테제와 안티테제의 관계가 아니며, 전작권이 환수되든 환수되지 않든 주한미군은 한국에 있을 확률이 높다. 아울러 한미상호방위조약 덕분에 미국은 한국과의 상호 방위에 대해 어떤 시늉을 하긴 해야 한다. 물론 최근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이 모든 게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이들과 미국이 적대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주한미군의 정치적 가치는 증대되면 증대되었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즉, 최소한 철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들의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한국군이 미군의 도움 없이는 형편없는 군대인가.
둘째,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국군의 자주권을 방해하는가.
당장 주한미군이 없다고 한국군이 무너지지 않는다. 월남전 당시의 남베트남처럼 쓰러질 리는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우리나라가 전교 1, 2, 3, 4등 사이에 있다는 점이다. 체급부터가 다르다. 그나마 비벼 볼 수 있다고 보는 일본조차도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와는 이미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들 상대로 자주국방이란... 요원한 일이다. 우리가 북한을 바라본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국방 태세를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면?
주한미군의 가치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주한미군이란 존재는 최소한 1등과 4등에 대한 배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당장 일본과 한국 사이가 나쁘더라도 ‘극단’까지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주한미군이다. 최소한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는 카드를 중립 혹은 중립 우호 세력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1등과 감정싸움은 해도 극단으로 가지 않는 이유가 될 것이고, 서로 간의 필요가 일치한다면 최소한 우호 세력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된다. 즉 1, 2, 3, 4등 중 2명과는 최소한 주먹다짐할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2, 3등이 문제인데 이 경우에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더욱더 부각된다.
최근 발트 3국이 나토와 미군이 함께 훈련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미친 듯이 뿌리고 있는데,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 우리 뒤에 미국 있다! 우리 건드리면 미국이랑 싸워야 해!”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자주국방, 그러니까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 해당 국가의 자주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잘해봐야 핵을 보유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도가 전부다.
그 안에서도 해외 투사력 등을 고려한다면, 더 적어진다. 프랑스가 지중해 권역 안에서는 최고라며 군사력을 해외에 전개하고 있지만, 그 수준은 테러 조직에 폭탄 몇 개 떨구는 정도이다. 이탈리아 역시 지중해 안에서 경항모를 굴리며 자기가 기침 좀 한다며 거드름을 피우지만 딱 그 수준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자기 의지로 다른 국가의 간섭에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거의 없다. 또 미군이 있다고 해서 그 나라의 자주국방이 문제가 된다면, 세계의 상당수가 자주성을 침해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는 80개국이 넘는다. 영국부터 시작해서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 ‘잘나가는’ 국가들도 잔뜩 있다. 이들 나라 역시 자주국방을 침해받고 있는 것일까.
지금은 21세기이고,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 만약 3세기 정도였다면 고만고만하게 자기 지역 내에서 놀 것이고, 불세출의 영웅이 나와서 대양을 건너고 대륙을 넘어 정복 전쟁에 나서지 않는 한 자기 지역에서 패자로 지내는 게 고작이다. 로마와 중국 한 나라가 있던 같은 시기에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서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로 끝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너무나 가까워졌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게 됐다
한국은 지난 30년간의 평화에 가장 큰 수혜자였을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자, 가장 관대한 제국인 미국이 전 세계의 바다를 지켜주었다.
이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던 건 한국에게는 축복이었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제조업 국가이다. 제조업이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마음먹는다고 산업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조업 국가의 핵심은 수출이다. 물건을 만들어서 해외에 팔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은 수출입국을 말하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바다를 오갔다.
지금이야 소말리아 해적 때문에 청해부대를 파견했다지만, 그 이전까지 바다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수출입을 못했다는 소리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간혹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나 우회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바닷길을 지켜준 게 미국이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에 도전자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이다.
지금 전 세계적 격변은 중국 시진핑의 집권에서 시작됐다. 그 이전까지 중국은 말 그대로 숨죽이고 버텼다. 80년대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라며 향후 100년간 이런 기조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경제성장으로 어느 정도 힘을 기른 뒤인 장쩌민 시절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한 일은 한다)를 들고 나왔었다. 소위 말하는 대국 책임론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후진타오 때에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가 나오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조금 위험해도 그럭저럭 미국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2등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출처 〈한겨레〉 (링크)
그런데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중국몽(中國夢)이 등장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華民族偉大復興中國夢)”
국제정치학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인데, 왜 중국이 하필 이 타이밍에 발톱을 드러냈냐는 대목이다. 계속 꾹꾹 눌러 참으며 덩샤오핑 말처럼 힘을 길렀다면 기회는 있었다. 아니면 일본처럼 치고 올라가다가 미국에 의해서 주저앉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2등의 위치는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유력한 이유로, ‘한타 싸움을 할 수 있는 병력을 지금 아니면 모을 수 없다’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거론된다. 과거 패권국가와 도전 국가 간의 전쟁을 보면, 전쟁의 타이밍은 꼭 ‘정점’을 찍었을 때였다. 한 국가의 국력이 정점을 찍는 최고 전성기 시절,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은 그때 전면전을 한다는 것이다. 1차 대전 독일이 그랬고, 2차 대전 일본이 그랬다. 더 발전할 무엇이 보이지 않았을 때, 패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왜냐, 시간이 지나면 도전할 자격조차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성장했고, 앞으로 더 발전할 듯이 보이지만 최전성기는 지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때문에 한국의 자주국방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그것도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경제 사회적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100% 온전한 자주국방 체계를 갖출 수는 없다. 이 말인즉슨 주한미군의 존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이것은 한국이 진영 노선을 갈아타지 않는 이상, 또 미국이 패권 도전에 응전을 포기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정반대로 해석하자면, 미군은 한국이 필요하다는 것. 단, 그 성격과 규모는 달라진다.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할 카드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을 상대한다면 주한미군보다는 주일미군에 집중하는 게 미국에게는 남는 장사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초장거리 투사 병기도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세상이 됐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형 탄도탄 사정거리 안에 한국이 들어 온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북한을 상대로 보더라도 과거 80년대까지는 미군의 지원이 필수라고 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국의 제7공군 산하 제8전투비행단이나 제51전투 비행단의 화력보다 최소 8~10배 이상 강력한 화력을 갖춘 게 오늘날 대한민국 공군이다. 육상의 화력지원? 이건 주한미군과 비교 불가다.
북한의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만 보면 이미 한국군의 역량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이 핵 정도만 지원하고 병력을 빼겠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겠는가.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전쟁을 치른다면, 중국은 일본의 가데나 공군기지부터 타격하고 시작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미 언론에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對 중국 전선에서 한국은 최전방 야전군이 아니라 전방 감시초소 정도의 역할을 맡는 모양새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것보다 병력을 축소하는 카드가 수면 아래에서 계속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AP연합뉴스〉 (링크)
정말 중국과 미국이 싸운다면, 주한미군은 최소한만 남기고 미군은 일본 쪽에 집중 배치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80년대라면 모를까 지금 한국군은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 주한미군 병력을 중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사용할지, 뒤로 빼서 주일미군을 강화하고 남은 병력은 감시와 견제용으로 쓸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우리 정치권의 몫이다.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병력의 질이나 성격,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7월 24일, 미 국무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위한 동맹의 현대화 합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을 북한 억제용이 아니라 중국 견제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예상된 바였다.
미국의 전력 과제 중 최우선 목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을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이 목표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이나 목적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 한국은 거부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다음인데 지금 한국군에게 對 중국 전선에 참여하라는 권유가 들어올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수사가 아닌 우리 편이 맞냐는 미국의 직설적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새로운 선택
하필이면 이 순간 자주국방을 논하게 된 것이다. 지난 70여 년 한반도의 안보 체제를 규정했던 주한미군의 성격이 그 길었던 70년을 뒤로하고 지금, 바뀌게 되었다. 對 중국 전선에 한국군의 참전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주한미군이 필요하다, 아니다 따위를 논할 때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트럼프와 시진핑 때문이라고 단편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기도 하다. 원래 미국은 고립주의 국가였고,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면서도 관대한 아주 독특한 제국이었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의 30년을 지켜주었던 그 제국은 이제 원래 하던 대로 고립주의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때, 한국은 그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 바로 코앞에 붙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교적 카드'로서 자주국방이었지만 냉정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지금의 현실은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교 1, 2, 3, 4등 사이에 끼인 비애라고나 할까.
이런 시대의 흐름은 앞으로 바뀌긴 힘들 게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그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비수'를 계속 벼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독립이 아니라, 현명한 생존. 그것이 지금 한국이 추구해야 할 현실적인 자주국방의 모습이 아닐까.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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