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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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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를 듣는 제현 시주들께서는 부먹을 선호하십니까 아니면 찍먹을 선호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 이 질문을 받아본 적 없는 중생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부먹파는 부먹파 나름의 논리가 있고 찍먹파는 찍먹파 나름의 근거가 있으며 어떻게 먹어도 괜찮다는 탕평파도 자신의 논리와 근거로 이야기합니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탕수의 양 조절이 중요하다면 찍먹을 하면 될 일이고, 탕수육이라는 원래 의미대로 튀김옷에 탕수를 흠뻑 적셔서 먹고 싶다면 부먹을 하면 될 일입니다. 이도 저도 다 먹고 싶다면 짬짜면이나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반반씩 먹어도 됩니다. 아무래도 좋은 질문을 가지고 수많은 중생이 수많은 논쟁을 벌였습니다.
출처 - (링크)
중생들이 부먹과 찍먹을 놓고 벌이는 논쟁이 마치 조선 효종 때 예송논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식탁 위 예송논쟁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부먹과 찍먹에 비유하여 탕수육으로 배워보는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이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만공스승은 부먹과 찍먹 탕수육 논쟁과 조선시대 예송 논쟁이 공통점이 있으며, 이 점이 현재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먹과 찍먹 논쟁과 예송논쟁은 별것 아닌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중생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탕수육을 어떻게 먹느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상례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수많은 중생이 죽고 다치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반도에 사는 중생들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 두 논쟁이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중생들은 논쟁하기를 즐깁니다. 별거 아닌 문제도 서로의 이론과 근거를 대며 논쟁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 논쟁들은 대체로 실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기호 문제이거나 관념적인 문제들이어서 누가 옳다 그르다가 판별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지금도 밸런스 게임이라 불리며 숱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탕수육을 부어 먹는 게 입맛에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찍어 먹는 게 입맛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호의 문제를 어느 쪽이 정당하고 정통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차원까지 끌어올려 자못 정밀하고 예리하게 토론합니다. 양쪽의 말이 저마다 수긍 가는 면이 있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출처 - (링크)
예송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복을 몇 년 입는 게 뭐 그리 중요한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이 논쟁이 왕의 정통성을 따지는 문제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런 논쟁이 벌어지게 되는 건 다 우리나라 중생들이 관념적인 문제를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쟁을 자주 하다 보니 우리나라 중생들은 세계만방의 어떤 중생보다도 관념적인 사고를 잘합니다.
이렇게 된 데는 명백한 원인이 있습니다. 송나라 주희는 성리학의 한 분파인 주자학을 만들었습니다. 주자학은 세계를 물질적이나 실질적이기보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다루는 학문이었습니다.
조선은 건국 후 불교를 물리치고 유교를 국교로 삼는 과정에서 성리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을 수입해 정통 유학으로 삼았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주자학은 지극히 관념적인 학문입니다. 주자학을 정통으로 삼은 탓에 조선시대는 실용적인 학문이 거의 발달하지 못했고, 관념적인 토론으로 가득했습니다.
사단칠정을 놓고 이황과 기대승이 벌인 이기호발과 이기일원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논쟁만 늘어놓는 게 조선시대 엘리트라는 양반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기호발의 이황, 이기일원을 주장한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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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정확히는 주자학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할 정도로 성리학은 조선 사회의 발전을 철저하게 가로막았다고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다 싶은 걸 하려 들면 그런 건 상것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모든 실용적인 학문을 폄하했습니다.
조선 후기에 박제가, 박지원 등이 실학을 추구하고자 할 때도, 이웃 나라의 앞선 기술을 가져오고자 할 때도 성리학은 철저히 가로막았습니다.
이에 반해 왜, 지금의 일본은 오랜 전란을 거치며 유물론적 사고가 중생들의 머리에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모노쯔쿠리라고 불리는 물건 제작 문화 또한 이런 유물론적 사고의 유산입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제로센과 야마토
출처 - (링크)
모노쯔쿠리 문화는 일본이 제국주의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유물론에 입각한 모노쯔쿠리 문화는 제로센, 야마토 같은 강력한 무기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고, 청일전쟁, 노일전쟁에 승리하고 태평양전쟁을 벌이고 대동아 공영권을 외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패망 이후에도 모노쯔쿠리 문화는 계속 이어져 소니의 워크맨, 도요타나 혼다의 자동차 등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들은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90년대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은 몰락했고, 이제는 아무도 일본의 제품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중생들은 대부분 일본에 가면 코끼리 밥솥이라 불리던 조지루시 밥솥을 사 왔습니다. 이제는 조지루시 밥솥이 뭔지도 모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단지 거품이 꺼졌기 때문일까요? 여전히 일본에서 만드는 물건 중에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중생도 예전처럼 재팬 넘버원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왜 이렇게 몰락하게 된 걸까요?

연마 작업 중인 일본 요넥스 골프 직원
출처 - (링크)
만공스승은 일본의 몰락과 한국의 부상이 하나의 원인으로 이어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세계 반도체 최강국을 꼽자면 메모리의 대한민국과 파운드리의 대만입니다. 반도체 강국 두 나라가 전부 한자 문화권이고,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도 같은 한자 문화권라는 게 과연 우연일까요?
반도체는 작동 원리가 직관적이지 않고 매우 추상적인 물건입니다. 다른 물건들은 물건의 외형만 봐도 그 작동 원리나 기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난생처음 반도체를 본 중생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작동 원리나 기능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분해해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기계류나 TV, 냉장고 같은 다른 전자 제품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반도체의 기능과 작동 원리는 관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중·일(TV조선 기자는 일·한·중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만) 세 나라는 한자를 쓴다는 공통점 외에도 유교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바 성리학은 관념론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며 발달한 학문입니다.
만공스승은 세 나라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강국이 된 건 중생들이 유교 덕에 관념적인 사고에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대만이나 우리나라보다 먼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완전히 뒤처지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 <삼성전자>
현재 반도체는 nm 단위에서 제작이 이뤄집니다. 반도체 사이로 흐르는 전류가 문제가 될 정도로 미시적인 세계를 다룹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유물론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유물론의 세계는 실제적이기는 하지만 제한적입니다. 그 사고의 폭과 깊이 또한 물질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시화되면서 양자의 세계에 근접하자 일본의 중생들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발전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른 요인들도 있습니다만 워크맨처럼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물건을 잘 만들던 모노쯔쿠리가 안 통하게 된 데는 일본 중생들의 관념론적 사고 미숙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소·부·장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소재나 장비나 부품은 일본이 여전히 잘 만듭니다. 이는 관념적 세계가 아닌 깎고 만지고 자르고 붙이는 현실 세계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여전히 로봇 강국인 것도 연장선에 있습니다.
21세기는 관념의 세계입니다. 가장 중요한 산업인 인터넷이나 AI, 반도체는 전부 관념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물건들입니다. 실재하는 물건이지만 실재하지는 않습니다. 그 기능과 작동 원리 또한 관념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관념론으로 싸웠던 대한민국이 21세기 들어 부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 - (링크)
정치 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중생들은 인류 역사상 어떤 나라 어떤 중생도 하지 못했던 무혈혁명을 두 번이나 해냈습니다. 정치 체제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들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이 체제와 권력구조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중생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지를 대한민국 중생들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굳이 K를 붙이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로도 기술로도 경제적으로도 세계 최첨단에 서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 최빈국이 불과 70년 만에 여기까지 온건 우연이 아닙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를 끌어 내리고, 윤석열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민족이 쌓아온 저력 덕분입니다.
이재명 시주 같은 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우리 민족의 저력은 앞으로 나가는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만공스승조차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중생들 만세. 나무관셈보살.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만공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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