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는 정말 버블일까?
2025년 11월 5일,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에 대규모 공매도, 이른바 ‘숏을 친’ 사실을 밝혔다. 대표적인 AI 기대주인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PLTR)의 주가는 이날 8%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실적 발표 직후였다. 최근 전 세계적인 주식 폭락은 미국 AI 관련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자연스럽게 AI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AI 버블론의 논리는 명확하다. 지난 수년간 AI 관련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이지만, 관련 기업의 수익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관련주가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2000년대의 닷컴 버블의 악몽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팔란티어 주가가 단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AI 산업 전체를 본다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우리 삶의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닷컴 버블 때와 뭐가 다른지, 지금의 낮은 수익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한번 짚어보자.
2. 아무도 디지털 지능의 확장을 막을 수 없으셈

지금은 AI라고 하면 바로 생성형 AI(LLM)을 떠올리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라고 하면 주로 머신러닝이나 강화 학습을 의미했다. 과거 강화 학습은 게임(알파고)이나 제한적인 환경의 물리 시뮬레이션 등 명확한 규칙이 있는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LLM 덕분에 훨씬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영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LLM은 현실 세계에서 일종의 선행 지식, 상식을 갖추고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화 학습을 일반화할 수 있다. LLM 덕분에 강화 학습은 코딩, 복잡한 수학 문제 해결 추론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광범위한 작업에서 마침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AI는 특정 문제를 위해 맞춤 제작된 도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지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즉 AI는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범용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가 모든 산업에 쓰이듯, AI도 제조,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LLM 기반 AI는 계약서 검토 시간을 80% 단축하고, 컨설팅 회사에서 과제 완료 속도를 25% 빠르게 만들면서도 결과물의 품질은 40% 이상 높일 수 있다. CS 분야에서는 초보 고객 상담원의 생산성을 34%나 향상해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현재 AI 혁명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선다. 주로 모니터 화면에 머물던 디지털 지능이 제조업 등의 물리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과정이다.

AI에 대한 회의론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로 생성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정확히 이를 지적하며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산업 전반의 AI화는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동화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기존 산업에 AI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 공정부터 공장 전체, 나아가 산업 구조까지 AI 기반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전기가 도입되면서 공장 전체가 재설계되었듯 AI가 전통적인 산업에 적용되면 전혀 다른 무언가로 진화할 수 있다. 마치 배추가 양념을 만나 김치가 되는 것처럼.
3. 스마트 팩토리
BMW, 메르세데스-벤츠, Volvo, Siemens 등 제조업체들의 AI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단지 마케팅 구호가 아니다.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효율성 향상 등등의 성과는 이미 검증되었다. 나아가 AI는 전기나 수도, 인터넷처럼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다. 엔비디아가 물리 세계 파운데이션 모델인 코스모스(Cosmos)와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물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AI 인프라와 플랫폼이 일종의 AI 운영체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 GPU를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제값 주고 판매를 하겠다는데 왜 우리는 열광하는가. 왜 GPU를 우선 공급하려는 대상은 정부와 네이버를 빼면 전부 제조업체인가. 이렇게 GPU를 공급받는 제조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를 이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를 이미 도입했고, 이를 토대로 실제 반도체 제조 공장을 1:1로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여 공정 최적화와 불량률 감소, 생산성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깐부 3자 회동
물론 대규모 공장에만 “지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농업, 물류, 소규모 제조, 개인 작업장에 이르기까지, AI는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생산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작은 예시가 카본 로보틱스(Carbon Robotics)의 레이저 위더(LaserWeeder)이다. 이 시스템은 24개의 NVIDIA 칩과 고해상도 카메라, 컴퓨터 비전을 결합하여 농작물과 잡초를 실시간으로 구별한다. 초당 수십 건의 이미지를 분석한 후, 고출력 CO2 레이저로 잡초의 성장점만 정밀하게 태워 제거한다. 당연히 농약 사용이 현저하게 줄게 된다. 농기계부터 대규모 공장까지, 모든 생산 현장에서 AI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4. 닷컴 버블과의 차이
현재 AI 투자 열풍은 닷컴 버블 당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을 뿐 수익은 전혀 내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반면 오늘날의 많은 AI 관련 기업들은 이미 확실한 기반이 있고 실제 수익을 내고 있다.
전기가 처음 보급될 때를 생각해 보자. 발전소와 전력망이라는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에 비해 전기 수요는 기껏해야 호텔과 고급 주택의 조명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JP Morgan의 투자는 당장의 조명 사업 수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움직일 전력망을 선점하는 데 있었다. 이후 전기는 가정용 전자기기부터 공장까지 말 그대로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었고, 전력망을 장악한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마찬가지로 Open AI, Google, Microsoft가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목적은 ChatGPT 구독료 수익 따위가 아니다.
물론 인류 역사상 수많은 기술이 버블 속에서 사라져갔다. 불과 몇 년 전 가상 세계 열풍은 어떠했는가. 가상 세계가 모든 걸 바꿔 버릴 것처럼 떠들썩했고, 심지어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날 아무도 메타버스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투자를 경계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AI를 메타버스처럼 일시적인 유행으로 봐서는 안 된다. 2000년대 초반 나스닥 폭락 시기에 많은 닷컴 기업은 실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대부분이 폭락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은 닷컴 버블에서도 살아남아 이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생태계는 버블이 사라진 후에 더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19세기 후반 전기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반(反)전기 풍자 만화. 작자 미상.
5. 수익성 위기의 진실
천문학적인 투자에 비해 당장 벌어들이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은 큰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낮은 수익성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구매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단순한 증설이 아니다. 이는 대규모 추론(inference)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컴퓨팅 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 인프라 투자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이를 “Grove(인텔)가 주면, Gates(마이크로소프트)가 빼앗아 간다(Grove giveth and Gates taketh away).”의 반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드웨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소프트웨어가 그 성능 여유분을 모두 소비해 온 것이 IT의 역사이다. 비슷한 일은 메모리, 저장장치, CPU 등 하드웨어 전반에서 일어났고,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면서 극한의 ‘치킨게임’을 펼쳤었다.
현재 AI 업계에 정확히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를 아무리 공급해도, 수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리즈닝 모델이 등장하면서 필요한 토큰(연산량)은 계속 늘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서비스하는 클로드(Claude) 매출의 80% 정도가 B2B에서 나온다. 소비자 주도의 수요에서 B2B로, 단계를 넘어가면서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요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AI 연구자와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합의된 예측(샌프란시스코 컨센서스)에 따르면, 3~5년 내로 AI는 가장 똑똑한 인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별로 전문화된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복잡한 작업도 대부분 자동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기업, 정부, 개인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현재의 투자 규모는 오히려 미래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현재의 투자가 버블은커녕 오히려 부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 에릭 슈미트의 분석이다.
6. 기술 선점의 중요성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구매에 수백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설비 투자이고 분명 버블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지금은 수익성보다 기술 선점이 훨씬 중요한 시점이다. 아마존이 10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은 이유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는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을 좌우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것은 장기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매출의 25% 이상을 AI 관련 설비에 투자하는 이유도, 구글이 엄청난 규모의 AI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대규모 혁신 기술이 실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전기 모터,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등 모든 주요 기술은 도입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GDP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AI는 이미 그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반의 AI가 등장한 지 약 15년, LLM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지는 3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AI의 도움으로 연구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자원 활용 효율성이 개선되고, 생산 프로세스가 최적화되고, 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는 피지컬 AI(Physical AI)를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제조업, 물류 등에서 자동화와 최적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AI 발전이 2027년부터 GDP 성장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아직은 산발적인 개인과 조직의 일부만이 AI를 활발히 쓰는 정도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모든 변화는 항상 처음이 어렵지, 변화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7. 결론
의사이자 미래학자인 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산업혁명은 80년이 걸렸지만, AI 혁명은 15년 정도면 완료될 것이며, 특히 앞으로 5년 안에 AI 사회의 원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지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라는 발언과 동일한 맥락이다.
버블은 그것이 현재 버블인지 아닌지 혹은 언제 터질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AI는 버블일 가능성보다 진정한 혁신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투자 열풍이 아니라, 인류 문명을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일 수도 있다.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었듯, AI 역시 일시적 조정을 겪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든 산업과 일상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AI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지금 AI가 버블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AI는 산업 전체를 재정의하고 있으며, 그 전환을 이제 막 시작했다. AI가 특정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가정해야 한다. AI로 인한 격변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일 뿐만 아니라 임박한 미래이다. AI 발전 속도는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사회 시스템 적응 속도는 그대로인 것이 문제다. 기업 수익만 증가시키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정체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I 기술은 분명히 경제 성장을 창출하겠지만, 그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될 것인가.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히야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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