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기독교 하나님, 이슬람 알라

 

이스라엘과 가자,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종국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전쟁과 다름없다.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서 전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근까지 이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일단 미국의 중재(?)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동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갈등까지 10~20년에 한 번꼴로 전쟁이 일어난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때만 되면 주기적으로 발발하는 전쟁, 그 이유가 뭘까?

 

유대교와 이슬람이 절대 협력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다른 모든 걸 내어주어도 양보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두 집단 모두에 있다. 바로 경전이다. 유대교가 신의 계시라 여기는 '토라'와 모세오경을 비롯한 구약성서와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 모함마드의 '쿠란'이다.

 

xhfkdhk RNfks.jpg

토라와 쿠란

 

유대교 성경 속 하나님과 쿠란의 알라는 누구일까? 실제로 유대교와 이슬람의 신의 존재와 대상화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유대인은 아브라함의 자손이자 혈통으로서 아브라함의 하나님, 야훼를 섬긴다. 그런데 모함마드 역시 ‘하니프’라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유일신을 섬기는 전통이 있다. 아브라함의 아들로는 이스마엘과 이삭이 있다. 이슬람은 이스마엘의 자손 중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섬기는 이들이었고, 유대인은 이삭의 후손이다. 결국 이들이 섬기는 대상은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예일대학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로부터 시작된 이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뜨거운 감자다. 과연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부르는 하나님과 이슬람이 섬기는 알라(Allah)는 같은 신(神)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신학적 호기심만이 아니라 종교 간 공존과 갈등, 구원론(救恩論)과 계시(啓示)의 문제,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까지 아우른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5f63c6a868f75a0d9c3f8795_Allah.png

출처 - (링크)

 

미로슬라브 볼프는 그의 저서 <Allah: A Christian Response(2011)>에서 "유대인을 비롯한 기독교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이 같은 신, 하나님을 대상으로 예배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기독교인이 이슬람과 같은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단순한 포용이 아닌 신학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로 보았다. 볼프가 제시한 핵심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대교/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 사이에 충분한 유사성(sufficient similarity)이 존재하는가?

두 번째, 유사성만으로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두 종교가 섬기는 대상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 다른 신이라고 봐야 하는가?

세 번째, 만약 동일 신을 섬긴다 하더라도 그 신에 대한 이해와 계시, 구원론과 같은 핵심 교리가 다르다면 그래도 역시 대상이 ‘같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볼프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가 같은 신, 하나님을 참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신관(神觀)과 계시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무엇보다 이 종교가 사용하는 경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전혀 다른 대상을 섬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 만물을 창조한 유일신

 

re_8_1.jpg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일단 성경은 야훼, 쿠란은 알라라고 표기하니 이름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언어만 다를 뿐 사실상 절대적인 신, 하나님이라는 뜻은 일치한다. 히브리어냐 희랍어냐 아니며 아랍어냐의 차이다. 볼프는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 유일신을 고백하며 하나님은 하나의(One), 영원하며(eternal), 변하지 않는(unchangeable), 우주 만물을 만든 창조주로서의 의미로서 양측이 동의하고 있다. 또한 유대교와 기독교는 하나님을, 이슬람은 알라를 모두 정의와 자비를 지닌 존재로 이해한다. 따라서 볼프는 세 집단 모두 이 동일한 창조주에게 경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록 신에 대한 이해 방식(예컨대 삼위일체 교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성육신 등)과 신학적 표현이 달라도 참조하는 대상(reference)이 동일하다고 본다. 이러한 동일성 인정은 종교 간 대화(interfaith dialogue)와 공존(coexistence)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즉, 같은 신을 섬긴다는 전제하, 이해의 다름이라는 차이를 전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서두에서 언급했듯,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은 아브라함(Abraham, 히브리어: אברהם, 아랍어: إِبْرَاهِيم‎ - Ibrāhīm)의 전통을 공유한다. 아브라함은 유대교 전승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등장하며, 기독교에서도 역시 ‘믿음의 조상’으로 이해된다. 이슬람에서는 이브라힘(إِبْرَاهِيم), 하나님의 절대적 순종과 유일신 신앙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예언자(prohpet)로서 존중된다.

 

따라서 세 종교 모두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공유한다.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도 이 전통 속에 나타났고, 유대인들도 아브라함의 혈통과 선택 전통 속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구원자, 메시아로서 믿는 예수도 아브라함의 자손, 혈통으로서 뿌리가 같다. 그렇다면 이들이 섬기는 신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이라는 논리로 연결할 수 있다.

 

결국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은 신에 대한 인식 차이는 있지만, 그 인식이 향하는 대상은 ‘같은 하나님’이다.

 

예수와 구원에 대한 인식 차이

 

Good_shepherd_m2.jpg

초기 기독교의 예수 이미지

출처 - (링크)

 

이들이 모시는 신이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논리를 편다.

 

"신은 누구인가, 신은 어떻게 계시했나? 에 대한 질문에 다른 대답이 가능한가?"

 

대상이 누구인지와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에 대한 차이가 존재하냐는 질문이다. 자, 그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무엇일까?

 

유대교와 이슬람은 예수 그리스도교를 부정한다. 유대교에서 예수는 과거에 존재했던 유대인 중 한 명 정도로 인식한다. 유대인에게 예수는 일반인이다.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예언자 혹은 선지자로 인정은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 신과 같은 개념을 덧씌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천주교와 개신교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하나님의 성육신(incarnation)으로 본다. 특히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는 유대교, 이슬람교와 완벽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하나님(아버지)과 예수(아들), 성령의 하나 됨을 하나님의 본질로 인식하는 차이는 단순히 부분적 차이가 아니라 신관 자체의 차이로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갈림길이 생긴다. 유대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하나님은 동일 대상화에 대한 가능성이 있지만, 기독교에서 이해하는 하나님과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다시 말해 유대교와 이슬람은 유사성을 찾을 수 있지만 기독교는 인식 차원에서 완전히 분리된다.

 

구약과 신약의 성서와 쿠란, 즉 계시의 방식이나 종교마다 계시의 말씀으로서의 경전과 경전이 되는 과정으로서의 정경(canon)화 문제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는 경전의 범위, 그 보존의 방식 등이 서로 대립한다. 각 종교가 이해하는 하나님의 계시가 다르다면 대상도 다르다고 본다. 따라서, 설령 세 종교가 유일신,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말하더라도, 그들이 예배드리는 하나님이 동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 신학자들은 이슬람에서 믿는 알라는 기독교에서 언급되는 삼위일체의 하나님과 질적인 차이가 분명하므로 같은 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기독교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Saviour), 성육신하신 하나님으로 인식한다. 반면, 유대교는 예수를 특별한 의미 있는 인물로 보지 않으며, 이슬람은 예수를 예언자 중 하나로 인정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나 신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유대교는 대체로 구약성서(모세오경 및 그 이후 예언서·역사서 등)를 경전으로 삼고, 기독교는 구약과 신약(예수와 사도들의 서신)으로 경정을 확정했다. 반면 이슬람은 무함마드 이후의 최종 계시로서 코란(Qur’an)을, 이전의 계시는 부분적으로 변개되었다고 본다.

 

구원에 이르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기독교는 은혜(grace)와 믿음(faith)에 의해 구원된다고 믿고, 이슬람은 신앙(이만, īmān)+선행(‘amal)+순종(submission) 등을 통해 하나님 알라에게 복종하는 삶이 구원의 길이라는 입장이다. 유대교는 여전히 메시아, 구원자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구원에 대한 세 종교의 이해와 방법 역시 모두 다르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