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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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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들어 코스피 지수 4000을 중심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식 전문가들은 조정이라고 말한다. 지난 9월 이후 코스피 지수는 30% 이상 쉬지 않고 올랐다. 이렇게 오른 곳은 대한민국 증시밖에 없다. 코스피 지수가 3170에서 4200까지 거의 수직 상승했다.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시장인 셈이다. 특히 헤지펀드 같은 투기성 자본에 한국 시장은 단기간 거래에 정말 좋은 시장이다. 주식 시장과 외환시장이 개방되어 있어 돈을 넣고 빼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든 장기 투자자든 시시때때로 시황에 맞춰 수익과 손실을 확정하여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 한다. 수익과 손실을 확정한다는 것은 곧 자산을 현금으로 바꾼다, 즉 자산을 판다는 뜻이다. 코스피 지수 4000은 코스피 자체의 움직임만 고려해도 투자자들이 한번은 수익을 확정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만한 수치다. 테마의 관점으로 보면 더 그렇다.

 

지금 시황은 AI 관련주가 주도한다. S&P 지수에서 7대장 주(Magnificent 7)의 비중은 전체 시가 총액의 40%를 넘어섰다. 과열을 우려할 만한 징후 중 하나다. 거기에 전 세계 유동성 공급의 원탑, 미국 연준이 올해는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단기 유동성 고갈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측들이 뒤죽박죽 뒤엉켜 부글거리며 끓고 있다. 한마디로 혼란의 도가니다. 이렇게 혼란하면 우왕좌왕하는 게 당연하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시장도 혼란하지만 시기도 애매하다. 월말과 연말이 겹쳐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결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변동성이 커지는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시장 분위기가 이러면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최대 실적 발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각종 미디어가 AI 거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구글의 순다르 같은 AI 간판스타들이 AI 업계의 과잉투자를 경고하고 있지만 지금 조정은 AI 거품 때문이라 보기 힘들다.

 

자산 시장의 불가사리, 투기성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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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암호 화폐, 금 등 안전 자산이나 위험 자산 가릴 것 없이 일제히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시장 수급 문제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예전에는 헤지펀드 같은 투기성 자본들도 전문 분야가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채권, 부동산, 원자재, 주식 등 특정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고 투자 활동을 했다. 이런 기조가 2008년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완전히 변했다. 시장에 돈이 무제한 풀리며 분야 간 보이지 않는 격벽이 돈의 홍수에 완전히 잠겨 버렸다. 전문 분야 같은 구분은 까마득하게 잊혔고 가격 변동이나 회수 확실성에 따라 구분했던 안전 자산이네 위험 자산이네 하는 구분도 거의 사라졌다. 가격 변동만 보자면 뭐가 위험 자산이고 뭐가 안전 자산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다.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가 철로 만든 건 뭐든 삼키는 듯 요즘 투기성 자본은 돈이 되는 것은 모조리 삼킨다. 오직 수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돈만 된다면 자산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사고판다.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사들인 자산을 담보로 빚을 내 또 다른 자산을 사들이고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

 

투기성 자본은 투자 습성상 주로 단기 투자를 한다. 단기 차입은 이자가 높다. 따라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하거나 올릴 것 같은 낌새라도 있으면 투기성 자본은 계획한 사업성에 문제가 생겨 경기를 일으킨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고 난리를 부린다.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해 돈을 갚거나 모자란 증거금(마진콜)을 충당한다. 이 과정에서 주식뿐 아니라 보유 중인 채권, 코인, 금, 부동산 각종 자산을 대거 시장에 내다 판다. 시장에 매물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모든 자산이 동기화된 듯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이유다.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읊조린 격언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말라’거나 ‘투자에는 자산마다 투자 주기가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남자들만 모이면 하는 지루한 추억팔이 군대 얘기가 되었다. 채권, 금, 부동산, 주식 등 바구니마다 나눠 계란을 담아봤자 소용없다. 가면 한 방에 훅 간다.

 

조정이란 게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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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거침없이 상승하는 주식 시장을 보고 주식 전문가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용어는 ‘조정’이다. 조정은 낙관적 용어다. 상승을 전제할 때나 쓸 수 있는 용어다.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조정이라는 용어를 쓰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무지 어색하다.

 

전문가들이 주식 가격이 멈칫할 때마다 조정이라는 용어를 망설임 없이 꺼내 들게 된 것은 시장에 무한정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1년 닉슨이 달러를 더 이상 고정된 양의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부터이다. 그 뒤 미국은 필요한 대로… 지 꼴리는 대로 달러를 시장에 무제한 공급하기 시작했다.

 

닉슨 시절 달러의 금본위 제도는 석유산업 자본주의 성장 신화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달러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시킨 브레튼우즈 체제 때문에 석유 자본주의의 생산력은 매년 폭발적으로 상승하는데 돈을 마음대로 풀 수 없었다. 달러가 고정된 금은 기껏해야 매년 2% 정도 늘었다. 금의 양에 묶인 달러의 제한적 공급은 미국의 경제 정책뿐 아니라 국제 외교 정책에도 큰 걸림돌이었다. 충분한 달러를 공급할 수 없어 촉발된 경제적 난관은 소련 공산주의 진영에 맞서 수행했던 베트남 전쟁조차 수행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4K FULL] 팬데믹 후, 달러 패권은 유지될 것인가_ 무제한의 달러가 불러올 위기의 ‘시그널’을 주목하라! 다큐인사이트 “팬데믹 머니” 2부 (KBS 210603 방송) 19-12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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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핀 딜레마로 유명한 로버트 트리핀이 예언했던 두 가지 선택지, 미국의 파산이냐 배신이냐 중에서 닉슨은 배신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 덕분에 지난 50년 동안 미국은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화도 할 수 있었다. 금을 버리고 석유산업 자본주의의 무한 생산력에 들러붙은 오일 달러의 무제한 발권력으로 20세기 초기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무한 성장 신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래 그래프는 역대 다우지수의 그래프다. 로그 스케일로 조정한 그래프라 현대 석유산업자본주의의 꾸준한 성장세가 제법 차분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구 역사 혹은 인류 역사에 비하면 손톱만큼도 안 되는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조정이라 할만한 구간은 1929년 말의 대공황 밖에는 없다. 이 그래프는 전 구간에서 우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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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석유산업 자본주의가 맹신하는 성장 신화를 생각하면 그래프는 오직 이런 그래프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도시화와 인구 증가 속도는 석유가 석탄을 대체하면서 한층 빨라졌고 공급과 수요도 폭증했다. 석유의 생산력은 무한에 가까웠다. 이런 그래프에서 조정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라지는 개별 종목 때문에 파산할 가능성은 있지만 요새 인기를 끄는 상장지수 펀드처럼 시장 자체에 투자한다면 돈을 잃거나 거지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 모두가 워렌 버핏이 되어야 정상이라는 소리다. 시장 자체가 사라지거나 윤석열 같은 모지리가 나라 경제를 말아 먹지 않는 한 지금의 시장구조는 무조건 돈을 버는 구조라는 소리다. 이 그래프는 왜 무작위로 종목을 고른 침팬지가 특정 기간 내에서는 높은 수익을 올리는지도 설명한다. 침팬지의 선택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현대 금융 시장의 기본 메커니즘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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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도 마찬가지다. 변동성이 더 크긴 하지만 추세는 다우산업 지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라에서 선진국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 그래프에 고스란히 드러나긴 하지만 다우산업 지수처럼 코스피 지수도 우상향한다.

 

침팬지와 인간이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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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1999년 있었던 침팬지와 인간의 투자 시합 얘기도 좀 해보자. 1999년 기네스북의 편집자들이 레이븐이라는 6살 난 암컷 침팬지와 인간 펀드 매니저 간의 투자 시합을 기획했다. 침팬지에게 다트를 주고 던지게 해서 고른 10개의 인터넷 기업들로 몽키덱스(Monkeydex; 원숭이와 인덱스의 합성어)라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일정 시점이 지난 뒤 6,000명 이상의 전문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과 비교를 했는데, 침팬지의 포트폴리오가 상위 22위에 올랐다. 대충 5,900명 이상의 전문 펀드매니저를 이긴 것으로 상위 1%에 드는 성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침팬지와 인간의 투자 결과를 비교하며 효율적 시장 가설이나 무작위 보행 가설(Random Walk Theory)을 동원한 아주 현란한 분석을 했다. 그리고 주식 시장 예측 불가능성, 인간의 지적 오만, 필연을 압도하는 우연 같은 지적 유희에 가까운 교훈을 준다고 결론을 맺었다.

 

침팬지도 나름 자신만의 투자 행위를 한 것은 맞다. 레이븐은 다트를 던지면 주어지는 보상을 기억하고 에너지를 판 돈으로 다트를 열심히 던져 기대 보상을 얻는 투자 게임을 한 것이다. 인간이 고안한 다트 게임이 아니라 자신만의 투자 게임을 했다. 이 말은 침팬지가 수행한 다트 게임과 수익률 결과 사이에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는 말이다. 완전히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분명한 사건들은 그사이에 인과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상관관계도 설정해서 설명할 수 없다. 정말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뭔가 인과론적 교훈을 말하려고 시도한다는 자체가 어거지다.

 

레이븐에게 133개의 기업 이름을 적어 붙인 모자이크식 표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쓰는 다트 게임의 표적 판에 기업 이름을 잘라 붙인 뒤 침팬지에게 다트를 던지게 하고 꽂힌 경우만 골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뭔가를 던져 표적을 맞추는 능력은 인간만 가진 능력이다. 아마 침팬지 레이븐이 던진 다트 중에 표적에 맞은 다트가 드물어 수익률은 바닥을 기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이야기에는 이것 말고 정말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다. 인간은 원래 스토리텔링의 귀재, 호모 파블라토르(homo fabulator)다. 레이븐이 213% 수익률로 영웅이 된 시점은 닷컴 버블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기간을 6개월 정도 늘려 닷컴 버블이 터지는 시점까지 포함하면 결과는 완전히 역전된다. 2000년 8월 레이븐의 몽키덱스 포트폴리오는 거의 반 토막이 났고, 2002년이 되면 몽키덱스에 포함된 거의 모든 기업은 사라졌다. 정말 화장실에서도 쓸 수 없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진정한 교훈은 여기서 얻어야 한다. 몽키덱스 사건이 주는 교훈은 인간의 지적 오만함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인간의 놀라운 지적 능력 확인에 있었다. 흔히들 신도 모르는 게 주식시장이라고 하지만 그건 얇디얇은 팔랑귀로 밥 먹듯 손해를 보는 사이비 투자자들이나 할 소리다. 몽키덱스 사건은 인간은 자본주의가 무너지지 않는 한, 주식 시장의 그 어떤 투자 위험도 회피(헤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래서 인간이 침팬지와 다른 것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은 끊임없는 위험 회피의 과정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단순 패턴을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숨어 있는 복잡한 패턴까지도 분석해서 위험 회피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유일한 존재다. 주식 시장은 그런 인간의 능력을 발휘해서 만든, 고도로 정교하게 구축한 시장이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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