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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률은 완성품이 아니라 ‘진화하는 시스템’

 

국회에서 이제 막 일하기 시작할 때 가졌던 의문이 있다. 

 

“300명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그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언젠가는 대한민국에 더 이상 고칠 법률이 없게 될까?”

 

의문은 금세 해소됐다. 완벽한 법률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사회 문제, 갈등, 기술 등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때마다 법률도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2025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법률은 1,689개다. 국회는 이 방대한 규범들을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맞게 계속해서 손질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1년간 하루 평균 26.4개의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흐름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완성된 법”이란 형태는 존재하지 않고, 늘 국민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것이 법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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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2. 정당의 ‘당헌·당규’도 계속 진화해야 한다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법률이라 한다면, 정당을 이끌어가는 규범에는 당헌· 당규가 있다. 당헌·당규는 그 정당의 창당 정신과 당의 철학을 담고 있다.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를 바꾸려고 한다. 당헌과 당규도 그 시대와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진화해 나가며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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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1>

 

 

3. 정청래 대표가 하려는 것 : 1인 1표 원칙 실현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모두에게 1인 1표를 부여한다는 것. 

 

여기서 생기는 의문 두 가지. 

 

“당원이면 당원이지 대의원은 왜 따로 있나?” 

 

“그럼, 지금까지는 1인 1표가 아니었다는 뜻인가?”

 

대의원이란 당원들의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수는 현재 131만 명이 넘는다. 그중 대의원은 1만 6,000명이다. 131만 명이 넘는 모든 권리당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으니 그 당원들을 대리할 사람들 즉, 대의원을 두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의원의 1표는 권리당원 60~100표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대의원은 당 지도부, 당 소속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 의원, 지역위원장 등이 하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역위원장들은 자신이 대의원임과 동시에 다른 대의원 40명을 임명할 권한을 가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많게는 권리당원 100표 이상의 가치를 가진 대의원 40명을 지역위원장이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의원 40명은 자신을 임명한 지역위원장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지역위원장 한 사람이 사실상 4,000표를 훌쩍 넘는 표를 행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상황에서는 당의 지도부 선출 등에서 권리당원들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 대의원을 임명한 지역위원장의 입김대로 투표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표를 매수하기에 너무나도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이 지역위원장(또는 대의원)을 매수하면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전당대회에 돈봉투 살포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의원제가 유지되는 한 후보자들에게는 대의원 매수에 대한 유혹이 계속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4. 노무현 시대에 탄생한 대의원제,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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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무현 사료관>

 

대의원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 당원의 숫자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영남 여론에도 귀 기울이며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의원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균형을 위한 ‘가중치 조정’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지나고 이재명 대표 체제하에 내란을 극복하며 민주당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역사상 가장 강한 전국 정당이 됐다. 영남 당원들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던 대의원 제도는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선 이미 2023년 이재명 당 대표 시절에 민주당 권리당원 청원 동의가 5만 명을 넘었다. 당시 이재명 대표 역시 이 문제에 공감했고 대의원제 폐지를 추진했었다. 당시 비명계는 크게 반발했고, 언론은 이를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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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링크

 

법률이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따라 진화하듯, 당의 당헌과 당규 역시 그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해 나가는 것이 맞다. 대의원제 폐지가 무조건 옳은 방향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흘러 다시 대의원제가 부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원의 한 표가 일반 권리당원의 한 표보다 60~100배의 가치를 갖는 것은 과하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시대에서는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길이다.

 

 

5. 이때다 싶어 등장하는 갈라치기 세력, 우리의 자세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누가 힘을 잃을까. 

 

대의원 40여 명을 임명하는 지역위원장과 현역 국회의원이다. 대의원 40여 명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입장에선 대의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청래 대표도 대의원을 유지하는 게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좋다는 말이다. 즉,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은 정청래 대표 또한 본인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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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디어스> 링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언론은 당내 갈등을 좋아한다. 특히 민주 진영의 집안싸움을 가장 좋아한다. “정청래가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친청 vs 반청 프레임”, “민주당 내홍”, “계파 갈등” 등이다. 

 

대의명분은 대의원 폐지에 있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충분히 들어줄 수 있다. 그렇지만 대의원 폐지 논쟁에서 정청래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됐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대표 시절에 추진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뜻과 달리 정청래 대표가 자신을 위해 당헌과 당규를 개정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일부의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친명이라고 자처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과거 이재명 대표가 추진했던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강성 개딸만을 바라보는 팬덤 정치라고 비판했던 당시의 민주당 정치인 이름을 여기서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겠다. 참고로 그들 중 일부는 탈당하고 개혁신당으로 떠났고, 이낙연과 함께 새미래민주당으로 갔거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떨어져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청래 대표를 향해 똑같이 그러고 있다. 정치의 재밌는 지점이기도 하다.

 

언론은 여전히 똑같은 패턴으로 보도하고 있다. 누군가를 ‘친청 vs 반청’으로 나누고 대통령과 대표를 이간질하고, 민주 진영 내부의 균열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법률이 시대에 따라 업데이트되듯, 정당의 규범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논의를 계파 싸움 정도로 축소하려는 프레임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정청래 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당원의 권리를 확대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으로 당헌과 당규를 진화시키려고 한다면, 그 노력 자체를 흔들림 없이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당원들이 취해야 할 자세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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