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편하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로켓배송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내가 퇴근할 때 집앞에 도착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로켓와우나 로켓프레쉬 상품이라면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설 때 배송포장을 뜯어볼 수도 있다. 오프라인 소매점이 문을 닫은 시간 이후에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생각났을 때, 로켓와우 상품을 찾아 주문하면 다음날 그 소매점이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내 손에 들려있다는 말이다. 쿠팡은 주말도 휴일도 없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등장한 이후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편리함을 얻었다. 로켓배송 없었을 땐 불편해서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쿠팡의 편리함은 최저가를 찾아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에서도 빛을 발한다. 쿠팡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달리 말하면 ‘최저가 자동 맞춤 시스템’이다. 수시로 가격을 자동 조절하는 알고리즘 기반 가격 시스템을 통해 ‘쿠팡 가격=최저가’라는 굳건한 믿음이 생겼다. 일부 그렇지 않은 예외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폐쇄몰이 아니고서야 동일 상품이 쿠팡의 감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최저가 판매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쿠팡은 웬만한 환불이나 교환 요청은 다 들어준다. 신발 사이즈를 잘못 주문해서 내 발에 안맞아도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왕복 배송료 부담없이 제 사이즈로 교환 받을 수 있다. 신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하더라도 왕복 배송료 같은 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 연합뉴스 (링크)
쿠팡의 편리함은 혁신이었고, 우리는 혁신의 단물에 기꺼이 취했다. 쿠팡이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당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활성 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 명이었고, 쿠팡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2024년 이후 쿠팡의 유료 회원 숫자는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활성 고객 수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데,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 경제활동 인구는 약 2969만 명으로 쿠팡 유료 회원 수는 여기에 절반을 상회한다. 한 가구 안에서 두 명 이상이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대부분 한 사람의 쿠팡 유료 계정을 공유한다고 봤을 때, 실제 쿠팡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활동 인구는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많다고 추측하는 것은 충분히 상식적이다. 쿠팡의 2024년 매출은 4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0조원 돌파가 예측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쿠팡이 2023년에 달성한 30조원 매출도 국내 유통 업계 최초였다.
쿠팡의 영향력은 대한민국을 ‘쿠팡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그 영향력의 원천은 다름아닌 쿠팡의 편리함에 흠뻑 빠진 우리다. 쿠팡은 편리함으로 고객을 당겼고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 영향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누가 쿠팡이 휘두르는 영향력에 치이는가.

기사 원문 - 한국경제 (링크)
![[단독] 쿠팡의 역설 ①갑질.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861/523/865/641ad747c6a5d41a7b18c8bf980485d0.png)
기사 원문 - 민중의 소리 (링크)

기사 원문 - 일요신문 (링크)

기사 원문 - 디지털포스트 PC사랑 (링크)
위에 나열한 네 개의 기사는 각각 2021년 <한국경제>, 2022년 <민중의소리>, 2023년 <일요신문>, 그리고 2025년 8월 <디지털포스트(PC사랑)>발 보도다.
위 기사들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대동소이한데 쿠팡이 입점 업체에 사실상 최저가 보장을 강요했고, 이로 인해 쿠팡이 매입가 대비 마진 손실을 보면 이를 판매 업체에 전가했다는 내용이다. 매출 성장에 따른 판매 장려금을 강요했다는 의혹과 판매 장려금 대신 광고를 강매했다는 의혹도 등장한다. 그 가운데 비교적 최신 기사인 2025년 8월자 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쿠팡 입점 업체들이 쿠팡의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재고 관리를 하며 판매하는 ‘로켓배송’ 입점과 재고에 대한 책임은 판매업체가 지면서 쿠팡의 물류 대행 서비스인 ‘판매자로켓’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기사의 핵심 내용은 쿠팡이 판매자로켓 이용사 중 수익성이 높고 재고 회전이 빠른 이른바 ‘잘나가는’ 업체에 로켓배송 입점 전환을 강요했다가 이를 거부하면 판매자로켓 서비스 제공까지 중단한다는 의혹이다. 우리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할 대목은 그 다음이다. ‘왜 잘 나가는 판매자들이 로켓배송 전환을 꺼리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출처 - PLAYAUTO (링크)
쿠팡은 로켓배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사가 인용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은 쿠팡이 브랜드매니저(BM)를 통해 상품공급계약을 진행할 때 계약서 없이 구두로 ‘쿠팡총수익률(GM, Gross Margin)’을 보장하는 방식의 ‘사실상의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기사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쿠팡 계약에 따르는 GM은 실제 판매가의 35~40% 수준으로 쿠팡의 순수익(PPM)과 광고(DA)수익으로 구성된다.
GM(Gross Margin_총 수익) = PPM(제품판매수익) + DA(광고 수익)
여기서 PPM은 쿠팡이 상품을 판매한 가격에서 쿠팡의 매입가를 뺀 금액의 비율로 쿠팡이 입점 업체 상품을 7천원에 구입해 1만원에 팔았다면 PPM은 30%가 된다. 만약 쿠팡이 이 업체로부터 상품 1천개를 개당 7천원 꼴로 총 7백만원에 구입해 한 달 동안 모두 판매해 1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업체가 같은 기간 쿠팡 광고비로 5십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면 PPM은 30%, DA는 5%(매출 1천만원 대비 50만원의 비율)로 이를 합산한 해당 월의 GM은 35%가 된다. 업계 관계자들이 쿠팡이 로켓배송 입점 업체로부터 사실상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단락에 이어진다. 쿠팡이 자랑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스가 GM을 해치는 상황이다. 해당 기사의 내용을 위의 예시에 대입해 쉽게 풀어 설명해 보겠다. 쿠팡이 7천원에 매입해 1만원에 팔고 있던 이 상품이 어느날 다른 오픈마켓에서 할인행사가 붙어 최저가가 9천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머지않아 쿠팡의 알고리즘이 이를 감지하고 쿠팡 판매가를 똑같이 9천원으로 떨어뜨린다. 이렇게 1천개의 상품이 쿠팡에서 9천원에 판매되었다면, 쿠팡의 PPM은 30%에서 약 22.2%로 떨어지게 되고 1만원에 1,000개를 팔았을 때 대비 1백만원의 마진 손실을 입는다. 만약 이 상품의 GM이 35%였다면 손실분 1백만원을 입점 업체가 고스란히 DA(광고비) 증액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발생할 경우 결국 공급가 인하를 요구받게 된다는 말로 기사는 끝난다.

출처 - 서울신문 (링크)
온라인 커머스 판매업체들 사이에서 쿠팡 로켓배송 입점은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에 빛나는 쿠팡에 로켓상품으로 입점되는 것은 ‘당장은’ 그 자체로 달콤하다. 게다가 쿠팡이 물건을 사입해 간 이후로 판매업체는 더이상 손 쓸 일이 없다. 배송부터 CS 응대까지 모두 쿠팡이 대신해준다. 상품이 잘 안팔려도 재고까지 쿠팡이 떠안는다(물론 안팔린 상품에 그 다음 발주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로켓배송 입점의 그림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출이 성장할수록 짙게 드리워진다. 매년 연간계약을 할 때마다 높아지는 GM은 부담이다. 매출 대비 비율이 목표이므로 매출 덩어리가 커질수록 1%가 의미하는 액수 규모 또한 커진다. 그만큼 많이 파니까 괜찮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오산이다.
위의 예시를 다시 떠올려보자. 쿠팡 로켓배송 상품과 같은 상품이 다른 판매채널에서 할인 판매될 경우 말이다. 다른 판매채널의 매출 규모가 쿠팡대비 현저하게 낮아 15%할인 판매를 해봤자 하루에 고작 20개만 팔았다하더라도 쿠팡의 알고리즘은 이를 상관하지 않고 판매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똑같이 가격을 낮춘다. 이 업체가 만약 쿠팡에서 하루 1,000개를 팔고 다른 20곳의 판매채널에서 각각 하루 20개씩 총 400개를 판다고 치자. 판매자의 의지로 모든 채널의 판매가를 제어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요즘은 할인 방식의 종류도 다양하고 플랫폼 자체 할인이 붙기도 하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여러 채널에 직접 상품을 올려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판매자를 거치는 방식이라면 난이도는 갑절로 올라간다.
하루 24시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지 않는 한 어느 채널에든 어떤 방식으로든 최저가는 깨질 수 있고 이를 발견해 바로 잡는 시간까지 쿠팡 판매가는 또 자동으로 엇나간 최저가에 매칭될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손실이 누적되면 판매자는 결국 어떤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 하루 20개씩 파는 20곳의 판매채널을 접고 쿠팡에 더욱 의존하는 방향으로. 그 결과 해당 상품을 쿠팡 외의 채널에서 구입하던 소수의 소비자들까지 발길을 쿠팡으로 돌리게 되고 이 상품의 쿠팡 매출 규모는 더 올라갈 것이며, 쿠팡의 상품지배력은 더욱 강화되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다. 결국 판매자는 판매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점점 쿠팡의 영향력을 스스로 키워주며 쿠팡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는 구조다.

출처 - 뉴스웨이 (링크)
다시 맨 처음 나열한 네 개의 기사를 떠올려보자. 쿠팡은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2021년부터 2025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혹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위에 직접 인용한 기사들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적립금마저도 자사 알고리즘으로 똑같이 잡아내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스마트스토어 월 결제 금액의 20만원까지 결제금액의 4%, 2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결제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는데 이를 쿠팡의 최저가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쿠팡이 어느 시점부터 로켓배송 상품을 구입할 때 쿠페이(coupay) 결제가 아닌 카드 결제를 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쿠팡 캐쉬를 적립해주기 시작했는데, 알고리즘으로 네이버 플러스 맴버십 적립까지 잡아내 똑같이 쿠팡 캐쉬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지급되는 쿠팡 캐쉬까지 결국 입점 업체의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쿠팡의 GM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가 다 드러나지 않은 주장이지만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때,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겠다. 심지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적립조차 판매자가 지급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커머스 양강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판매자가 속출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기사 원문 - 한겨레 (링크)
12월 첫째주 [주간 뉴스차림표]의 대표 기사를 맨 마지막에 소개하게 됐다. 앞서 소개한 쿠팡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쿠팡의 안일함으로 인해 무려 337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쿠팡은 ‘혁신적인’ 편리함으로 고객을 모았고, 그렇게 확보한 영향력으로 판매자와 물류, 배송 노동자들을 모아 더 큰 편리함을 고객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각종 의혹과 문제제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고객의 불편’을 방패 삼아 극복하려 했다.

기사 원문 - YTN (링크)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방패삼아온 무려 337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쿠팡은 이제 어디에 숨을 것인가. 이번에도 불편을 우려한 고객들이 방패가 되어줄까.
쿠팡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쿠팡이 제공한 편리함의 또다른 그림자, ‘새벽 배송과 일자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서두에 이렇게 물었다.
누가 쿠팡이 휘두르는 영향력에 치이는가.
쿠팡 입점판매자, 쿠팡 노동자, 개인 정보 유출 피해 고객 할 것 없이,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우리를 습격하고 있다.
- 다음주에 계속
편집: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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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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