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불가사리 법률 대모험_700.jpg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을 기억하시는가. 안경닦이부터 와인 오프너, 돈까스까지 온 세상 쓸데없는 것들을 파헤치며 딴지일보의 제작비를 거덜 내던 전설의 시리즈. '법률 대모험'으로 돌아와 아트테크 사기로 조 단위 사기꾼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내 돈은 못 받았다), 일본인 미녀(인 척하는 아저씨)의 로맨스 스캠에 당해 마음을 털리고, 캄보디아에서 장기가 털릴 뻔하고, 오피스텔 분양권으로 신용불량 위기까지 몰린 나 불가사리.

 

내게 남은 건 텅 빈 통장과 두툼한 뱃살, 그리고 산더미 같은 빚뿐이었다.

 

더 이상 남에게 내 운명을 맡길 순 없다. 이제는... 내가 사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 대한민국 가장들의 마지막 종착역, 자영업. 나는 재기를 꿈꾸며 코엑스 창업박람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의 ‘그놈’을 만나고 말았다.

 

 

1. 유혹: 사장님, 줄 서서 먹는 대박집 되셔야죠

 

창업박람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치킨, 카페, 피자...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나를 유혹했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김밥'이었다.

 

그래, 한국인은 밥심이지! 김밥은 망할 리가 없어!

 

그때, ‘S김밥’ 부스의 상담실장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사장님! 저희 브랜드 모르세요? 14년 전통! 폐점률 0%에 도전하는 기적의 김밥입니다!

 

그는 화려한 팸플릿을 펼쳤다.

 

202X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 수상

가맹하고 싶은 프랜차이즈 선정

본사-가맹점 분쟁 0건! 상생의 아이콘!

 

01브랜드대상.jpg

 

보십시오. 사장님, 저희는 다른 프랜차이즈랑 다릅니다. 본사가 다 알아서 해줍니다. 김밥만 마시면 돼요. 월 순수익 1,000만 원? 사장님 하기 나름이지만 충분합니다. 지금 계약하시면 가맹비 면제에 교육비 할인까지!

 

솔깃했다. 14년이나 된 장수 브랜드에 분쟁도 한 건도 없다니. 게다가 상까지 받았다니 믿을 만하지 않은가?

 

02가맹점수.jpg

출처 - S 김밥 브랜드 홈페이지

 

고민하는 내 앞에서,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결정타를 날렸다.

 

“다른 김밥 업체와 고민하세요? A 업체는 식중독 걸려서 가맹점들 곡소리 났었고요, B 업체는… 세상에, 대표가 가맹점주를 성추행했어요. 이런 ‘오너 리스크’까지 감수하실 겁니까? 우리 본부는 이런 걸 일절 없습니다. 믿으세요!”

 

나는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걸로 빚 싹 갚고 죽돌 편집장 앞에서 돈까스를 사 먹으며 거드름을 피우리라.

 

 

2. 현실: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내 가게, ‘S 김밥 불가사리점’이 오픈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긴급: 필수 물품(김) 단가 인상 안내]

 

아니, 상담할 때는 김 1년 치 미리 확보해 놔서 가격 오를 일 절대 없다며!

 

확인해 보니 기존 12,000원 하던 김값이 1년 만에 18,000원으로 50%나 폭등했다. 김뿐만이 아니었다. 볶음 참깨는 1kg에 12,100원이었는데, 시중 동일 제품보다 50% 이상 비쌌다. 기름? 마트에서 8,000원이면 사는 걸 본사는 13,000원에 팔았다. 심지어 단무지, 당근채까지 시중보다 30%나 비쌌다. 이건 뭐 김밥을 파는 건지, 본사 물건 팔아주는 호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03김가격.jpg

출처 - S 김밥 가맹점주 대상 안내문

 

그러면서 할인 행사를 한다. 

 

“내년부터는 오른 가격입니다! 올해 안에 사셔야 그대로 사실 수 있어요! 특별히 제한된 물량만 올해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번 돈도 거의 없는데 김과 기름 등을 바리바리 사야 했다. 

 

04안내문.jpg

 

출처 - S 김밥 가맹점주 대상 안내문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장님, 이번에 우리 브랜드가 프로 야구단 광고 진행합니다. 브랜드 가치 올라가니까 좋으시죠? 광고비 분담금 입금해 주세요. 본사 40%, 점주님들 60%입니다.”

 

“제 가게는 야구장이랑 200km 떨어져 있는데요? 야구장 안에 있는 매장만 좋은 거 아닙니까?”

 

항의하려 했지만, "가맹점 운영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라는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어느 날은 본사 대표님 자녀 돌잔치라며 초대장이 날아왔다.

 

“아니, 프랜차이즈 대표 돌잔치를 왜 가맹점주가 가야 해?”

 

05돌잔치.jpg

 

알고 보니 다들 금반지 하나씩 들고 가는 분위기였다. 김밥 팔아 남은 돈으로 금을 사서 바치다니. 내가 김밥집 사장인지 봉건시대 소작농인지 자괴감이 들었다. 수익? 월 450만 원은커녕, 가족들이 나와서 일손을 보태도 최저시급도 못 건지고 빚만 늘어갔다 .

 

 

3. 반격과 보복: "너, 나가" "싫은데?"

 

참다못한 나는 본사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김값 폭리에 광고비 전가라니! 시정해 주십시오!"

 

그러자 며칠 뒤, 본사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슈퍼바이징’이라나 뭐라나. 그들은 내 가게를 CSI 수사하듯 뒤지기 시작했다.

 

"어? 사장님, 종이 용기 안 쓰고 스티로폼 쓰셨네요? 매뉴얼 위반." 

 

"비닐봉지에 로고가 없네요? 브랜드 통일성 저해." 

 

"어? 사장님, 정수기 물받이가 좀 더럽네요? 위생 관리 위반."

 

"간판 불이 좀 깜빡거리는데요? 시설 유지보수 위반."

 

그들은 수첩에 무언가를 빽빽이 적어 갔다. 그리고 며칠 뒤, 내 앞으로 등기 우편 하나가 날아왔다.

 

[내용증명: 가맹계약 갱신 거절 통지]

 

‘귀하는 본사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운영 매뉴얼 위반으로 신뢰 관계가 파탄 났기에 계약 갱신을 거절합니다.’

 

황당했다. 고작 정수기 물받이 때문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더 기가 막힌 건 그다음이었다.

 

"계약서 제XX조에 의거, 계약 종료 후 1년간 경업 금지입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싹 다 뜯어내고 원상복구 하십시오."

 

눈앞이 캄캄했다. 빚내서 차린 가게를 날리게 생겼는데, 1년 동안 장사도 하지 말라고? 원상복구 비용은 또 어디서 구하나. 그런데 내 가게가 문을 닫기도 전에, 불과 한 블록 옆 건물에 본사 직영이라는 새로운 S김밥집이 개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를 철저히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그리고 며칠 뒤, 법원에서 서류 뭉치가 날아왔다.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

 

‘채무자 불가사리는 김밥 장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걸 넘어, 영업을 하면 1일당 100만 원씩을 자신들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100만 원? 월 매출이 1,000만 원도 되지 않은 김밥집에, 하루에 100만 원을 요구하는 건가?

 

06경영금지가처분.jpg

 

 

4. 구원투수: 돈까스 요정 박기태 변호사의 등판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 길바닥에 나앉을 순 없다.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돈까스 메이트, 박기태 변호사를 찾아갔다.

 

"변호사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김밥 팔려다가 전과자 되게 생겼습니다! S김밥 놈들이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박기태 변호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먹던 돈까스를 내려놓고(중대 사안이라는 뜻이다)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

 

"불가사리님, 제가 이 사건 하는 거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습니까….”

 

"네?"

 

"제가 지금 그 가맹점주님들을 대리해서 본사와 피 터지게 싸우고 있거든요. 불가사리님이 겪은 일, 그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박 변호사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추악한 민낯을 까발리기 시작했다.

 

 

 

[심층 분석] S김밥 사건을 통해 본 프랜차이즈의 덫

 

단순히 한 김밥집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수많은 자영업자가 겪고 있는 현재진행형 비극이다. 박기태 변호사가 직접 싸우며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기만술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1. 달콤한 미끼: 그들의 광고는 ‘진실’인가?

 

돈 주고 사는 ‘브랜드 대상’?

있어 보이는 상패들. 실상은 기획사가 먼저 접촉해 "후원비 1,000만 원 내면 심사 거쳐서(사실상 다 됨) 상을 준다"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패는 돈으로 산 훈장일 뿐이다.

 

역사 뻥튀기: 14년의 허구

브랜드 존속 연수가 14년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제 법인 설립은 2018년, 가맹사업 시작은 2017년이다. 그전에는 그냥 개인이 하던 작은 분식점이었을 뿐이다. 14년의 노하우가 아니라, 14년 전부터 김밥을 말았다는 개인적인 역사일 뿐이다.

 

분쟁 0건? 소송 중인데?

이미 가맹점주와 본사 간에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고, 공정위 신고가 들어갔음에도 버젓이 "본사-가맹점 분쟁 0건"이라고 홍보한다. 창업박람회에 온 예비 불가사리들은 까맣게 모르고 "와, 상생하는 기업이구나" 하며 도장을 찍는다.

 

"오너 리스크 없다"

박람회 직원은 타 브랜드를 깎아내리며 자신들은 오너 리스크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표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2. 잡은 물고기 쥐어짜기: 가맹점주 등골 브레이커

 

마트보다 비싼 ‘필수 품목’ 점주들은 볶음 참깨를 1kg에 12,100원에 납품받았다. 시중보다 50% 이상 비싸다. 식용유도 마트에서 8,000원이면 사는 걸 13,000원에 강매했다. 김값은 1년 새 12,000원에서 18,000원으로 올랐는데, 원가 공개는 거부했다

 

가격 통제 재료비는 올랐는데 음식 가격은 못 올리게 했다. 점주들은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에 갇혀버렸다.

 

3. 법을 악용한 갑질: "너, 고소"

 

점주들이 참다못해 목소리를 내면, 본사는 거대 로펌을 앞세워 법으로 찍어 누른다.

 

1호점 토사구팽 사건

박기태 변호사가 대리하는 ‘1호점’은 이 브랜드의 시작을 함께한 개국공신이다. 정확히는 아예 가맹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생긴 첫 번째 가맹점이다. 이 점주가 로열티 인상과 인센티브 미지급에 항의하자, 본사가 로열티를 매출의 3%로 올리라고 강요했다. 항의하자 본사는 ‘포장 용기 위반’, ‘정수기 위생상태 불량’ 등의 핑계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하지만 해당 포장 용기는 다른 점포에서도 사용하는 것이었고, 정수기 위생 상태는 손님이 커피를 타 마시다 커피가 조금 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에 가게 차리기 (상도덕의 상실)

계약을 해지하자마자, 본사는 1호점 바로 근처(한 블록 차이)에 새로운 매장을 냈다. 1호점이 쌓아온 10년 단골을 그대로 뺏어가겠다는 심보다. 영업 지역 침해 금지 조항? 본사 앞에서는 휴지 조각이다.

 

입막음과 협박

점주들이 공정위에 신고하자, 본사 직원은 "분쟁 철회 안 하면 법적으로 아주 힘들게 만들겠다"라고 협박했다. 가맹점주협의회 대표에게는 형사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입을 막으려 했다.

 

대형로펌 변호사 선임

불과 10평 남짓, 인건비 건지기도 힘든 동네 김밥집 사장님을 죽이겠다고, 본사는 국내 굴지의 6대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 담당 변호사는 해당 사건 판사의 연수원 동기라고 한다. 판사님이 그런 이유로 판단이 흐려지지는 않으시겠지만, 자영업자로서는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

 

4. 결론: 뭉쳐야 산다

 

현재 S김밥 가맹점주 50여 명이 모여 ‘가맹점주협의회’를 꾸리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자 본사는 협의회 활동을 주도하는 점주들에게 "형사 고소하겠다", "손해배상 청구하겠다"라며 협박 내용증명을 난사하고 있다. 이것이 비단 ‘S김밥’만의 문제일까?

 

정보공개서를 ‘영업비밀’이라며 감추고, 허위 과장 광고로 점주를 낚고, 계약 후에는 갑질로 고혈을 빠는 프랜차이즈가 대한민국에 차고 넘친다. 혹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불가사리... 아니, 예비 사장님들께 고한다.

 

1. 0건 분쟁’, ‘대상 수상’ 문구에 속지 마라.

2. 계약 전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전문가(가맹거래사, 변호사)에게 검토받아라.

3. 필수 물품 품목과 가격 인상 조건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박아 넣어라.

 

그리고 만약, 당신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라. 당신 옆에는 프로 빚쟁이... 아니, 정의의 사도 불가사리와 돈까스 변호사 박기태가 있다. 우리는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불가사리처럼.

 

다음 화에서는, 프랜차이즈를 빙자하여 대부업을 했던 유명 갈비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다른 프랜차이즈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겠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악덕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허위 광고, 불공정 계약으로 고통받는 점주님들의 제보를 환영합니다.

‘불가사리의 법률 대모험’은 계속됩니다.

 

이메일: starfish.big.adventure@gmail.com

법무법인 한중 박기태 변호사: keith@hjlaws.com

 

※ 이 글은 실제 진행 중인 'S꼬마 김밥’ 사건의 팩트를 바탕으로, 불가사리의 시점에서 재구성된 글입니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마성의 불가사리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