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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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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투자 제1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다. 눈앞의 흔들리는 덤불에는 먹이가 숨었거나 아니면 자신을 잡아먹을 포식자가 숨어 있다. 이때 버핏은 우리에게 일단 도망가라고 조언한다. 너무 굶은 탓에 먹이를 잡을 마지막 기회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고 경고한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 덤불로 뛰어들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보이는 들판에서 자신의 힘과 속도로 잡을 수 있는 먹이를 찾으라는 소리다.

 

버핏이 이렇게 충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덤불 안에 포식자라도 숨어 있으면 그것으로 끝장나기 때문이다. 설령 포식자가 아니라 운 좋게 먹이를 만났더라도, 사냥하기에 버거운 상대거나 되려 물려 깊은 상처가 나면 결국 죽게 된다. 작은 손실을 반복하면 결국 거덜 난다는 소리다. 버핏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사냥할 기회가 있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투자 철학 때문에 남들은 AI 분야에 돈을 쏟아붓느라 정신없는데 버크셔 헤서웨이는 사상 최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약 500조 원에 달하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쌓아 놓고 있다는 소리는 버핏이 보기에 현재 투자할 만한 회사가 없다는 소리다. 지난 2년간 다우 산업지수는 40%가 상승했지만 버크셔 헤서웨이는 애플 같은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며 요지부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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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버핏이 현대 투자자의 모범이긴 하지만 개미인 우리가 워렌 버핏 투자 방식을 따라 할 수는 없다. 버핏은 현대 석유산업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향유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본을 축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10년 동안 투자하지 않는다고 버크셔 헤서웨이가 가진 지금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글도 투자 전문가들을 상정한 글이 아니라 소위 개미 투자자라 불리는 일반인을 독자로 상정하고 쓰는 글이다. 지금은 은행에 저금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공공재로 남아 있어야 했던 땅(부동산)마저 철기 시대와 농경시대를 거치며 사유(私有)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면서 이 역시 투기의 대상이 되었지만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미친 부동산 가격은 서울뿐 아니라 어지간한 세계적 대도시가 모두 겪고 있는 환장 파티다. 그나마 개인이 투자할 만한 시장은 단가도 낮고 물량도 무한에 가까운 주식 시장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버핏처럼 전문 투자자가 아니다. 투자 방법이 버핏과는 달라야 한다. 버핏처럼 직접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맡기면 된다. 로마의 귀족처럼 본인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은 전문적으로 수익을 쫓아다니며 수확하는 추수꾼들에게 맡기면 된다. 시장을 보고 공부하고 분석하는 것이 본업은 아니어도 너무 재미있는 일이라면 본인이 해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무미건조한 재무 회계를 공부하고, 개별 기업, 산업, 경제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재테크는 자기에게 허락된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며 공부도 거의 안 하는 아주 게으르게 하는 재테크다. 굳이 위험을 향해 돌진할 필요는 없다는 버핏의 충고 하나만 기억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재테크다. 그런 재테크가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지금부터 왜 가능한지 살펴보자.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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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1] 다우 산업 지수, [도표 2] 세계 GDP 추이

 

앞서 다우지수의 지난 100년간 그래프에서 본 것처럼 현대 주식 시장의 가치는 꾸준히 증가했다. 앞에서 보여준 로그 스케일 차트를 일반 차트로 바꾼 차트가 위 [도표 1]이다. 1980년 이후 다우산업 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성장했다. 주식 시장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도표 2]의 경제 성장 덕분이고 경제 성장은 아래 [도표 3]의 인구 증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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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3] 인구 증가

 

이 도표들은 지구상에서 인간,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 준다. 그럼에도 주식 시장에서 돈 벌었다는 사람이 드문 이유는 이 간단하고 명료한 진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덤불로 뛰어들지 말라는 버핏의 경고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소리다.

 

[도표 1]의 그래프 선 위에만 올라타면 우리는 오른쪽 상단으로 저절로 다다르게 된다. 이 그래프의 벡터는 좌측 하단에서 우측 상단 방향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물리 법칙과는 반대로 작용한다. 지구 중력에 적응한 우리 눈에 저 선 위에서 가만있으면 우리 몸이 왼쪽으로 미끄러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탄 배는 파도가 가파른 우측 상단으로 계속 밀어올리기 때문에 배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한 우리는 늘 선의 우측 꼭대기에 올라서게 되어 있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저 그래프를 보고 배가 난파당하고 침몰할까 봐 배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이다.

 

복리의 마술(Magic of Compound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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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의 마술은 시간의 마술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만약 내가 매월 30만 원씩 40년 동안 연 10% 복리 이자로 계산하는 적금을 붓는다고 가정하되, 매년 3%씩의 물가 상승을 고려해서 월 불입액도 처음 30년 동안은 매년 3% 인상해서 불입하고 나머지 기간은 동결해서 불입하면 40년 뒤에 내가 쥘 금액은 총 21.4억 원이 된다.

 

나는 정규직은 아예 관심 없고 지금처럼 편의점 알바나 하면서 음악 만들고 글 쓰며 살기 원해서 매월 73만 원을 불입하는 게 불가능하면 40년 동안 매월 30만 원을 불입하는 것으로 계산해도 된다. 최저 임금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 매년 오르기 때문에 고정 금액 30만 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적으로 금액이 주는 게 된다. 비현실적 금액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게 계산하면 40년 뒤 내가 쥘 돈은 16억 원이 된다. 21억 원보다는 작지만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물가 상승률 2%를 고려해서 현재가치로 환산해도 7억 원이 넘는 돈이다.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현재 대한민국의 소득분위와 자산 분위에 견주어 봐도 그 금액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 소득 10분위를 제외한 나머지 분위의 자산 보유 중간값은 3억 원이 안 된다. 편의점 알바를 해서 30년 동안 모으면 그 중간값보다 2배나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다는 소리다. 평균 금액을 따져도 마찬가지다. 자산 상위 10% 가계가 가진 자산의 평균액만 20억 원 정도고 나머지 90%의 평균액은 3억 원 남짓밖에 안 된다. 이 통계 단위가 가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만약 한 가계(가구)를 이룬 부부가 오직 자신의 꿈을 위해 실천하며 살기 위해 편의점 알바만 고집한다 해도 현재 가치 기준으로 무려 4배를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것이 게으르게 돈을 벌 수 있는 현대 석유산업 자본주의에 공기처럼 퍼져 있는 메커니즘이다. 자본가의 가혹한 수탈을 쉽게 벗어날 수 없지만 웃기게도 아무나 이 메커니즘을 올라타 자본가의 수탈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실 이 메커니즘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원금과 이자의 합이 새로운 원금이 되어 몸집을 불려 나가는 복리의 마술이 만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놀라운 결과다.

 

평균의 마술(Magic of Averaging), 초강력 무적의 적립식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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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복리의 마술은 부담 없는 적은 금액을 장시간 반복 투자할 때 일어난다. 한국말로는 적립식 투자라고 하고 영어로 하면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메쏘드(dollar cost averaging method)라고 한다. 이 방법은 사람이 만드는 어지간한 위험은 깡그리 헤지(hedge; 위험 회피)할 수 있는 무적의 투자법이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적립식 투자가 최강의 위험 회피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적금처럼 돈 자체를 쌓아두며 저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 변동이 있는 자산, 주식을 돈으로 교환한 뒤 주식을 쌓아두기 때문이다. 수요에 따라, 공급에 따라, 실적에 따라 가치가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을 일정한 주기와 일정한 금액으로 사 모은다는 것은 매 순간 사는 주식의 가격에 따라 매번 다른 양의 주식을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나의 투자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매입 단가를 평균값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물론 상장폐지나 파산의 위험이 있는 개별종목이 아니라 인덱스 펀드나 ETF인 경우만 해당한다. 이 방법이 위험 회피에 있어 얼마나 막강한 방법인지는 일본의 예로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은 1990년 초에 시작한 잃어버린 세월을 10년에서 20년, 20년에서 30년까지 끄는 기염을 토했다. 1989년 39,000까지 치솟던 닛케이 지수는 급락해서 2010년께는 7,000까지 주저앉았다. 그리고 전 세계적 유동성 파티 덕분에 2023년 겨우 전 고점인 39,000을 돌파했다. 만약 1989년에 인덱스 펀드에 갖고 있는 목돈을 한꺼번에 몰아넣었다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자그마치 34년이 걸린다. 반면 적립식 투자를 했다면 그 기간은 대폭 단축된다. 설사 1989년 39,000에서 첫 투자를 시작했다고 해도 평균의 마술 덕분에 2014년 경이면 원금을 회복한다. 물론 39,000을 돌파한 2024년에는 자산 총액이 투자 원금의 2배가 넘는다. 복리의 마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그렇다. 하락장에서도 주식 시장은 복리의 마술을 부린다. 그 주인공은 배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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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한국의 보수 경제학자들이나 경제 찌라시들이 툭하면 일본처럼 된다고 협박하는 걸 생각하면 일본은 대한민국 경제가 가게 될 여러 경로 중 최악의 경로라고 봐도 된다(일본으로 성에 안 차면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를 언급하기도 하던데 그건 너무 무식한 소리라 언급할 가치도 없다). 그런 최악의 경우에도 적립식 투자는 힘들이지 않고 투자 위험을 회피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 재산을 날려 먹으며 호되게 당했다고 했던 옵션이나 선물 같은 파생상품도, 원래 현물 거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 수단이었다. 자신이 예측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현물 가격이 움직여서 생기는 손해를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는 동기에서 만들어졌다. 제일 처음 만들어진 것이 선물이었고 그 선물 거래의 위험을 회피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옵션이다.

 

퓨처, 옵션 영어로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그냥 위험하니까 일단 도망갈 구석을 찾은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사람들은 시장의 방향은 신도 모른다는 이상한 믿음 때문에 위험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선물이 생긴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인간도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을 동원해서 이제야 기후를 한 1주 정도 제법 비슷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장기 예측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산업혁명… 이렇게까지 멀게 잡을 필요도 없다. 20세기 이전까지도 세계 경제의 부침을 결정하는 결정적 인자는 예측 불허 기후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사람 행동보다 기후를 더 예측하기 쉬울 거라 착각할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한 길 사람 마음을 예측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하늘보다 쉽다. 최근 인간의 관찰능이 확장되고 발달해서 인간 행동은 거의 틀리지 않게 예측할 수 있지만 날씨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적립식 투자는 이런 기후처럼 시장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 위험을 제외하면 조정, 거품 따위의 인위적 시장 위험의 대부분을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다. 복리의 마술과 적립식 마술이 결합하며 앞서 말했던 아주 게으르게,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평균 이상의 자산 보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데는 한가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조건이 있다. 지금까지 투자 전문가들이 말했던 격언이 역설적이긴 하지만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모든 업종의 가장 건강한 대표주들을 한 바구니에 담으라는 소리다. 또 달리 표현하면 현재 자본주의 시장 전체에 베팅하라는 소리다. 이런 일을 굳이 본인이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각 업종의 대표주나 대장주는 전문 투자가들이 그때그때 자신이 구성한 펀드에 항상 업데이트한다. 우리는 그걸 시시때때로, 자동으로 펀드에 불입하거나 일정 금액의 ETF를 사기만 하면 된다. 굳이 한 달에 한 번쯤 계좌를 보며 도파민, 아드레날린, 코르티솔이 만드는 호르몬 롤러코스터를 만끽하고 싶다면 알람을 맞춰 놓고 수동으로 해도 된다.

 

인간의 진화는 '의심'이 아닌 '신뢰'로 가능했다.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성'이 아닌 함께 살겠다는 '이타성'이 인류 번영의 출발점이었다. 최근 진화생물학이나 고고학의 발견들은 이런 가설을 매우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렇게 전문가에게 맡겨 바구니를 마련하고 본인이 정기적으로 번 아주 작은 자본으로 적은 자산을 꾸준히 모으면 지금의 자본주의 자체는 절대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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