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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제 “자유세계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벗으려 한다. 지난 11월 백악관은 의회에 새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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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이 NSS의 내용은 12월 초에 공개되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제 미국의 역할은 ‘세계 질서의 관리자’가 아니라 ‘핵심 국익의 수호자’다.”

 

구조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 온 “정치적 서구(개인의 자유, 민주적 절차(선거), 삼권분립과 같은 서구적 정치사상을 핵심 가치로 공유하는 국가들의 집합)”라는 자기 정의를 스스로 해체하는 선언에 가깝다.

 

그간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의 대외 노선 변화는 이랬더랬다.

 

①유럽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

 

②두 차례 세계대전에 참전한 개입주의

 

③냉전기의 전면적 봉쇄 전략

 

④베트남전 이후의 피로감

 

⑤9·11 이후의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침공

 

⑥오바마 시기의 개입 축소 시도

 

미국이 한 번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을 틀 때마다 전쟁의 지도와 자본과 사람의 흐름, 국제 규범의 기준이 함께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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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의 출범은 이 연속선 위에서 또 한 번의 역사적 전환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미국의 역할은 이렇게 변하고 있다. 

 

①국제기구를 향한 회의감(거리 두기)

 

②서반구(아메리카 대륙)와 자국 산업을 우선에 두는 전략

 

③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 동맹에 대한 거리 두기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변화의 폭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나온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세계 질서와 한국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된다.

 

그리하여 본 글에서는,

 

1. NSS라는 문서의 성격

 

2. 2025년 판 NSS의 큰 틀

 

3. 부시·오바마·트럼프 1기·바이든과의 비교

 

4. 그로부터 드러나는 미국 전략의 방향

 

5. 결론

 

순으로 짚어보려 한다.

 

 

1. NSS라는 문서

 

NSS는 1986년부터 도입한 제도이다. 이로 인해, 미국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그 이전에도 각종 전략 문서가 존재했지만, 오늘날처럼 ‘National Security Strategy’라는 이름으로 의회에 공식 제출되는 형태는 1986년 이후에야 제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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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출된 NSS 보고서

출처-<AP>

 

매년 작성해야 하는 문서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별로 몇 차례만 나온다. 미국 정권의 NSS 기조는 다음과 같았다.

 

-조지 W 부시 정부(2002년) : 9·11 이후“테러와의 전쟁”과 선제공격 교리를 공식화

 

-트럼프 1기 정부(2017년) :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위대한 강대국 경쟁”을 전면에 내세웠음

 

-바이든 정부(2022년) : 미국의 역할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경쟁 속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는 리더십”으로 정의. 중국을 “가장 중대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기후 위기와 보건 위기 같은 “공유된 도전”에 대한 협력을 함께 강조.

 

구조적으로 보면, 지난 20여 년간 NSS는 서로 다른 내용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 전제를 공유해 왔다. 

 

첫째, 미국은 “세계 질서의 설계자”이자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라는 자기 이미지. 

 

둘째, 동맹과 국제기구를 통해 “규범과 제도”를 확산시키겠다는 약속.

 

셋째,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경쟁자”들과도 일정 수준의 규칙을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작성한 2025년 NSS는 이 전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2. 2025년 NSS의 큰 틀 : 세 가지 재배치

 

①전략의 목표를 다시 쓰다

 

새 NSS는 서문에서 “전략”이라는 말을 다시 정의한다. 이 문서는 이렇게 말한다.

 

“냉전 종식 이후의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 전략은 ‘희망 사항 목록, 추상적 수사, 세계 패권을 향한 잘못된 야망’이다. 앞으로 미국 외교는 ‘핵심 국익 보호’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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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출처-<AP>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핵심 국익”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미국 영토와 국민의 안전

 

-국경 통제와 이민 규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과 핵 억지력

 

-재편된 에너지·산업 기반

 

-‘신이 부여한 자연권’을 지키는 헌정 질서

 

민주주의 확산이나 인권 보호, 기후 위기 대응 같은 전통적 “리버럴 가치”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이 문서가 말하는 미국의 전략 변화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전략의 기준 축을 ‘가치와 규범’에서 ‘주권과 정체성’으로 옮긴다. 즉, 국가 안보의 목표를 더 이상 ‘세계 질서의 방향’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정체성’으로 좁힌다.”

 

②지리의 재배치 : 서반구(Western Hemisphere) 퍼스트, 유럽은 한 단계 아래

 

지역별 우선순위의 재배치는 더 노골적이다. 문서는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이익을 설명하면서, 첫 줄에 “서반구의 안정과 통제”를 놓고, 이를 위해 “먼로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보충 원칙”을 선언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백악관이 굳이 “미주”나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 “서반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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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서반구, 오른쪽이 동반구

 

서반구라는 말은 단순한 지리 개념이 아니라, 먼로주의와 냉전기 “반구 방위 전략”에서 쓰이던 언어로, 지구의 반쪽 전체를 미국의 정당한 안보 공간으로 상정하는 시선을 드러낸다. 미주 국가들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 반구” 안으로 다시 묶어 끌어들이려는 제국적 상상력이 이 표현에 함께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국제정치 담론이 북반구와 남반구,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의 불평등을 말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그리는 것과 비교하면, 서반구라는 단어 선택은 미국만의 오래된 지도를 다시 꺼내 드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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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위와 아래로 나누는 대신 “우리 반구와 나머지 세계”로 나누겠다는 이 시각이,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지리적 재배치가 갖는 정치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새 NSS는 서반구에서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잡는다.

 

-대규모 이민 통제

 

-카르텔과 초국경 범죄 조직 격퇴

 

-전략 자산에 대한 외부 세력의 소유 차단

 

-서반구 공급망 구축

 

-군사적 전진 배치 확대

 

그리고 이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미군을 빼 와야 한다고 적시한다.

 

반면, 아시아와 유럽은 “핵심 해상 교통로의 자유, 공급망 안정, 우호적인 세력균형”을 유지해야 할 지역으로 언급되지만, 문서의 구조상 서반구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특히 유럽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자유와 안보를 지키는 동맹이라기보다) 문명적 자신감과 서구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할 문제 지역”

 

이제 미국의 세계 지도는 전 세계에서 ‘서반구 중심 제국’으로 축소된다. 미국은 더 이상 모든 대륙의 세력 균형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서반구를 확실히 장악한 뒤 다른 지역에서는 “조정자”와 “거래자”로 남겠다는 방향을 드러낸다.

 

③위협의 재배치 : 중국·러시아는 관리 대상, 유럽은 문제 영역

 

흥미로운 지점은 “누가 위협인가”의 서술이다.

 

새 NSS는 중국과 러시아를 여전히 경쟁자와 잠재적 위협으로 언급하지만, 2017년 버전처럼 “수십 년에 걸친 체제 경쟁”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공급망, 기술 표준, 에너지, 지역 안정”에서의 거래와 조정을 강조하며,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타협을 통해 전략적 안정에 도달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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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백악관 X>

 

반대로, 유럽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유럽은 대량 이민과 표현 규제, 기후와 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수십 년 내 문명적 소멸의 위험에 처해 있다.”

 

동시에 ‘애국적 유럽 정당들’, 즉 극우 성향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환경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완화 정책과 탄소중립은) 유럽을 해치고 미국을 위협하며 적대국을 도와주는 이데올로기이다.”

 

“미국은 에너지 지배력 회복과 화석연료 확대를 전략 목표로 삼겠다.”

 

이 모든 것을 구조적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이란 같은 전통적 외부 위협보다 미국과 유럽 내부의 이념·정체성 전쟁을 우선순위에 둔다.”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강대국 사이의 힘의 경쟁”에서 “서구 내부의 문화 전쟁”으로 이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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퐈이트! 퐈이트!

출처-<연합뉴스>

 

④규범의 재배치 : 민주주의 vs 권위주의에서, 국가 주권 vs 글로벌리즘으로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이것이 그간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의 대립축이었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대립축을 내세운다.

 

국가 주권 vs 글로벌리즘

 

국가가 자기 규범을 스스로 정할 권리를 내세우며, 초국가적 규범·글로벌 엘리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SS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장기적 경쟁”을 국제정치의 기본 구도로 제시한 것과 달리, 트럼프 2기의 NSS는 이렇게 강조한다.

 

“표현·종교·양심의 자유, 선거를 통한 자기 통치는 신이 부여한 자연권이다. 지금의 미국과 유럽 정부 기관은 ‘탈극단화, 민주주의 보호, 혐오 표현 규제’라는 이름으로 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미국 내의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과 정치적 올바름은 차별적이고 비경쟁적인 관행이다. 능력 문화의 회복을 위해 이 관행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새 NSS에서 ‘민주주의’는 더 이상 일정한 제도와 절차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글로벌 엘리트가 만든 규범과 검열 체제에 맞서, 각 국민이 자신의 주권과 정체성을 지킬 권리”라는 의미로 재정의된다. 이때의 적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다. “국제기구, 인권 규범, 기후·DEI·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는 서구 엘리트”에 가깝다.

 

<계속>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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