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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는 메우고 장애물은 치우고

 

지난 글에서 현대 석유산업 자본주의의 체제가 만든 금융시장 질서 내에서 절대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1. 무조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다.

2. 아무리 큰 목돈이 생겨도 한 번에 몰빵하지 않는다.

3. 개별 종목이 아닌 자본 시장 자체에 베팅한다.

 

이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현대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을 일은 절대 없다. 내가 탄 배는 엘도라도를 향해 가고 배가 엘도라도에 입항하면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산에 몸을 던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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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상 모든 일이 늘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이 적립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원리상으로는 자동 이체를 시켜 놓기만 하면 스노우볼이 된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 오는 게 맞다. 하지만 그 호박이 구르는 길에 문제가 생기면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길은 별거 아니다. 내 삶, 우리의 삶이다. 개인의 삶이 될 수도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삶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시때때로 호박 덩굴이 잘 굴러오도록 길에 깊게 패인 구덩이는 메우고 장애물을 치우는 수고가 필요하다. 애초에 구덩이도 없고 장애물도 없는 잘 닦인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의지와 행동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운의 문제라 여기서 굳이 얘기할 가치도 없다. 엄마의 뱃속에서 발생 초기부터 생기지도 않은 손가락을 걸며 아무리 원해도 금수저 혹은 흙수저로 태어날지, 차은우의 얼굴 또는 내 얼굴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으니까.

 

글을 구상하다 이번 글은 내 이야기를 예시로 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적립식 투자에서 호박이 구를 길이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데는, (누가 보기엔 그리 파란만장하지 않겠지만) 내 삶의 궤적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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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 동안 나는 자기 사업도 하고 피고용인으로도 살아왔다. 그 덕분에 정주영이나 이병철만큼은 안 되지만 내 인생에도 글감으로 이것저것 써먹을 만한 꽤 다양한 경험이 꽤 축적되어 있다. 당연히 한 개인이 어렵게 유지하려던 적립식 투자를 하루아침에 까먹는 구덩이와 장애물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의 개인사를 대한민국 사람의 평균치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개인사를 사회적 담론으로 일반화하고 다른 개인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되게 만들려면, 원소가 방출하는 빛을 스펙트럼으로 분해해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내 삶을 투과해서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통 요소를 분간해 내는 해석 장치가 필요하다. 내가 이 글에서 쓰는 해석 장치가 만드는 스펙트럼은 딱 두 가지다.

 

첫째,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인이 생계를 유지하는 일반적 수단으로서 직업, 정확하게는 자신의 고용 상태. 그리고 둘째, 가계 지출 구조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대한민국 국가데이터처가 그간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이야기로 무리 없이 일반화하여 확장할 수 있다.

 

호박이 빠지는 첫 번째 구덩이, 고용상태

 

지난 30년, 나는 피고용인(회사원), 고용인(대주주이자 법인의 대표), 피고용인(회사원), 자기고용인(개인사업자)를 오가며 살아왔다. 지금은 흠… 능력 출중한 마누라의 품에 폭 싸여 사는 백수다. 내 경험상 적립식 투자를 가장 위협받았던 때는 피고용인 신분보다 고용인이었을 때다. 위험도에 따라 고용상태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자기고용인(자영업자) > 고용인(법인 대표) > 피고용인(회사원) 정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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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내 인생에 고용인, 사장이 되려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1998년 국가부도 사태로 첫 직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 어쩔 수 없이 창업했다. 첫 직장에서 했던 업무 분야로 창업한 경우라 맨땅에 헤딩하는 엄혹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월급날은 전광석화처럼 돌아왔다. 지난달 월급날이 바로 어제인 듯한데 왜 오늘 또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지 몽롱하기만 한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리저리 돈을 빌려 메꾸고, 어음깡이라는 것도 하고, 제2금융권을 제 집 드나들었다. 다행히 몸에 호랑이를 잔뜩 그려 넣은 덩치 큰 애들을 일월오봉도처럼 둘러 세운 불법 사채업자를 찾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늘 태풍이 부는 절벽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가슴에 품고 있던, 망상에 가까운 대망도 그 절벽 끝에서 버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를 돌이켜 생각하면, 늘 바람에 밀려 떨어지거나 아니면 스스로 뛰어내리거나 둘 중 하나였던 아슬아슬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첫 직장을 다닐 때 들었던 종신보험이 있었다. 최근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에 버금가는 수익률로 설계된 복리 적립식 투자였다. 당연히 절벽 끝에 서 있는 동안, 그 종신보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계속 불입할 여유도 없었고 보험금 납입을 잠시 중단할 수 있었지만, 큰 손해를 보더라도 해약해서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불법 사채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종신보험 정도 깨는 정도로 첫 창업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에 감사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창업한 고용인으로 대한민국의 약탈적 금융 시스템에서 이렇게 가볍게(?)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대한민국 통계를 보아도 그나마 적립식 투자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유지하는데 피고용인 상태가 고용인 상태보다 유리하다.

 

창업이라는 업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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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가데이터처>

 

우리나라 비임금근로자는 655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20%가 넘는다. OECD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2024년 창업 사업자 수는 118만 명이고 폐업한 사업자 수는 약 100만 명이다. 폐업률로 따지면 약 9% 정도 된다. 거의 비슷한 숫자가 새로 생기고 사라져 마치 균형을 이룬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심각한 숫자들이 숨어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창업 후 5년간 생존율은 36.4% 정도 된다. 10명이 개업하면 그중 6명 정도는 5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대한민국 기업의 5년 생존율은 10%나 낮다.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국세청이나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좀 더 장기인 10년 생존율은 추정한 계산 결과는 기껏해야 약 15~20%밖에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창업하는 업종인 음식점(카페 포함)과 숙박업은 10%대로 떨어진다. 창업한 업체 10개 중 8~9개는 10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음식업이나 숙박업은 심지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업종도 아니다. 사업장을 임대로 운영할 경우, 매출도 없고 고용 직원이 없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매월 상당한 고정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편의점 같은 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상당한 창업 자본이 필요한 업종은 생계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 어느 순간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괴물로 돌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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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행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기업 중 영업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17.1% 정도 된다. 자영업자의 대출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꾸준히 늘었다. 2025년 1/4 분기 말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067조 원에 이른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특징은 비은행권 대출이 상당히 높고 대출 연체율도 높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중 취약 차주, 즉 다중 채무를 갚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자영업자의 비중도 14.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소득과 부채를 감안해서 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비임금 근로자의 열악한 경제 상황은 더 또렷해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어난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못하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75%를 넘었다. 그런데 이들의 연 평균소득은 2,000만 원이 채 안 된다. 최저 임금액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이 수치는 평균값이라 1년에 16억 원을 넘게 버는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좀 더 현실을 반영한 값은 중간값인데, 충격적이지만 연 650만 원에 불과하다.

 

소득이 이렇다 보니 나홀로 자영업자나 직원을 2~3명 정도 고용하는 자영업자 부채 규모도 임금근로자 대비 2~3배 달한다. 소득은 적고 부채는 많은 악순환의 덫이 곧 대한민국 자영업의 민낯인 셈이다.

 

결국 고용인이 된 상태, 특히 자영업자가 되는 순간 자동빵, 적립식 투자의 소박한(?) 꿈은 요단강을 건넌다.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스노우볼 호박 덩굴이 분명하긴 한데, 자영업이라는 길 위에서는 저절로 구르며 몸집을 키우는 스노우볼도, 호박 덩굴도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자체로도 고약한 덫이지만 대한민국의 약탈적 금융시스템은 이 덫에 한번 덜컥 걸리면 발목을 숭덩 자르는 날카로운 칼날을 달고 있다.

 

바지만? 빤스도 벗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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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 추이

출처 - (링크)

 

앞서 설명한 것처럼 창업한 사람이 적립식 투자를 계획 기간 동안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주 뛰어난 기술과 경험으로 창업했거나 선대로부터 잘 나가는 사업체를 물려받고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적립식 투자로 모은 목돈은 창업자에게 그냥 자동차 범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 차의 일부이나 내 것이 아닌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마음 편하다(물론 최근 차의 구조로는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힘든 일이다. 충격 흡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범퍼에 온갖 고가의 안전 장비들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창업하면 대부분 다중 채무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 경로다. 다중 채무자란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는 뜻이고, 제1금융권인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제2금융권, 합법적 고래대금업을 하는 등록된 대부업체, 그리고 사람의 피를 말리는 불법 사채업자까지 대출 목록을 빼곡히 채운다.

 

대개 나 같은 동수저 또는 흙수저에게 창업 자금은 직장을 다니며 어렵게 모은 목돈이나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빌린 돈이다. 이렇게 마련한 창업 자금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든 사업 초기라면 당연히 금융기관을 찾아 또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설사 첨단 기술,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로 무장했어도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눈에 들기 전까지 운영 자금은 본인이나 가족의 자금이나 여기저기서 빌린 각종 채무로 충당하게 된다. 그렇게 이리저리 돈을 빌리다 보면 창업 당시 마음에 품었던 백두산 호랑이는 점점 위축되어 우리 집 앞마당에 찾아오는 길고양이가 되고 생존 경로만 모색하는 터널 시야에 시달리게 된다.

 

자기 돈 까먹은 것을 회복하는 데는 기한이 없지만 빌린 돈은 다르다. 갚아야 하는 만기가 있다. 돈을 빌린 데 지불해야 하는 비용, 이자를 꼬박꼬박 제때 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금융기관은 재깍재깍 독촉 문자를 칼같이 보내온다. 불법 사채업자는 온몸에 온갖 동물을 그리고 맞춤법이 하나도 맞지 않은 한자, 한글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사람을 보내기도 한다. 이자를 갚지 못한 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한 이익 상실이라는 알쏭달쏭한 용어를 들이대며 빌린 돈, 밀린 이자, 연체료까지 몽땅 갚으라고 압박한다. 이자를 잘 갚고 있어도 담보로 맡긴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지면 원금 일부를 갚으라고 한다. 채권자가 보기에 도저히 갚을 사정이 안 되면 금융기관은 채무자가 대한민국에서 보유한 모든 금융 계좌를 확인하고 동결한 뒤, 일정한 절차를 거쳐 압류를 걸고, 끝내 소유권을 빼앗는 강제 집행을 한다. 이쯤 되면 어렵게 어렵게 지켰던 적립식 투자로 모은 재산도 물거품이 된다. 깨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이 덫에 걸리면 발목을 자르기 전까지 벗어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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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약탈적 금융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금만 살피고 생각하면 왜 대한민국의 금융시스템이 약탈적인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반적 담보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어보자. 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맡긴 담보의 가치에 맞춰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돈을 빌린 나의 책임은 그 담보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자 말고 내가 돈을 빌리기 위해 애초 제공한 담보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은행에 갚을 이유가 없다. 설사 담보 가치가 시장 상황 때문에 대출 계약을 맺을 때보다 낮아졌어도 돈을 빌린 채무자는 담보 가치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시장 변동은 채권자도, 채무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안에 사는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돈을 빌린 후 채권자가 요구하는 이자를 내며 금융기관의 리스크 비용을 계속 보상한다. 사고를 대비해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 줄 때 담보가 가진 현재 시장 가치를 모두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요새는 정부 당국이 부동산 투기 때문에 담보인정비율(LTV; Loan to Value ratio)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LTV 규제는 원칙적으로 담보의 시장 가치 변동으로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과 채무자의 신용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부동산 열기를 식히려는 것은 부차적 효과일 뿐이다. 설사 정부가 규제하지 않아도 담보인정비율(LTV)을 100% 인정하는 금융기관은 없다. 사채업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치 100% 다 인정해 주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선이자를 떼는 식으로 원금 손해 리스크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설사 100%를 인정하는 금융기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시장 변동 위험을 알면서 대출을 강행한다는 뜻이니 채무자는 담보를 포기하기만 하면 채무 변제의 의무를 다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실상은 다르다. 대출에 따른 위험이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완전히 비대칭적으로 부과된다. 채무자는 거의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담보로 맡긴 집을 빼앗겨 거리에 나앉았어도 금융기관이 담보를 처분하고도 처음 대출한 금액을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면 채무자는 다 갚을 때까지 무조건 갚아야 한다. 갚기 전에 일종의 통과의례가 있다. 일단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인터넷이 빵빵 터지는 대한민국에서 신용 정보 전산망을 타고 신용불량자 꼬리표가 달린 신용 기록이 대한민국 내 모든 금융기관에 공유된다. 설사 해당 금융기관이 큰맘 먹고 남은 빚을 탕감해 준다 한들 나의 신용 기록은 한동안 신용 정보 전산망에 남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하려 할 때마다 쫓아다니며 ‘얘, 신용불량자… 신용불량…”를 외쳐댄다. 바지는 물론이고 빤스마저 벗으라고 소리친다.

 

도덕적 해이 아니 도둑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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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자영업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불법 여신업무를 하는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바보는 없다. 대개 제1금융권제2 금융권제도권 내 대부업체사채업체 순으로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 흐름을 따라 가게 되는 것은 제1금융권에 갚을 원리금을 포함하면 운영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보증금을 빌미로 몇 달 미루고, 임금 비용은 직원을 줄이거나 그동안 쌓은 좋은 인상으로 어떻게든 무마해도 금융기관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얄짤없다. 무조건 금융기관이 지정한 날짜에 갚아야 한다.

 

고용된 직원은 아무 담보도 없이 평소 고용주의 인간적 면모를 믿고, 임대주는 임차인이 맡긴 보증금을 믿지만 전 재산을 담보로 틀어쥔 금융기관은 피도 눈물도 없다. 보통 약속한 원리금 납입 기일에서 30일(신용대출)~60일(담보대출)만 지나면 기한이익상실을 외치며 온 동네 떠들고 신용불량자라고 떠들고 다닌다. 이런 게 약탈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걸 약탈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취업자의 22%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655만 자영업자 가구주들은 혼자 굴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립식 투자의 마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한민국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면 신자유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금융 전문가나 정책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를 들고나온다.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있지도 않은 땅, 남의 소유의 아파트를 자기 것인 양 속이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나 뭐라나… 이런 일은 금융기관의 내부자가 내부 규정을 깡그리 무시했거나 아니면 외부 세력과 공모하여 작당하지 않은 이상 21세기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도덕적 해이는 혀가 꼬여 도둑적 해이를 잘못 읽은 발음상 오류로 들린다. 이런 비판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반 국민 개인이 아니라 자기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금융기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자, 대규모 금융 사기가 발생했을 때 범죄자들과 공모해서 사건을 덮으려 했던 윤떵어리나 그의 일당들이나 들을 소리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정인영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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