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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큰 마약류 범죄

 

살인, 강도보다 재범률이 높은 것이 마약류 범죄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마약류 사범 평균 재범률은 50%에 달한다. 이는 단순 투약, 소지, 유통 등이 포함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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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V조선〉(링크)

 

통칭 단순 마약류 투약자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마약에 손대지만 걸리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수치까지 더하면 사실상 약의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약에 손대는 비율은 공식 통계보다 월등히 높다고 봐야 한다.

 

마약류 사범은 단순 마약범죄로 끝나지 않고 성범죄, 강도 등과 같은 2차, 3차 범죄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아서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여성 중독자의 경우 성매매, 성 착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약류 사범은 상대적으로 처벌을 가볍게 받거나 피해 갈 수 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스스로 자백한 경우, 또 단순 투약이나 단순 소지는 처벌이 더 가볍다. 대규모 마약 밀수나 유통, 판매책이 아닌 이상 여러 사정으로 마약에 손대서 잠시 해롱거리는 사람들의 사회 복귀와 그들의 죄 없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은 선처를 택한다. 

 

 

감옥에 가둬도 그때뿐

 

약에 취한 사람을 감옥에 잠시 가둔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개중에는 약을 끊고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들을 쉽게 전과자로 만들어 미래의 갱생 가능성마저 닫아놓으면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더 심각한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형사정책적 우려와 판단도 고려된 것이다. 마약류 투약·소지범 중 실형 선고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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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 백서, 244쪽.

 

 

결국 가족에게서 버림받는 약물 중독자들

 

마약류와 같은 약물 중독자들의 말로가 비참한 이유는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모두 버림받기 때문이다.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중독자들은 더 강한 도파민을 원하게 되어 있다. 섭식을 비롯해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진다. 일상적인 사회생활·경제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약값을 구하기 위해 쉽게 다른 범죄에 연루된다.

 

한 사람을 품다가 다른 가족마저 살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형제자매들이 손을 떼고, 남은 형제자매들 때문에 부모 또한 이 자식을 놓게 된다. 놓고 싶어서 놓는 게 아니라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에서 놓는다.

 

약물 중독 초기에는 자식이 더 이상 약물에 손대지 않게 하려고, 더 심각한 약물 네트워크와 결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가 자식을 경찰에 신고한다. 그럼에도 약물 중독이 심해지면 부모가 판사에게 탄원서를 쓴다.

 

“가장 높은 형을 선고해 주시고 반드시 구속시켜 주십시오.”

 

감옥에 있는 시간만큼은 약물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에 중독자들 의지로는 안 되는 단약을 할 수 있고, 감옥에 있는 기간이 길수록 단약 기간이 역시 길어진다. 가족들은 그 기간만큼은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어떤 가족은 동반 의존 상태가 된다. 중독자를 돌보고 통제하려다가 가족도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것이다. 중독자의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개입하면서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구해야 한다’라는 강박에 시달리며 함께 무너진다. 같이 약 중독이 되는 드문 사례도 있지만, 자식을 지켜보다가 알코올 중독이 되는 부모들도 있다.

 

한 젊은 청년이 어쩌다 마약류를 접하게 됐는지, 중독 문제로 본인을 비롯한 가족까지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루루’라는 사람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는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많은 중독자가 거쳐 가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루루는 ADHD 약을 통해 마약류에 중독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ADHD약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 약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엄격한 ADHD 검사를 거쳐 진단받고 적정한 의사에게 처방받아 복용 수칙을 지키며 약을 먹으면 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평범한 성인들처럼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 따라서 향정신성 의약품인 ADHD 약 전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는 어렵게 진단받고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여러 단계를 거쳐 손에 닿아야 할 이 약이 너무나 쉽게 별다른 노력 없이 누구나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독성 강한 ADHD약을 처방하지 않은 의사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루루가 중독성이 강하고 마약 대체제로 암거래 되는 메OOO을 병원에서 처방받으려 할 때 ‘절대 이 약은 안 된다’라며 말리고 처방해 주지 않았던 의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원리 원칙과 기준에 맞는 상황이었다면, 루루가 이 약을 처방받으려 했을 때 딱 한 명의 의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 사회가 그나마 건강하고 정상적이다.

 

다시 루루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루루는 똑똑하고 예술적 재능도 많은 아이였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부산스러운 행동 과잉의 ADHD가 아니라 조용한 ADHD라 어려서 일찍 발견되지 않았다. ADHD의 특징은 타인의 말을 조용히 귀담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 말이 귀에 들어오기도 전에 자신의 생각이 먼저 뇌를 뒤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든 자주 잃어버리고, 질서 있는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것이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유다. 불안으로 인해 강박 증상에 시달리는 비율도 높다.

 

루루도 강박증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6월부터 입시가 끝나는 이듬해 7월 정도까지 1년 넘게 ADHD약을 복용했다. 수험생이다 보니 병원에서는 한 달 치씩 약을 처방해 주기도 했다. 약은 루루 엄마가 관리하면서 정량을 지켜서 주었지만, 점점 내성이 생긴 루루는 더 많은 양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엄마와 갈등을 빚었다.

 

루루가 SNS를 통해 친해진 친구 중에는 이런 마약류의 약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은 이 약의 효능을 강하게 하는 방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루루 역시 ADHD약을 갈아서 코로 흡입했다고 한다. 루루는 이때 이미 자신이 이 약을 끊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루루 엄마는 루루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약을 관리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더 이상 약을 복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방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성인이 된 루루는 혼자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루루 엄마는 병원에 찾아가 우리 아이에게 약 처방을 하지 말아 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안 루루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꼭 병원 처방이 아니더라도 이런 마약류 약물이나 대체 약들을 루루는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신경 안정제인 알프라졸람(Alprazolam) 성분의 자OO와 불면증 단기 치료제인 졸OO을 먹기도 했다. 이것들은 신경을 안정시켜 주고 잠들게 하는 약물이지만, 각성제와 함께 복용하면 잠들지 않고 환각 상태에 빠지게 한다.

 

루루는 대학에 입학해, 한 학기는 다녔다. 약물 복용에 제약이 생긴 루루는 대체제로 술을 마셨는데 단순히 대학 신입생이 친구들과 자유를 만끽하는 수준의 음주가 아니었다.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며 관리하려는 엄마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름 방학이 되자 루루의 생활은 더욱 엉망이 되었고, 루루 엄마의 애간장은 그만큼 더 타들어 갔다. 루루는 그때 처음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직접 자기 입으로 했다. 이때만 해도 루루가 약을 코로 흡입하고, 오남용이 있었으며, 심각한 중독 상태라는 것을 루루 엄마는 알지 못했다. 그 실체를 알게 된 루루 엄마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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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홈페이지.

 

루루 엄마는 한 지부에서 상담받았다. 이곳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부분을 담당하는 곳이지만, 이미 이곳에 와서 상담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 대부분은 병원 처방 마약류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이 아니라 불법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상담받고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내용과 절차는 이미 마약 중독으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들의 양형에 참작될 자료로 이용되었다. 당시 루루와 루루 엄마의 상황에 필요한 해결 방안과는 결이 달랐던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나 마약 중독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들의 사업 내용과 기획이 조금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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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한 달 동안 상담받으며 상황을 지켜보던 루루 엄마는 불안했지만, 2학기도 등록해 주었다. 술은 조금 마실지언정 그래도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루루는 결국 2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과제를 해야 한다며 집에서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엄마가 긴 외출을 한 사이, 루루는 메OOO을 처방받아 졸OO과 함께 상당한 양을 복용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조용히 루루를 지켜보던 엄마가 이상하다고 느껴 루루의 상태를 살펴보니, 과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지나치게 섬세하게 어느 한 부분만을 묘사하는데 몰두해서 코에서 콧물이 흐르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교도소의 딜레마, 중독자 치료병원의 딜레마

 

루루 엄마는 루루의 책상 밑에서 다량의 약물을 발견했다. 결국 루루는 수도권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은 2016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전국 24개 치료보호기관 중 가장 활발히 운용된다고 평가받는 병원이다.

 

그런데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갱생의 목적도 있는 교도소에서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범죄를 학습해 나오듯,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병원도 온전한 치료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폐쇄 병동에 입원하게 되면 누구도 만나지 못하지만, 개방 병동에 입원하게 되면 중독자들이 한데 모여 있게 되면서 더한 신세계가 열릴 가능성도 높았다.

 

또 그곳 병원을 회복이나 치료 목적으로 들어오는 중독자도 있지만, 대개는 재판이 걸려 있어 열심히 치료받고 있으며 노력하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는 양형 참작 자료나 증빙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이들도 많았다. 그곳에 머물면서도 마약류 대체 약물인 디에타민이나 다른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궁리를 하고, 거기서 만난 중독자끼리 친구가 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신세계를 열어 주기도 했다. 또 어떤 경로로 들여온 것인지 모르지만 디에타민을 가지고 들어와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렇게 병원 치료를 마친 후 증빙 자료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고 마침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선다. 이들이 법정을 나오자마자 향한 곳은 바로 병원이다. 디에타민을 처방받고 알약을 빻아서 코로 흡입하기도 했다.

 

루루 역시 그 병원에서 처음 석 달간 입원했지만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후 병원을 나와서는 처방받지 않은 디에타민을 구하려다 적발되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진짜 마약을 구하려다 엄마에게 걸리기도 하고, 엄마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 걸려 있는 사법 처리 문제도 있다.

 

현재 루루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옥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루루 엄마는 마음을 다스리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다니고, 자문을 구하고 있다.

 

루루 엄마는 루루에게 말했다.

 

“너의 의지가 아니면 소용이 없어. 엄마는 네가 약을 끊겠다는 의지를 갖고 도움을 청한다면, 가다가 조금 삐끗하고 중간에 넘어지더라도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어.”

 

루루 엄마는 폐쇄 병동 입원, 상담, 프로그램, 해외 도피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부모의 힘으로는 마약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중독자의 가족은 ‘동반 의존’이라는 또 다른 병으로 인해 중독자 이상으로 병들어간다. 이제는 가족 치료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는 상태다. 부모가 아이로 인해 무너지면 그 가정은 파탄 나고 결국 회복의 길은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ADHD-다이어트약의 나비효과

 

마약류 약이 무서운 점은 마약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비약’으로 알려진 디에타민뿐만 아니라 많은 식욕억제제가 향정신성 의약품인데 너무 쉽게 처방된다. 약을 구할 때 중독성 있다거나 마약 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주의, 경고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6년 동안 디에타민을 복용하며 병원에서 처방받았지만, 중독성이 있다거나 자칫하면 마약 중독자까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루루도 시작은 ADHD 약이었지만, 이 약을 끊었던 기간에는 대체제로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았다. 어느 병원에서도 처방을 거부당한 적이 없었다.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아 대체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마약에 손을 댔다.

 

가둬두는 것, 돈을 주지 않는 것, 감시하는 것, 핸드폰을 주지 않는 것 모두 소용이 없다. 일반 거래나 유통이 금지된 약물을 손에 쥘 수 있는 수법은 다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던지기’ 수법으로 편의점 의자나 공원 벤치 아래에 붙여 둔 약물을 찾아가고 있다. 약값을 구하기 위해 젊은 여성들이 성매매, 성 착취에 이용당하고 있다.

 

중독자들이 겪는 비극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모두 다 쓰지는 못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자극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모르던 이들에게 새로운 범죄 수법을 알려주는 나쁜 정보성 기사가 될 의도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나 개인의 구질구질한 이야기 뒤에, 마약류 약물이 어떻게 누군가의 지옥문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이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헤르메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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