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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위기 돌파 전략

 

쿠팡에서 무려 3,37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대한민국 인구의 65%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여기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이메일, 주소, 공동 현관 비밀번호에 사용자의 주문 내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보안 사고로 기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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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시점에 주요 임원이 수십억 원대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쿠팡의 임원이 사과도 책임도 없이 가장 먼저 출구를 빠져나갔다. 쿠팡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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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쿠팡은 네이버 등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쿠팡보다 싸게 팔지 말라며 가격 인상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쿠팡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횡포를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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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다. 쿠팡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자 사망 사고와 반노동적 경영으로 비판 받아왔다. 과거 산재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대응 계획을 세웠다는 문건도 나왔다. 산재 발생 직후부터 유족과의 합의까지 구체적인 방안들이 꼼꼼히 적혀있는 문건이었다. 그야말로 '파.파.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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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족을 우리 편으로”…쿠팡의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

출처 〈한겨레〉(링크)

 

그리고 이번엔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터졌다. 쿠팡은 반성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개선의 여지는 있는 걸까? 그럴 리가 있나.

 

반성은커녕 쿠팡은 자신들의 대관 조직을 증원하면서 로비 능력만 대거 키우고 있다. 로비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대관 인력 증원은 지금 쿠팡이 무엇을 가장 위협으로 보는지 드러낸다. 정보 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 대응보다 정치적 리스크 대응에 자원을 쏟아부어 앞으로 벌어질 경영 악재에 물러서지 않고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쿠팡에는 SK그룹 대관 경험자를 그룹장으로 앉히고 공정위 출신 서기관, 사무관을 다수 포진시켰다. 국회 출신들을 포함해 실무진 30명을 추가해 확대 개편하면 쿠팡에는 대관을 담당하는 조직만 100명을 넘어선다는 말이 있다. 한 개의 회사 수준의 인력이 쿠팡 대관만 담당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쿠팡이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 위기를 돌파할 생각인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대관은 누구인가

 

대관 인력에 대해 이해하려면, 좀 뜬금없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회를 터전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당연히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이들을 보좌하는 보좌진이 있다. 정치부 기자들, 국회 사무처 노동자들도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흔히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일반 사기업의 직원들이다. 이들은 회사가 아니라 국회를 터전으로 일한다. 그들의 명함에는 대개 ‘대외 협력’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는 이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대관(對官)’. 공직자를 상대한다는 뜻이다. 영어로 바꾸면 더 직관적이다. ‘로비’ 그렇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일하는 로비스트들이다.

 

대관은 항상 물밑에서 움직인다. 눈에 띄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과 같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 대관 인력들에게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보좌진을 만나고, 필요하다면 의원을 직접 만난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하다. 자신들의 기업을 보호하는 것. 

 

국회에서 회사 이름이 ‘안 좋은 맥락’으로 불리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개인정보 유출은 구조적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법적 책임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방어적이고 수비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대관의 진짜 힘은 더 적극적인 영역에서 발휘된다. 입법이다. 가령 특정 제품을 생산하면 추가 세금을 내야 하는 법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법을 없애거나 고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그 결과 매년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이 달라진다면, 회사로서 대관 직원에게 수억 원의 연봉을 주는 일은 전혀 아깝지 않다. 아무리 엔지니어를 쥐어짜 기술을 만들어도, 국회에서 만든 법안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회사의 이익을 좌우하기도 한다. 대관은 그래서 ‘보조 업무’가 아니라, 또 하나의 핵심 경영 부서다. 

 

그렇다면 회사에 부정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국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비결은 없다. 대관 직원들은 평상시 국회의원실과 네트워크를 쌓아둔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다. 여러 보좌진들과 매일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취미를 함께 하며 형·동생 하는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회사의 규모나 로비 능력에 따라 법인카드의 한도도 제각각이다. 이들은 늘 국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놀고먹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쌓은 관계는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치권, 정부 부처, 공공기관에 이미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 보좌진 출신들이 대관으로 가장 많이 스카우트된다. 

 

오랜 시간 정치권에서 일하며 쌓은 인맥이 곧 자산이자 대관 능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소 정치권의 흐름과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이슈가 터지는 순간,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핵심적인 인물에게 가장 빠르게 접근한다.

 

문제는 국회라는 조직의 특성이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절반 이상이 바뀌고, 보좌진은 그보다 더 자주 교체된다. 지금 발이 넓다고 해서, 그 네트워크를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대관 인력 역시 끊임없이 물갈이된다. 국회 주변에 있으면 “대관 인력을 찾는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인력 채용도 추천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인력 충원 소식이 내 귀에까지 들어온다면, 대개 문제가 생긴 기업들이다.

 

최근에 자주 들린 이름들은 카카오, SPC, 쿠팡 등이었다. 모두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들이다. 기업은 냉정하다. 언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NBA 카드 수집하듯 다양한 정치적 계파에 접근 가능한 인물들을 모은다. 이때 여야는 중요하지 않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오직 수익과 생존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위상이 오를 때마다, 그 주변에 있던 보좌진들의 몸값이 함께 오르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업은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단순히 ‘어느 의원실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쓰지는 않고 치밀하게 평판 조회를 돌린다거나 그 사람이 가진 여러 능력을 이리저리 재고 따져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부품처럼 끼워 넣는다.

 

이제부터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렇게 움직이는 대관이라는 존재가, 쿠팡이라는 기업의 위기 국면마다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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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로 각종 논란 틀어막아온 쿠팡, 올해 정부·국회 출신 18명 채용

출처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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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쿠팡 대관임원 청문회 줄소환… ‘비밀 로비팀’ 실체 드러나나

출처 〈디지털타임스〉(링크)

 

이제 국회는 쿠팡의 최고 책임자를 직접 국민 앞에 불러 질문해야 한다. 오는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불출석한단다. 이유는 “비즈니스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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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링크)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역대급 사건 앞에서도 김범석 의장은 국민 앞에 설 일정은 없다는 뜻이다. 쿠팡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김범석 의장이 직접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는 일일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대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책임을 요구하는 질문, 제도를 바꾸라는 요구가 더 이상 물밑에서 대관 인력 선에서 처리되지 않게 해야 한다. 과방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까. 지켜볼 일이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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