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단순한 생성 도구가 아니다
지난 글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자신만의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메모 수백 개를 정리해 지식 베이스를 만든 사례를 간단히 보여줬는데, 구체적인 방법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지난번에는 지면의 여백이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약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문자가 인류의 사고를 확장했듯이, AI는 우리의 인지적 한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넓혀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AI를 단편적인 코드를 작성해 주는 것, 단편적인 글을 써주는 것, 재미있는 이미지 만들어주는 것 정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현재 AI 활용의 핵심은 추론(Reasoning)과 그에 맞는 도구 호출이다. 단편적인 것을 시키는 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작업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필요한 도구를 불러와 실행하는 것. 이것이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본질이다.
직접 체험해 보자
말로만 들으면 와 닿지 않는다. 구글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는 에이전틱 AI를 체험하기 좋은 도구다. 이것을 개발자용 코딩 툴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단순한 코딩 도구가 아닌 모든 종류의 작업에 적용 가능한 AI 에이전트 도구로 봐야 한다. AI 에이전트 도구로는 커서, 코덱스 등등 여러 가지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클로드 코드를 가장 선호한다. 이런 종류의 코딩 툴(IDE: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통합개발환경)을 처음 사용해 본다면 설치가 간편하고 UI가 직관적인 안티그래비티를 추천한다.

구글 안티그래비티의 기본 화면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생소하겠지만, 맨 오른쪽의 ChatGPT와 같은 화면에서, 맨 왼쪽의 파일 탐색기의 폴더와 파일을 직접 읽어오고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첫 번째 실습: 흩어진 글에 태그 붙이기
흩어진 메모들, 정리되지 않은 자료들, 연결되지 않은 생각의 파편들, 이것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일은 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수백 개의 파일에 일일이 태그를 붙이고 정리하고 유지하는 건 여간 귀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에이전트 AI 도구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일단 페이스북에서 내보내기 한 글들만 하나의 폴더에 담는다. 이때 페이스북에서 내보내기 한 파일은 JSON이란 포맷인데, 직접 다루기가 난해하다. 따라서 텍스트 파일로 정제하는 것도 당연히 안티그래비티의 도움을 받았다. 지면의 여백이 부족하여 이 과정은 생략한다. 자신의 메모나 자료 등 텍스트 뭉치들이 있으면 일단 하나의 폴더에 일단 담는 것이 시작이다.
예전에 태그를 붙여둔 파일 몇 개를 참고삼아, 대충 이런 식으로 부탁했다.
“이전에 태그 붙여놓은 파일을 참고해서, 나머지 파일들도 비슷하게 태그를 붙여줘.”
태그를 한정하지 않으면 태그가 중구난방으로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한 태그만 따로 추출해서, 그 태그만 사용하라고 추가로 지시했다.

에이전틱 AI 도구인 안티그래비티는 계획을 세우고, 이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1. 폴더의 모든 파일을 읽고
2. 예시로 준 파일을 분석한 후
3. 예시 파일처럼 다른 파일에도 태그를 붙인다.
이것이 바로 자율적으로 태스크를 생성하는 모습이다. 사용자는 최종 목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단계는 AI가 설계했다.

실행은 AI에게
계획에 따라 알아서 필요한 코드를 짜고, 그 코드에 따라 이것저것 알아서 실행한다. 기다리는 동안 넷플릭스 “불량 연애”를 튼다. 깔깔거리며 웃고 울다가, 몇 번 확인을 눌러주다 보면 어느덧 작업 완료. 백여 개 파일의 태그 작업이 몇 번의 확인 클릭만으로 30분도 안 되어 끝났다. 수작업으로 했다면 반나절은 걸렸을 뿐만 아니라, 태그의 일관성도 들쭉날쭉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진짜로 깊이 있는 지적 노동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는 못했다.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이제 에이전틱 AI를 동료 삼아,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진짜 집중해야 할 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여기서 코딩은 전혀 몰라도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목표를 설계하고, 구체적인 구현은 AI에게 외주를 주는 것. 엑셀 파워쿼리, 파이썬, HTML 등등 예전에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도구들이 이제는 “이런 데이터를 저렇게 가공해 줘”라는 말 한마디로 가능해졌다. 에이전틱 AI를 통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비개발자는 꿈도 못 꾸던 자동화를 직접 구현할 수도 있고, 간단한 앱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흩어진 지식과 데이터를 AI라는 도구를 통해 엮어내고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
다루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먼저 큰 덩어리부터 잡아야 한다. 조각가가 돌덩이에서 전체 형태를 먼저 깎아내고 나서야 세부를 다듬듯이, 복잡한 문제도 전체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세부로 들어갈 수 있다. 낱개 정보를 하나씩 찾아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작업 기억의 한계에 금방 부딪힌다. 일곱 개 남짓한 조각만 동시에 들고 있을 수 있는 우리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파편을 조합해 큰 그림을 그리기란 어렵다. AI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지렛대가 된다. 흩어진 정보를 한꺼번에 묶어 구조화하고, 그 구조 위에서 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더 큰 덩어리를 다룰 수 있는 도구를 쓸 수 있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크고 복잡한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문자가 인류의 사고를 확장했듯이, AI는 인류의 사고 확장을 도울 수 있다. AI에게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업을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한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 파일을 저장하고 다음에 비슷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하면 된다.

옵시디언과의 결합
자 이제 태그 작업이 끝났다. 결과물은 모두 로컬 폴더에 마크다운 파일 형식(텍스트 파일)으로 저장되어 있다. 메모장으로 열어볼 수 있고, 에브리씽 같은 검색 앱으로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노트 전용 앱과 결합하면 훨씬 강력해진다. 예를 들면 옵시디언. 일단 한번 깔아본다.

옵시디언은 저장소(vault)라는 용어를 쓰는데, 기본적으로 로컬 폴더다. 방금 안티그래비티로 작업한 폴더를 옵시디언으로 열면 된다. 에버노트, 노션, 원노트, 구글 킵 등 수많은 노트 앱이 있지만,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이다. 하지만 옵시디언은 로컬 기반, 텍스트(마크다운 파일) 기반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즉, 옵시디언이 망해도 내 노트들은 파일로 남는다. 빠르고 간편한 건 덤이다. 내가 작성한 문서와 메모는 마크다운 (Mark down)이라는 텍스트 기반의 초간단 포맷으로 항상 로컬 폴더에 저장된다.

옵시디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그래프 뷰 기능을 일단 체험해 보자. 왼쪽에서 그래프 뷰 보기 버튼을 무작정 눌러본다. 아마 다음과 같이 보일 것이다. 태그를 중심으로 관련 파일들이 가지를 뻗으며 예쁘게 연결된다. 어떤 파일들이 어떤 주제로 연결되어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옵시디언 자체는 단순한 노트 관리 도구지만, 종종 ‘세컨드 브레인’이나 ‘제텔카스텐’ 같은 개념과 함께 언급된다. 세컨드 브레인이란 인간의 뇌 대신 외부 시스템에 기억과 정보를 저장하고, 우리는 그 위에서 사고와 판단에 집중하자는 발상이다. 제텔카스텐은 독일어로 ‘메모 상자’라는 뜻으로, 개별 메모들을 폴더가 아니라 링크로 연결해 생각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는 바로 이런 사고 방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노트 하나하나가 고립된 문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생각의 일부라는 점을 한눈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는 편리하지만, 태그를 달거나 링크를 만드는 부분은 손이 많이 간다. 그래프 뷰를 보면서 메모를 하나하나 연결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하려고 하면 막막한 작업이다. 그런데 방금 우리는 에이전틱 AI로 이 작업을 반자동화했다. 요즘 옵시디언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폐쇄된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파일 시스템을 직접 다루는 구조이기 때문에 로컬 파일을 작업 대상으로 삼는 에이전틱 AI 도구와의 궁합이 환상적이라는 점이다.
응용: 무궁무진한 가능성
이제부터는 우리가 로컬 파일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 드라이브에 있는 모든 문서 파일을 검색해서 사용하지 않는 파일을 정리하거나, 기타 폴더로 몰아넣는 작업은 너무나 쉽다. 혹은 수백, 수천 개의 이미지 파일을 보고 그 이미지에 맞는 파일명을 한글로 모조리 수정한 후 나중에 찾아보기 쉽게 정리하거나, 적절한 폴더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옵시디언의 핵심은 링크 기능이다. 노트 간 연결 링크를 만들어 두면 일종의 개인 위키처럼 쓸 수 있다. AI가 여러 노트의 내용을 읽고 분석하여 연관성을 파악한 뒤, 관련 노트 간 링크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폴더의 모든 파일을 검토하고, 특정 주제의 노트를 모아 개요를 정리하는 허브 노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글쓰기 작업에도 적용된다
에이전틱 AI 도구는 코딩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밖에도 내가 지난주에 실제로 했던 일상적인 작업들을 소개한다.
● 의미 검색: 드라이브 전체를 검색해서, 관련 자료 찾아주기. 단순 키워드 검색으로는 아무리 자료를 찾아도 어려울 때가 있다. 2년 동안 잊고 있던 비밀번호가 구속영장 심사 날 새벽에 번뜩 떠오르듯이 갑자기 ‘위치 떠오르기’가 되지 않는 난감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된다.
● 텍스트 정리: 스캔한 책의 OCR 결과물은 문장이 끊기고 페이지 번호가 끼어 있다. AI는 정규표현식 기반 스크립트를 작성해 깔끔하게 텍스트를 정리한다. 수작업으로 몇 시간 걸릴 일이 몇 분 만에 완료되었다.
● 텍스트 구조화 및 소제목 자동 생성: 각 섹션을 적절히 나누고 내용을 함축하여 제목을 붙이는 작업. AI는 각 섹션의 본문을 읽고 핵심을 파악해 적절한 제목을 생성했다. 규칙 기반 작업이 아니라 글 전체 내용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다.

많이 써봐야 감이 생긴다
에이전틱 AI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점차 더 많은 도구를 호출할 수 있게 되고 점점 더 강력한 힘과 자율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지금은 파이썬 스크립트 정도를 도구로 썼지만, ERP, 그룹웨어, 산업용 물리 시뮬레이션 같은 기업용 시스템까지 직접 호출해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에이전틱 AI가 인간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점점 더 고도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또 여러 종류의 AI 간 상호작용도 가능해질 것이다. 당연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남을 것이다. 에이전틱 AI가 아무리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해도, 결국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의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냐가 아니다. 복잡한 구현은 AI에게 맡기되,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의미한 목표를 제시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것, 어떤 것을 직접 해야 하고, 어떤 것을 AI에게 맡기는 게 좋은지 아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기본기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 감은 오직 직접 써보면서 길러진다. 간단한 작업을 시작으로 점점 더 복잡한 코딩/분석 작업까지 조금씩 사용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간에 AI 기술을 이용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기획자 마인드를 갖추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정인영
기사: 히야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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