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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쿠팡에 관한 강의를 마무리해야 할 차례지만 이혜훈 시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짚어야 할 것 같아 먼저 강의하고자 합니다. 제현 시주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 행보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보법이 남다르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앞에서 핵잠수함 건조 허락을 요청한다든지 시진핑에게 샤오미 폰 보안에 대해 묻는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초식입니다. 이번에도 시진핑을 만나 판다를 추가로 대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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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뿐만 아니라 내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무회의를 통째로 생중계해 버리는 건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하지 않은 혹은 하지 못한 보법입니다. 좋은 말로 하면 파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일이지만, 나쁘게 보면 신중하지 못한 처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이 대통령이 보였던 파격이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니 자신감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에서도 또한 남다른 초식을 선보였습니다. 윤석열 내각에 있던 농림부 장관 송미령을 유임시킨 데 이어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혜훈을 임명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초대 장관이라고 하지만 이전에도 기획예산처와 장관이 존재했기 때문에 초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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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경제에서 박근혜 역을 맡은 이혜훈

 

오랜 수련을 통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만공스승이지만 제일 처음에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대체 왜 이혜훈이냐? 이혜훈이 뭔데? 굳이 이혜훈을 써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환생경제의 박근애 이혜훈, 내란범 윤석열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이혜훈을 왜 써야 하나? 그녀가 특별히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KDI 출신은 전형적인 책상물림으로 그저 범속한 재주가 있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혜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불쾌한 감정이 좀 가라앉히고 나서 따져보니 이혜훈 지명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입장에선 이만저만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손익 비를 따져봤을 때 손해 보는 건 적고 이익은 매우 큽니다.

 

우선 이혜훈 지명으로 인해 보게 되는 가장 큰 손해는 지지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지지자끼리 싸우게 만들어 내부 분열이 조장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면 결과에 따라 충분히 봉합 가능한 분열입니다. 결과만 좋다면 이혜훈 임명을 용서할 수 없다는 중생들은 극히 소수가 될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이익은 크고 많으며 광범위합니다. 총선과 내란, 탄핵을 거치면서 국힘당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사분오열하며 내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 저쪽에선 에이스 취급을 받는 이혜훈이 변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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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여론조사] 심상치 않은 '중도층' 움직임…국민의힘 지지율 27% → 16% _ JTBC 뉴스룸 0-35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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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전열을 가다듬고 사태를 수습해 보려는 국힘당의 뒤통수에 크리티컬 히트를 친 것입니다. 국힘당은 겨우겨우 전열을 수습해 가던 중에 다시 한번 크게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지명 이후 중도층에서 국힘당 지지율이 10% 넘게 떨어진 걸 보면 국힘당이 입은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윤 어게인을 외치던 장동혁 대표가 12.3 내란이 잘못되었다며 갑자기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박살 나버린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시도라고 봐야 합니다.

 

크리티컬 히트를 맞으면 허둥지둥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국힘당은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이혜훈을 급히 제명했습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배신자를 처벌한다는 정당한 명분을 내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의리나 도의도 없음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렇게 부르짖던 협치가 그저 구호에 불과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협치란 자신의 편이 아닌 쪽과도 힘을 합쳐 일을 하는 겁니다. 국힘당 중생들의 말처럼 나라의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면 힘을 합쳐야 하고, 힘을 합치기 위해 국힘당 중진인 이혜훈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했습니다. 협치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협치하려 했다는 명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힘당은 제명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앞으로 국힘당 쪽에서 협치 얘기를 하면 ‘응 느그 이혜훈 제명’ 해버리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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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윤 어게인을 외치며 내란을 옹호하던 이혜훈은 장관에 지명되자 그동안의 주장이 잘못되었고, 내란은 잘못된 일이라며 자신의 판단이 부족했으며 과거와 단절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이 사과로 인해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의 진정성 또한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도 국힘당 놈들이 알면서, 계엄이 잘못된 거 알면서도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저런 소리를 한다고 의심하는 시주들이 많았습니다. 이혜훈의 사과로 인해 이 의심은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윤석열이 옳았다,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던 중생들의 마음에는 의심이 싹틀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주장을 하던 이가 하루아침에 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하니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열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삼국지의 조조는 원소와의 관도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원소와 내통하던 부하들의 편지를 대량으로 발견합니다. 조조는 이 편지를 확인하지 않고 불에 태웁니다. 원소의 세력이 워낙 커서 나 또한 두려웠으니 너희들이 이러는 걸 이해할 수 있다며 통 큰 용서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이들이 내란과 관련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돌아오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통 큰 지도자인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이 인사로 인해 내란에 적극적으로 부역하지 않은 중생들은 사과하는 편이 이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내란에 참여한 자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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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마골. 죽은 말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산다면 좋은 말이라면 얼마나 많은 돈을 주고 사겠습니까? 고작 이혜훈 따위도 중하게 쓰는 걸 본 다른 많은 중생이 ‘혹시 이번엔 난가?’하며 난가병에 걸리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조경태 시주도 희망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혜훈과는 달리 조경태 시주는 내란에 대해 처음부터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인재들과 인심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쪽에 더욱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경찰보다 조선인 경찰들이 더욱 악독하게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고 죽였습니다. 변절자라는 태생 때문에 그런 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이혜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명되어 돌아갈 다리마저 타버린 마당에 자신의 충성심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어야만 합니다. 이혜훈의 능력과 관계없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자못 관심이 갑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국힘당 입장에서 보기엔 악질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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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이혜훈의 변절이 알려지자마자 이혜훈의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 재밌습니다. 그동안 이혜훈은 국힘당에서 5번이나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런 의혹이 하루아침에 튀어나올 수 있는 데도 5번 공천을 받았다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했거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어느 쪽이어도 국힘당 스스로 한심함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이것도 모르고 이혜훈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혜훈 지명은 국힘당이 이렇게 해야 될 만큼 절박한 처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와중에 중생들이 ‘민주당만 빼고’ 프레임을 다시 한번 똑똑히 보게 되었다는 점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직 그 존재를 모르는 중생들이 많습니다. 자꾸 떠들고 보고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튀어나오지 않던 이혜훈과 관련된 온갖 의혹이 하루아침에 튀어나온 이유가 뭘까요? 민주당이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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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었을 때 제기된 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불법 소지가 있는 의혹은 거의 보도되지 않다가 불법 소지가 없어 보이는 이혜훈의 부동산 의혹은 갑자기 튀어나온 이유는 뭘까요? 민주당이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게 오랜 시간 갑질을 했는데 조용하다가 직장갑질119라는 단체가 등장해 갑질 의혹을 부르짖는 이유가 뭘까요? 민주당이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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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이 청문회를 통과할지 혹은 낙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만공스승은 어느 쪽이어도 관계없습니다. 지명으로 인해 거둔 이문이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명되면 되는대로 낙마하면 하는 대로 그 나름의 이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민주당 안팎에 이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 시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의 달인이자 윤석열의 온갖 지옥을 슬기롭게 뚫고 나왔습니다. 이런 이 대통령이 하는 안배를 우리가 전부 이해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 법입니다. 하나에 몰두하면 전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인사는 시그널입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멀리 보고 이혜훈 임명이라는 시그널을 던졌습니다. 이혜훈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이 대통령이 던진 한 수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혜훈 지명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딱 한 줄로 평가하겠습니다.

 

"게임 줘까치 하네"

 

나무관셈보살.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만공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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