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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이 두 달 뿐이라면? 신나게 약하고 즐겨야지!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중독자가 될 것을 알거나, 혹은 중독자로 살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든, 호기심이었든,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다 유흥처럼 시작했든, 대부분은 중독을 각오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약을 시작한 사람들은 “나는 중독자가 아니야.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제이(가명)도 그랬다. 제이는 기자가 자조 모임에서 만난 회복자다. 그가 중독자에서 회복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1992년, 고등학생이었던 제이는 아버지의 미국 주재원 발령으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해는 LA 폭동이 일어난 해였다.

 

LA 폭동은,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LA에서 인종차별에 격분한 흑인들에 의한 유혈사태이다. 운전사였던 로드니 킹을 경찰관들이 집단 구타한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한인 마트 여주인이 흑인 소녀를 절도범으로 오해해 총으로 사살한 사건이 겹치며 인종 갈등이 폭발했다. 갈등의 분노는 코리아타운으로 향했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약탈과 방화로 코리아타운의 90%가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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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링크)

 

제이는 LA 폭동의 후폭풍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한인 이민 1.5세대, 2세대들과 어울렸다. 그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대마초부터 각종 마약까지 자유롭게 허용되는 나라에 온 김에, 있는 동안 마음껏 즐기겠다고. 어차피 아버지의 주재원 생활은 3년뿐이고, 이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그동안만 즐기고, 돌아갈 때는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제이는 대마초, 필로폰, 캔디(엑스터시), LSD, 코카인까지 온갖 약물을 다 해봤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약에 손대지 않은 채 대학에 진학했고, 전도유망한 IT 기업에 입사해 직장 생활도 무난히 이어갔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8년 동안 약 없이 잘 살았다. 가정도 꾸렸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알던 친구를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조지 W. 부시 정권 시기,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이 이뤄졌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약 200만 명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제이가 알던 친구 역시 그렇게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른바 ‘원 웨이(one way)’ 추방이었다. 돌아오는 항공편 없이 편도 항공권만 제공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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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코리아, 링크)

 

그 친구는 미국에서 쓰던 살림살이를 컨테이너로 들여왔다. 이때 소파 가죽 사이 등에 숨겨둔 마약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그는 그렇게 들여온 마약을 판매하는 소규모 마약상, ‘고바라시’가 됐다. 제이는 미국에서 알던 셜리와 재회했고, 다시 약을 했다. 이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중독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3년간 약을 하다 돌아와 8년을 멀쩡히 살았으니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자신이 마약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중독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한 가지 약만 하지 않았다. 필로폰, LSD, 엑스터시, 코카인을 번갈아 가며 했다. 평소에는 회사 생활을 성실히 하고,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어려운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나 휴가를 맞아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처럼 마약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마약이 아니면 삶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늘 마약 생각뿐이었다.

 

“기자님, 마약중독이라고 해서 약을 안 하면 손을 떨거나 심한 금단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에요. 겉으로는 멀쩡하게 생활해요.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마약 생각이 나요. 삶에 아무런 즐거움이 없어져요. 그래서 다시 약을 해요. 그러다 결국 약을 안 하면 아예 못 일어나고 퍼져 있게 되는 거죠.”

 

결국 제이는 상습 마약 투약으로 적발돼 징역을 살았다. 당연히 직장을 잃었고, 삶의 기반도 무너졌다. 출소 후 그는 강한 단약 의지를 갖고 꾸준히 자조 모임에 나오고 있다. 그가 다시 회복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가족이었다. 부인은 그를 이해해 보겠다며, 그가 수감된 동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출소 후에는 자조 모임과 재활 과정에 동행하고 있다. 제이는 그런 부인의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한다.

 

제이는 중독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독이 왜 무서운 줄 아세요? 다들 단약하겠다고 말해요. 그런데 마약 중독자에게 ‘앞으로 살날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뭘 하겠느냐’라고 물어보세요. 아마 남은 3개월 동안 신나게 마약하고 즐기다 가겠다고 할 겁니다. 진짜 단약은, 내 삶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마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

 

제이는 요즘이 바로 그런 상태라고 말한다. 과거처럼 단약이 고통스럽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출소 후 그는 집에서 고양이 밥을 주고, 맛동산과 감자를 치워주고,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 일들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한다.

 

“우리 고양이가 많이 늙었거든요. 그동안 내가 약하느라 바빠서 거의 돌보지 못했어요. 요즘은 늙은 고양이 돌보는 데에서 묘한 감정을 느껴요. 설거지도요. 이렇게 묘한 재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약이 아니라도 삶의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남는 시간에 심리학 서적을 비롯해 많은 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 또한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잊을 수 없는 첫 잔의 기억

 

그렇다면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이기에 백이면 백 모두 중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솔직히 마약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감각을 알기 어렵다.

 

문헌과 정의에 따르면 필로폰을 비롯한 마약류는 신경계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한다. 도파민은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마약은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사람마다 행복과 즐거움, 쾌감을 느끼는 지점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성적 행위에서, 누군가는 성취의 순간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이러한 감정을 경험하면 그 강도가 수백 배로 증폭된다고 한다. 마약과 성이 자주 결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첫 경험의 강렬함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느낌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경험자마다 표현도 제각각이다. 처음 ADHD 치료제인 페○○를 친구에게서 받아 복용했을 때 루루는 ‘쨍’하는 감각이 왔다고 했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은 약 0.03그램으로, 투약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한 잔’이라고 부른다. 이 한 잔의 가격은 약 10만 원 선으로 시세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필로폰 역시 첫 투약 당시의 강렬한 기억이 중독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구력’, 즉 마약 사용 기간이 길지 않을 때는 투약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뚜렷한 금단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마약을 하지 않으면 삶이 지옥

 

문제는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결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누군가의 작은 호의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토익 점수가 조금만 올라도 성취감을 느끼던 희로애락이 점차 무뎌진다. 일상이 아무런 재미도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때로는 삶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마약을 찾게 된다.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는 식욕이 사라지고 잠을 거의 자지 않으면서 각성과 환각 상태가 지속된다. 약효가 떨어지면 몸의 기력이 급격히 쇠한다. 다만 며칠간 잘 먹고 잘 자면 어느 정도 회복되는데,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이 회복 기간을 ‘바라시’라고 부른다. 이러한 반복 때문에 마약중독자의 가족들은 끝없는 갈등에 놓인다. 며칠씩 집을 비웠던 중독자가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기력이 회복되면 다시 약을 하러 나가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집과 가정은 본래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마약중독자에게 집이란 개념은 다르게 작동한다. 집에서 잘 먹고 잘 자며 회복하는 것이 결국 다시 마약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중독 상태의 식구를 계속 보살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게 된다.

 

마약에 손을 댔던 한 회복자는 지금도 마약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 끝이 지옥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일부는 맞는 주장이다.

 

 

환청과 환각, 괴로움에 끊고 싶어도 다시 찾는다

 

마약을 하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일종의 정신병적 장애(Methamphetamineinduced psychosis)인데, 흔히 ‘따라꾸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필로폰 성분인 메스암페타민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최근에는 식욕억제제를 먹고도 비슷한 환각과 환청을 경험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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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링크)

 

이 증상은 조현병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환청과 환시, 피해망상과 관계망상, 부정망상, 비논리적 사고, 충동성과 공격성, 현실검증력의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필로폰 사용자 10명 중 6명에서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며, 장기간 사용한 경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이는 마약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중에는 약을 하지 않아도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다 보면, 마약을 끊고 싶어도 오히려 마약만을 갈망하게 되는 저주의 사슬에 갇히게 된다.

 

디에타민을 장기간 복용했을 당시 기자도 이런 유사한 현상을 경험했다. 비논리적 사고가 잦아졌고, 충동성과 공격성이 강해졌고, 현실 판단 능력도 흐려졌다.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공격하거나, 나를 이용해 자기 이득만을 취하려는 것 같았다.

 

환각이나 환청에 시달리지 않더라도, 약물 사용이 누적되면 스스로 칫솔질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자조 모임에서 만난 앤(가명)은 마약을 하면서 ‘지옥을 봤다’라고 말한다. 당시 그의 남자 친구는 평소에는 누워만 있다가 마약을 받으러 갈 때만 갑자기 민첩하게 움직였고, 함께 마약을 하던 친구는 머리카락을 포함해 온몸의 털을 모두 밀어버린 채 거울 앞에서 하루 종일 얼굴의 여드름만 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앤은 처음으로 ‘정말 마약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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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링크)

 

 

마약중독자 곁엔 ‘인간사냥’하고 ‘씹는’ 친구밖에 안 남는다

 

결국 마약중독자들은 약을 하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고, 약을 안 하면 온몸에 기력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사회생활이고 가정생활이고 온전할 리가 없다. 투약 사실이 적발되면 구속되고, 한두 번은 조건부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할 수는 있지만, 반복되면 결국 구속이다. 구속 기간에만 단약하고, 풀려나는 즉시 다시 약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 교도소 안에서는 새로운 마약 상선을 뚫고, 그들 사이에서 정보가 공유된다. 투약과 구속의 순환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족도 친구도 떨어져 나간다. 곁에 남는 것은 자신에게 마약을 팔려는 상선과 함께 마약을 하는 이들뿐이다. 이 마약 친구들이나 상선들은 적발될 경우 형량을 낮추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수사기관에 넘긴다. 이 행위를 이들 사이에서는 ‘씹는다’라고 표현한다. 수사기관은 마약 투약자나 유통자를 검거했을 때 함께 투약한 사람, 자신이 마약을 공급받은 상선, 혹은 자신이 판매한 대상에 대해 순순히 ‘불어 주면’, 수사 협조 혹은 정상참작으로 인정하고, 양형에 적극 반영한다. 이 때문에 상선들은 가능한 한 더 많은 마약 투약자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이 과정을 ‘인간사냥’이라고 부른다.

 

모든 마약중독자가 같은 처지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중독자들은 쉽게 적발되지 않는다. 마약 상선들에게 이들은 안정적인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설령 상선이 수사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이러한 거래처는 쉽게 불지 않는다. 돈이 되는 거래처를 잃으면 손해를 보는 쪽은 상선이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 사회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리는 작동한다.

 

여성 중독자에게는 더욱 극단적인 비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약을 얻기 위해 성매매를 하거나, 마약 운반에 동원된다. 마약을 공급하는 자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성매매를 시키면 성매매를 하고, 포르노 촬영을 요구하면 촬영에 응한다. 이렇게 생산된 영상과 사진은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된다. 때에 따라서는 불법 장기 매매에까지 이용된다. 대가는 마약 상선이 가져가고, 중독자는 장기 하나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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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링크)

 

이 정도 상황까지 방치되면, 중독자와 관계를 끊은 가족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그들 역시 함께 인생이 무너질 수는 없었고, 살아남기 위해 중독자를 마음에서 놓았을 뿐이다. 놓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 일뿐이다. 다른 자식들과 남은 가족의 삶까지 파괴되지 않기 위해, 중독자 자녀와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던 한 어머니의 선택은 절박하고 비극적인 모정이다.

 

그래서 마약은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마약은 호기심으로 한 번 해볼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친구들과 클럽에서 어울리다 접한 약물을 어느 순간 스스로 상선을 찾아 직접 구매하게 되는 것이 마약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마약 앞에 무력함’

 

그래서 마약 중독자이든 아니든 누구나 ‘마약 앞에서는 무력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마약이나 알코올 등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된 중독자 12단계 프로그램의 첫 단계가, 자신이 중독 상태에 있으며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를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독자가 회복을 향한 의지를 가졌을 때 가능한 일이고, 그 의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중독을 인정할 때 비로소 회복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자조 모임(Narocotics Anonymous)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공유한다. 기자가 참여한 자조 모임에서도, 왜 약물이나 특정 물질을 끊지 못했는지, 오랜 기간 회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서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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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 모임.

 

기자 역시 과거 중독자였음을 고백했다. 약물 사용으로 인해 경험했던 편집증, 공격성, 불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디에타민을 매년 먹었고, 살이 찔 때마다 다시 약을 찾았으면서도 스스로를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세 달 복용한 뒤 1년가량 끊었고, 여덟 달 복용한 뒤 1년 반 동안 약을 먹지 않은 적도 있었기에 언제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부작용이 심하지 않았다면, 뇌에서 쾌락을 유발하는 도파민이 강하게 분비되었다면, 나 역시 더 강한 약물을 찾거나 흡입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를 인정하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음은 오랜 기간 단약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 중인 앤의 고백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이 있다. 마약에 중독되어 완전히 바닥을 쳤을 때, 나를 지켜주려는 가족이 있었다. 마약을 했을 때의 감각과 기분을 잊은 것은 아니다. 어렴풋한 기억은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행복이 그 기억보다 크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미련은 점점 흐려진다.”

 

자조 모임에서 만난 회복자들의 고백을 통해, 중독자가 회복의 의지를 보인다면 설령 그 결심이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약물에 손을 대는 순간이 오더라도, 가정과 사회가 품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다. 몇 번 미끄러지더라도 단약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의지가 꺾이는 간격이 늘어난다면 결국 회복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삶의 즐거움이나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하게 된다면,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국가 정책에서 처벌만큼 치료와 재활도 동일한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의 오남용 문제는 앞선 여러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수천 킬로그램 단위의 코카인 블록이 유입될 만큼, 대한민국은 초국가적 범죄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현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을 통해 더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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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링크)

 

 

국가 차원의 연구 조직 필요

 

마약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가가 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그래야만 마약 문제를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마약류 대책협의회’가 존재한다. 해당 협의회는 마약류 안전관리와 제도 개선, 불법 마약류 단속, 중독자 치료와 재활, 대국민 교육과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근본적으로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회의체에 가깝다. 마약 관련 정책이 수립되더라도 그 효과와 실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구조가 이러하니, 과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노 엑시트(No Exit)’와 같은 마약 근절 캠페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하는 연구보고서는 의료와 치료 중심의 접근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마약 문제를 범죄, 사회 구조, 정책 효과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김낭희 박사는 “근본적으로 해당 정책을 왜 시행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예산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정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근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연구 기관”이라며 “국가정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름 그대로 ‘내셔널(national)’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연구 조직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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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희 박사

 

마약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지만, 그 파괴를 방치하는 것은 사회의 선택이다. 연구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고, 축적하지 않은 정책은 결국 아무것도 막아내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구호가 아니라, 이 사회가 중독을 어떻게 이해하고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다. 그 답을 미루는 동안, 다음 중독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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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헤르메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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