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 여러 여당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찍은 셀카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실제 한중정상회담 보도의 주안점을 살펴보면, 주요 외신들의 관점은 사뭇 다르다. 이 차이에서 오히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잘 드러난다.
최고의 장면 : 셀카

한중정상회담 최고 장면으로 꼽히는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주석 부부가
셀카 찍는 모습
그 누가 8년 만에 성사된 국빈 방문에서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주석과 셀카를 찍는다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셀카를 찍은 핸드폰은 지난해 경주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었다.

당시 경주에서 ‘통신 보안’과 ‘백도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전 세계 외교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로 그 샤오미 핸드폰이 다시 한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빛을 발했다. 청와대의 자체 평가는 물론 주요 외신들도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두 정상의 셀카에 대해 보도하는
영국의 인디펜던트 기사
지난 6일, 영국 언론인 인디펜던트는
‘한국의 대통령이 매력 공세의 일환으로 중국의 시 주석과 셀카를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South Korean president grins in selfies with China’s Xi as part of four-day charm offensive)
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셀카를 찍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업로드했는지 상세하게 전했다. 특히 재밌는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셀카를 찍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 대통령의 셀카 기술(selfie-taking skills)을 칭찬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다 피식하고 웃게 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영국의 BBC는 단 두 단어로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표현했다.
‘Selfies and smiles’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가 새로운 국면(new phase)으로 들어섰다는 외교적 표현을 전혀 외교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셀카(selfies)와 웃음(smiles)으로 설명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BBC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셀카를 찍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화질이 확실히 좋죠?’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장면을 뽑는다면 단연 이재명 대통령의 셀카라는데 이견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 SNS
우리의 주안점 : 실용 외교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실제 한중정상회담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와 그들(외신)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8일, 강유정 대변인의 이번 국빈 방중 관련 브리핑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도 오직 국익과 국민을 중심에 둔 실용 외교, 상대국의 마음을 얻는 감성 외교로 대한민국의 외연을 넓혀가겠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실용 외교와 감성 외교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다. 감성 외교는 앞서 살펴본 시진핑 주석과의 셀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청와대가 말하는 실용 외교란 안미경중(安美經中) 구도를 벗어나 국익 중심의 외교라고 밝히고 있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이어 나갔다.
‘한국과 중국이 수평적이고 호혜적인 경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AI와 신산업, 문화 등으로 교류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실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그날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양국 재계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비즈니스 포럼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이번에는 양국의 주요 경제 인사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약 900년 전 고려시대 당시 중국, 일본, 중동 등 여러 나라들의 교역 중심지였던 벽란도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는 중단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록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로 인해 양국의 경제와 교류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러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는 5일 정상회담과 한중 비즈니스 포럼의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밝힌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매년 만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 이후 경제 분야에서 여러 협력의 성과를 도출했다. 양국 교류 강화를 담은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지난 15년간 중단됐던 장관급 협의체인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연내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음으로 정상회담과 같은 날 있었던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양국의 주요 기업들 사이에 구체적인 경제협력의 성과가 있었다.
이번 방중을 앞두고 한국의 경제사절단은 대규모로 구성되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총 161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소위 한국 경제의 핵심 총수들이 함께 방중길에 올랐다.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크래프톤 등 K-콘텐츠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함께 했다. 이 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인공지능(AI)·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협력, 소비재·식품 진출 확대 협력, K-팝 아티스트 지식재산권 콘텐츠 협력 등 총 3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나서서 양국 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외신들의 주안점 : 역내 평화와 북한 이슈
한국의 재래식 언론이 너무 망가졌다 보니, 우리는 외신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는 부분이 있다. 외신은 다뤄야 할 부분을 제대로 다룬다는 인식 말이다. 그러나 외신도 상당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관련 이슈에 있어서 유독 북한 이슈에만 몰두하는 것이 있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우리도 유럽 등 먼 나라 이야기에서는 몇몇 이슈만 주목하니까.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외신들이 제일 주목했던 건 역시 평화 및 북한 이슈였다.
지난 7일, 로이터 통신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South Korea's Lee says he asked Xi to play a mediating role on North Korea)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로이터는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하나의 중요한 정치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세계적인 국제 정치적 관점과 묶어 보도했다.
제목은 이랬다.
‘중국과 한국은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China and South Korea pledge to bolster ties as regional tensions rise)

이 보도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미국이라는 역내 안보적 역학관계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한국의 발언과 입장보다는 중국 입장과 시진핑의 발언에 보다 무게를 두면서, 시진핑 주석이 양국이 ‘역내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있던 5일 북한이 동해상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실험에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과 연계되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즉, 한중정상회담 당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 사회 전반의 이슈와 연결해 단순히 한중정상회담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및 최근 미국의 외교까지 연결하여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DW News)는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하면서 양국의 정치적 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제목은 이랬다.
‘한국과 중국이 국빈 방문을 계기로 관계 개선 모색하다’
(South Korea and China seek improved ties amid state visit)

이 보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음 발언을 언급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new phase)을 맞이하길 바란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중요한 후원국(important backer)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겠다.”
도이체벨레는 최근 양국 관계가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같은 사안으로 경색되어 있었다는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 중에 다음 발언을 언급했다.
“더욱 복잡하고 격동적인 세계 정세(more complex and turbulent world)에서 중국과 한국은 역내 평화를 지켜야 한다.”
이는 단순히 북핵 이슈만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국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이런 발언도 했는데, 누가 봐도 일본을 겨냥한 것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게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란
정리해 보자면, 외신이 주목한 포인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결과가 외신이 집중하는 포인트와 다른 부분에서 나왔다는 것이 오히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무엇인지 잘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역내 평화,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현재 이 시점에서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했다. 정상회담 직후 체결한 14건의 양해각서(MOU), 한국의 161개 기업이 참여한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체결한 32건의 양해각서(MOU)가 단적인 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모두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Korean peninsula)를, 중국은 역내(regional)를 강조했다. 서로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지역적 범위의 한계가 다르다. 즉, 평화 논의의 초입부터 다른 점이 명확하기에 이 부분에서 관련 합의를 도출하는 건 쉽지 않다.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합의가 아니다. 게다가 직전 정부였던 윤석열 정부로 인해 소원해진 한중 관계가 회복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때문에 지금 이것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할 경우 양국 관계는 오히려 평행선만을 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이재명 정부는 ‘셀카’라는 수단으로 두 국가 사이의 감성을 자극해 신뢰를 쌓고, 현시점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경제 협력에 집중하는 실용적 노선을 선택했다.
결국,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개념과 범위가 불분명한 평화와 같은 거대 담론에 천착하기보다 셀카와 같은 감성(이재명 대통령의 개인기)에 기반해 지금 당장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하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협력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전략이었다.
아무리 칭송받는 외신도 결국 외신일 뿐이다. 그들 또한 그간 쌓여왔던 경로의존성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국제정치를 지나치게 안보와 강대국 중심(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만 해석하려는 경로의존성 말이다.
재래식 언론이 심하게 망가진 탓에 우리 문제조차도 외신이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다룰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문제는 우리가 가장 잘 볼 수 있다.
편집: 임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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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kuy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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