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개인적인 바람을 현실에 투영하는 것이다. 내가 산 코인, 내가 산 주식, 혹은 내가 시작한 사업은 어찌저찌 잘될 것이라고 열심히 ‘희망 회로’를 돌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1. 희망과 예측은 다르다
희망 회로는 내가 싫어하는 대상을 억까할 때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좌파인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코스피 2,000이 무너질 것이라 예측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코스피 5,000을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기자나 전문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의 말만 믿고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지금쯤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투자에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바람을 투영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비슷한 논리는 북한이나 중국 관련 뉴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종편만 보면 북한은 수십 번쯤 이미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라는 체제의 잘잘못이나 사람들이 북한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정권이 붕괴할 만한 결정적인 계기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고, 왜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예측은 근거 없는 바람일 뿐이다.
이번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주제는 중국이다. 우리는 유독 중국 문제 앞에서 객관성을 잃는다. 언론과 유튜브를 보면 중국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묘사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진핑과 중국 경제는 매우 견고한 한 해를 보냈다.
2. 시진핑 실각설의 허구
우리가 왜 중국을 혐오하게 되었는지는 과거 연재에서 다룬 바 있다. 중국이 혐오스러운지, 혹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여기서는 반중 감정이 우리의 판단을 어떻게 흐리고 있는지에 집중하려 한다.

씻퐈의 중국 대해부 1: 중국인 장인 한국인 사위(링크)
작년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중국 뉴스는 단연 ‘시진핑 실각설’이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한국 언론은 장기 집권 중이던 시진핑이 실권을 상실했다는 ‘썰’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여기에는 장유샤를 중심으로 한 군부 쿠데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비롯한 원로의 개입이라는 그럴듯한 설정까지 덧붙여졌다.


(중앙일보, 링크)
그러나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의 핵심 정치 이벤트인 ‘4중전회’에서 시진핑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실각은커녕 장기 집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진핑은 자신을 계승할 젊은 상무위원을 지명하지 않았다. 현재 상무위원들은 이미 60대이고, 국가주석에 필요한 경력이나 지지 기반도 갖추지 못했다.
“실각했다고 단정한 게 아니라 실각설이 돈다고 쓴 것”이라는 변명은 집어치우자. 정신이 제대로 박힌 언론이라면, ‘문재인 금괴 200톤 은닉설’ 같은 기사는 보도하지 않는다. 개연성이 전혀 없는 썰을 기사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의혹을 확대·재생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지만, 취재진이 몰려가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연기가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물며 조·중·동 같은 대형 언론은 중국에 주재원과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교차검증을 통해 실각설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현지에서 파악할 능력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 현재 중국에는 마오나 덩샤오핑처럼 권력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강력한 원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쿠데타의 배후로 거론된 후진타오는 집권 시절에도 장쩌민에게 휘둘릴 만큼 권력 기반이 약했던 지도자다.
• 중국과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에서 군부 쿠데타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군 권력을 사령원과 정치위원으로 이원화해 부대 이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민해방군은 학연·지연이 겹치지 않도록 인사를 설계하고, 주변 부대 지휘관의 출신성분까지 고려한다. 군사 쿠데타란 수십 명의 고위 지휘관이 목숨을 걸고 공모해야 가능한 일이다.
• 시진핑 실각설의 주요 근거는 시진핑의 최측근이자 군 서열 3위 허웨이둥과 5위 먀오화의 제거였다. 이를 두고 군 서열 2위 장유샤가 작심하고 시진핑의 군부 심복들을 숙청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실각설이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실각설의 주인공인 장유샤 역시 시진핑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집권 13년이 지난 지금, 현직 장성 중 시진핑이 직접 별을 달아주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 내 반(反)시진핑 파벌이 존재한다는 가설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깊은 현타가 몰려온다. 중국 전문가도 아닌 나조차 아는 기초적인 사실을, 중국 주재원들이 몰랐을까? 이런 썰이 돌 때 넌지시 물어볼 공산당 간부 한 명도 없는 걸까? 무엇보다 나라가 뒤집혔다는데 베이징 시내가 평온하고 학교와 관공서가 평소처럼 돌아가는 것을 보고도 이상하지 않았던 걸까? 그럼에도 시진핑 실각설을 보도했다는 건 데스크 차원에서 교차 검증을 안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매우 고의적으로.
클릭 장사가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국내 정치 상황(이재명 집권, 윤석열 구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시진핑 실각설을 보도한 것에 어떤 ‘의도’가 있었음은 확실해 보인다.
평소 외신을 꾸준히 읽는 사람으로서 네이버 상단 뉴스는 상당한 기시감이 든다. 국내 언론은 해외 주요 언론 기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해 실어 나른다. 그만큼 한국 언론은 외신 모니터링에 철저하다. 그런데 시진핑 실각설만큼은 한국 언론 외에는 어떤 외신에서도 접한 기억이 없다. 검색해 보니 출처는 대만 언론인 것 같다. 미국, 영국, 일본의 주요 매체에서는 이를 다룬 바가 전혀 없다. 오직 한국 언론만이 시진핑 실각설을 열심히 받아썼다. 이 사실이 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대만은 중국과 특수한 관계에 있다 보니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 중화권에는 ‘MSG가 듬뿍 뿌려진’ 공산당 관련 뉴스에 대한 수요가 항상 존재한다. 우리나라 종편 보도가 ‘북한 못 잃어’인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각설은 실체가 없었기 때문에 주요 외신이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외신이 걸러냈다는 사실을, 열심히 모니터링 돌리는 국내 언론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보도했다면 염치가 없거나, 무능한 것이다.
3. 중국은 관세전쟁으로 망한다?
국내 언론의 왜곡된 시선은 중국 경제 관련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미·중 관세전쟁 당시 한국 언론은 중국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에 환호하며 중국 경제의 몰락을 예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11월에 이미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수출 성장률은 연 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출은 관세전쟁으로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떡상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수출 비중은 줄고, 개발도상국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동남아와 남미 시장은 값싼 중국산 공산품이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링크)
여기에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을 통해 중국은 전자제품, 로봇, 전기차, 태양광 패널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현재 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스탠포드 중국경제연구소, 링크)
스탠포드 중국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핵심 첨단 분야에서 7~13%대의 유의미한 부가가치 성장이 지표로 확인된다. 중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주류 의견이다. 2025년 중국의 무역흑자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수출 데이터는 ‘뽀록’이 아니라, 체급 자체가 커진 결과다.
4. 객관이 먼저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가가 될 것이란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 친중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산업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의 대응책 역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중국 정부가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한 장기 비전을 세우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것에 대해, 우리가 분명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스스로 주저앉기를 기대하는 요행은 전략이 아니다. 중국은 생각보다 훨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 언론도 중국을 다룰 때만큼은, 희망 회로와 혐오를 내려놓고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길 바란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씻퐈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