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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차트를 점령한 걸 그룹

 

K-pop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아이돌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인기 자체가 곧 음악의 대중성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 온 이야기지만, 대중에게 널리 소비되는 음악과 팬덤 내부에서만 소비되는 음악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했다.

 

최근에는 음반 판매량과 수익 면에서는 남자 아이돌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반면, 음원 차트에서는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현재로서는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글로벌 차트와 멜론, 지니 등 국내 차트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음원 공개 첫날의 ‘화력으로 줄 세우기’, 이른바 ‘지붕킥’을 기록하더라도, 그 순위가 유지되지 못하고 결국 ‘듣는 사람만 듣는 음악’이라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세대 시기 역시 ‘걸 그룹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많은 걸 그룹이 활약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KBS 〈청춘 불패〉, SBS 〈영웅호걸〉 같은 여자 아이돌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그만큼 데뷔하는 그룹의 수도 많았다. 그러나 이른바 ‘원카소투티’로 불리던 상위 5개 팀을 제외하면 코어 팬덤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막판에는 소녀시대 정도만이 보이 그룹과 대상을 놓고 경쟁할 수 있었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두세 팀을 제외하면 국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해체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대체로 남자 아이돌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음반 판매량과 압도적인 화력을 확보하며, 음악의 대중성보다는 그룹의 세계관이나 콘셉트,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자 아이돌은 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대중의 호응을 얻는 전략이었다. 가수의 인기를 노래의 대중적 인기로 볼 것인가, 팬덤의 크기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3·4세대에 등장한 걸 그룹들은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레드벨벳, 블랙핑크, 트와이스는 모두 다섯 곡 이상의 메가 히트곡을 발표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3세대 걸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음반 판매량과 수상 이력에서도 남자 아이돌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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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OB 디지털 싱글 - 비밀(좌)

에이핑크 미니 1집 - 몰라요(우)

 

JYP의 협력사로 출발해 비스트와 포미닛의 성공을 발판으로 성장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후속 그룹으로 남자 아이돌 ‘BTOB(비투비)’를, 여자 아이돌은 자회사 에이큐브를 설립해 ‘에이핑크’를 제작했다. 두 팀 모두 당시 아이돌 시장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발라드와 청순 콘셉트를 기본으로 출발했는데, 초반 시장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이후 에이핑크는 정은지와 손나은이 드라마를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특히 정은지가 주연을 맡은 〈응답하라 1997〉의 흥행을 계기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비투비 역시 육성재가 드라마 〈학교〉에 출연하고 〈우리 결혼했어요〉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팀 인지도가 상승했고, 인기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두 팀 모두 2.5세대에 데뷔해 3세대까지 흐름을 이어 가며 장수한 그룹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홍승성 대표가 건강 악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표가 교체되면서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스트는 전성기를 지나 활동이 주춤하던 시점에 장현승의 탈퇴라는 변수를 맞았다. 또 〈프로듀스 101〉 시즌1 이후 아이돌 데뷔 경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큐브는 이를 인재 발굴과 차세대 기획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포미닛은 확실한 수익원이었던 현아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재계약을 포기하며 사실상 해체 순서를 밟게 됐고, 이 과정에서 결국 창립자가 회사를 떠나게 된다. 비스트 역시 재계약에 실패하며 상표권 문제로 팀명을 하이라이트로 변경해야 했다. 이후 차세대 그룹으로 펜타곤과 CLC를 선보였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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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디지털 싱글 - 화(좌)

아이들 정규 1집 - Tomboy(우)

 

2018년 데뷔한 (여자)아이들이 인지도를 쌓고 상승세를 타던 시점, 멤버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며 팀은 큰 위기를 맞았다. 그간 소속사의 위기 대응 역량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였지만, 팀은 5인조로 재편한 이후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위기가 리더의 창작 의지를 자극한 것인지, 〈Tomboy〉라는 최고의 메가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핵심 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때를 기점으로 음반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이후 발표하는 음원마다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여자)아이들은 대형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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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좌) 우주소녀(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씨스타의 성공으로 건물을 세웠다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보이프렌드 이후 4년 만에 남자 아이돌 ‘몬스타 엑스’를 데뷔시키며 다시 아이돌 제작에 나섰다. 2016년에는 12인조 걸 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켜 소속 가수 구성을 넓히려 했지만, 씨스타 외에는 뚜렷한 성공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10대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몬스타 엑스는 국내 팬덤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BTS의 글로벌 성공 수혜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멤버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인한 탈퇴와 그로 인한 공백으로 상승세가 멈춰 섰다.

 

우주소녀 역시 중국 회사와의 합작으로 시작했지만, 다인원·다국적 그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경험과 전략은 부족했다. 결국 유닛 활동에만 의존하다가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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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좌)

이브 싱글 2집 - 러브 다이브(우)

 

2018년 스타쉽은 자사 연습생들을 〈프로듀스48〉에 참가시키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최종 멤버로 선발된 장원영과 안유진은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활동 종료 후 소속사로 복귀해 2021년 ‘아이브’로 재데뷔했다.

 

아이브는 데뷔와 동시에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이후 발표하는 곡마다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며 4세대를 대표하는 걸 그룹으로 자리 잡는다.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적을 이어간 것은 물론, 장원영이 세대를 대표하는 워너비 스타로 부상하며 광고판을 휩쓸었다. 개인적으로 스타쉽에서 이 정도 걸 그룹을 키워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이브가 쏘스뮤직을 인수한 이후, 회사는 민희진과 함께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걸 그룹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별도의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하고, 민희진을 대표이사로 임명한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쏘스뮤직과 민희진 사이의 기획 방향 충돌로 하나였던 걸 그룹 프로젝트는 결국 중단되고, 하이브 내에서 두 개의 노선으로 갈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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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6인조로 데뷔한 ‘르세라핌’

(쏘스뮤직)

 

쏘스뮤직은 기존 데뷔 조 연습생들이 어도어로 이관되면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 즉시 데뷔 가능하고,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아이즈원 출신 김채원과 사쿠라를 영입해 2022년 ‘르세라핌’을 선보인다. 대기업 체제가 된 이후 하이브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걸 그룹이라는 점에서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멤버 개인의 과거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센터로 거론되던 멤버는 결국 팀을 떠나야 했다. 방시혁과 소성진의 만남으로 과거 ‘글램의 악몽’이 떠오르며 불안감도 있었지만, 르세라핌은 빠르게 팬덤을 형성하고 흐름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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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어도어)

 

같은 해, 어도어의 수장이 된 민희진은 ‘뉴진스’를 데뷔시켰다. SM 시절부터 개인 팬덤이 있던 제작자가 이적 후 처음 선보이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뉴진스는 90년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한 음악과 스타일로 기존 K-pop 문법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팬층을 빠르게 확보하며, 데뷔 앨범의 〈Hype boy〉, 〈Attention〉, 〈Cookie〉를 모두 연간 차트에 올리며 단숨에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이후 발표하는 곡들 역시 상위권을 유지하며, 뉴진스는 하나의 유행이 아닌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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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믹스(좌)

스테이시 싱글 4집 - 테디베어(우)

 

이 시기 걸 그룹의 약진은 특정 회사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JYP의 NMIXX(엔믹스), 블랙아이드 필승이 제작한 스테이시 역시 꾸준한 성적으로 차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22년에는 아이브의 〈LOVE DIVE〉, (여자)아이들의 〈TOMBOY〉가 멜론 연간 차트 1, 2위를 기록하며 10위권을 걸 그룹이 사실상 독점하는 흐름이 본격화됐다.

 

이 흐름은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뉴진스의 〈Ditto〉가 연간 차트 1위를 차지했고, 〈Hype Boy〉, 〈OMG〉, 〈Attention〉까지 네 곡을 10위권에 올리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아이브, 아이들, 블랙핑크, 에스파, 르세라핌, 스테이시, 하이키 등이 장기간 차트에 머물며, 팬덤에만 머물던 남자 아이돌 음악이 채우지 못한 대중성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했다.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는 짧은 영상 플랫폼, 이른바 ‘숏폼’을 중심으로 확산되며 음원 시장에 파급력을 미쳤다. 피프티피프티의 〈Cupid〉 역시 틱톡에서 원곡을 빠르게 편집한 음원이 유행으로 퍼지며, 빌보드까지 진입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2024년에는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가 역주행 끝에 연간 차트 2위에 올랐고, ‘이수만 없는’ SM 체제에서 처음 발표된 에스파의 〈Supernova〉는 멜론 차트에서 무려 15주간 1위를 기록하며 최장기간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룹 활동뿐 아니라 솔로 음원 역시 두각을 나타내는데, 카리나의 〈UP〉, 로제의 〈APT〉가 완전체 그룹 못지않은 성적을 올렸다.

 

스트리머 출신 멤버들로 구성돼 정체성 논란 속에 출발했던 밴드 QWER(큐더블유이알)은, 두 번째로 발표한 곡 〈고민 중독〉의 성과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I-Land(아이랜드)를 통해 탄생한 하이브 자회사 빌리프랩의 ‘아일릿’과 YG의 ‘베이비몬스터’ 역시 신인 걸 그룹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걸 그룹이 대중성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자, 남자 아이돌 역시 팬덤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4세대로 분류되는 SM의 ‘라이즈’와 플레디스의 ‘TWS(티더블유에스)’는 각각 〈러브 119〉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음원 성과를 거두며 침체됐던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시장에 변화를 불러왔다. 지코가 제작한 ‘보이넥스트도어’ 역시 올해 〈오늘만 I LOVE YOU〉로 주요 음원 차트 10위권에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진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5년에도 SM은 ‘Hearts2Hearts(하츠투하츠)’를, 스타쉽은 ‘KiiiKiii(키키이)’를 선보이며 걸 그룹 중심의 시장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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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K-pop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되면서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간의 격차는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 예전처럼 없는 살림 끌어모아 한 번의 대박에 모든 것을 거는 방식이나, 도제식으로 인재를 키우는 방식을 떠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실패를 줄이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 기획사들은 이미 성공한 사례를 분석해 이를 공식화하고 있다. 신인 발굴부터 음반 제작, 마케팅과 유통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연습생 역시 정해진 프로그램을 통과해야만 데뷔 기회를 얻는다. 과거에는 데뷔 이후 성장 과정을 팬들과 함께 공유하며 ‘서사를 키워가는 스타’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완벽한 상품으로써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해외에서 ‘K-pop 아이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완벽함’이다. 일본에서 보아와 동방신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BTS 이후 서구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아이돌들 역시 외모, 콘셉트, 보컬, 퍼포먼스 전반에 걸쳐 평균 3~5년 이상 축적된 훈련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철저히 상품화되었다.

 

1990년대 이수만이 H.O.T.와 S.E.S, 신화를 선보이며 ‘10대를 상품화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면, 오늘날의 K-pop은 그보다 훨씬 더 치밀한 자본주의 논리로 아이돌을 상품화하고 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것일까.

 

이 같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만의 독특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데뷔 비용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현재 아이돌은 외모뿐 아니라 노래, 춤, 연기, 해외 진출을 위한 외국어까지 다방면의 훈련을 받으며 데뷔를 준비한다. 춤 하나만 보더라도 힙합, 재즈, 현대무용 등 장르별 트레이닝이 요구된다. 각종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한 팀을 인큐베이팅해 데뷔시키는 데 최소 5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SM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보아 데뷔를 위해 약 30억 원을 투자했던 ‘신비 프로젝트’가 당시에는 모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대형 기획사에게 이 정도 투자는 일상이 됐다. 실제로 어도어가 뉴진스를 데뷔시키는 데 약 170억 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 기획사와는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아이돌 대부분은 하이브,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 소속이다. 특히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 기획사들까지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몸집을 불려 왔다. 하이브는 빅히트(BTS, 투바투, 코르티스), 플레디스(세븐틴, 투어스), 쏘스뮤직(르세라핌), 빌리프랩(엔하이픈, 아일릿), KOZ(보이넥스트도어), 어도어(뉴진스)를 산하 레이블로 거느리고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담(아이유), 스타쉽(아이브, 키키이), 하이업(스테이시), 안테나뮤직, SM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소속 아이돌은 충분한 자본 지원은 물론, ‘대형 기획사 소속’이라는 브랜드 효과와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의 지원을 동시에 받는다. 데뷔 초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와 노출을 통해 스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실제로 데뷔 후 최단기간 지상파 음악방송 1위 기록을 보면, 보이 그룹은 위너(6일 YG), 걸 그룹은 잇지, 르세라핌(12일 JYP, 쏘스뮤직)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가능성과 실력을 겸비한 연습생과 숙련된 스태프들이 ‘돈 많은’ 대형 기획사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반대로 중소 기획사는 자본과 인재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기적’을 기대하며 아이돌을 데뷔시킬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경쟁에서 밀려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격차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반면, 대형 기획사는 온라인 콘서트와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대안을 마련했다. 많은 중소 아이돌 그룹은 팬데믹 이전에 해체되었거나,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제는 필수가 된 자체 콘텐츠 제작에서도 격차를 느낄 수 있다. 과거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중소 기획사에게 방송 활동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BTS의 성공 이후 그 파급력을 경험한 대형 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인력과 장비로 제작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한 편의 콘텐츠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다. 그 결과물의 질과 양 모두에서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고, 팬들이 기대하는 기준 역시 높아졌다.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성공할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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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템퍼링과 통수의 대명사가 된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2023년, 중소 기획사 어트랙트 소속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며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2022년 데뷔 당시만 해도 국내 인지도가 ‘0’에 가까웠던 이 그룹은, 틱톡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반응이 역으로 국내에 유입되며 화제를 모았다.

 

〈큐피드〉의 성공은 틱톡에서 배경음악으로 활용되며 빠르게 확산된 점, 영어 가사 중심의 이지 리스닝 곡이라는 접근성, 그리고 특정 맥락 없이도 다양한 영상에 가지고 놀기 좋다는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어트랙트는 중소 기획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제작비를 투입해 해외 작곡가의 곡을 확보하고, 대형 기획사에 준하는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 등 철저히 계산된 전략을 선택했다. 특히 짧은 영상에 음악을 반복 노출시키는 틱톡의 구조를 적극 활용해 노래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홍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제작비로만 약 80억 원이 투입됐고, 상당한 예산이 틱톡 바이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기간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제2의 하이브’ 탄생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소속사와 가수는 이른바 ‘템퍼링’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급격히 무너졌다. 

 

회사의 전폭적인 투자로 하루아침에 ‘월클’이 된 가수가 더 나은 조건과 큰 보상을 찾아 대형 기획사로의 이적을 시도한 것이다. 전 재산을 쏟아부어 가수를 키운 회사는 정산 문제와 활동 지원 부족을 이유로 한 멤버들의 계약 해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회사는 멤버들의 이탈 과정에 외주 프로듀서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십억 들여 키운 가수가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떠난다면, 과연 중소 기획사가 신인을 키울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와 함께 중소 기획사가 처한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은 데뷔 이후 일정 궤도에 오르더라도 정산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연습생 시절부터 투입된 비용을 데뷔 후 수익으로 모두 상환해야 정산이 시작되는데, 활동하는 동안에도 각종 운영비는 계속 발생한다. 이 때문에 ‘초대박’을 터뜨리지 않는 한, 활동을 하면 할수록 빚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된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한 일정에 내몰리고, 정산 문제나 스케줄·건강 관리 소홀을 이유로 아티스트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중소 기획사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대형 기획사 역시 과거에 유사한 방식을 취했지만, 2009년 동방신기 노예 계약 파문 이후 최대 7년의 표준계약서가 도입되고 데뷔 전 투자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비교적 빠른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

 

공방이 길어지는 동안 회사도 가수도 결정적인 기회를 잃었다. 대중은 이례적으로 회사를 응원했지만,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그룹의 상승세는 꺾였고 멤버들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는 패자만 남았다.

 

이 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중소 기획사에 더욱 신중해졌고, 자본은 안정적인 대형 기획사로 빠르게 쏠리기 시작했다. 기획사 간 격차가 커질수록 시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내려는 무리한 시도가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음원 차트 조작 같은 신뢰를 갉아먹는 문제도 불거졌다. 음악 시장은 점점 더 소수의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됐고, 새로운 시도나 신인 아티스트보다 이미 검증된 ‘돈이 되는 아이돌’만 만들어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방송사 역시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으며 악순환에 힘을 보탰다. 결국 이 사건은 한 그룹의 분쟁을 넘어, K-pop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 계기였다. 가요계의 빈부 격차 문제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K-pop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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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Jay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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