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런 사람을 왜 뽑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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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5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 친구가 물었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우리네 정치의 복잡한 진영 싸움, 언론 환경,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까지 꺼내 설명하다 "어쨌든 지금은 감옥에 있으니까"로 마무리 지었다. 12.3 내란 사태는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한 개인의 권력 독점을 위한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그간 우리네 정치 문화를 설명해야만 하는 새로운 과제이기도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이러 저런 설명으로 애쓰던 나에게 친구가 한 말이었다.
"그래도 너희 나라 대단하다. 진짜 민주주의네"
위로 아닌 위로였다. 늘상 문제는 특정인들로부터 시작되었고, 해결은 수많은 국민이 평안한 일상을 뒤로하고 밤잠을 설치며 발품 팔아 일궈냈으니,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톱니바퀴가 빠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국 언론이 본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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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되고 5년 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이 영국 TV와 라디오를 장식했다. 좋은 일로 대한민국이 언급되었다면 좋았으련만 괜스레 낯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했다고 했다. 영국의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하니 다루지 않을 수 없어 언론사별로 정독해 보았다.
윤석열에 대한 구형 및 선고 소식은 영국 언론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BBC, 텔레그래프 등 영국의 주요 매체들이 모두 해당 소식을 자체 기사로 다뤘고, 일부는 사설이나 해설을 통해 심층적으로 평가했으니 윤석열 사건이 영국 언론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는 관련 사설을 게재하고 현지 특파원 기사를 송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BBC는 뉴스 영상 및 온라인 뉴스로 보도했다. 2024년 12월을 시작으로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및 탄핵 그리고 형사 처벌까지 사건이 드라마성을 고루 갖춘 이유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영국 언론은 보통의 국제 이슈보다 비교적 신속히 다루었고, 또 한 명의 한국 대통령이 감옥에 간 사례로서 역사적 맥락도 함께 소개했다.
레임덕? No! 예견된 데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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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이후, 영국 가디언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단어 선택도 서슴지 않았다. 사설을 통해 윤석열을 죽은 오리(dead duck)로 규정했다.
정권 말에 레임덕 현상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레임덕(lame duck)은 ‘절름발이 오리’라는 표현으로 18세기 영국 런던 금융가에서 시작된 비유였다. 당시 빚을 갚지 못한 주식 중개인이나 사업가를 가리켜 'lame duck'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오리는 다리를 다쳐도 헤엄을 치긴 하지만 느려 표적이 되기 쉽고, 살아는 있지만 무력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미국 정치에서 임기 말 대통령이나 지도자에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여느 나라의 정치권에서도 권력은 있으나 영향력은 없는 상태를 표현할 때 쓰이고 있다.
데드덕(Dead Duck)은 한 발 더 나가는 표현이다. 정치적으로 생명력이 완전히 끝난 사람으로, 부활 가능성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당시만 해도 윤석열은 대통령직을 유지한 상태로 관저에 머무를 때였다. 그럼에도 가디언에서는 윤석열을 데드덕으로 불렀다. 윤석열의 정치생명은 그때 이미 끝났다는 걸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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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가디언은 영국 언론 중 가장 빠르게 윤석열 사형 구형 소식을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시도와 관련하여 내란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국헌 문란으로 규정했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직접적·근본적으로 침해했다고 언급한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 3일 의회에 군대를 동원한 경위와 이후 의회가 비상계엄을 무산시킨 과정 등이 상세히 설명되었고, 주로 검찰 측 주장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전달했다. 중립적 사실 보도에 가까운 논조이지만, 특검 측 주장을 기반으로 사건 경위를 전달한 것을 보아 사실상 윤석열 측 변호인이 피력하고자 했던 내용은 기사에 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5년 선고 관한 기사에서도 재판부의 입장 중, 대통령직 권한을 남용하여 국가공무원들을 사병처럼 동원하고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점, 당시 대통령의 행위를 헌법을 경시한 것이라 규정한 점, 대통령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사유화해 국정을 방해한 것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언급한 점을 보도했다. 12.3 계엄이 시작된 이후부터 줄곧 같은 목소리를 내 온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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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인디펜던트나 텔리그라프 등 다수의 영국 언론은 윤석열이 법정에서 "헌법을 무시했고, 반성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실으며, 이 사건이 한국 민주주의의 심장 박동을 다시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BBC도 현직 대통령이 사법체계에 의해 권좌에서 끌어내려졌고 끝내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며, 그 자체로 영국을 포함한 서구권에서도 전례 드문 일이라고 해설했다.
2시간 38분 간의 내란이 남긴 것

얼마 전, 런던의 한 정치학과 교수와 만날 기회가 있있다. 언론에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아 직접적인 소개는 못 해 아쉽지만,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강력했다.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민주주의 실험실과도 같다. 문제가 없는 곳은 없고 어디든 항상 갈등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민주주의 교과서와 같은 방법으로 늘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했다. 한국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 다수는 이구동성으로 결국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미국의 트럼프를 빗대어 한국은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 같다는 반응이었다.
윤석열과 함께 한 지난 3년은 모두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2시간 38분 간의 불법 계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또 다른 의미였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역사 속 한 줄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의 근성과 뿌리를 다시 드러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민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 계기가 되었다.
난 해외에 거주하며 육체적으로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늘 노심초사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왔고, 그 시간 나를 지켜본 한 영국인 친구는 농담처럼 "다음에 뽑을 땐, 제발 덜한 사람을 뽑아"라며 핀잔을 주었다. 이 드라마의 교훈은 결국 제대로 투표하자는 말로 요약될 수 있겠다. 그래도 지난해 이맘때를 돌이켜 보면, 2026년의 시작은 한시름이 놓인다. 앞으로 남은 7개의 재판에서도 죄를 저지른 자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더 이상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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