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잘못되었다"


출처 - (링크)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가 트럼프에게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국은 이라크 전쟁 때도, 이번 베네수엘라 침탈에서도 특별히 나서지 않았다. 모두가 미국을 비난할 때도 영국만큼은 미국 편에 섰던 지금까지의 역사를 고려하면, 중립적 입장에서 벗어난 영국의 태도는 다소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그린란드는 북쪽 어딘가 멀리 떨어진, 눈과 빙하로 뒤덮인 얼음 섬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를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사뭇 다르다. 북극항로 개척에 한창인 작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린란드는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에 버금가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다. 북극의 관문이자, 러시아와 중국을 함께 견제해야 하는 전략적 공간으로서 ‘군사·경제·기술’이 한데 모이는 곳이다. 그런 그린란드를 두고 트럼프가 적나라하게 욕망을 내비쳤고, 영국 총리 보기 드물게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참고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오는 길의 종착점은 북해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북쪽 지역에 먼저 도착한다 해도 적적한 시골 마을에 배가 서면 무슨 소용이겠나. 결국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진입하려면 영국의 무역항(뉴카슬, 훌, 도버 등)이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 종착지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네덜란드와 영국이 모두 그린란드에 군병력을 파견한 건 이런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왜 하필 그린란드인가?


출처 - (링크)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다음 타깃으로 정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안보다. 트럼프는 덴마크가 그린란드에서 “러시아 위협”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it will be don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과 북극이 맞닿는 요충지이고, 미군은 이미 그린란드에 핵심 거점을 운영해 왔다. 트럼프의 시각에서 ‘지금보다 강력한 통제력’은 곧 미국의 전략적 안전판이 된다.
둘째는 자원과 공급망이다. 북극권은 희토류·전략 광물 등 ‘미래 산업의 뼈대’가 될 자원이 매장된 지역으로 거론된다.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나, 언제는 기업가들이 투자가 무서워 개발하지 않았던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매입’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든, 실질적 우선권 확보(개발권·안보권)를 노리든, 결국 메시지는 한 곳을 향한다. ‘중국·러시아가 들어오는 틈을 원천 차단하겠다’.
셋째는 항로다. 북극 해빙은 단순한 기후 이슈를 넘어 세계 물류 지도를 바꾸는 요인이다. 남쪽을 돌아 수에즈를 이용하던 선박들이 거리가 짧은 북극으로 몰릴 확률이 매우 높다. 이를 본격화하면, 그린란드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길목의 정점이 된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갖겠다는 건, 단순한 영토 욕망이 아닌 미래 항로의 규칙 설정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는 자기네 땅도 아니면서 파나마에 있는 운하를 선점하려 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에게 그린란드는 새로운 운하(Sea lanes)의 상단부를 쥐는 레버리지다. 선점과 독점을 통해 미국의 미래를 보장받겠다는 심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수에즈 운하로 재미를 톡톡히 본 영국이 반응한 것이다.
영국, 분명한 선을 긋다


출처 - (링크)
영국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직설적이었다. 1월 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그린란드의 미래가 다른 이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1월 18일, 가디언도 영국 정부는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인과 덴마크의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국이 반대한 이유다.
첫 번째는 주권, 자결의 원칙이다. 영국은 그린란드를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순간, 국제 질서가 흔들린다고 보았다. 군사력을 통해 강제로 타국의 영토를 점유하는 선례는 파워게임으로 7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이 세계대전으로 치달은 이유는 결국 남의 나라 땅과 자원을 내가 갖겠다고 덤벼든 도둑놈 심도가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 (링크)
두 번째는, 미국의 모순적 태도. 그린란드를 빌미로 동맹국에 관세를 들이대는 방식은 나토의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자충수가 된다고 판단했다. 가뜩이나 이를 노리는 러시아로 인해 골치 아픈 유럽에 지속적인 나토 분열의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상충한다. 러시아의 지근거리에서 지키고 선 유럽 국가를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의 땅을 빼앗겠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즉, 영국의 메시지는 '그린란드는 안 된다' 보다 모순적인 태도로 동맹을 거래로 바꾸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다.
이례적인 움직임
영국 외교는 ‘한발 물러서 분위기를 본 뒤 조정하는 방식, 흔히 간보기 외교로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영국은 대체로 미국과의 공개 충돌을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영국의 입장은 결이 달랐다.
가디언의 보도 흐름을 보면, 스타머는 트럼프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며 관계의 문을 닫지 않으면서, 관세를 동맹국에 들이대는 방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이는 ‘동맹의 규칙’을 재설정하려는 행위에 가깝다. 물론, 영국이 미국과 멀어지겠다는 것은 아니며, 동맹을 협박으로 운용하는 선례를 막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미국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국가는 현실적으로 영국이 거의 유일하다.
프랑스나 독일도 반대 성명을 낼 수 있지만, 미국이 실제로 ‘무게’를 두고 듣는 국가는 제한적이다. 비록 영국이 예전 대영제국 시절처럼 혼자 세계를 주도하진 못하지만, 여전히 세계적 연결망의 중심을 갖고 있다. 커먼웰스(수십 개국 네트워크), 금융과 법률, 해운 규범은 미국의 글로벌 작전과 이해관계에서 필수 요소로 남아 있다. 미국에 영국은 여전히 필요한 나라이며 영국의 공개 비판을 무작정 반항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무시하면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링크)
미국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고, 대영제국의 권력을 이양받은 후속 국가라는 ‘친분’의 이유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구조’에 있다. 영국은 미국과 정보·안보 분야에서 깊게 얽혀 있으며,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장기 인프라로 작동해 왔다. 실제로 미국의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결정적 정보가 영국정보국에서 흘러 들어간 것이라는 첩보도 있으니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공생 관계를 넘는다(지난 3일, 영국 총리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에 대해 “영국은 작전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의 대외 작전과 관련해 영국의 관여 여부가 늘 논쟁이 되는 것 자체가, 영국이 그만큼 미국의 전략 생태계 가까이에 있다는 방증이다). 즉, 영국 총리의 선 긋기.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넌 틀렸어(completely wrong)”라고 발언한 것은 미국과 영국의 시스템 내부에서 울리는 경보로 볼 수 있다.
20세기, 파나마 운하는 미국 해상 질서의 상징이었고, 수에즈 운하는 영국이 오랫동안 제국의 혈관처럼 관리해 온 통로였다.
그리고 21세기, 이제 북극항로가 새로운 운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때는 단순히 땅의 소유권 문제가 아니라 접근권, 군사적 거점, 규칙 설정권을 누가 갖냐의 문제로 수렴된다.
아마도 영국과 미국은 이 권한을 서로 손에 쥐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싸움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노골적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상황을 살피면서. 영국 총리의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은 순전히 덴마크를 돕는 외교적 멘트가 아니라 ‘새 항로 질서’ 선점 경쟁에서의 규칙을 먼저 선언한 셈이다. 그리고 그 선언을 미국의 정면에 던질 수 있는 국가는 영국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영국 총리의 강경한 반응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