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특수부대를 보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대통령이 사라진 베네수엘라에서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에서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마두로 부부
출처-<NBC>
이 국면에서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잽싸게 움직였다.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상납’했다. “베네수엘라 차기 대통령은 바로 나”라는 ‘눈도장 찍기’임이 분명했다.

“허허… 뭐 이런 걸 가져오시고 그러시나… 어쨌건 땡큐, 마리아”
“트럼프 폐하, 노벨상도 받으셨으니 차기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바로 접니다. 찜!”
“… … (모르는 척 딴 곳을 본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의 CIA 국장은 한 인물을 만나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 개선”을 다짐했다. 그 인물이 누구냐.

베네수엘라 현 부통령이자 임시 대통령인 ‘델시 로드리게스’였다.
‘정말 트럼프는 마차도를 버리고, 베네수엘라 현 집권 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것일까?’
‘마두로가 사라진 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트럼프에 대한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감정은 어떨까?’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인의 시선으로 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학자이며, 현 뉴욕대 교수이고, 라틴아메리카 북미위원회(NACLAO) 국장이기도 한 ‘알레한드로 벨라스코(Alejandro Velasco)’ 교수와 인터뷰를 잡고, 직접 물어봤다.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교수
출처-< American Community Media>
이너뷰
Q. 마두로 체포에 대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나도 베네수엘라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로서 객관적인 관점, 그리고 개인적인 주관적 관점으로, 현재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 불안감(anxierty)입니다. 최근 10여 년간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혼란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군사력으로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 이것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가능성과 위기는 물론, 베네수엘라의 일반 국민들의 일상까지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
미군 폭격으로 파괴된 베네수엘라 거리
출처-<게티이미지>
두 번째, 혼란(confusion)입니다. 지난 1월 3일 사건(미군의 마두로 체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권력기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마두로가 사라진 것만 빼고요. 미군의 마두로 체포가 충격적인 만큼, 도대체 베네수엘라에서 바뀐 게 뭐지?...라는 혼란이 베네수엘라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미군 폭격 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지지 시위를 벌이는 친 마두로 민병대
출처-<veryansintv>
세 번째, 엑스펙타티바(expectativa)입니다. ‘희망’이라고 번역하기는 좀 뭐하고, ‘안 풀리던 게임(esta transcado)이 풀려간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 정치범 석방이라든지, 현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다든지 하는 이런 일들은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심지어 트럼프 본인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입니다. 이러한 감정이 현재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심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월 17일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정부 야당 인사 석방에
기뻐하는 가족들
출처-<CNN>
Q. 외신에서는 마두로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베네수엘라에도 미군 개입과 민주화를 요구하던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미군이 개입하고 마두로가 체포되자 처음엔 열렬히 환영했죠.

마두로 체포에 기뻐하는
미국 텍사스의 베네수엘라 망명자들
출처-<AP>
하지만 그들은 이제 미국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이 야당 지도자 마차도와 민주화를 지지하는 대신,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을 선택했음이 명백해졌거든요.

2018년 잘나가던 시절
마두로 대통령과 로드리게스 부통령
출처-<게티이미지>
(델시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내는 등 ‘마두로의 충신’이었다. 그러나 마두로가 제거되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친미’에 나섰다. 로드리게스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마두로 측근을 해임하며 트럼프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트럼프도 “로드리게스는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군 공격으로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상자입니다. 미국은 이번 작전이 사상자 없는 ‘정밀 공격’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관점에서 볼 때는 군인과 자국 민간인 최소 100명이 살해당한 참극입니다.

미군의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베네수엘라 군인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현 정권은 베네수엘라 자국민이 피살된 분노와 책임을 국외 망명 중인 마차도 등 야당 세력에게 돌리고 있어요.
“매국노들이 미군 개입과 동족 살해를 부추겼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냐?”
라고 말이죠. 결국 베네수엘라 일반 대중과 민주화 세력 간의 ‘분열’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Q. 그럼, 현재 베네수엘라 정권이 아직도 탄탄하다는 뜻인가요?
현재 베네수엘라는 위기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현 정권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표하지도 못하고, 다수의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뭉쳐 있으며, 국가 통제도 원활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단결되어 있습니다. 현 정권은 새로 치러질 선거에 있어 이런 점을 최대한 이용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현 정권은
마두로 제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대와 경찰을
장악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Q. 마두로 제거 후 새로 선거를 치러도, 현 정권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가요?
만약, 12-18개월 내에 새로운 선거가 치러진다면, 현 정권은 미국과의 협상을 내세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것입니다. 외국에 망명 중인 야당 세력(마차도 등)은 미국에게 이권과 안전 보장을 할 능력이 없거든요.

2년째 국내외에서 도피 중인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마두로의 탄압 때문에
베네수엘라 국내 기반은 없다시피 하다.
출처-<AFP>
게다가 베네수엘라 민중 대다수 정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가 직접 이야기해 본 베네수엘라 민중의 최우선 관심사는 미군 개입과 그에 따른 ‘경제 상황’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민중 상당수는 가난한 노동자입니다. 수십 년간 미국의 경제 봉쇄와 개입으로 인한 경제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매일 나가서 일하고 가족과 애들을 돌봐야 하고, 학교에 보내야 하고, 아프면 약을 구하고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 민중에게 음식을 주고 약을 주고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는 델시 로드리게스와 현 정권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이 “미국과 협상해서 경제 재제를 풀어주고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공약해 보세요. 현 정권은 미국과의 협상을 최대한 이용해 선거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전개할 것입니다.

경제난 때문에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
출처-<게티이미지>
Q. 하지만 마차도와 같은 민주화 인사와 야당 지도자들이 있잖아요.
만약, 미국이 국외 망명 중인 야당 세력을 중심으로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를 시도한다면, 베네수엘라 국내에서 대단한 혼란이 올 것입니다. 경찰은 사라지고, 마두로를 지지하는 정치적 민병대(colectivos)가 거리를 지배할 것이며, 그 결과 치안이 뻥 뚫릴 것입니다.

마두로 체포 후,
총기로 무장하고 시위하는
친 마두로 민병대
출처-<SBS>
그런 점에서 델시 로드리게스(임시 대통령), 호르헤 로드리게스(국회의장),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국방장관) 등 현 정권 인사들은 ‘민주화 선거 과정을 거쳐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정권 교체를 하고 베네수엘라 국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미국에 제안할 것입니다. 물론 그 대가는 자기들의 권력 유지죠.

마두로 체포 직후에도 건재함을 선언한
베네수엘라 정권 인사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앞줄 가운데),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왼쪽),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 국방장관(뒷줄 가운데)
이런 상황은 델시 로드리게스에게 있어 커다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현 정권은 미국과 협상해 경제적 이권을 보장하고, 그 대가로 베네수엘라 정국 안정(stability)을 미국에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 정권은 협상 결과를 자기들 권력 유지에 이용할 것입니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당명과 얼굴만 ‘약간 바꾸는’ 정도의 제스처는 하겠죠.
Q. 그렇다면 이번 사건으로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는 가능한 건가요?
문제는 민주화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게 있어 ‘최우선 사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사항은 원유, 더 나아가 자원 독점을 위한 정치적 게임으로 보입니다. 스티븐 밀러(백악관 참모)같은 사람들은 자원(원유) 때문에 군대를 보낼 수도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거대한 자원 독점 정치적 게임 가운데 하나의 수단일 뿐이죠.

백악관 비서실 차장 스티븐 밀러는
마두로 체포 직후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게티이미지>
Q. 트럼프가 ‘야당 지도자’인 마차도를 갖다버린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트럼프가 민주주의 따위에 관심 없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트럼프에게 민주화 따위가 중요하긴 한 건가요? 그럴 리가 있나요?
제가 정말 놀라는 점은 트럼프의 노골적인 뻔뻔함입니다. 저는 남미 역사 전공자로서 미국 정부의 남미 개입 관련 사료를 연구하면서, 미국의 숨겨진 의도를 읽는데 노력해 왔죠. 그런데 미국 정부는 그동안 몰래 말하던 의도를, 이제는 온 세계에 동네방네 소리치고 있어요.
마차도는 대중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 경찰, 군부, 법원을 장악한 자들은 마차도를 신경도 쓰지 않아요. 현재 베네수엘라 권력자들에게 있어 마차도는 정적(enemy)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게임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마차도는 정치적으로 버림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당시의 마차도
출처-<AFP>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까지 벨라스코 교수의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마두로 제거를 환영한다”는 언론의 단편적인 보도와는 달리, 베네수엘라 현지의 상황은 의외로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 독재자 제거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독재자의 부하들이 선거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2.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화 운동가 대신, 독재자 부하들과 손잡고 석유 등 이권을 보장받을 것이다.
3. 독재자 부하들은 가난한 민중들과 민주화 세력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4. 야당 지도자는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외 망명으로 국내 기반이 사라져 선거 승리가 결코 쉽지 않다.
5. 결국 야당 지도자는 고국과 미국에 모두 버림받고, 민주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민주화 운동과 노벨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국에서는 홀대받는 마차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도 생각난다.
마차도가 트럼프에게 노벨상을 ‘갖다 바치는’ 모습에서도, 약소국 야당 지도자로서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노벨상을 상납하는 마차도의 심정은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 트럼프 정권이 마두로 부하들과 손을 잡는구나. 내 조국엔 이름만 바꾼 독재 정권이 들어설 것이 뻔하다. 국외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이깟 노벨상, 아니 내가 가진 모든 거라도 트럼프에게 갖다 바치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단 한 번만, 조국의 민주 선거에 출마할 기회라도 주세요.”
십여 년 이상 독재와 경제난으로 고통받은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아직도 암울하다. 한때 ‘세계의 경찰’이었던 미국이 독재자 부하들과 손을 잡은 만큼 더욱 그러하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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