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링크)
박태선의 전도관이 우리 사회에 남긴 '유산'은 사이비 계보뿐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단체들이 작동하는 문법이었다. '정통은 타락했다'는 명제로 시작해 '구원은 여기에서만 확인된다'로 끝나는 문법은 하나의 법칙으로서 여전히 작동 중이다. 전도관은 그 문법을 대규모로 실험했고 뒤이어 등장한 집단은 더 빠르고 노골적인 형태로 개량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영생교, 흔히 승리제단이라 일컫는 집단은 유독 정도가 심했다. 전도관이 통로를 만들었다면, 승리제단은 그 통로를 '인간의 몸(육신)은 죽지 않는다'는 결과물로 고정했다. 종교가 사람을 붙잡는 방식은 늘 비슷하다. 불안한 시대엔 확신이 필요하고, 무너진 권위 앞에서는 새로운 권위를 찾는다. 문제는 그 확신이 '계약'의 형태로 변할 때다. 영생교는 신앙을 계약으로 바꾸는 쪽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믿으면 구원받는 정도가 아니라 죽지 않는 영생의 비결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약의 조건은 단순했다. 질문하지 말 것, 의심하지 말 것, 줄 것, 바칠 것, 따를 것. 종교가 확신을 생산하는 조직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은 영생교의 발생과 영생교가 무엇을 팔고, 이 상품들이 우리 사회에서 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지 볼 것이다. 영생교의 승리제단을 단순히 사이비 종교의 발생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전도관 이후에 각인된 문법의 진화와 법칙의 실행이라는 측면에서 다룬다.
교주 조희성과 연단

출처 - (링크)
영생교의 중심인물은 조희성이다. 출생일 표기는 자료마다 약간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931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에 소개된 바로는 경기도 김포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 군에서 중위로 전역한 뒤, 천부교 박태선이 운영하던 신앙촌(전도관)에서 오랫동안 전도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1년 무렵 신앙촌을 떠나 독립해 승리제단을 세웠다. 조희성은 다른 교주들보다 비범한 면이 있는데, 교리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박태선의 전도관 세계(구원은 이미 지금 여기에서 체험으로 확인된다)를 통과한 인물답게 그의 문법은 정통 교회의 신학적 질문, 가령 왜 그런가?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등의 성가신 의문을 단번에 확인으로 해소했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가장 큰 욕망, 영원한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조희성이 박태선의 전도관에서 별도의 직함이 있었는지, 언제까지 전도관에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조희성의 전도관 출신 여부 같은 족보 싸움이 아니라, 영생교가 전도관 이후 문법을 강하게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그 문법은 교리 문장보다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영생교를 설명할 때 대다수의 사람은 몸의 영생(죽지 않는 삶)을 떠올린다. 말 그대로 永生(영생)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사실 이면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영생교는 죽지 않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특수한 '제작 공정'이 필요했다. 실제로 많은 한국형 사이비 종교는 일정한 '기간'을 필요로 한다.

승리제단의 내부 서사에서 강조되는 장치는 '연단'이다. 영생교와 관련된 자료를 보면, 조희성은 약 3년간 연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가 바뀌었다", "신인합일을 체험했다", "불사불멸의 이긴 자가 됐다"는 식의 확신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사실 관계를 단정하는 것보다 연단이라는 장치가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있다.
연단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개념이다. 예수가 유대인의 왕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기 전, 40일간 광야에서 고난을 참고 이겨낸다. 세 번에 걸친 사탄의 시험을 통과한 예수는 연단을 통해 신적 사역을 시작한다. 보통 사이비 교주들이 택한 서사가 이렇다. 가난과 옥중 생활(설령 본인이 저지른 범죄로 감옥에 갇혔다 해도)로 인한 고난과 고통은 신적 사역 전의 연단으로 간주한다. 연단은 지도자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다. 지도자가 고통을 견뎠다는 서사가 있어야 신자에게도 고통을 감당해 내길 요구할 수 있다. 지도자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서사는 신자에게 '따라가야 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수행의 서사는 곧 통치의 서사다.
전도관이 무너진 뒤, 전도관 주변부에서 떠돌던 신자들의 욕망과 언어는 다른 중심을 찾아 이동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줄 새로운 지도자와 공동체가 필요했고, 이때 등장한 조희성의 3년간의 고난을 통해 신일 합의를 이뤘다는 연단에 대한 간증은 새로운 교주로서 자리매김하게 했다.
승리제단, 무엇에 대한 승리인가?

출처 - (링크)
승리제단은 이름부터 직설적이다. 다만, 이 승리는 도덕적 승리가 아닌 죽음에 대한, 사망에 대한 승리다. 기독교 신앙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넘어 부활한 신앙이 변질되어 개인의 영생으로 탈바꿈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죽지 않는 상태가 목적이 된다.
핵심 교리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그 비결이 있다" 정도로 요약된다. 죄 때문에 사람이 죽는데 그 죄만 해결되면 죽지 않는 몸이 가능했다. 그리고 조희성을 참 구세주로 묘사한다. 전도관이 ‘이슬성신’과 ‘생명물’ 같은 감각적 확신 장치를 동원했듯, 승리제단도 유사한 방식으로 확신을 물질화한다. 교주의 몸에서 나온다는 감로를 영생체의 증거로 선전한다. 이런 방법으로 영생은 추상적 교리가 아닌 눈에 보이는 표징이 되었다.
또 승리제단은 ‘이슬성신’ 개념을 전개한다. 이슬, 즉 은혜와 힘이 특정 인물에게 전권으로 맡겨졌고, 그 인물이 곧 은혜의 본체라는 취지다. 신의 은혜는 어디에나 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집중된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구원은 믿음이 아니라 특정한 인물과의 접속으로 설명된다. 그 인물에게 접속해야 은혜가 흘러 들어온다고 말하는 순간, 지도자는 설교자가 아닌 영생의 길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서 역할을 한다. 훗날 JMS의 정명석이 자신과의 성관계를 통해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교리도 이와 뿌리를 같이한다.

출처 - (링크)
하지만 인간의 영생 여부는 검증 가능한 약속이다. 오히려 죽어보면 알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검증이 이뤄진다. 다시 말해 결국 증명할 수 없는 교리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선택해야 했다. 약속을 포기하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 강한 통제를 발동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영생을 상품으로 팔기 시작한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현실과 충돌한다. 충돌을 관리하게 위해서는 더 강한 내부 결속과 강한 통제가 필요했다. 영생교가 위험한 이유였다.
안과 밖, 구원과 타락

출처 - (링크)
승리제단은 스스로를 '교회'로 부르기보다 '제단'으로 부르는 경향이 강했다. 제단은 생각이나 이념 같은 사고 체계인 신학보다 직접적인 행동과 제의를 강조한다. 설교보다 행사, 이해보다 참여, 성숙보다 소속을 앞세운다. 승리제단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의 절기를 인용하고 승리절, 메시아절, 이슬성신절 등을 강조하며 내부 세계의 달력을 구축했다.
영생교의 달력은 공동체 기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절기를 공유하면 시간 감각이 바뀌고, 시간 감각이 바뀌면 인간관계가 바뀌며, 인간관계가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 이를 통해 영생교는 개인의 내면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삶의 리듬을 장악했다. 리듬을 장악하는 조직은 구성원의 경제력과 노동력을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시간, 돈, 노동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버리는 순간부터 종교는 '나'와 혼연일체가 된다.
전도관이 '관(館)'이라는 공간 개념으로 교회를 비껴갔다면, 승리제단은 '제단'이라는 의례 장치로 신앙을 집단적 확신의 행사로 만들었다. 의례는 반복되고, 반복은 습관이 되며, 습관은 삶의 구조를 새로 재편성했다. 바뀐 삶은 공동체 밖의 세계를 더 낯설고 더 위험한 것으로 느꼈다. 자연스럽게 '밖'은 타락하고 '안'은 구원이라는 경계가 강화된다. 그리고 영생교의 신앙은 이해가 아닌 소속으로 굳어졌다.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질 수 없는 늪, 그곳이 영생교이며 훗날 다수의 사이비 종교 단체들도 영생교와 같은 형태를 선택한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