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선 전도관의 문법은 이렇다.
정통은 타락했다→구원은 여기서만 가능하다→체험이 진리를 증명한다→질서가 진리를 고정한다
영생교는 이 문법을 그대로 가져오되 한 가지만 바꾼다. 구원 대신 영생. 그리고 결과물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관문으로 지도자를 세웠다. 교리의 차이는 부차적이며 결정적인 차이는 권위의 배치다. 권위가 한 점으로 집중되는 곳에서 종교는 신앙이 아니라 체계가 되었다.

사형 선고받은 영생교 교주 조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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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성의 영생교는 사건사고로도 유명했다. 영생교 내 배교자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이 발생했고, 조희성은 살인 교사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2004년 항소심에서 그는 다시 무죄를 선고받는데, 범인 도피 혐의는 유죄로 보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희성은 수감 중 치료받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영생교는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생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도관 이후 이 문법은 여러 갈래로 번진다. 어떤 갈래는 ‘이긴 자’의 자기 호명을 더 강화했고, 어떤 갈래는 성전과 공동체의 경계를 더 단단히 굳혔다. 또 요한계시록 해석 독점을 조직 시스템으로 바꿔 ‘산업화’에 가까운 형태로 키우기도 했다.
전도관 이후의 흐름을 보면, 영생교는 예외가 아니라 연쇄의 일부였단 걸 알 수 있다. 전도관이 만든 확신의 문법은 여러 갈래로 동시에 번졌다. 그 갈래들은 서로 닮기도 하고 경쟁하며 더 정교한 형태로 발전했다. 특히 구인회와 이헌석은 전도관 이후 사이비 종교에 특화된 문법이 어떻게 다른 변이로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중간 단계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작동 방식을 흔드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탈자들이 만든 새로운 줄기

인천 숭의동 전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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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관이 무너져도 교인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전도관이 제공하던 확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통 교회로 돌아가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정통 기독교 교회는 질문하고 성찰을 요구한다. 시간을 들여 자신을 돌아보고 지속적인 회개와 뉘우침을 요구한다. 반면 전도관적 신앙은 질문을 없애고 성찰을 대신해 체험을 주며 시간을 단축한다. 한 번 단축된 구원의 시간표를 다시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탈자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한다. 하나는 커뮤니티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중심을 찾는 것이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후자의 비율이 높았다. 이때 구인회가 등장한다. 그는 전도관의 이론을 더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조직화하며 세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림예수 구인회

구인회 사진을 걸고 집회하는 천국복음전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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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는 재림예수교 천국복음전도회 창립자다. 박태선의 신앙촌에 입소해 전도관 교리를 터득했고 이후 유재열의 장막성전으로 이동해 사이비 교리를 습득한 뒤, 1973년에 천국복음전도회를 설립했다. 그는 자신을 '재림예수'로 칭했다. 장막성전에서 이만희가 나왔으니 지금까지 교세를 이어왔다면 신천지에 버금가는 세력을 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설립 초반만 하더라도 구인회는 한국 사이비 진화의 메커니즘으로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구인회는 교리 해석자를 넘어 존재 자체로서 답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가 재림예수였다. 영생교가 영생(죽지 않음)을 상품화했다면 구인회는 재림과 구원의 재현을 상품화했다. 둘은 내용은 다르지만 공정은 같다. 확신을 단축하고, 통로를 만들고, 그 통로를 사람의 몸 위에 올려놓는다.
'이긴 자' 이헌석
전도관 이후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천년성으로 언급되는 이헌석이다. 이헌석의 집단은 '이긴 자' 개념과 결합해 설명되며, 전도관 이후의 '이긴 자' 담론이 여러 갈래로 번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헌석의 논리도 단순명료하다.
바깥은 타락했다→안은 선택받았다→의심은 배신이다→떠나는 자는 멸망한다
우리가 이긴 자가 되는 순간, 공동체 바깥 세계는 진 자가 되고, 밖은 구원의 대상이 아닌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단지 종말론적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를 결속하는 경계 기술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선민의식은 단순 우월감을 넘어서 공동체의 생존을 유지하는 규율로 바뀌었다(이 구조는 한 번 만들어지면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용만 바뀔 뿐 형태는 유지된다). 영생교가 영생을 약속함으로써 신자를 끌었다면, 이헌석은 선택받은 자라는 정체성으로 신자를 끌었다. 전자는 육체의 약속이고 후자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구인회, 이헌석과 함께 언급되는 이가 신천지의 시작으로 보는 장막성전의 유재열이다. 유재열 역시 전도관에서 영향받은 인물로 전도관의 신앙이 어떻게 산업화로 넘어갔는지를 보여주는 경유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재열은 성서의 마지막에 기록된 요한계시록에 대한 해석을 독점하는 형태로 교리를 정교화했다. 핵심은, 예언이 실패해도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실패가 분열을 낳고, 분열의 틈에서 다음 조직들이 생겨난다. 여러 자료에서 이만희가 전도관(신앙촌)과 장막성전 등을 거친 뒤 신천지를 창립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결국 분열 속에서 사이비의 증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종교, 산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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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가장 큰 특징은, 체제의 실패가 종결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작은 단위로 나눠어 여러 곳에서 번식했다는 점이다. 실패를 겪은 조직은 다시 더 정교하게 설계되었고, 포섭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교육은 더 표준화되었으며, 조직은 기업의 꼴로 변모하게 된다. 그 결과 사이비는 종교에서 조직으로 진화해 이제 그 조직은 사회를 침식할 힘까지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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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에 위치한 천부교(신앙촌) 집단 거주지다. 비록 교주는 사망했지만, 교세는 여전히 남아있다. 부산의 통일교라고도 불리는 신앙촌은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문수 후보가 99.18%로 집계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각종 선거에 특정 정당에 대한 집단적 투표 행태를 보였다. 천부교 신자가 아니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이곳의 투표소(기장읍 제12투표소)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영생교의 왕국으로 불린다. 민주당 정권을 향해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정권이라 몰아세우지만, 정작 국민의 힘을 지지하며 독재국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신앙촌이다.
문제는 투표만이 아니다. 신앙촌 내 불법 건축물에 대한 100억 이상의 강제 이행금은 오랜 기간 집행되지 않고 있다. 기장군청은 신앙촌 소유의 '죽도'를 매입했는데 실질적인 개발 계획이 없어 국민의 혈세로 특정 집단에 대한 재산 증식에 공공기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철도 보호 지구, 농업 진흥 지구로 묶여 있는 신앙촌 부지에 대한 특혜 매입을 시도했다는 말도 있으니 국민의 힘 소속 지방 정권과 특정 지역에 대한 유착 관계도 의심할 만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박태선의 전도관은 확신을 생산했다. 정통은 타락했고, 이곳이 참이며, 의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영생교는 확신을 상품화했다. '영생(죽지 않는 비결)'을 결과물로 전면에 세웠다.
구인회와 이헌석은 확신을 변이시켰다. 지도자를 '재림예수'로, 공동체를 '이긴 자'로 절대화했다.
그다음 단계가 종교의 산업화다. 장막성전과 신천지는 교육 시스템과 포교 시스템, 조직 계급화와 네트워크 침투를 이뤄내며 종교가 아닌 조직화된 형태를 갖춘다. 여기서부터 사이비는 종교를 벗어난다. 사회의 자원을 먹고 자라는 조직이 된다. 시간, 돈, 노동, 관계, 신뢰가 신앙의 이름으로 재배치되기 시작하면, 그 순간 사이비는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개인의 믿음은 자유이나, 믿음을 도구로 삼는 조직과 권력은 이제 안전의 문제에서 다뤄야 한다.
집단 광기로 유지되던 과거의 사이비와 달리 현대의 사이비는 경제력과 동원력을 가진다. 그 힘은 가정과 직장을 파괴하고,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힘을 가진다. 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일부 침식할 만한 수준으로 힘이 비대해졌다는 점은 사실이다.
전도관 이후의 역사를 종교사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다. 종교 현상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절대성이 상품화되고, 상품이 커지면 종교는 조직으로 변하고, 조직은 권력을 형성하고, 권력은 하나의 산업이 된다. 지금의 사이비는 종교의 탈을 쓴 거대한 산업이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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