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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이후, 트럼프가 찍은 곳

 

마두로를 새벽 배송으로 받아 본 트럼프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무력 사용을 중지하라는 미 의회의 압박이 이어졌지만, 트럼프로서는 이 건으로 나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최소한 ‘명분’으로 내세운 마약 문제만 놓고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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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업자' 트럼프 비난에…콜롬비아 대통령 "뭘 알고나"

(뉴스1, 링크)

 

그렇다면 시선을 돌려보자.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나라, 콜롬비아다. 그리고 그 콜롬비아의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그는 핑크 타이드의 한 축이자, 콜롬비아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 시절, 페트로는 이렇게 말했다.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여성도 남성만큼 임금을 받아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다!”

 

전형적인 좌파 정치인의 구호였다. 문제는 마약이었다. 페트로는 마약 문제를 두고 미국과 지속적으로 충돌했다. 남미 좌파 정권들이 대체로 그렇듯, 그는 마약 문제에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마약은 인간의 욕망에 속한 문제이고, 이를 국가가 나서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논리였다. 게다가 마약 카르텔은 이미 국가 공권력과 맞설 만큼 거대해졌고, ‘외화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페트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노골적으로 코카인을 옹호했다.

 

“다른 나라 마약은 냅두면서 왜 우리 코카인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남미라서 차별하는 거야? 그리고 전통적으로 보면 코카인은 마약이 아니야! 우리 동네에서는 옛날부터 기호품으로 씹고 다녔거든. 처음에는 코카인을 우울증 치료제로 썼잖아. 너네 마시는 콜라도 초창기에는 코카인 들어 있지 않았나?”

 

이 발언은 미국을 정면으로 자극했다. 사실 중남미 정치권에서 마약 카르텔의 돈과 완전히 무관한 정치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말 안 듣는 정치인이 암살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유력 대선 후보였던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을 암살한 사건은 이미 전설처럼 회자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들이 마약 카르텔과 거래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역시 시장 시절 카르텔과 거래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페트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코카인 자체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그리고 그 직후, 마두로가 잡혀갔다.

 

트럼프는 곧바로 콜롬비아와 페트로를 콕 집어 언급했다.

 

“매우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이 발언에 페트로는 즉각 반발했다. 

 

“무기를 들겠다!”

 

강경한 대응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는 통화 직후 이렇게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이 마약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이견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의 전화와 태도에 감사한다. 조만간 만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는 곧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봐도, 페트로가 먼저 꼬리를 내린 모양새였다.

 

 

콜롬비아 다음은 멕시코였다

 

중남미 최대의 마약 생산국 콜롬비아의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중남미 최대의 마약 ‘유통국’인 멕시코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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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링크)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의 97%를 제거했다. 이제 마약 카르텔과 관련해 육상 타격을 시작할 것이다.”

 

이 ‘육상 타격’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멕시코다. 정치적·외교적 수사를 모두 걷어내고 미국이 자국의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를 침공하는 것이 맞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맞다고 하겠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침공이 논리적으로 맞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의 약 90%, 펜타닐의 99% 이상이 멕시코를 거쳐 들어온다. 미국-멕시코 국경의 길이는 약 3,145km. 이 국경을 완벽히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럼프 시절 장벽을 세우겠다고 나섰지만, 마약 유통 차단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잠수함, 땅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국경을 무력화했다. 결국 답은 멕시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뿐이었지만, 문제는 멕시코 정부 자체가 이미 깊숙이 잠식돼 있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멕시코 경찰과 정치권이 이미 마약 카르텔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카르텔이 ‘전시 체제’로 진화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들이 마약으로 번 돈은 무기로 바뀌었다. 기관포는 애교이고, 대전차 미사일까지 등장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의 결과는, 마약 카르텔의 무장 수준만 끌어올린 꼴이었다. 멕시코 영토의 40% 가까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들을 딱히 제재할 의지도,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범죄 조직이 아니다. 군벌이다.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카르텔의 정치인 암살과 정치 개입을 보면, 범죄 조직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 정도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미국이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마약을 차단하고 싶다면, 트럼프의 말대로 군사개입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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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능숙하게 대응해 찬사를 받은 대통령

(BBC코리아, 링크)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군사 개입 발언이 나오자,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Claudia Sheinbaum Pardo)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개입은 결코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않았고, 지속적인 번영이나 안정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주권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멕시코의 현실이 너무 참혹하다.

 

셰인바움은 좌파 출신 정치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민주혁명당 창당에 관여했고, 전임 정부의 노선을 계승했다. 그 노선의 핵심은 이른바 ‘총알 대신 포용(brazos no balazos)’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너희들 햇볕 정책 몰라? 강 대 강 대결 구도로 나가서 해결된 적 있어? 괜히 카르텔 자극해서 쟤들 무장 능력만 올라갔잖아. 햇볕 정책으로 가면 쟤들도 총 내려놓고 좋게 좋게 해결할 수 있을 거야.”

 

현실은 정반대였다.

 

2025년 11월, 멕시코 미초아칸주 우루아판시의 시장 카를로스 만소(Carlos Manzo)가 카르텔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은 단순했다.

 

“카르텔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총과 미사일을 들고 대화를 하자고? 체포에 저항하는 범죄자는 법정에 세울 필요 없이 사살해야 한다!”

 

만소 시장은 늘 카우보이모자와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경찰과 함께 순찰을 돌았다. 범죄와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그 결과 카르텔에게 살해당했다. 이런 사건이 특별하냐고?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평균 두 달 반에 한 명꼴로 현직 시장이 죽어 나간다. 그마저도 혼자 죽으면 다행인 것이, 본보기 차원에서 가족과 배우자까지 함께 살해한다. 이것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기본 방침’이다.

 

만소 시장의 죽음은 멕시코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생전에 그는 카르텔의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며, 카르텔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끝내 카르텔과의 전쟁을 밀어붙였던 인물이었다.

 

만소의 죽음 이후, 시민들은 그를 ‘멕시코의 부켈레’라 부르며 추모했다. 이미 중남미의 많은 국가에서 엘살바도르의 부켈레처럼,

 

“인권이고 나발이고 마약 카르텔부터 박살 내야 한다!”

 

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15일, 멕시코의 청년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카르텔 포용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며 셰인바움을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야당의 정치 공세로 치부했지만, 민심은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트럼프의 칼은 어디를 향하는가

 

이런 와중에 마두로가 트럼프에게 ‘새벽 배송’됐다. 셰인바움은 민주 국가의 대통령인 양 주권을 강조했지만, 트럼프의 말처럼 멕시코가 카르텔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마약 문제로 한정하면, 멕시코 정부는 카르텔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 그 부분은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 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셰인바움 역시 좌파 정권이라는 것이다. 핑크 타이드 이후, 중남미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던 미국의 태도는 바뀌었다. 트럼프는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미국 중심의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노골적으로 꺼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그 방식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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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2기 '폭주' 1년…62만명 추방, 돈로주의, 상호관세

(뉴시스, 링크)

 

물론 중국과 얽혀 있는 국제 정치적 문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핑크 타이드 이후, 중남미를 비교적 뜨뜻미지근하게 바라보던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보다 나은 해법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트럼프는 중국과의 대결에는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전면적인 충돌보다는,

 

“야, 우리 둘 다 싸우면 서로 피 보잖아. 괜히 성질부리지 말고, 적당히 잘 지내자.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라는 식의 분위기를 연출해 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런데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는 곧바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아무리 트럼프라 하더라도, ‘자기 뒷마당’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야, 이건 아니지. 베네수엘라는 선 넘은 거지.”

 

실제로 지금 중국이 공을 들이고, 앞으로 국제정치에서 주요 파트너로 삼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벨라루스, 그리고 베네수엘라다. 이미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미군이 주둔한 나라들이 촘촘히 깔려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식량과 에너지, 국제적 발언권, 그리고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몇몇 핵심 국가들에 집중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에너지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를 동시에 갖춘, 상당히 중요한 국가였다.

 

“그래,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중남미에 우리 세력을 확장하자. 핑크 타이드라는데, 색깔부터가 마음에 드네.”

 

이렇게 생각하고 베네수엘라에 접근했다가, 트럼프가 마두로를 낚아채 버린 거다. 

 

사건이 터진 뒤 중국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마두로 부부의 신변을 보장하고, 즉각 석방하라”

 

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트럼프는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미국은 이제 체면이고, 명분이고 가릴 여유가 없어 보인다.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인상마저 준다.

 

트럼프라서 가볍게 보이지만,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미국이 그동안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여 왔던 ‘원초적 욕망’의 표출에 가깝다. 트럼프는 그 욕망을 숨기지 않고, 말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제 체면도, 양심도 내려놓고 자기 욕망에 솔직해지려 하고 있다. 한때 농담처럼 들리던 이야기들—그린란드 같은 이야기조차—이제는 더 이상 농담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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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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