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플랜, 한동훈의 플랜 그리고 국민의힘의 미래
우리가 아무리 바빠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싸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재미 때문이다. 그 둘의 싸움이 재밌는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이 가진 조팝 근성과 찌질성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에이스전 말고 조팝 대전이 진짜 꿀잼이다”
두 사람이 가진 소인배적 품성, 그리고 싸우는 이유도 국가적 비전이나 정책적 노선의 차이가 아닌, 익명 게시판의 악성 게시물이라는 지극히 지엽적이고 사소한 사안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국민의힘 내전은 ‘조팝 대전’의 기본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1. 자강두찐, 정당 역사에 기록될 가장 찌질한 전쟁
2026년 1월 29일, 국민의힘이 드디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제명 사유는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 5인(배우자, 장인, 장모, 모친, 딸) 명의와 동일한 계정들이 국민의힘 당원 익명 게시판에 윤석열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한동훈 전 대표는 터미네이터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KBS, 링크)

제명 직후 친한계 의원 16명은 즉각 반발하며 장동혁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명확한 사실관계와 논리도 없이 감정적으로 전직 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는 건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라며 “현시점에서 직전 당 대표를 제명한다면 당내 갈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2. 장동혁의 플랜 - 속도전과 우클릭
장동혁 대표는 돈 공천, 통일교 특검을 요구하는 외피를 쓴 8일간의 단식 투쟁을 통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고 ‘한동훈을 싫어하는 당원들’의 자신을 향한 감정적 지지를 확보한 직후, 그를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이 전략들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첫째, 속도전이다.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한동훈이라는 불확실성을 빠르게 제거하지 않으면 선거 체제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한동훈 제명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당내 잡음을 일소하겠다는 의지라고 봐야 한다.
둘째, 선명성 강화와 우경화를 통한 이슈 전환이다. 장 대표는 설 연휴 전후로 새로운 당명과 함께 반공주의를 강화한 정강·정책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한동훈 제명이라는 부정적 이슈를 정책적 쇄신과 보수 정체성 확립이라는 프레임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중도라는 개념을 ‘실체가 불분명한 함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이다. 이는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시켜 야당과의 이념적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봐야 한다.

(동아일보, 링크)
셋째, 가장 본질적인 목적인 공천권 행사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강력하게 행사하여 친한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교체하고, 이른바 ‘장동혁의 당’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다. 이는 권위주의 시대의 ‘당성’을 기준으로 의원들의 충성을 강요하는 방식인데, 평생 남의 인생과 권리를 최종적으로 재단하던 위치에서 살아왔던 판사 출신다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장동혁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검사 출신 윤석열이 내부의 쓴소리를 ‘배신’으로 몰아 결국 맹종하는 참모들만 남겼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멀쩡히 당원들이 선출한 김문수 대선후보를 느닷없이 한덕수로 교체하려고 했던 사건이 정당 민주주의 절차와 정신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훨씬 중차대한 일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익명 게시판에 악성 게시물 올렸다고 전직 대표를 제명하고 있다는 점은 코미디 그 자체다.

(동아일보, 링크)
3. 한동훈의 플랜 - 장외 정치와 후일 도모
제명이라는 극한의 처분을 받은 한동훈계는 현재 법적 대응과 정치적 항전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친한계 내부에서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지만, 사법부가 정당의 자율적 징계 권한을 뒤집을 가능성이 낮고 정치적 실익도 적다는 점에서 아마 정치적 항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링크)
한동훈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할 수 있을까? 신당 창당의 경우, 친한계 의원 16명 중 상당수가 비례대표라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므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친한계 의원 16명 중 6명이 비례대표 의원이다. 김건, 김예지, 안상훈, 유용원,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당적을 유지한 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방식으로 당의 미래를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한 전 대표 측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방선거에서 친한계 후보들 지원 유세 및 후일 도모다. 한 전 대표는 당분간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장외 정치에서 기회를 엿볼 것이다.

한동훈 토크콘서트 포스터
직접적인 무소속 출마(대구, 부산 등)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수도권에서의 3자 구도 패배 위험과 지역 민심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실화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 그런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면 이 싸움이 조팝 대전이 될 수가 없다.
대신 그는 자기 스타일대로 가만히 장동혁 지도부의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선거 패배 후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될 때, ‘구원투수’로서 당당한 복귀를 노리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경로라고 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스스로의 투쟁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그는 누군가에 의해 판이 깔리고 세심하게 인큐베이팅되어 현재의 위치까지 온 정치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모험 수를 둘 위인이 되지 못한다. 대신에 장동혁의 국민의힘이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즐기며, 당이 망하기를 관망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들 중 친한계로 분류되는 이들을 통해 당 지도부와 완전히 엇박자를 내며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그에게 좋은 선택이다. 비례대표들은 “싫으면 제명하라” 식의 이른바 “배 째라 의정활동”을 펼치며 당의 방향성에 끊임없이 제동을 걸 수 있다. 비례대표는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제명해 주면 ‘무소속 비례대표’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에게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며, 당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암초가 될 전망이다. 또한, 우리에겐 관전 포인트다.
4. 지방선거의 외부 환경 - 절망적인 현실
이런 내부 사정과는 별개로 2026년 2월 현재, 국민의힘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44%로 국민의힘(25%)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통일교·공천헌금 의혹 쌍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인 기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하락해 22%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장 대표의 단식이 당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이다.

(경향신문, 링크)
이러한 지지율 격차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낮음을 시사한다. 장동혁과 한동훈 두 사람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5. 국민의힘의 세 가지 시나리오
국민의힘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시나리오 A: 보수 괴멸과 장기적 야당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장동혁 지도부가 인적 쇄신에 실패해 ‘TK 지역 정당’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수도권과 청년층의 지지를 포기하고,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만 매몰되어 영원히 부활하지 못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지역 정당으로 남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이미 죄다 대구·경북으로 달려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국민의힘은 TK정당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링크)


(MBC, 링크)
시나리오 B: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한동훈의 복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직후, 친한계 의원 16명은 장동혁 지도부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며 전선을 형성했다. 특히 3선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서범수, 박정하, 배현진 등 재선 의원들과 다수의 초선 의원이 가담한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분으로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힘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하거나 최고위원 4인 이상이 사퇴하여 ‘비상 상황’이 선포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소장파와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이러한 당헌 조항을 근거로 장동혁 대표를 몰아내고 새로운 수습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체제가 가동될 경우, 가장 먼저 논의될 의제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특별 사면’ 또는 ‘징계 취소’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대표(또는 비대위원장)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최고위 의결을 거쳐 하급 윤리위의 징계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명 5년 후 재입당 제한 규정을 우회하여 한 전 대표를 복귀시키는 것이 제도적으로는 가능하다.
시나리오 C: 보수 정체성의 ‘우클릭’과 장동혁 체제의 공고화
장동혁 대표의 전략이 주효하여 강성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쏟아져 나오고, 이재명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단결된 보수 유권자들이 ‘강력한 보수’를 선택한다면, 당은 한동훈 없이도 장동혁 중심의 새로운 주류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산업화’와 ‘건국’을 강조하는 역사 전쟁 프레임을 걸고 있는데, 이는 중도층에게는 해묵은 이념 논쟁에 불과해 외연 확장성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정책적 유능함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오히려 이혜훈 후보자를 지목하는 등 “소모적인 비난을 멈추고 협력하라”며 실용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정책적 주도권을 쥐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6. 결론 - 찌질한 싸움의 대가
국민의힘은 지금 자신들의 정당 역사상 가장 찌질한 싸움에 빠져 있다. 당원 게시판 게시글과 댓글을 둘러싼 이 싸움은 국가적 비전도, 정책적 노선도 아닌, 개인적 감정과 권력 투쟁의 산물에 불과하다.
어쩌면 두 사람의 싸움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몰락해 가는 극우 내란 정당과 가장 어울리는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열심히들 싸우시라. 관전하는 우리는 재밌으니까.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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