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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일본 정국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중의원(우리로 치면 ‘국회’)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 인해, 일본 중의원은 다가오는 2월 8일 총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연합뉴스 총해산.PNG

지난 1월 23일 자 기사

출처-<연합뉴스> 링크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해산 총선거는 없다고 못을 박았던 다카이치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건지, 최측근들과 비밀리에 계획해 왔던 걸 터트린 건지 분명하지 않지만, 많은 중의원 의원과 유권자들은 “왜 지금?” 이란 느낌이다.

  

다카이치가 해산을 선언한 시점은 (다가오는 4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다카이치 정부가 집행할) 예산안을 심의할 의회(일본은 양원제로 참의원, 중의원)가 개원하는 시점이었다.  

 

이번 총선거에서는 그간의 일본 정치 구도와는 확연히 다른 변화도 같이 발생했다.

 

‘26년간 자민당과 연합을 해왔던 공명당이 자민당과 이별하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하여 자민당과 맞붙게 되었다.’ 

 

작년 10월 다카이치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꾸렸던 공명당이 이제는 자민당의 적이 되어 싸우는 형국이다.

 

중도연합 발표.jpg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좌)와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가

지난 1월 16일

신당 '중도개혁 연합'을 발표하고 있다.

 

 

자민당의 구세주 다카이치

 

자민당은 2012년 12월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에 빼앗겼던 정권을 탈환한 이후 아베 1강 체제로 7년 8개월에 걸친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그 후 스가-기시다-이시바로 정권이 이어졌으나, 아베 사망 이후 불거진 정치 비자금 문제와 통일교와의 유착 문제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통일교1.jpg

통일교2.jpg

 

거기에 엔저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의 감소 등으로 서민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지리멸렬하며, 최근 몇 년간 선거에서 계속 패배를 하며 장기 집권 체제의 붕괴가 다가오던 자민당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국민적 인기가 높은 다카이치 사나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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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다카이치의 높은 지지율

 

다카이치 내각은 정권 발족부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젊은 층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기존의 자민당이 실버 데모크라시(노인들의 지지)에 의존하며 정권을 연명해 온 것을 생각하면, 이토록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현상은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달 정기적으로 내각 지지율을 조사 공표하고 있는 NHK의 1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에 비해 2%p 떨어진 62%. ‘지지하지 않는다’는 2%p 상승하여 21%였다. 12월에 비해 2%p 하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60%가 넘는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지율 기사.PNG

출처-<뉴스1> 링크

 

연령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18~39세가 78%, 40대가 76%, 50대가 73%로 종전의 자민당 정권 지지 성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7월의 참의원 선거 투표 결과를 보면, 보수의 국민민주당과 극우적 성향의 참정당 득표율이 10대부터 40대까지 전부 자민당을 상회하고 있었다. 50대에 이르러 두 정당보다 자민당이 겨우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즉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지지로 자민당 정권이 유지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선거 결과였다.

 

참정당.PNG

2025년 7월 22일 자 기사

출처-<JTBC> 링크

 

그러나 지금의 추세를 보면 10대부터 50대까지가 70% 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60대 63%, 70대 55%, 80대 이상 52% 모든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과반을 넘기고 있는데, 젊은 층에 비해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튼 정권 발족 3개월이 지나는 다카이치 정권이 여전히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나 젊은 층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특이한 현상이 이어진다. 이런 우호적인 여론에 힘입어 다카이치는 예산 심의라는 중대한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해산 총선거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다카이치의 큰 도박

 

국가 1년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1월 정기 국회를 뒷전으로 미루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다카이치 본인도 정치생명을 건 도박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회 의석수의 불안정한 상태를 일거에 타파하고, 자민당 단독 과반수를 노리는 큰 모험이자 도박에 올인하는 것이다.

 

다카이치가 예산 국회를 내팽개치고 해산 총선거를 밀어붙이는 배짱도 놀랍지만, 이에 대항하는 입헌민주당이 공명당과 합당을 하여 ‘중도개혁연합’ 라는 신당을 창당하여 선거에 임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왜냐. 그동안 야당은 자민당에 맞서기 위해 선거 협력을 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두 정당이 정식으로 합당을 하여 신당을 창당하면서 자민당과 맞선 적은 없다. 그런만큼 반 자민당 진영에서는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는 듯하다. 

 

그동안 무풍지대와 같았던 일본 정치판 지각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 흔들림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와 일본이라는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킬지, 늘 있어온 일상적인 조수에 불과할지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게 솔직한 답변이다.

 

예측도 조금 들어가긴 하겠지만, 본 기사에서는 결과 예측보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이 무엇이며, 선거 결과가 어떠냐에 따라 향후 일본 정국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총선거 가두 유세.PNG

총선거 거리 유세에 나선 다카이치 일본 총리

 

 

다카이치의 혼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을 인수했다. 이시바 정권에서 치른 2024년 10월의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참패했고, 2025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양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큰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가 정권을 인수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26년간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해 온 공명당까지 이탈했다. 다카이치가 설상가상으로 곤경에 처하게 된 상황이었다. 

 

공명당 다카이치.jpg

공명당과 연립정권이 깨지기 전

다카이치 신임 자민당 총재와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의

마지막 회담 모습

출처-<AP>

 

정권 출범부터 국정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다카이치는 급하게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고 연립 정권의 형식으로 정권을 출범했다. 하지만 일본유신회와 손잡게 되었다고 하여 정권이 안정을 얻은 건 아니었다. 일본유신회의 중의원・참의원의 의석을 더해도 여전히 양원에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카이치 일본유신회.PNG

연정 협정에 서명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여 보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국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혼네(속내)가 작동하였을 것이다. 비록 참의원도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중의원 과반수 확보는 정권의 명운을 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때 선거를 치러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고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해산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여 의석수를 늘리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국정 운영이 가능함을 물론이고,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 확보되는 셈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하게 되면, 단명 정권으로 막을 내려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지지도 않았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현상 유지에 그치게 되더라도 다카이치의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오로지 압승이나 큰 승리만이 다카이치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해산 총선거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정치생명을 건 큰 도박이다.

 

 

선거전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다카이치의 돌발적인 해산 총선거로 인해 가장 곤란에 처한 것은 야당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일본의 정치 환경에서는 상식이다.

 

법적으로 중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4년을 채우고 선거를 치른 건 전후 총 28번의 선거 중 1976년 딱 한 번밖에 없을 정도다. 평균 2년이나 3년째 해산 총선거를 실시해왔기 때문에 중의원은 언제 어느 때든 바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상태로 의정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일본에선 상식이다. 

 

현재 야당이 입을 모아 갑작스런 해산 총선거에 비난 일변도의 공격을 퍼붓는 것은, 선거의 준비 부족이라기보다 선거 전략의 하나로 봐야 한다. 즉, 예산을 심의 의결해야 하는 중요한 국회 일정을 내팽개치고 해산 총선거를 실시해야 할 만큼의 대의명분이 빈약함을 공격하여 득을 취하려는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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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하는

중도개혁연합의 사이토 데쓰오(좌),

노다 요시히코(우) 공동대표

 

게다가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이번 선거를 맞아 ‘중도개혁연합’이라는 신당을 창당했다. 언제부터 입헌민주당이 이렇게 선거에 능동적이고 재빠른 대응을 했던 적이 있었는지 적잖이 놀랍다. 

 

1. 자민당이 다카이치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할 것인가 

 

2. 중도개혁연합 신당의 돌풍으로 기존 자민당을 제압하고,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여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인가

 

3.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결과로 막을 내려 선거 후의 합종연횡과 연대 등으로 정국이 한층 복잡하게 꼬일 것인가

 

이 경우의 수 중에 결과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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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가 아베 내각의 총무상 시절,

아베와 다카이치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아베의 정치노선과 수법을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아베 전 수상이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거에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임 중 중의원 해산을 두 번이나 실시하여 재미를 톡톡히 봤던 전례가 있다. 

 

아베의 정치 수법을 지근 거리에서 보고 배워 온 다카이치는 나도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인기가 절정일 때의 찬스를 놓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디어의 보도나 실제 느낌을 종합하여 보건대, 이번 해산 총선거는 생각보다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이 보인다. 과연 다카이치 수상의 높은 지지율이 이런 제반 과제와 장애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을까?

 

어떤 난관이 있는지는 다음 기사에서 알아보겠다. 

 

<계속>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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