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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지상목표’는 무엇인가

 

군인에게 지상목표는 바로 ‘진급’이다. 물론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애국 같은 지고지순한 목표를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려는 건 생활인으로서 군인의 목표다. 현실적으로 군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목표는 ‘진급’이다. 진급의 출발선은 의외로 일찍 시작된다. 바로 병과(주특기) 선택이다. 

 

이해하기 쉽게 가장 단순한 예로 보병, 포병, 기갑만 놓고 보자.

 

이 중 가장 병력이 많은 병과는 어딜까? 누가 봐도 보병이다. 총 한 자루만 던져주면 되기 때문이다. 포병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 환경 때문에 화력이 이른바 ‘몰빵’ 된 것이지 다른 나라 어딜 봐도 포병이 이렇게나 많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포병 숫자가 좀 되지만, 그래도 보병보다는 적다. 기갑은 말할 것도 없다. 숫자 자체가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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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링크)

 

이 차이는 그대로 보직 수의 차이로 이어진다. 보병 중대장과 포병 포대장, 전차 중대장을 놓고 보면 보병 중대장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포대장, 전차 중대장 순이다. 왜? 기갑은 애초에 숫자가 적다. 병과의 규모가 곧 보직의 숫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위다. 부대 숫자가 적은 병과일수록 위로 올라갈 자리는 빠르게 부족해진다. 진급 적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즉, 병과 선택부터가 진급 난이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야전에 나가서도 장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보직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평균적인 야전 사단을 기준으로 보자. 소위가 한 명 전입해 온다. 이 소위가 군에 뜻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역시 보직 관리다. 

 

우선 소대장을 1년 정도 수행한다. 어지간한 사고만 치지 않으면 중위 진급은 거의 자동이다. 여기서 엘리트로 눈에 띄어 사단장 전속부관이 된다면, 바로 꽃길이다. 육사 출신들에게 이런 케이스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연대로 올라가 참모를 한 번 하고, OAC(고급 군사교육반: 초급장교를 중대장으로 교육시키는 것)를 수료한 뒤 대대 참모를 하거나 1차 중대장을 맡는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대위를 단다.

 

이후에는 2차 중대장을 맡거나 연대 참모를 오르내리며 소령으로 진급하고, 육군대학에 들어간다. 이게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진급 루트다.

 

장교들은 보통 2년 주기로 보직을 변경한다. 이때마다 자신의 진급 루트에 맞는, 선망하는 보직을 노리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지만, 보직이 곧 진급의 지름길이다. 일반적으로 지휘관이나 참모를 전후방으로 퐁당퐁당 번갈아 가며 자력표를 채워나간다. 그런데 여기에 육사 출신들의 필살기가 들어간다. 바로 ‘위탁교육’이다. 

 

 

진급을 가르는 숨은 분기점 “위탁교육”

 

매년 6월쯤이면 군 위탁교육 선발 공고가 올라온다. 국내 위탁, 국외 위탁으로 나뉘고, 국외 위탁은 다시 영어권과 비영어권이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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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법령정보센터, 링크)

 

국내 위탁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군의관 양성을 위한 의대 위탁, 국방대학을 포함한 국내 대학의 석박사 과정, 제2외국어 학사 과정 등 듣기만 해도 군침 도는 코스들이 즐비한다. 하지만 위탁교육의 꽃은 역시 해외 위탁이다. 해외 위탁에 선발되면 1년에서 길게는 1년 반 이상 해외 교육기관에 파견돼 공부하는 것이다. 이 경력은 이후 진급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국회 국방위 강선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선발된 해외 위탁 교육생 513명 중 408명이 사관학교 출신이다. 전체 교육생의 약 80%가 사관학교 출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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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의 국방부, 현 위치는? : 육사 카르텔의 핵심과 개혁의 딜레마

(딴지일보, 링크)

 

툭 까놓고 말해서 비사 출신이 선발되는 경우는 “압도적으로 우수해서”라기보다, 마땅한 사관학교 출신이 없어서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비아냥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이 위탁교육이 이후의 진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는, 사례 하나만 떠올려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소령으로 진급했거나 소령(진) 상태에서 주미 파견장교에 선발됐다고 치자. 미국 합동참모 대학에서 교육받았다면, 이 사람은 이후 합참이나 연합사 쪽 루트를 밟고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병 주특기를 가진 장교가 미국 대학의 토목공학 과정 위탁교육을 다녀왔다면, 이후 진로는 공병학교나 공병 여단 쪽에서 자리 잡게 될 확률이 높다. 

 

해외 위탁교육으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은 상당히 많다. 여기서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 던져보자. 미국 합동참모 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자원과, 국내에만 근무한 자원 중 누굴 연합사로 보내겠는가. 

 

문제는 이 위탁교육의 기회가 사관학교 출신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늘 반복되는 말들이 있다.

 

“뽑아보니 육사더라. 걔들이 우수해서 그래.”

“자격요건을 보면, 육사 말고 구하기 힘들어.”

 

육사 생도가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애초에 성적 상위권 자원들을 선발해 4년 동안 집중 투자한 인재들이다. 타 출신보다 평균적인 역량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들이 보직과 위탁교육에서 비육사 출신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장기 자원이라는 혜택(?)

둘째, 보직 관리에서의 구조적 유리함

셋째, ‘육사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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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배운 지혜와 경험으로 위국헌신하겠습니다!

(육사신보, 링크)

 

 

장기 자원이라는 출발선의 차이

 

우선 장기 자원부터 이야기해 봐야 한다. 해외 위탁교육을 포함해 각종 위탁교육을 신청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조건이 장기 자원 여부이다. 애초 지원 단계에서부터 장기 자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비사 출신 장교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장기 자원 문제다. 육사는 출발부터 장기 자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관학교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일단 장기 자원이라는 1차 허들을 아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비사 출신들은 순서가 다르다. 먼저 장기 자원이 되어야 하고, 그다음에야 위탁교육에 도전할 수 있다. 보직이나 진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위탁교육이 필요한데, 위탁교육을 받으려면 장기 자원이어야 한다.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해야 할까.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물론 군도 할 말은 있다.

 

“오래 쓸 인재를 뽑아서 교육시켜야 하는데, 단기 복무 자원을 데려다가 위탁교육을 시키는 건 낭비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도 연수나 교육을 보낼 때, 

 

“교육받고 오면 5년간 근속해야 한다.”

 

같은 조건을 붙인다. 기껏 교육 시켜놨더니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퇴사해 버리면, 조직으로서는 큰 손해 아닌가? 군도 마찬가지다. 해외까지 보내 놓고 돌아오자마자 전역해 버리면, 그건 분명 손해다. 그래서 위탁교육에는 의무복무 기한이 붙는다. 

 

위탁교육 선발 시 장기 자원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결과다. 이 구조 속에서 비사 출신들이 보직과 진급에서 불이익(?!)받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세가 출신의 자제들이 어린 시절부터 온갖 영약을 다 먹고 내공을 쌓아 절정 고수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군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계급이 나뉘어 있다.”

 

보직 관리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장교에게 있어 자력표 상의 보직 관리는 진급의 핵심 과제다. 지휘관 한 번 하고, 다음엔 참모로 갔다가, 참모 다음에는 고급 군사반(소령급 장교를 선별해 중·대령 진급을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핵심 교육과정) 교육을 다녀오고, 다시 또 다른 참모를 거쳐 지휘관으로 나가는 이 흐름. 이는 개인의 성실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맥과 정보,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

 

보직을 맡을 때 전임자의 보직 기한도 생각해야 하고, 위탁교육을 신청할 때는 그동안의 근무평정도 반영되기 때문에 지휘관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일찌감치 장기 자원으로 분류된 육사 출신들은 자신의 보직과 진급 계획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설계할 수 있다.

 

보직 관리에서 또 하나의 차이는 정보 접근성이다. 선후배 사이에서 공유되는 보이지 않는 정보와 지원이 있다. 예컨대 육군대학을 다녀온 소령이라면, 일반 야전부대에서 대대 작전 과장을 맡는 것이 보직 관리의 첫 단추다. 이후 연대 참모로 이동해 정보나 작전 등 핵심 보직을 가는 게 진급 루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전임자의 보직 기한, 자신의 보직 기한, 인사 일정 등 고려할 게 많다. 이런 정보를 확보하고, 인사 결정권자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육사 출신들은 알게 모르게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야전부대에서의 진급 루트는 건 뻔하기 때문에 근무 중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의 자력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중 하나가 ‘육사 보직’이다. 

 

 

누가 앉느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나왔음에도, 알게 모르게 민간 국방장관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군 내부에 그들만의 불문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습법이라고 해야 할까. 보직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이 자리는 원래 육사 자리다.”

 

라는 자리가 분명히 있다. 합참 과장급 자리들이 바로 그것이다. 합참 과장급은 기본적으로 대령급인데, 정보나 작전 보직에서 빡세게 고생한 다음 바로 장성으로 진급한다. 합참 작전 과장, 작전처장, 작전부장, 작전본부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육사 출신의 진급으로 인식이 굳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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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직에 ‘육사 출신’…인사 공정성 논란

(YTN, 링크)

 

야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제1군단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육사 출신이 맡아왔고, 수방사 제1경비단장 역시 ‘육사 자리’로 여겨져 왔다. 이런 맥락에서 12·3 계엄을 막아낸 조성현 대령이 학군 출신인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응, 이건 육사 자리야. 비사 출신들은 오지 마.”

 

어떤 자리에 육사 출신이 가기 때문에 진급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런 전제가 깔려있다. 육사가 원래 더 능력이 있어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말은 하지 말자. 전통과 불문율이라는 개념이 작동할 정도로, 육사 출신만 앉는 자리들이다. 

 

“보직이 곧 진급이다.”

 

말 그대로 좋은 보직은 곧 진급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육사 출신만 앉는 보직들은 불문율처럼 존재해 왔고, 세대를 거치며 다시 육사에게 또 육사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핵심은 육사 출신들이 독점해 온 그들만의 보직과 위탁교육에 있다. 장기 자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좋은 교육 기회를 얻고, 그 교육을 통해서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며, 그 보직을 발판 삼아 진급하는 순환 구조. 이것이 육사 카르텔의 핵심이다. 이 과정은 문제의식 없이 반복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치르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이후의 모든 혜택이 몰빵 되는 구조는, 결국 부모의 소득과 자산에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것을 이미 통계로 확인한 지 오래다. 이런 ‘몰빵’ 구조가 낳은 폐쇄성과 불신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냐마는 이번 기회에 사관학교의 순혈주의를 조금이라도 없애겠다면, 그들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보는 보직과 교육의 기회를 보다 열린 구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 열린 구조 속에서야말로, 정말로 똑똑하고 지혜로운, 군인다운 군인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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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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