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간 ‘10차례’… 이재명 ‘부동산 승부’
(뉴스토마토, 링크)
이재명 대통령은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단 나흘 동안 9개의 부동산 관련 게시물을 X(구 트위터)에 올렸다. 하루 평균 두 건이 넘는 빈도도 이례적이지만 전반적으로 표현이 ‘세다’는 것 또한 그렇다. 이재명 성남 시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SNS에서 이 정도는 특별히 세다고 말할 것도 없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통령의 SNS에서는 다르다. 여당의 대선 후보와 야당의 당대표를 거쳐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정치인 이재명의 말과 글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그냥’ 일리 없다. 이유가 분명, 있다.
왜 지금 부동산인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로 종료된다. 주택 매매 차익을 세금으로 거두는 양도소득세(양도세)에서 2주택자에게는 기본 세율의 2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기본 세율의 30%의 가산세율이 붙는 것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다주택자가 매매 차익으로 거두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투기적 부동산 ‘수집’을 차단함으로써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고 집값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양도세 과세표준 최고 구간의 기본세율 45%를 기준으로 하면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매매 차익의 75%를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 양도세의 10%인 7.5%를 지방소득세로 다시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총 세율은 82.5%가 된다.
그런데 지난 4년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이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구실 삼아 유예 기간을 야금야금 연장해 온 탓이다. 참새들도 다 알아채고 무시하는 허수아비였다.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어느 쪽으로든 신호를 줘야 했다. 특히나 더 이상 유예하지 않고 양도세 중과를 재개하는 결정일수록 미리 시장에 알려서 급매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아야 했다.

“마지막 비상구”…양도세 중과 부활 D-100 대응 전략
(이투데이, 링크)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선언으로 인해 부동산 이슈가 전면에 드러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불가피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며칠간 SNS에 쏟아낸 말들을 보면 시기적으로 불가피했던 것을 넘어 이참에 제대로 잡고 가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왜 전선을 SNS에 폈는가
부동산이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연일 부동산 문제에 강경한 메시지를 SNS를 통해 내고 있다. 지금은 시장을 향해 정부의 ‘메시지’를 던지는 시기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외환이든 모든 시장은 현재의 수요-공급과 함께 미래의 수요-공급에 대한 예측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현시점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도 조만간 공급 과잉이 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면 가격은 당장 떨어질 수 있다. 예측은 대부분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이루어지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가 예측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내(정부)가 진짜 못할 것 같아?’를 외치고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부동산 투기 해결과 집값 안정화에 대한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만 목적이 있지 않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과 ‘이번 정부라고 뭐가 다르겠어?’라는 의심이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시장에 팽배했다.
지금까지 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메시지는 정책 예고가 아니라 엄포에 가깝다. 내 말 안 믿고 끝까지 버티면 진짜 치겠다는 경고이자 굳이 버티고 싸워서 다 같이 피해 보지 말고 적당히 퇴로를 줄 때 나가라는 회유다.

“퇴로 막혔다? 대비 안한 다주택자 책임”…이 대통령, 연일 경고
(연합뉴스TV, 링크)
여전히 시장은 대통령이 블러핑을 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블러핑이라면 끝까지 버텨야 이기는 치킨 게임이지만 대통령은 SNS에서 과거의 계곡 정비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간 자신이 걸어온 정치인, 행정가로서의 행적을 자산으로 걸고 맞서겠다는 뜻이다. 임기를 채 1년도 보내지 않은 대통령이, 아직 4년 넘게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대통령이 이 정도를 걸고 벌써부터 ‘뻥카’를 치기는 어렵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떤 종류의 시장이든 개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SNS를 꺼내 든 건, 그런 종류의 메시지를 가장 즉각적이고 파괴력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수단이어서다.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인데 괜찮을까
일반적으로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 정부는 집값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려는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집값이 꺾이면 소수의 다주택자는 물론 한 채라도 집 있는 사람들은 자산 가치가 떨어져 이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내 집이 없는 사람들, 전세 세입자 중 일부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금 보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집값을 잡으려는 노력 그 자체에 표심이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특히나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틀어쥐면서 집값을 누르려 하면 당장 주택 거래량 자체가 줄고 돈 빌리기가 어려워져서 ‘내 집 마련의 꿈’도 함께 멀어진다. 그러면서 집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정부여당에 반감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
이 모든 있는 우려 없는 우려, 진짜 악재와 만들어낸 악재를 수구 언론이 앞장서 증폭시켜 여론을 악화시킨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를 향한 언론의 부동산 공격은 ‘가불기(가드불가기술)’였다. 집값을 잡으려 들면 온갖 악재를 만들어 공격하고 못 잡으면 실패했다고 공격한다.

(퀘이사존, 링크)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이재명 대통령은 말했다. 누군가는 ‘그 누구보다 표 계산을 잘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도 한다. 표 계산까지는 몰라도 철저히 계산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정책과 규제보다는 메시지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은 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그마저도 버티고 맞설 경우에 한 해 ‘다주택자 보유세’를 가능성 수준에서 언급하는 게 현재로서는 전부다. 그조차 대상을 다주택자로 한정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똘똘한 집 한 채로 내 집 마련하겠다는 수요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안정화를 꾀할 때 사용하는 돈줄을 죄는 방식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메시지를 아무리 던져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그땐 액션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블러핑으로 여겨지지 않는 강력한 메시지로 과열된 분위기를 꺾고 가라앉히는 게 최선이다.
이재명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선언을 통해 다주택자가 틀어쥔 물량을 시장에 풀게 하여 이들의 매물이 곧 단기 공급 확대가 되게 하는 한편, 서울과 수도권 노른자 땅에 6만 호 공급 계획까지 최근에 내놓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판이 전혀 즉흥적이지 않은, 이미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은 여러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즐겨 사용해 온 나름 선거 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이지만 외려 부동산 과열을 자극하기도 했는데, 이번 6만 호 공급은 청년과 신혼부부 중심으로 타겟을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추가 공급이 또 다른 투기의 수단이 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부동산 이슈를 다루면서 빼놓지 않은 것이 언론을 향한 메시지다. ‘정론직필은 못하더라도 망국적 부동산 투기 두둔이라도 하지 말라’는 정말로 센 말이다. 대통령이 언론 보도에 이렇게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간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지점들에서 발목을 잡혔는지 돌아보면 언론 대응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를 수 없다.

이재명 “망국적 부동산 투기 반드시 잡는다”… 다주택자에 재차 경고
(아시아투데이, 링크)
그러면 이제 진짜 표 계산을 해보자.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자산 감소를 우려한 주택 보유자의 표심이 돌아설 우려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대통령이 SNS에서 인용했듯 대한민국 국민은 부동산이 아닌 주식을 가장 유망한 투자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5,000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 자산의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집값을 진짜 안정시키려는 죄(?)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선거를 넉 달 앞두고 부동산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표가 떨어져 나간다고 치자. 현재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와 여야 정당 지지율, 그리고 지금 국힘이 하는 꼴을 봤을 때 도대체 얼마나 많은 표가 떨어져 나가야 당락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가 될까. 정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다면 작은 쟁점으로도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데 지금 국민의힘이라는 제1야당은 여전히 극우와 결별은커녕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데다 다 망한 집구석의 갈라진 마지막 기둥뿌리 하나 차지하겠다고 동네 창피한 집안싸움을 그치지도 않는 꼴이다. 눈앞의 선거 때문에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지금이다. 이건 기회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링크)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부동산 문제는 늘 민주당 정부의 발목을 잡아 왔다. 그것을 넘어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을 존망의 기로에 세우고 있다. 청년 문제,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소멸 문제의 핵심 원인에 부동산이 있다. 대통령이 망국적 부동산 투기라고 괜히 말한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유독 부동산 문제만큼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수요를 인정하면서 다주택자가 틀어쥔 물량을 풀게 하고 공급 대책을 내놓는 것만으로 과연 집값은 잡힐 것인가.
내 집 마련의 꿈을 꺾지 않고도 부동산 불패 신화의 막을 내릴 수 있을까.
버블을 터뜨리지 않고도 이 싸움을 이길 수 있을까.
여전히,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대로 가면 반드시 터진다.
다행히도 타이밍이 썩 괜찮다.
의지는 그 어떤 정부보다 강력하다. 전 정부의 오답 노트도 나름 충실하게 본 것 같다. 심지어 야당조차 저도 모르는 채 힘껏 돕고 있지 않나.
추신: 다음주는 개인사정으로 휴재입니다.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꾸벅.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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