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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징계 내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징계 내전이 시작됐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국민의힘 집안싸움은 꼭 챙겨야 한다. 왜냐. 재밌으니까.

 

한 주 동안 한동훈과 장동혁의 좁쌀 대전은 치킨 게임으로 진화했다. 배현진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시당에서 장동혁계 보수 유튜버 고성국을 징계하자, 중앙당은 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 징계로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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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링크)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진짜 배신자인지 가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중이다. 그런데 배신자를 색출하면 이 싸움이 끝날까? 천만에. 누가 이기든 또 다른 등에 칼이 꽂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자체가 배신자의 땅이 됐기 때문이다.

 

 

2. 토양 자체가 썩었다

 

지금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전원 배신 경험자다. 한동훈은 윤석열을, 장동혁은 한동훈을, 배현진은 홍준표와 윤석열을 각각 배신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양향자와 조광한은 민주당 출신이고, 인재영입위원장 조정훈은 민주 진영에서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던 인물이다. 곁다리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극우 유튜버 고성국은 한때 진보 인사로 분류되던 정치평론가였다.

 

정리하자면, 배신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요 인사 전원이 배신자다. 바보 같은 아이러니다. 싸우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그들은 배신자를 척결한다며 싸워왔지만, 정작 자신들이 밟고 선 땅 자체가 배신의 토양이 되어버렸다.

 

국민의힘은 이제 배신자만 살아남는 생태계가 됐다. 애초에 정상적인 인재가 갈 리 없지만, 설령 정상적인 씨앗을 심는다 해도 기회주의자가 자라난다. 원칙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줄타기만 무성하다. 그리고 기회주의자들끼리 서로를 배신자라 부르며 물고 뜯는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3. 배신의 땅이 된 세 가지 이유

 

첫째, 용병 정치와 내부 인재 고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내부에서 이견을 제시하거나 기득권을 위협하는 인사를 배척해 왔다. 성장의 싹을 잘라낸 결과, 내부 인재는 고갈됐다. 그래서 인지도 높은 인물을 ‘떴다방’ 식으로 데려와 선거를 치르는 게 관행이 됐다.

 

지난 대선 때는 김문수 후보로 기껏 경선을 끝내놓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추대하자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황교안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영입해 정당을 이끌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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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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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링크)

 

갑자기 낙하산으로 들어온 외부 인사들이 주류가 되고, 평생 당을 지켜온 사람들은 뒤로 밀린다. 오랫동안 국민의힘에 헌신해도 기회는 오지 않는데, 용병으로 온 이들이 당을 장악한다. 밀려난 이들의 박탈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용병 정치로 연명하는 시스템 속에서 당내에는 허탈감과 박탈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헌신하는 사람을 떠나게 만들고, 권력의 향방에 따라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 기회주의자만 남게 했다. 보이지 않는 배신의 문화가 당 내부에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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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링크)

 

둘째, 박근혜 탄핵 이후 생긴 배신자 트라우마와 순혈주의

 

2016년 박근혜 탄핵은 새누리당 지지층, 특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병적인 공포를 남겼다. 그로 인해 ‘내부 분열이 정권을 빼앗겼다’라는 트라우마와 결벽증적 순혈주의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당내의 합리적 비판이나 대통령과의 건강한 차별화 시도조차 ‘제2의 유승민’ 혹은 ‘정권 찬탈의 부역 행위’로 간주되는 폐쇄적 문화가 만들어졌다. 곪아 있던 당 문화에 윤석열 내란 사태까지 겹치며 박근혜 탄핵 때보다 더 복잡하고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박근혜 탄핵이 ‘무능과 부패’의 문제라면, 윤석열 탄핵은 헌법 파괴와 우리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실존적 문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실패 이후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12월 14일 표결 결과, 108명 중 85명이 반대, 찬성은 12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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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링크)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62명이 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이는 의원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면 정치생명이 끝난다. 의원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소신보다 생존을 택한다. 그리고 그 생존의 방식은 권력자에게 충성하고, 계파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셋째, 저질스러운 충성 경쟁 문화

 

현재 국민의힘은 가치나 이념은 뒷전이고, 권력에 누가 더 잘 충성하느냐에 따라 보상받는 구조다. 가뜩이나 비전과 철학이 부재한 당인데, 김건희와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훨씬 더 저질스럽게 만들었다.

 

김성훈 경호처장이 V0 김건희를 위해 했다는 작살 쇼, 생일 축하, 삼행시. 이런 걸 즐기며 좋아했던 대통령 부부다. 국민의힘 당내에서 이들에게 잘 보여 출세한 사람들이 어떤 충성 경쟁을 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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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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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링크)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 배신의 기준은 당 강령이나 보수 가치가 아니라, 당시 권력을 쥔 대통령과의 관계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배신자가 되는 일이 반복된다. 장동혁 대표나 배현진 의원처럼 정치적 생존을 위해 계파를 이동하는 행위가 빈번하고, 이를 지켜보는 반대파는 이를 ‘변절’로 공격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충성의 대상이 가치가 아니라 권력이기 때문에, 권력이 바뀌면 충성의 대상도 바뀐다. 그때마다 새로운 배신자가 탄생한다. 홍준표에게 충성했던 배현진은 윤석열에게, 다시 한동훈에게 충성했다. 윤석열에게 충성했던 한동훈은 윤석열과 김건희를 배신했다. 한동훈에게 충성했던 장동혁은 윤석열에게 충성하며 한동훈을 제명했다.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자리에 ‘차별화’와 ‘배신’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취급된다. 정치인들은 소신보다 줄서기에 매몰되거나, 극단적인 팬덤 여론에 휘둘린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이 배신자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4. 썩은 토양의 메커니즘

 

국민의힘은 이제 배신자 생산 공장 그 자체다. 아무리 정상적인 씨앗을 심어도 기회주의자가 자라난다. 자정 능력은 이미 상실됐다. 내부 비판은 배신이고, 합리적 반성도 배신이며, 정책 토론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는 것은 맹목적 충성과 파벌 싸움뿐이다.

 

고성국 같은 극우 유튜버들이 당원들의 감정을 자극하여 정치적 금기를 설정하고, 불과 1년 전까지 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전한길 같은 자가 나타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면접을 본다. 당 대표급 정치인들은 전한길에게 달려가 잘 봐달라고 말한다. 그것은 전한길과 같은 유튜버들이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특정 종교 세력과 쉽게 결탁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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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링크)

 

배신자를 척결할수록 배신자만 남는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아이러니다. 중도층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서 본능적으로 썩은 냄새를 맡는다. 국민의힘의 좁쌀 대전은 계속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시스템적으로 글러 먹었다. 한동훈을 제명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다음 배신자가 나올 것이다. 장동혁을 끌어내리면? 또 다른 기회주의자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배현진을 제명하면? 고성국을 제명하면? 어차피 다 마찬가지다. 이것이 좁쌀 대전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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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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