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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에게 돈 꿔달라고 굽신거린 왕족

 

지난 1월 30일(현지 시각), 미 법무부가 엡스타인과 관련된 수사 자료, 일명 ‘엡스타인 파일’ 350만 장을 공개했다. 이 파일이 공개되자마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2028년 LA올림픽 위원장을 포함하여 할리우드 감독, 빌 게이츠 등 각종 인사들이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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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그런데 미국 외에도 엡스타인 파일 공개로 온 국민이 들썩인 지역이 또 있었다.

 

바로 ‘유럽’이었다. 

 

“이 더러운 놈들! 고귀한 척하던 유럽 왕족과 귀족들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놀았다니!”

 

 

초토화된 영국 왕실과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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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마운트배튼-윈저

출처-<AFP>

 

먼저 영국의 앤드류 왕자, 아니 앤드류 마운트배튼-윈저다. 엡스타인 스캔들로 이미 ‘왕자’ 직위를 박탈당한 앤드류에게  또 폭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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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맨 오른쪽)과

파티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

앤드류 왕자(왼쪽 두 번째).

맨 왼쪽은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다.

출처-<게티이미지>

 

왕자 시절의 앤드류가 젊은 여자 위에서 엎드린 모습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엡스타인과 앤드류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는 여성이 변호사를 선임해, 앤드류 왕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 드러난 것이다.

 

“(변호사가 보낸 메일) 내 의뢰인은 춤만 추는 걸로 알고 엡스타인 저택에 갔는데, 앤드류 왕자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 내 의뢰인은 댄서지 창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약속한 1만 달러 가운데 2,000달러밖에 받지 못했다. 당장 지불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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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린 줄 알아라, 앤드류”라고 1면 보도한 영국 신문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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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시절의

엡스타인과 앤드류의 모습이

윈저궁 성벽에 비춰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엡스타인이 앤드류에게 “젊은 여자가 있다”고 꼬시는 이메일도 나왔다.

 

“26살짜리 끝내주는 러시아 모델이랑 저녁 식사 자리 만들어볼까?”

 

“졸라 만나보고 싶은데… 빨리 날짜 알려줘! 그 여자한테 내 이메일 주소 알려줘!”

 

“내가 버킹엄 궁전 비워놓고 있을 테니까, 저녁 먹구 프라이빗한 거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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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시절

앤드류 당시 왕자(맨 왼쪽)와 함께한

제프리 엡스타인

출처-<게티이미지>

 

부창부수라고 했나. 앤드류의 아내(였고, 왕년의 왕자비였던) 사라 퍼거슨도 마찬가지였다. 엡스타인에게 아부하며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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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왕자비 시절

앤드류와 사라 퍼거슨

출처-<게티이미지>

 

“엡스타인 옵빠, 당신은 정말 끝내줘요.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언제든 불러주세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

 

“옵빠, 오늘 당장 2만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4천만 원) 갚아야 하는데, 돈 좀 빌려줄래요? 돈 꿔준 사람이 당장 돈 안 갚으면 언론사로 달려간대요. 나 어떡해용?”

 

“옵빠, 내가 비영리단체 만들었는데 폭삭 망하게 생겼거든요? 우리 단체 지분 좀 인수해 줄래요? 나한테 월급도 좀 챙겨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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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파일에서 발견된

사라 퍼거슨의 사진.

얼굴이 가려진 여성은

엡스타인 피해 여성이다.

출처-<미 법무부>

 

뿐만 아니다. 엡스타인은 앤드류 부부 자식인 베아트리스와 유지니 공녀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고, 공녀들의 비행기표 값과 여행비를 지불했다(작위가 박탈된 앤드류 부부와 달리 공녀 둘은 작위를 유지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누군가에게 이런 이메일도 받기도 했다.

 

“유지니가 음란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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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앤드류 부부와

베아트리스, 유니지 공녀

출처-<게티이미지>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분노한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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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에서 호적 파버리겠다. 윈저궁에서 당장 나가라!”라는

찰스 3세의 분노를

보도한 영국 언론

출처-<게티이미지>

 

지난해 왕족과 귀족 칭호를 빼앗겼는데도 윈저성에서 3개월째 ‘버티고 있던’ 앤드류는, 1월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자마자 결국 성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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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가 살고 있던

윈저궁 앞에서

“왕실을 폐지하라”며

시위하는 사람들

출처-<게티이미지>

 

영국에서 큰일 난 건 왕족뿐이 아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엡스타인 때문에 잘리게 생긴 판이다.

 

 

엡스타인 때문에 잘릴 판인 영국 총리

 

이전 기사(링크)에 소개한 것처럼, 지난 9월 피터 멘델슨 주미 영국 대사도 엡스타인과 놀아난 사실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멘델슨 주미 영국 대사는 전격 경질되었고, 트럼프는 당시 일정이었던 영국 국빈 방문을 완전히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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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총리(왼쪽)와 피터 멘델슨

출처-<AFP>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멜델슨에 대한 정보가 또 나왔다.

 

2008년 멘델슨이 영국 상무장관 재직 시절, 엡스타인에게 중요한 영국 경제 정책을 누출시킨 것이 드러난 것이다.

 

“엡스타인아, 이 정보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잘 써먹어라.”

 

“상무장관님, 땡큐 베리 머치. 내가 용돈 한 7만 달러쯤 보내줄까?”

 

주미 영국대사에서 경질된 후, 상원의원직만 유지하고 있던 멘델슨은 이번 3차 엡스타인 파일 공개가 된 후 상원의원직까지 사퇴했다.

 

그러나 불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멘델슨을 기용한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까지 튀었다.

 

“노동당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이다. 우리 당이 이런 인간을 쉴드 치고 있었단 말이냐. 국민들이 우리 당을 여성 학대하는 당으로 보지 않겠냐.”

 

“아랫사람에게 책임 떠넘기지 말고, 당장 총리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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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앤드류와

키어 스타머 총리 그림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

출처-<the.ink>

 

모가지 날아갈 상황에 처한 키어 스타머 총리도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말 죄송하다. 멘델슨이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줄 몰랐다. 멘델슨을 추천한 총리 비서실장을 경질했다. 경찰에게 멘델슨을 수사할 것을 지시했고,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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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멘델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영국 경찰

출처-<liberation.fr>

 

 

초토화되는 왕실과 정치인들

 

유럽에서 엡스타인의 ‘인맥’이 뻗친 곳은 영국뿐이 아니었다. 

 

노르웨이 왕세자비 메테마리트도 엡스타인과 1천 통 이상의 이메일을 교환 것이 드러났다. 메테 마리트 왕세자비는 노르웨이 왕위 계승 1순위인 호콘 왕세자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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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호콘 왕세자와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출처-<AFP>

 

엡스타인 : 내가 이번에 파리 여행 갈 건데 여자를 찾고 있어요. 추천 부탁?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 바람피우기엔 파리가 좋은 곳이죠. 그런데 스칸디나비안 여자가 아내로는 더 적합해요.

 

이메일이 드러나자, 노르웨이 사상 최초로 총리가 왕족을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왕족이 이런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니, 부적절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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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출처-<AFP>

 

벨기에 왕족도 엡스타인과 얽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로랑 왕자’였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벨기에 로랑 왕자에게 사적인 청탁을 한 내용이 있었다.

 

“내가 벨기에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 경제를 가르치고 싶은데, 기왕이면 여학생이 많은 수업으로 부탁합니다.”

 

이 내용이 공개된 후, 로랑 왕자는 이 요청을 당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두 차례 단둘이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며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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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국왕 필리프의 남동생인

로랑 왕자

출처-<AFP>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 내용 중 로랑 왕자가 직접적으로 부적절한 처사를 한 내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런 내용을 통해 엡스타인의 인맥이 세계 여러 왕족들에게까지 뻗어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엡스타인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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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 법무부>

 

유럽 정치인들이 엡스타인과 주고받은 민망한 이메일도 계속 ‘파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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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노르웨이 총리 겸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위원장

출처-<뉴욕포스트>

 

“엡스타인아, 너네 섬 가고 싶은데 내가 바빠서 못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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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국가안보보좌관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출처-<알자지라>

 

“엡스타인아, 그 여자들 끝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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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랑 전직 프랑스 문화 장관

 

본인의 딸 카롤린이 엡스타인과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엡스타인 유산에서 500만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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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르게 브렌데 다보스 포럼 총재

출처-<게티이미지>

 

엡스타인과 세 번 저녁을 먹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음. 

 

 

왕족과 엘리트들의 ‘끼리끼리’에 분노하는 Z세대들

 

유럽의 타락한 왕족 및 귀족들과, 이들에 부글부글 끓으며 분노하는 시민들.

 

이 상황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프랑스 혁명이다. 

 

자기네들끼리 담쌓고 꽁꽁 뭉쳐서 놀고 있는 왕족, 귀족들에 대항해 “다 뒤짚어엎어 버리자”를 외친 서민들의 분노다. 

 

필자는 이전 기사에서 이미 ‘엡스타인 파일’에 대해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타락한 엘리트들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무리 그래도 ‘프랑스 혁명’은 너무 앞서간 거 아니냐구? 

 

아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에서 ‘엡스타인 파일’을 두고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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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의 발단이 된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과

2025년 미국 엡스타인 시위

출처-<게티이미지>

 

“왕족들의 굳건한 성에서 밀려난 사람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있어 ‘엡스타인’ 파일은 그들의 의심을 사실로 확인해 주고 있다. 

 

돈 많은 권력자들은 범죄자들을 동정하고, 똘똘 뭉쳐서 자기네들의 이익만 지키려 하고 있구나.., 라고.

 

이것은 바로 디지털 시대의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다. 다만 프랑스 파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됐을 뿐이다.”

 

타락한 엘리트들과 늘어만 가는 빈부격차, 그리고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서민들. ’엡스타인 파일’은 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상징일 뿐이다. 그런 점을 이해해야만 미국과 유럽에서 퍼지는 ‘엡스타인 파일 신드롬’을 올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엡스타인 파일 관련 업데이트 소식이 있을 때마다 또 찾아뵙겠다.

 

 

 

추신.

 

엡스타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지난 연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본 기사에 나온 영국의 앤드류의 이전 이야기는 연재의 2, 7편에 있다.

 

 

 

엡스타인 사건 지난 연재물

    

1. MAGA마저 등 돌린 ‘엡스타인 사건’

 

2. 미국인들이 '엡스타인 사건'에

광적으로 분노하는 이유

 

3. '엡스타인 사건'이 트럼프에게 외통수인 이유

 

4. '엡스타인 사건' 관련자들이 죽고 있다

 

5. 미국이 9월을 주목하는 이유(feat.엡스타인 사건)

 

6. 돌아서기 시작한 트럼프의 충신들 :

엡스타인 사건 역풍이 불지 않은 이유

 

7. 패배를 인정한 트럼프 :

엡스타인 사건은 결국 그를 무너뜨릴까

 

8. 빌 클린턴을 총알받이 세운 트럼프

 

​​​9. 미국 엘리트들의 추악한 민낯

 

10. 추가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 :

올림픽부터 빌 게이츠까지 초토화되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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