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KBS, 링크)
장유샤(張又俠)가 숙청됐다. 그는 중국군의 실세이자, 시진핑의 오랜 친구다. 부친 세대부터 인연이 이어진, 이른바 ‘훙얼다이(紅二代)’, 즉 혁명 원로의 자녀 세대에 속한다. 북한으로 치면 ‘백두 혈통’에 해당하는 정치적 금수저가 바로 장유샤이다. 그런 그가 어쩌다 숙청된 것일까? 우선 타임라인부터 정리해 보자.
1. 1940년대 - 장유샤의 아버지 장쭝쉰(張宗遜)은 황푸군관학교 출신으로 홍군에 투신했다. 이때 동향 출신인 시중쉰(시진핑의 부친)과 함께 서북 야전군, 즉 제1야전군에서 복무했다. 공산당과 국민당이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싸운 국공내전을 같이 치르며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훗날 장쭝쉰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창군 공로자에게만 수여된 ‘개국 상장(3성 장군)’으로 추대되었다. 시중쉰은 국무원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1949년 2월 제1야전군 사령관 펑더화이(오른쪽)와 장쭝쉰(왼쪽) 부사령관
(중앙일보, 링크)
2. 1960년대 -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대혁명 시기, 시진핑과 장유샤는 류위안(류사오치의 아들)과 함께 중국 공산당을 개혁하자며 의기투합했다. 부친 세대부터 이어진 인연에 문혁이라는 고난을 공유하며 시진핑과 장유샤는 둘도 없는 형제 같은 관계가 되었다.
3. 1970년대 - 장유샤는 1976년과 1978년, 베트남과의 국경 분쟁에 참전해 실전 전투를 겪었다.
4. 2012년 - 그는 인민해방군 총 장비 부장, 즉 중국군의 무기 개발과 군수 체계를 총괄하는 핵심 직책을 맡았고, 이어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중국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최고권력기구로, 위원은 사실상 군 수뇌부에 속한다.
5. 2017년 -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 정치국은 20여 명 안팎의 최고위 지도부로 구성된 공산당 핵심 권력 기구다.
6. 2018년 -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취임.
여기까지만 보면 장유샤와 시진핑 두 사람의 관계는 돈독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버지 대부터 이어진 금수저 출신들. 공산혁명 1세대의 자녀 집단, 이른바 ‘태자당’이라는 공통점, 문혁의 고난을 함께 겪었던 사이였기에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끝까지 갈 동맹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균열은 언제 시작됐을까.
언론에서 말하는 장유샤의 쿠데타설이나 ‘비밀 편지’라며 공개된 이야기는 사실일까?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란 나라가 원체 비밀스럽고 특히 권력 핵심부의 실각이나 교체 등에 있어서는 극도로 폐쇄적이기 때문에 당장 자세한 내막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공산당에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비공식 관례가 있다. 당 대회 시점 기준 67세 이하면 유임이고, 68세 이상이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2022년 제20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를 전후해 이 ‘칠상팔하(七上八下)’를 언급하며 시진핑이 장유샤에게 은퇴를 권했는데, 장유샤가 이를 거절하면서 둘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이 20차 당 대회는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이 결정된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 장유샤가 72세였다.
“형, 이제 할 만큼 했잖아? 67세 이상은 유임이지만 68세부터는 퇴임이라는 아름다운 관습… 알지? 아름다운 은퇴!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이의 멋진 등짝을 보여줘!”
“근데 너도 지금 69세잖아. 3연임? 종신집권 하겠다는 소리잖아. 내가 하면 불륜이고 네가 하면 로맨스냐? 그리고 나 서운하다? 2018년 헌법개정에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 엎어버렸을 때! 그때 내가 네 편 들어줬잖아! 근데 이제 와서 뒤통수 치는 거야?”
결국 장유샤는 끝까지 버텼고, 언론과 서방에서는 이때부터 시진핑과 장유샤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은 실질적으로 2015년부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연합뉴스, 링크)
시진핑의 군 개혁
국제정치에서 소위 말하는 ‘평화’는 서로 간의 BOP(Balance of Power), 즉 힘의 균형에서 나온다. 현대 패권 경쟁에서 이 힘의 균형이란, 결국 ‘핵’이다.
중국의 핵전력은 2015년 12월 30일까지 〈제2포병(第二炮兵部队)〉이라는 조직이 담당했다. 이름만 보면 “두 번째 포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중국의 전략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다. 1964년 중국 최초의 핵실험이 성공한 이후, 소련 전략 로켓군을 모델로 1966년 창설됐다.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부대답게 1980년대까지 그 실체가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시진핑은 권력을 잡은 후 군 개혁에 착수했는데, 신조는 간단했다.
“싸울 수 있는 군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자!”
그는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재창설한다. 미국과 1대1로 붙으려면 핵전력에서 일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냉전 이후 미국이 핵탄두 수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 3,800기 안팎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중국은 제2포병 시절 200여기 남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핵탄두 수라는 게 국가 1급 기밀이라 알려지는 숫자는 대부분 추정치다. 그런데 로켓군 출범 이후 중국이 가열차게 핵탄두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일보, 링크)
2023년에는 400기를 넘어섰고, 2024년에는 500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 핵탄두 보관용 사일로를 대거 건설하고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도 240여 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1,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한판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당장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핵전력을 증강은 불가피했다. 핵탄두를 찍어내는 한편, 제2포병을 현대화하고 전력을 확대했다. 시진핑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겠다며 핵전력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중국의 로켓군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직접 명령이 있어야만 발사할 수 있다. 심지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역시 중앙군사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국가의 존망을 가를 무기인 만큼, 직접 칼자루를 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2022년, 이 로켓군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다.
핵은 찍어냈는데, 속은 썩어 있었다
중국의 핵무기 종류와 성능, 로켓군의 조직도와 핵심 인물에 대한 주요 정보가 미국 정보 보고서에 등장한 것이다.
“응, 너네 핵 정보, 우리가 다 가지고 있어. 우리 정보력 이 정도야. 근데 이것만 알고 있을까?”
중국의 핵 관련 최상급 정보가 미국에 유출됐다는 것. 이는 군부 핵심에 정보 제공자가 존재한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장유샤가 이 제공자로 지목된 것이다. 물론 중국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장유샤를 변절자로 보기에는 꽤 어설프다.
혁명 원로 가문 출신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최고 권력의 핵심까지 오른 인물이 뭐가 아쉬워 미국에 핵 정보를 팔아넘기겠는가. 설사 팔았다 하더라도, 미국이 장유샤에게 얼마를 제시해야 충분하겠느냔 말이다.
중국군의 뇌물 사건 ‘사이즈’를 보면, 한국이나 일본? 미국도 급(?)을 맞추기 어렵다. 우리가 얼마를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해 먹는 것이 바로 중국군이다.
“백억, 천억? 담이 작구먼. 해먹으려면 ‘조’는 되어야지!”
그렇다. 중국군은 기본 천억, 좀 잘 해 먹으면 조 단위다. 전투기 300여 대를 업그레이드한다며 후방으로 돌려놓고 기체의 알루미늄 자재를 빼돌린 사건, 미국과의 맞짱을 위해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연료로 물을 채우고, 이 ‘물’ 미사일을 보관하던 지하 격납고 사일로 덮개가 열리지 않게 해놓은 사건까지. 이 정도면 외부 공작이 아니라 내부 부패의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조선일보, 링크)
하지만 중국군 장성들을 덮어놓고 욕하기도 애매하다. 중국군은 입대와 승진에도 돈이 필요하다. 입대할 때조차 돈이 들어간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점은 중국의 독특한 정치구조에 기인한다.
공산당의 나라, 돈 없으면 별도 없다
중국은 공산당의 나라다. 약 1억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이 존재하며, 입법·사법·행정 전반을 당이 장악하고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도 당원 신분이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믿기 어렵겠지만 일반 기업까지도 마찬가지다.
2016년 기준 중국 국영기업 14만 7천 개 중 93.2%가 당 조직을 두고 있었다. 민간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바이두와 같은 대형 IT 기업에도 당 조직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민간기업의 30% 정도만 공산당 당 지부가 있었는데, 이 수치를 보고 시진핑이 대노했다고 한다.
“IT 기업들 공산당 가입률 왜 이래?”
이 한마디에 IT 기업들 서로 당 지부를 만들겠다며 너나 할 것 없이 당원 출신 인원을 뽑으려 안달이 났다. 명목상 당원 3명 이상이면 ‘당 지부(党支部)’를, 50명이면 ‘당 총지부(党总支)’를, 100명 이상이면 ‘당 위원회(党委)’를 설치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어지간한 대기업은 당 위원회를 가지고 있고, 당서기는 기업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서울신문, 링크)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다. 중국 내 기업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꽌시의 나라 중국에서 당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당원이 되는 게 꽤 어려운 일이란 점이다. 평균 경쟁률이 10대 1에서 16대 1에 이르며, 경제가 어려워진 지금 당원 가입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력서에 ‘공산당원’이라고 한 줄 넣으면 취업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입당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재수, 삼수는 기본이다. 게다가 기존 당원 2명의 추천이 있어야만 입당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시작부터 꽌시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예비 당원이라도 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 등 출신부터 따져보게 되는데 특별한 배경이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군 경력을 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군에 들어가서도 고위급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당원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뇌물을 써서라도 군에 들어가려고 한다.
중국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원 2명의 추천을 받아야만 신청서를 낼 수 있고, 이후 약 2년 동안 교육과 훈련,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입당 자격을 갖춘다. 그렇게 예비 당원이 되고, 당 지부의 심사와 당원들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표결이 끝이 아니다. 통과되더라도 상급 당 위원회의 현지 조사와 최종 승인까지 받아야 정식 당원이 된다.
군인은 이 과정에서 나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훈련 성과나 직무 수행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고, 대학 출신이라면 전문성을 내세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에 헌신한다’라는 명분까지 확보된다.

(연합뉴스, 링크)
이처럼 장황하게 당원 절차를 설명한 이유는 하나다. 중국 군대는 ‘뇌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당원으로 뽑혀야 하고, 당원이 됐더라도 승진하려면 상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됐다. 모두가 부정부패를 당연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장성 계급, 이른바 ‘별’ 한 번 달기 위해 최소 50억 원 이상을 상납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는가. 결국 어디선가 돈을 빼돌려야 하기 때문에 무기를 팔아먹거나, 미사일 연료통에 물을 채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장유샤가 숙청됐다. 그렇다면 그의 ‘반부패’ 혐의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군 내부 구조에 진짜 칼을 빼 든 것일 수도 있게 된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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