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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대승리’라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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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2026년 2월 8일,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 총선거가 치러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치러진 선거였다.

 

1. 2025년 10월 21일,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수상으로 취임

 

2. 2026년 1월 23일, 다카이치 수상이 중의원 해산을 공식 선언

 

3. 2026년 2월 8일, 중의원 선거가 다시 치러졌음. 

 

선거 날은 일요일이었다. 이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렸기에 일본 대부분 지역이 투표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투표율은 지난 2024년 10월 총선보다 2.41%p 오른 56.26%를 기록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올라갈 정도로 이번 총선에 일본 유권자의 관심이 높았나?”

 

그건 아니다.

 

그보다는 본투표에 앞서 열흘간 실시된 사전 투표가 총투표율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사전 투표를 이용한 유권자는 2,701만 6,671명으로, 과거 최대였던 2017년 선거보다 563만 명이 늘었다. 이것이 전체 투표율을 향상시킨 데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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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높은 투표율보다도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다카이치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이건 단순 압도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다. ‘역사적 대승리’라고 할 만하다.    

 

일본 언론에서는 자민당의 승리를 ‘지스베리 승리’라고 표현했다. ‘지스베리(地滑り)’라는 말은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나 토사 붕괴로 주위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다카이치 자민당이 모든 걸 다 덮어버릴 정도의 완벽한 대승리였다는 것이다.

 

사실상 1955년 자민당이 창당된 이래 가장 큰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정도다. 지금까지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단독 300석을 차지한 것은 1986년 나카소네 정권 당시 300석을 차지한 게 유일하다.

 

그러나 당시는 중의원 정원 512명 중 300석이었고, 이번에는 정원 465명 중 316석이니, 그때보다도 훨씬 큰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정원의 2/3에 해당하는 310석보다도 6석이나 더 얻은 결과다. 자민당 단독으로 말이다. 

 

얼마나 큰 승리였으면, 자민당의 비례대표 명부가 모자라 14석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정당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역사적 대승리’라고 표현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결과다.

 

21세기 들어 장기 집권을 이룩했던 수상들의 선거 결과와 비교해 봐도 명확히 차이가 난다.

 

-2005년 고이즈미 정권 : 정원 480석 중 296석 

(약 62% 의석)

 

-2012년 아베 정권 : 정원 480석 중 294석

(약 61% 의석)

 

-2014년 아베 정권 : 정원 475석 중 291석

(약 61% 의석)

 

-2026년 다카이치 정권 : 465석 중 316석

(약 68% 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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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끗!

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다카이치의 자민당은 어떻게 이토록 큰 승리를 할 수 있었었는지 살펴보기 앞서 다른 정당들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잠깐 살펴보자.

 

 

총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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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 정권을 형성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위 사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

출처-<연합뉴스>

 

자민당 : 해산 전 198석에서 118석이 늘어나 316석을 획득.

 

일본유신회 : 현재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형성한 일본유신회는 해산 전보다 2석이 더 늘어난 36석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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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출처-<로이터> 

 

국민민주당 : 일본의 보수 정당. 해산 전보다 1석이 늘어난 28석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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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에 한숨짓는

노다 요시히코(좌), 사이토 데쓰오(우) 일본 중도개혁연합 공동대표

출처-<로이터>

 

중도개혁연합 : 해산 전 제1야당이었던 입헌민주당과 다카이치 정권 탄생 전까지 26년간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꾸려왔던 공명당이 합당하며 창당한 정당으로, 해산 전보다 118석을 잃은 49석 획득. 해산 전보다 1/3 줄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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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

출처-<로이터>

 

참정당 : 극우 정당.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약진했던 참정당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도 약진했음. 해산 전 2석에서 13석이 늘어난 15석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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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미래

 

팀 미래 : 단일쟁점정당으로 신생 정당. 디지털 민주주의와 기술 혁신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 ‘팀 미래’는 첫 총선임에도 비례대표에서 11석을 획득하여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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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 도모코 일본 공산당 위원장

 

공산당 : 8석에서 4석 줄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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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타로 레이와 신센구미 대표

 

레이와 신센구미 : 8석에서 1석으로 줄었음.

 

이번 선거를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1. 자민당 단독 2/3 획득이라는 역사적 대승리

 

2. 기존 제1야당의 몰락

 

3. 보수 세력의 현상 유지(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4. 극우 정당 참정당의 약진

 

5. 21세기의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신생 정당 ‘팀 미래’의 국회 입성

 

6. 기존의 진보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과 레이와 신센구미의 패퇴

 

이는 곧, 일본 사회의 보수화 또는 우경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다카이치의 자민당은 어떻게 이토록 큰 승리를 할 수 있었었는지 본격적으로 살펴보겠다.

 

 

자민당의 대승 요인 세 가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자민당 승리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가 승리 요인이 되었다.

 

2.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총선에 맞추어 신당을 창당하며 맞섰지만, 무능했고 선거 전략에 실패했다.

 

3. 구시대의 ‘이념’ vs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 정치 구도 속에서 선거가 치러졌고, 다카이치가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 정치를 선점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가 승리 요인이 된 부분을 말하기 위해서는 ‘폐색감’이라는 말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일본의 놓여있는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로 ‘폐색감’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일본에서는 ‘헤이소쿠칸(閉塞感)’이라는 말로 자주 쓰인다. 현재의 답답한 현상이 해결되는 기미도 없고, 장래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압박감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물리적인 폐색감이 아닌 정신적・감정적인 답답함이나 희망이 없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써, 막다른 곳에 다다른 느낌이나 숨쉬기조차 힘든 답답한 상황을 나타낼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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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reepik>

 

다카이치는 헤이세이 30년을 통해 일본의 장기 불황과 정체에 많은 일본인과 일본 사회가 느끼고 답답해하고 있던 ‘폐색감’에 대해 한 줄기 희망과 기대를 부여하는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다카이치는 기존 남성중심사회인 일본 정치권에서 여성 최초로 자민당 총재가 되었으며, 일본 140년 헌정사 첫 여성 수상이 되었다. 또한 주로 세습 의원들이 판치며 위세를 떨치는 일본 정치권에서 비세습 정치인으로서 수상이 되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일본 정치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는 맞다. 이런 이미지가 일본 국민에게 각인되었고, 이로써 호감을 이끌어냈다.

 

다카이치의 이런 부분은 많은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존경과 응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다카이치는 대학교수로 재직한 경력과 방송 캐스터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명쾌한 언변과 대중과 소통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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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다카이치는 자신의 이런 캐릭터를 십분 활용했다. 그리하여 폐색감에 젖어 탈출구를 갈망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한 줄기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언설을 보여주며 지지층을 결집했고,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주변국과의 관계도 대등하게 할 말은 한다는 식의 의연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지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응도 국내적으로는 지지층 결집과 호응을 이끌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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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취임 후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국제무대에서도 의연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에서 봤을 때는 어떨지 몰라도 일본 국민에게 비춰지는 모습으로서는 그런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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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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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다카이치라는 개인 정치인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함께 다카이치 열풍이 일본을 휩쓸게 되었다. 그 결과, 다카이치 정권은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60~70%대의 지지율을 이어왔고, 다카이치는 이때 해산 총선거를 실시했다. 선거 결과는 이미 모두 알듯 그녀의 지지율이 그대로 표심으로 옮겨진 결과였다.

 

 

무력한 야당과 선거 전략의 실패 

 

두 번째 승리 요인으로는, 야당이 무력했고 선거 전략도 대실패로 이어진 점을 들 수 있다. 

 

선거 전 제1 야당의 위치를 지켜왔던 입헌민주당은 공명당과의 합당으로 신당 ‘중도개혁연합’을 창당하여 다카이치 자민당에 맞섰다. 전술했듯, 그 결과는 해산 전보다 118석이나 잃은 대참패였다. 

 

중도개혁연합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지지하는 리버럴 세력과 창가학회라는 조직의 지원을 받는 공명당이 힘을 합하며 이런 효과를 노렸다.

 

‘반 자민당 세력을 결집’

 

+

 

‘조직력 높기로 유명한 공명당 지지층까지 추가로 결집’

 

이렇게만 된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자민당과 맞설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계산이 성공한다면, 지역구는 입헌민주당 출신 의원들로, 비례대표는 공명당 출신의 의원들로 주로 채워지며 시너지 효과를 맞이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과 기대는 너무도 크게 어긋난 결과로 막을 내렸다. 

 

지역구는 289개의 선거구에서 불과 7석밖에 얻지 못했다. 중도개혁연합이 얻은 49석 중 대부분은 비례대표로 확보하게 되었다. 입헌민주당 출신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대거 낙선되었고, 공명당 출신은 전부 비례대표 상위권에 등록되어 당선된 결과였다. 

 

과거 2009년 당시 아소 다로 정권의 자민당에 대승을 거두며 전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구민주당의 계보를 이어왔던 입헌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통하여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 중도개혁연합이 49석을 차지하면서 제1야당의 위치는 유지할 수 있으나 해산 선거 전 167석에 비하면 49석은 향후 국회에서 이전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역할을 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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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권에서 제1 야당 단독으로 50석이 넘냐 아니냐는 꽤나 중요한 부분인데, 그 50석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왜냐.

 

다카이치 정권이 만일 폭주하게 되면, 이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으로서 야당은 내각불신임안 제출 권한이 있다. 그런데 이 권한을 쓰려면 중의원 5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제1야당 단독 50석 이상이냐 아니냐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런 야당이 이번 국회에서는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 의석수를 놓고 보면 야당에 의한 정부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 형국이다.  

 

야당의 무능에 대해서는 아베 1강 체제에서도 줄곧 지적되어 온 사항이지만, 이번 선거를 통하여 그 무력함이 절정에 달하였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단순한 선거 공학적인 계산에 의거하여 1+1이 아닌 3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기세 좋게 두 정당이 신당을 만들며 의기투합했으나, 다카이치 자민당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사실상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신당이 중도개혁연합은 약 40%에 무당층 유권자는 물론이고, 기존 지지자에게도 이들이 납득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비전이나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종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반복하는 형태로 기존의 지지 모체인 노조나 창가학회 같은 조직표에 기대는 낡은 수법으로 다카이치 자민당을 상대했다가 분쇄됐다.

 

요즘 일본의 선거는 정책보다도 이미지의 대결이 중시되는 경향이 강한데, 자민당이 다카이치라는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을 내세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 세대에 걸친 폭넓은 지지층 확보와 외연을 확대해 나갔다. 

 

반면, 중도개혁연합은 노년에 접어드는 두 대표가 기존의 올드 미디어에만 의존했고, 고리타분한 정책 공약과 좌도 우도 아닌 중도라는 어중간한 이념을 강조하며 선거전에 임한 것이 큰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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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개혁연합 선거 포스터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의 하나는 기존의 아날로그 선거 방식이 완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그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다카이치였다는 점이다. 

 

중도개혁연합이 구태의연하게 당의 강령 등을 PDF 문서로 발표하면서 정책 논쟁을 중시하고자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에게는 ‘낡고 칙칙하다’ ‘정부 발목만 잡는다’는 등의 네거티브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역효과를 나았다. 

 

반면, 다카이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X, 쇼츠 영상 등을 활발하게 활용하여 무슨 일이든 명쾌하고 분명하게 얘기하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렇지 않아도 폐색감에 젖어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기대하고 있는 유권자에게 기존의 고리타분한 정치에서 탈피하지 못한 신당에 대한 심판은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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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쇼츠

출처-<자민당>

 

 

사라진 정책 논쟁과 아이콘의 정치

 

세 번째 승리 요인으로는,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정책 논쟁이 시들해졌다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야당이 소비세와 유류세 폐지 또는 감세를 주장하고 나서자, 다카이치 자민당도 이에 질세라 똑같은 내용의 정책을 내세웠다. 정책으로 여야의 구분이 힘들어졌다. 

 

방위비 증강, 헌법 개정, 비핵화 3원칙, 안보법제, 원전 재가동 등 여야가 첨예하게 갈라지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각 당의 대표가 두어 번 정도 TV 정책 토론에 출연해서 토론한 게 전부였다. 이 부분이 주요 정책 논쟁으로 점화되지 않았다. 

 

또한 다카이치의 정치 수법이 매우 교묘했다. 전술했듯, 다카이치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연설이 매우 많은데, 그 구체적인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뜬구름 잡는 것처럼 희망에 찬 언설은 마구 쏟아내지만, 그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이나 계획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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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희망은 말하되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늘 비어 있거나 빈약하다. 

 

“공약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이런 선거 전략인 듯하다. 다카이치 정권 들어서 많은 공약들이 거론되고 얘기되고 있지만, 그 구체적 실현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대다수 유권자는 모른 채 투표에 임해야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로 ‘사나 카츠サナ活’ 현상이란 것도 있다. 사나 카츠란 원래 일본어의 ‘오시 카츠押し活’에서 유래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오시 카츠란 자신이 ‘밀고 싶은’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나 캐릭터 등을 다양한 형태로 응원하며 즐기는 활동을 뜻하는데, 아이돌이나 애니매 캐릭터뿐만 아니라 철도나 건조물 등을 응원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이런 오시카츠에서 유래한 것이 ‘사나 가츠’로, 사나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애칭인 ‘사나’ 와 ‘오시카츠’의 카츠를 합성한 말이다. 즉, 다카이치 사나에 수상의 애용품이나 패션을 따라 하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응원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젊은 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에서도 이런 활동이 보였다. 

 

예를 들어, 다카이치 수상이 애용하는 볼펜이 알려지자, 매상이 5배 이상 급등하기도 하고, 선거 유세 때마다 입고 다니던 흰색의 다운자캣은 인터넷에서 금방 솔드 아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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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정 정치가와 유권자의 관계를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한다. 이는 실제로 만난 적 없는 미디어 속 인물, 예를 들어 유튜버, 연예인, 캐릭터, 가상 존재에게 실제 친구처럼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일방적 관계 구조를 말한다. 일방적 관계지만 이런 사나카츠 활동을 통하여 젊은 층을 비롯한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친근감과 동일감을 느끼는 현상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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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의 

캐릭터 상품

출처-<인스타그램>

 

다카이치의 유세 현장에는 긴 행렬이 이어지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유권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과거 고이즈미 수상의 국민적 인기가 고조되었을 때와 같은 현상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데, 그때에 비해 수상이 여성이라는 점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나카츠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이즈미 수상 때의 선풍보다 열기가 뜨겁다. 

 

이러한 사나카츠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희박하던 젊은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정치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카이치 수상 자신도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면 기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사나카츠 현상 외에도 다카이치는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SNS 등 디지털 선거 전략에서 (야당과 비교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대승을 이끌어 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엑스 등의 SNS는 물론 영상의 일부만 짧게 편집하여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다카이치의 쇼츠는 무한정으로 제공되며 끊임없이 노출되었다. 

 

다카이치는 거의 전부가 긍정적인 발언이나 밝은 모습의 영상뿐인 것에 비해, 야당의 중도개혁연합은 네거티브한 영상이 주를 이루었다. 디지털 선거전에서도 철저한 완패였다. 

 

숙의나 논쟁을 통해서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정치적 프로세스 등은 소외당하고,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이미지 정치와 특정 정치인의 아이돌화가 진행되었던 선거 양상이었다. 디지털을 활용한 이미지 정치에서 야당은 다카이치에 KO패를 한 셈이다.

 

<계속> 

 

 

다음 편, 예고

 

다음 기사에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일본 정치의 문제점과 향후 일본 정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에 따라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살펴보겠다.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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