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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산 총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

 

2월 8일 진행된 해산 총선거에서는 다카이치 자민당이 압승했다는 것 외에도 짚어볼 만한 것이 있다. 

 

1. 일본 정치의 문제점

 

2. 일본 정치에서 일어난 변화

 

위 두 가지가 그것이다.

 

1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문제점 먼저 살펴보자.

 

우선, 수상의 국회 해산권의 문제이다. 수상은 헌법 제7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중의원 해산 권한을 행사하지만, 사실 수상의 권한이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당연한 듯 생각하지만, 명문화된 권한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상의 국회 해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다카이치 수상이 선언한 이번 해산 총선거 같은 경우는 명분도 약하고, 시기도 올해 정부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왜 굳이 지금?”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결과적으로 자민당의 대승리로 끝났다 보니 아무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 듯하지만, 수상의 국회 해산권에 대해서는 명확한 논거가 없는 상태에서 권력이 자의적으로 남용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현행 중의원 선거 제도이다. 중의원 선거는 소선거구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병립하는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 방식이다. 지역구 289, 비례대표 17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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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지역구 상대 득표율은 49%였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 점유율은 86%나 되었다. 실제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괴리가 너무 크다. 기시다 정권 때인 2021년 선거에서도 득표율은 이번과 비슷한 48%였으나, 의석 점유율은 65%였다. 

 

그때보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 점유율이 더 높은 이유는 11개 야당의 표 갈라먹기 현상이 자민당의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도와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된 시스템으로 인해 자민당 외 야당은 이런 기이한 결과를 받게 되었다.

 

중도개혁연합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합당하며 창당한 정당)

 

득표율 : 21.63%

의석 점유율 : 2.42%

 

국민민주당

 

득표율 : 7.51%

의석 점유율 : 2.76%

 

참정당

 

득표율 : 6.95%

의석 점유율 : 0%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 외 후보자에게 투표한 사표가 2,735만 표로 전체 총투표수의 48%에 달한다. 48%만큼이나 제대로 민의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선거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카이치 자민당이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 하여도 전 유권자의 2/3 이상이 지지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대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괴리 현상을 개선하지 않고는 올바른 민의의 반영이라 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일본 정치에서 일어난 변화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 형태의 변화와 ‘관객 민주주의’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은 조직표, 즉 노조나 이익단체, 종교단체 또는 지역 상공회나 후원회 등 같이 전형적인 고정표로 인식되고 활동해 온 조직표의 와해가 두드러진 선거였다. 이 단체는 무조건 이 정당을 찍는다는 공식이 있었는데, 그런 공식이 와해되었다는 것이다. 자민당 지지층은 변함없이 강한 결속력이 드러난 선거였지만, 중도개혁연합의 경우는 과거와 같은 조직표의 지지를 거의 얻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조직의 고령화와 더불어 디지털 시대에서는 역할이 과거보다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카이치 부채.jpg

다카이치의 결혼식 사진이 담긴

부채를 들고 있는 

여성 지지자

 

몰려든 사람들.PNG

다카이치의 유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많은 사람이 몰렸고, 열기가 뜨거웠다.

출처-<로이터>

 

또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며 공감하는 팬덤 현상이 두드러졌다. 다카이치 개인에 대한 열정적인 팬덤 현상과 함께 디지털화에 따른 이미지 정치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정책이나 정치가의 능력과 자질 검증보다는 가공된 이미지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보였다. 선거의 형태도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정치도 실체가 아닌 가상의 아이돌화 현상이 나타났다. 

 

다카이치 굿즈.PNG

상점에 배치된 다카이치 굿즈

출처-<연합뉴스>

 

이번 총선을 통하여 나타난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개인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나 열기의 근저에는 오랜 장기 불황과 경기 침체에 따른 폐색감 해소와 기대가 깔려 있겠지만, 일본 사회의 공기에 따라 행동하는 집단주의와 쏠림 현상이 엿보였다. 정치가 책임이 따르는 선택이 아니라, 단지 여론과 분위기에 의해 소비되는 아이콘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향후 일본의 정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의 2/3를 확보하였으므로 다카이치 1강 체제가 시작된다. 참의원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하면 성립된다. 헌법 개정을 위한 발의와 찬성도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양원의 한 축인 참의원에서는 여전히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정권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참의원의 역할과 비중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자민당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참의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4연합뉴스.PNG

지난 10월 20일

다카이치 수상 취임 하루 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는

연정 협정을 맺었다.

출처-<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다카이치 자민당은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 외에도 국민민주당 같은 보수 정당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연정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참의원에서도 어떻게든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향후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유리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카이치 자신도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차이로 이기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것 자체는 정치생명을 건 도박에서 대박을 터트린 결과가 되었기에 앞으로 총재로서의 당내 영향력이 크게 상승하겠지만, 문제는 당내의 온건 보수파를 비롯한 다카이치 노선과 결을 같이하지 않는 세력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비토를 적절히 컨트롤하며 당내 결속을 다져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무튼 중의원에서 단독으로 2/3 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다카이치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토대가 구축되었다. 2028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까지는 이제 선거도 없다. 거칠 것이 없다. 따라서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카이치의 색깔을 드러내는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개정도 시야에 넣고 참의원에서는 개헌에 호의적인 야당 세력과의 연대도 모색할 것이다. 

 

국내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수순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지 두고 볼 일이다. 국내적으로 계속해서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기존의 노선을 유지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과의 관계는 과거의 다카이치 발언처럼 강경한 노선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마저도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은 고립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대 한국 정책은 당분간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엠비씨.jpg

출처-<MBC>

 

청와대.PNG

출처-<청와대>

 

문제는 다카이치 정권이 이제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것도, 성과를 낸 것도 없다는 말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 되는 셈인데, 중의원 독식이라는 혜택 받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자신의 정책을 막힘없이 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기 집권을 위한 플랜이 가동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부담도 함께 생긴다. 다카이치는 국회를 해산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 

 

“소수 여당이라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이제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했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정책을 실현해 갈 수 있는 무대가 준비되었다는 것이기에 이런 상황에서조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제 그런 변명을 해봤자 치명적인 결점만 될 것이다. 과연 다카이치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일단은 정치가로서 그 진짜 능력이 어떠한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편집 : 임권산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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