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총수는 이런 말을 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2026년 2월 19일 목요일 [김승원, 김기표, 신장식, 홍사훈, 노영희, 신용한, 주진우, 박구용, 노은주, 임형남, 스포츠공장] 30-12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730/079/873/3ebb6c81aef524be8028b6e31867b070.png)
“(며칠 전 열린) 뮌헨 안보회의라는 게 있다. 우리 언론에 거의 안 나오는 뉴스. 국제적으로는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는 중요한 회의다. 매년 독일 뮌헨에서 한 100여 개 국가의 고위 인사들이 모인다. 올해는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독일 총리 다 갔고, 미국에서는 루비오 장관이 갔다. 우리도 외교부 장관이 주로 참석해 왔다.
뮌헨 안보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게 국제사회에서 취급이 된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이렇게 국제 정세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때 그 흐름을 놓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제가 여러 번 얘기했다.
100년 전에 일본은 그 (국제적) 흐름을 받아 거기 올라탔고, 우리는 못 받고 놓치는 바람에 반세기를 일본에 지배당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 놓친 흐름의 후과를 분단으로 겪고 있는 거다. 한번 그렇게 뒤집힐 때 놓치면, 엄청난 퇴보가 일어난다. 그래서 저희라도 국제 뉴스를 계속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 뮌헨 안보 보고서는 알아야 되는 시점이 됐다는 거다.”
본 기사에서는 그 뮌헨 안보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언급되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이번 뮌헨 안보 보고서가 기존과 달랐던 점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 여느 때보다 많이 언급되었고,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함 살펴보자.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무슨 내용이 나왔나
2026 뮌헨 안보회의
출처-<AFP>
독일 뮌헨에서 매년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안보 책임자들이 모여 국제 질서의 방향을 점검하는 공간이며, 여기서 나오는 언어는 종종 정책의 신호가 되기 때문에 국제 사회는 이 회의를 주목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출처-<엘브리지 콜비 X>
이번 회의에서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는 유럽 동맹국들에게 보다 분명한 요구를 제기했다.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방어에서 이제는 유럽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을 그 방향의 선례로 언급하며, 국내총생산 대비 3.5% 수준의 국방 지출과 한반도 재래식 방어의 주도적 역할을 사례로 들었다.
콜비의 이 발언은 단순한 국방비 인상 요구가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는 건 본질을 놓치는 해석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미국이 던진 메시지는 동맹의 역할을 다시 배치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전략적 억제의 중심은 유지하되, 재래식 방어의 부담은 동맹이 더 크게 분담하라는 요청이다.
이것은 동맹이 약해진다는 신호가 아니라, 동맹의 기능이 바뀐다는 신호다.
제목 : Under Destruction
우선 뮌헨 안보회의와 뮌헨 안보 보고서를 구분해 설명해야 할 듯하다.
뮌헨 안보 보고서는 매년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에 발행되는 '의제 설정 보고서'이다. 때문에 이 보고서를 보면, 뮌헨 안보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안보 위협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뮌헨 안보회의 재단이 (회의) 주최 및 (보고서) 발행을 하는만큼 철저하게 '유럽(특히, 독일)'이 현재 국제 정세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 기사에서는 이 뮌헨 안보 보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하려 한다.
올해 뮌헨 안보 보고서에서는 세계 질서를 단순한 위기나 도전의 상태로 묘사하지 않는다. 기존의 질서가 아예 파괴되어 있다고 말한다.
보고서의 제목은 이렇다.

출처-<MSC>
“Under Destruction”
(파괴의 과정에 놓인 질서)
제목으로 정할 만큼, 기존의 국제 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 전 세계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말한다.
보고서는 오늘의 국제 정치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정치(wrecking-ball politics)”라고 표현하며, 점진적 조정이나 개혁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흔드는 방식이 일상화되었다고 진단한다.
이는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질서가 외부의 충격으로 단번에 붕괴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내부의 합의와 규범이 점진적으로 약화되며, 질서가 스스로의 기반에서 침식되고 있다는 평가에 가깝다.
보고서는 이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원칙에 기초한 협력 대신 거래 중심의 합의가 늘고, 보편 규범 대신 개별 국가의 이해가 앞서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다자주의의 권위가 약해지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질서는 겉으로는 유지되지만, 속에서는 느슨해지고 있다.
이 침식의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미국의 정책 전환이 지목된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외 접근이 질서의 관리에서 거래의 논리로 기울고 있다고 본다. 이는 단순한 외교 수사의 변화가 아니다. 보호의 약속을 앞세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에게 더 분명한 부담 분담과 조건을 요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MSC>
유럽 장에 이르면, 그 결과가 더욱 분명해진다.
보고서는 유럽이 방위비를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재래식 전쟁을 감당할 산업 기반과 조달 체계는 아직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유럽 나토 회원국의 장비 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 체계에 의존했다는 수치는, 유럽의 군수·생산 구조가 여전히 외부 공급에 크게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위비 총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어떤 생산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가 핵심 문제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처방도 분명히 적시한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쪽은 단지 원칙을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자기 역량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그 역량을 더 긴밀히 묶어 공동 운용해야 한다"고 쓴다. 규범을 지키는 데에도 “실질적 물적 기반의 힘(actual material power)”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협력의 의지로는 부족하며, 실제 역량을 더 결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보고서의 진단은 하나로 모인다.
오늘의 위기는 핵 억제가 붕괴했기 때문이 아니다. 핵 억제는 여전히 작동한다. 그러나 오늘의 실제 전쟁은 재래식 전쟁이며, 재래식 전쟁이 장기화되는 환경에서, 이를 버틸 산업·조달·보급·동원의 구조가 준비되어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문제는 억제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지속 구조가 약해진 것이다.
보고서 내용 1.
“NATO 1.0 → 2.0 → 3.0”
보고서에서는 시대에 따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의 변화 역사를 설명한다. 나토의 역사는 단순히 유지되거나 약화된 조직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동맹이 무엇을 중심 기능으로 삼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냉전 시기의 나토, 이른바 NATO 1.0은 핵 억제를 축으로 작동했다. 미국의 전략 자산과 확장억제가 동맹 전체를 묶는 중심이었다.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고, 전략적 억제의 신뢰성이 곧 질서의 안정성이었다. 이 시기의 나토는 전쟁을 치르기 위한 조직이라기보다, 전쟁을 상상 속에 묶어두는 구조였다.
냉전이 끝난 뒤 나토는 해체되지 않았다. 대신 기능을 넓혔다. 동유럽으로 확장했고, 발칸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위기관리 임무를 수행했다. 군사동맹이면서 동시에 규범과 제도를 확산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이것이 흔히 NATO 2.0으로 불리는 단계다. 억제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동맹은 동시에 질서의 관리자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오늘의 환경은 또 다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핵 억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재래식 전쟁이 장기화되는 현실 속에서 동맹의 부담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전략적 억제의 중심은 미국이 계속 맡되, 재래식 방어의 부담은 지역이 더 크게 나누라는 요구가 분명해졌다. 방위비의 총액만이 아니라, 산업·조달·보급·동원의 구조를 각 지역이 갖추라는 방향이다.
이것이 NATO 3.0이라 불리는 변화의 핵심이다. 동맹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 대신 기능이 재배치되고 있다. 전략적 억제는 중심에서 유지되고, 전쟁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버티는 힘, 곧 지속의 구조는 각 지역에서 강화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맹은 더 이상 일방적 보호의 약속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맡는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가가 동맹의 실질을 결정한다. 오늘의 나토를 이해하려면, 힘의 총량이 아니라 기능의 배치를 보아야 한다.
보고서 내용 2.
“전략적 억제와 재래식 방어 책임의 이중 구조”
보고서에서는 동맹의 재편을 언급한다. 이는 곧 안보 구조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안보는 하나의 힘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전쟁을 억누르는 층과, 무력 충돌이 현실이 되었을 때 이를 감당하는 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국제정치학자 글렌 스나이더는 반세기 전 이미 억제(deterrence)와 방어(defense)를 구분하며 안보의 구조를 설명한 바 있다. 억제는 상대의 계산을 바꾸는 힘이고, 방어는 억제가 실패했을 때 피해를 줄이는 능력이다. 이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오늘의 환경은 방어를 보다 구체적인 재래식 방어 책임(Conventional Defense Responsibility)의 문제로 확장해 보게 만든다.
억제는 상대에게 감당해야 할 비용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선택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핵전력과 전략 자산, 확장억제 체계가 이 층을 구성한다. 억제의 목적은 충돌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냉전기의 안정은 바로 이 억제 구조 위에서 유지되었다.
그러나 억제는 가능성의 차원을 전제로 한다.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순간, 안보의 중심은 다른 층으로 이동한다. 단순히 피해를 줄이는 방어를 넘어, 장기적 충돌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여기서 방어는 재래식 방어 책임이라는 더 넓은 문제로 확장된다.
재래식 방어 책임은 두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재래식 거부력이다. 상대가 전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계산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지속력이다.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이를 끝까지 감당하는 산업·군수·조달·보급·동원·재생산의 체계다. 단기간의 화력 우위나 기술적 정교함과는 다른 차원의 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역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출처-<AFP>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핵 억제는 여전히 작동했고,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은 확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래식 전투는 장기화되었다. 승패는 단 한 번의 결정적 타격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탄약을 생산하고 얼마나 빠르게 장비를 보충하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병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되었다. 이는 재래식 방어 책임, 특히 지속력의 문제였다.
이 지점에서 동맹의 기능 재배치가 이해된다. 전략적 억제의 축은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래식 방어 책임의 무게는 지역별로 다르게 배분될 수 있다. 어떤 동맹은 억제의 중심을 맡고, 다른 동맹은 재래식 방어 책임을 강화한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기술은 충돌을 시작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돌의 향방은 구조가 결정한다.
이 문장은 수사가 아니다. 오늘의 안보 환경을 설명하는 구조적 명제다. 전략적 억제가 붕괴한 것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 그중에서도 지속력이 취약해졌다는 보고서의 진단은 바로 이 층위 구분 위에서 이해될 수 있다.
보고서 내용 3.
“질서가 무너진 자리, 한국의 호출”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유난히 많이 언급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이 ‘한국’을 꼭 집어 언급한 건 우연이 아니다. 국방비 비율 때문도, 특정 무기 체계 때문도 아니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한국은 반세기 넘게 전쟁이 ‘끝난 나라’가 아니라 ‘멈춘 나라’로 살아왔다. 휴전선은 단순한 군사 경계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전제조건이었다. 안보는 정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상수였다. 전력 유지와 동원, 산업과 군수 체계는 위기 때만 가동되는 장치가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든 구조였다.
그 결과 한국은 특이한 경험을 축적했다. 전쟁을 상수로 두고도 경제를 성장시켰고,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했으며, 상위권의 국방 역량을 유지했다. 긴장과 발전을 동시에 감당하는 체질이 만들어졌다. 장기 보급 능력과 산업 기반, 빠른 동원과 복구 경험은 말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단련된 결과다.
이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다. 기능의 확인이다.
회의에서 콜비가 말한 재래식 방어의 주도적 역할은 단순히 “더 많이 내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를 가정한 구조적 준비가 이미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의 인정이다. 지속의 구조가 갖추어진 동맹은 억제 체계를 떠받칠 수 있다.
보고서 내용 4.
“조화와 분업”
이 워딩에서 오해가 생기기 쉽다. 재래식 방어 책임을 강화하자는 말이 곧 억제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구조는 반대다.
전략적 억제의 중심은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핵과 전략 자산은 여전히 미국이 중심을 잡는다. 그러나 충돌이 현실화되었을 때 이를 감당하는 재래식 방어 책임은 동맹 내부에서 더 분산될 수 있다. 억제는 집중되고, 재래식 방어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다.
이것은 미국과의 균열이 아니다. 오히려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보호를 요구하는 동맹이 아니라 책임을 분담하는 동맹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비핵화 원칙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핵 억제의 틀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을 강화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방향은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금액을 둘러싼 협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래식 방어 책임을 수행할 산업·군수·보급·동원의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동맹 전체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나누는 길이기 때문이다. 숫자의 증감이 아니라 구조적 기여로 답하는 방식이다.
전략적 억제는 유지하고, 재래식 방어 책임을 강화한다. 이 조합은 미국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재정의하는 선택이다.
한국형 21세기 안보 모델
이제 분명해진 것은 하나다. 전략적 억제의 상징 경쟁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현실로 보여줄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은 그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 위기 당시 한국은 통제 일변도도, 방임도 아닌 균형 모델을 보여주었다. 위기를 상수로 살아온 경험이 사회적 대응력을 만들었고, 그 대응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체질에서 나왔다.
오늘의 안보 환경도 다르지 않다. 군사적 긴장이 상시화된 조건 속에서 산업과 군수, 보급과 동원을 구조적으로 결합해 온 경험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방산은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이미 중요한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그것이 국가의 지속 구조를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점이다. 수출 실적은 결과일 뿐이고, 구조가 본질이다.
세계 군사력 평가 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의 최근 순위를 보면, 미국·러시아·중국·인도 등 상위 네 국가는 모두 핵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NPT상 공인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이들 국가에서 군사력은 전략적 억제력과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핵전력은 군사력의 상징이자 구조적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그에 비해 5위에 위치한 한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위권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략적 억제력의 상징에 의존한 힘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 특히 지속력이 체질화된 구조에서 형성된 힘이라는 뜻이다.
억제의 과시가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의 구조로 설명되는 군사력이다.
새로운 안보 환경이 요구하는 것은 억제의 상징 경쟁이 아니라, 재래식 방어 책임을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다. 그 핵심에는 지속력이 있다. 질서는 과시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체계 위에서 유지된다. 그 점에서 한국의 경험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재편되는 질서 속에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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